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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와~ 예리니 방송에 와주셔서 고마운 거시에오!-14화 (14/100)

〈 14화 〉 하와와 14화 (수정완료)

* * *

14.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눈앞에 별이 보일 정도로 어지러웠던 그는,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이 새끼가 대체 누구기에 나를 막는 거지? 예린이 오빠라도 되나? 아냐. 분명 그녀에게 남은 가족은 없었을 텐데? 사진 속에도 남아있질 않고.’

준성은 답답한 마음에 입을 열었다.

“누군데 방해….”

“어금니 꽉 깨물어라.”

“으읍!”

그가 뱉은 한 마디에는 뼈가 담겨 있었고, 무거웠다.

마치 그 날, 자신을 개박살낸 일진처럼 무섭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는 그의 말을 거스를 수 없었고, 입을 꽉 다물었다.

배달원의 주먹이 그의 볼에 격돌하는 순간,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전해져왔고.

“크악!”

한준성은 신음을 흘리며 나가떨어졌는데, 그 짧은 순간에 그는 과거를 회상했다.

학창시절.

한준성은 나쁜 쪽으로 머리가 잘 돌아가는 스타일이었다.

하루마다 조용할 날이 없는 학교에서, 그는 일진에게 달라붙어 여러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말하자면 악질 책사역할을 맡았었다.

그 덕분에 일진들과 비슷한 위치에 설 수 있었던 양아치였고, 그는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힘없는 애들을 짓밟고 수탈하며 이득을 챙겼다.

피해자들은 한준성을 저주하며, 언젠가 그가 호되게 당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로서는 한준성을 힘으로도, 머리로도 제압할 수 없어서 분노와 증오를 삼키고만 있었는데.

인과응보. 사필귀정이라 했던가.

세상일이란 게 원래 그렇다는 듯이, 자신들이 못 이룬 복수를 뜻밖의 남이 대신 이뤄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정말 개연성이 눈곱만큼 없지만, 우주의 섭리가 원래 그랬다. 알다가도 모르는 게 세상이고, 현실이 가상보다 더 하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 것이니.

어느 날이었다.

한준성은 일진이 시킨 일을 기분 좋게 진행하고 있었다.

내용은 간단했다. 자신과 적대하는 상대 일진의 여자 친구를 잘 데리고만 있어달라는 것이었다. 그렇게만 한다면, 이번 기회에 일진으로 껴주겠다고 들었다.

그는 기분 좋게 콜을 외쳤다.

왜냐면 그는 건달 세계로 따지자면, 건달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반인도 아닌 ‘반달’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위치가 확고한 게 아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먹이사슬의 정점에 오르게 된다면… 자신의 삶이 더 즐겁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야말로 운수 좋은 날이었다.

준성은 콧노래를 부르며, 상대 일진의 여친을 데리고 있었다.

말이 ‘데리고 있다’는 거지, 실제로는 감금이나 다름없었다.

“흐읍… 흐으읍….”

손과 발이 꽁꽁 묶이고, 재갈이 물린 여학생은 신음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한준성은 그녀의 부드럽고 말랑거리는 부위들을 손으로 훑으며, 가까운 미래의 자신을 상상하고 있었다.

그 녀석들과 동등한 한 명의 일진이 되어, 주변의 양아치들을 부리는 자신의 모습을.

“으흐흐흐흐흐….”

흐뭇하게 웃는 그의 모습은 한없이 음침해보였다.

그런데 그가 망상을 계속 펼치던 와중, 동전노래방의 문이 벌컥 열리더니, 손이 불쑥 튀어나와 한준성의 멱살을 붙잡았다.

“크으윽?”

정신없이 끌려나온 한준성의 얼굴에 주먹이 두 차례 들어왔고.

“윽!”

견디기 힘든 고통과 함께, 그는 바닥에 쓰러졌다.

“좋은 말 할 때 일어나라.”

“쿨럭… 누… 누구신지….”

“양아치 짓거리 하면서 나를 모른다고? 어이가 없어서… 얘들아, 이 씹새가 날 모른다는데 어떻게 생각 하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새끼 양아치만도 못한 ㅈ밥 새끼라서 모를 수도 있지ㅋㅋ”

주변에서 자신을 비웃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온 한준성. 위압적인 그들의 기세에, 그는 겁을 먹고 그대로 얼굴을 바닥에 처박고 있었다.

“에라이, XX 새끼.”

그런 그를 못마땅하게 지켜본 남자애들이, 준성의 옷이며 머리에 침을 뱉어댔다.

“야. 내가 일어서라 했지? 그대로 바닥에 처박혀 뒤지고 싶어?”

“자, 잘못했습니다….”

“잘못이고 자시고, 빨리 일어서라. 안 그러면 이 자리에서 고자로 만들어줄 수도 있다.”

“네, 넵!”

황급히 일어선 한준성에게 순식간에 주먹이 덮쳐왔다.

명치에 정확히 꽂힌 그의 주먹은, 한준성을 무릎 꿇게 만들었다.

“큭… 허억… 허억… 허억….”

숨 쉬기 힘든 고통에, 준성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네가 죽으면 내가 살인자가 되니까 적당히 봐주라고 하더군.”

어느 새 여학생은 속박에서 풀려나, 그의 곁에 있었다. 그녀는 차가운 눈으로 준성을 쳐다보다가, 침을 뱉었다.

남녀 한 쌍은 장소를 유유히 빠져나갔다. 모습이 사라지기 직전에, 준성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그런데 어쩌지? 이번 사건의 배후는 너의 그 잘난 머리에서 나왔다고 하던데. 그래서 애들은 널 적당히 봐줄 생각이 없나봐.”

그렇게 준성은 나머지 애들에게 처참하게 짓밟혔다. 운수 좋은 줄 알았던 이 날은, 그가 몰락한 날이 되었다.

이 사건은 ‘암묵적인 룰’에 따라 그대로 묻혔고, 그 누구의 입으로도 회자되는 일은 없었다.

따라서 경찰이 출동하는 일은 없었고, 붙잡혀 가는 사람 또한 아무도 없었다.

회상이 끝남과 동시에, 한준성은 벽에 머리를 부닥치고 기절해버렸다.

“괜찮아? 다친 덴 없고?”

한준성이 기절한 걸 확인한 배달원이, 예린이에게 말을 건넸다.

“…네에, 괜찮아요.”

그 사이, 예린이는 벗겨진 파자마 티셔츠를 챙겨 입은 상태였다.

“좀 더 빠르게 움직였어야 했는데….”

배달원은 예린이에게 괜히 미안했다. 과거의 경험도 그렇고, 예린이 또한 이 날의 기억이 트라우마가 되진 않을까 걱정했다.

“아니에요. 이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만 확실하게 저 놈을 처벌할 수 있어요. 그리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예린이는 그가 걱정하지 않도록, 애써 웃어보였다.

“그나저나 예린이 너도 참 대단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한 거야? 머리 좋은데?”

“…연지 덕분이에요. 저는 무모한 생각을 했었는데, 걔가 더 좋은 생각을 알려줬죠.”

#

“어떻게 보완할 거야?”

[배달 아무데나 시키지 말고, 차라리 내가 남편이랑 같이 치킨 들고 그 쪽으로 갈게.]

“그 다음은?”

[남편에게 부탁해서 너희 집 쪽으로 가라고 해야지. 가는 도중에 수상한 사람이 보이면, 복도를 걸어가면서 문자로 신호를 넣어달라고 할 거야. 예를 들면, 있으면 1. 없으면 2를 써서 보내라는 식으로.]

“네가 알려주면, 내가 경찰에 연락하면 되겠구나.”

[아니. 신고도 내가 해야지. 제 3자로서. 그래야 네가 신고했을 때보다 경찰들이 더 신속하게 출동할 거 아니야?]

“듣고 보니 그렇네… 그 다음은?”

[남편이 배달 왔을 때, 네 집 열쇠를 그에게 넘겨주면 될 거야. 그러면 만에 하나라도, 그 스토커가 문을 잠가도 그걸 열고 들어갈 수 있을 테니까.]

“오호….”

[이후에 너는 미리 내게 전화를 걸어놔. 주변 소리가 다 들리도록 한 뼘 통화 식으로 해놓는 것도 잊지 말고. 그걸 내가 녹음할 테니까.]

“그건 나중에 재판에서 증거물로 되겠구나.”

[그렇지. 그래야 범인이 자신의 행동을 부인해도 콩밥을 먹일 수 있으니까.]

그들은 몇 마디 말을 더 주고받다가 전화를 끊었고. 작전대로 배달원이 문을 두드렸다.

쾅쾅쾅!

“배달입니다! 치킨 배달 왔습니다!”

예린이는 연지의 말대로 준비를 마친 후, 문을 열어 배달원을 반겨줬다.

“잘 있었어?”

연지 남편인 오진호였다.

“오랜만이에요, 선배.”

“저기 계단에서 정장 차림의 수상한 녀석이 이 쪽을 보고 있던데. 네가 말한 그 스토커 맞겠지?”

“아마도 그렇겠죠.”

예린이가 배달원에게 주먹을 내밀었다. 거기엔 열쇠가 담겨있었고, 배달원은 그걸 전달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럼… 치킨 맛있게 드십시오, 고객님!”

이 말을 남기며 그는 자리를 나섰고, 예린이는 문을 천천히 닫으며 스토커가 미끼를 물기를 기다렸다.

닫히려 하는 문틈으로, 두 손이 툭 튀어나왔다.

“으아앗!”

그녀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한준성은 의기양양하게 문을 열어젖혀, 드디어 고대하던 예린이를 볼 수 있었다.

흐뭇한 심정으로 그녀를 바라본 한준성. 이후의 이야기가 경찰서 엔딩이 될 줄은 그는 상상도 못한 채로, 발걸음을 옮겼다.

#

사건은 일단락되었고, 현재 한준성은 케이블 타이에 손과 발이 묶인 채 기절해 있었다.

“오구오구~ 내 귀염둥이! 안 다쳤어?”

“그렇게 쓰다듬다가 애 닳겠다.”

“응, 아니야.”

진호 선배의 연락에, 연지가 순식간에 찾아왔다.

그녀는 내 몸을 이곳저곳 만져보면서, 걱정하고 있었다.

“그, 그만 좀 쓰다듬으면 안 댈까여… 연지 언니?”

“왜, 닳는 것도 아닌데.”

민망해서 낯 뜨거워졌다.

“그, 그게… 제가 곤란해서 그렇죠….”

대화 도중에 진호 선배가 끼어들었다.

“크흠. 근데 둘이 동갑이긴 한데, 연지가 언니 소리 듣는 게 아무래도 어울리긴 하네. 키도 그렇고. 행동거지도 그렇고….”

이 말에 가만히 있을 연지가 아니다.

“…야, 오진호! 그 말은 내가 늙어 보인다는 뜻이지?”

그럼 그렇지….

“아, 아니… 그런 뜻이 아닌데….”

“그런 뜻이 아니면 대체 무슨 뜻인데?”

이 때, 문을 열고 경찰들이 들어왔다.

“실례하겠습니다! 신고자분이 누구시죠?”

나랑 연지, 그리고 진호 선배는 그간의 자초지종을 털어놨고.

경찰들은 기절한 그를 연행하면서, 나중에 경찰서로 찾아와 사건 경위에 대한 조서 작성과 함께, 증거가 있으면 제출해달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그렇게 며칠 뒤, 조서와 증거를 제출했고. 그로부터 두 달 후에 형사재판이 열렸다.

“전 스토커가 아닙니다! 전 저 여성의 애인일 뿐이라고요!”

재판장에서의 한준성은 뻔뻔하게도 이런 말을 했으나, 내가 그간 수집했던 증거물 앞에 그의 말은 무력했고.

“본 피고인은 그간의 정황과 증거, 일치하지 않은 발언과 성추행 및 주거침입, 그리고 스토킹과 해킹 등의 죄목을 인정하지 않은 점 등을 보았을 때 최소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져야 하지만… 초범인 점으로 보아 징역 4년 형에 처하겠습니다. 이상.”

그렇게 판결은 끝이 났다.

한준성은 교도소로 끌려갔고, 그 이후로 나는 마음 놓고 푹 잘 수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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