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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와~ 예리니 방송에 와주셔서 고마운 거시에오!-13화 (13/100)

〈 13화 〉 하와와 13화

* * *

13.

한참을 웃던 연지가 내게 말했다.

[그래서 그 놈 어떻게 잡을지는 생각해봤어?]

“글쎄… 만약 그 꿈이 예지몽이었다면… 잠시만.”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러자 생기 없던 채팅창이 되살아났다.

­하와와 하이

­잘 잤음?ㅋㅋ

­아까 잠꼬대 막 하던 거 귀여웠는데 ㅋㅋㅋㅋ

­ㄹㅇ ㅋㅋ

시청자 수는 많이 줄어있었지만, 40명 가까이 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지켜봐주셔서 캄사합니당, 여러분….”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올린 뒤, 그들에게 전할 말을 꺼냈다.

“여러분. 지켜봐주셔서 감사하지만, 일단 방송을 종료해야 될 것 같아요.”

­스토커 때문에 그런 거임?

“네. 스토커가 절 감시하는 거 같아서 어쩔 수 없이 꺼야겠어요. 재성합니당….”

­어쩔 수 없지

­괜찮겠음?

“걱정마셔요, 여러분. 전 갠찮으니깐. 그럼 이만 끌게요.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당!”

방송은 종료했지만, 카메라는 켜뒀다. 그리고 연지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이제 됐어.”

[왜 말을 하다 말고 그래?]

“앞으로 스토커 잡을 얘기를 하려면, 일단 그가 엿들어서는 안 되니까.”

[흠… 하긴 방송으로 엿들을 수도 있긴 하겠네.]

그녀가 말하는 사이에, 나는 입을 약간씩 움직여봤다.

잠잔 사이에 발치 부위는 어느 정도 출혈이 멎은 걸로 봐서, 이제 오래 말해도 상관은 없을 것 같았다.

[근데 아까 꿈 얘기 하던데, 그건 또 무슨 말이지?]

연지의 질문에, 꿈의 내용을 상세히 설명해줬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그녀는….

[그거 개꿈 아냐?]

물론 나도 그렇게는 생각했다.

“만약 네가 스토커라면, 내가 있는 곳을 찾기 위해서 뭘 할 거 같아?”

[음… 글쎄다. 아무래도 각 층 별로 누가 살고 있는지를 파악해야겠지?]

“꿈속에서 쌀 배달이 온 이후에 스토커가 나타난 걸로 봐선… 아무래도 각 호실에 택배라든가 배달이 왔을 때, 누가 나오는지를 체크한 거 같아.”

[…일리는 있어. 하긴, 머리 좀 돌아가는 해커라면 충분히 그 정도는 생각하겠지. 그런데 그 곳에 사는 사람마다 배달을 다 시켰을 리는 없을 테고. 나머지는 직접 확인하려나?]

“아마 그렇지 않을까? 지금 까톡이나 전화가 없는 걸로 봐서는.”

[네 말대로라면, 지금쯤 네가 어디 있는지 알 수도 있겠네?]

“뭐, 그렇겠지.”

[하지만 너무 꿈을 맹신하고 재해석하는 거 아냐? 만약 꿈 내용과는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면? 그땐 감당할 수 있겠어?]

“그걸 생각 안한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잖아. 경찰을 불러봤자 내쫓기만 하고, 그 사람을 잡아가진 않으니까. 하루마다 이렇게 피 말리게 살 수는 없단 말야….”

[그러면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

“응… 이건 어떨까?”

방금까지 생각했던 걸, 연지에게 그대로 말했다.

[너무 무리수 같은데. 스토커가 그대로 움직여주면 다행이겠지만….]

“…이 방법으로 못 잡는다면 극단적인 방법밖에 없어.”

스토커를 못 잡는다면, 자살까지도 생각하고 있었다.

[이 기집애가 진짜… 하… 설마 자살 같은 거 생각하는 건 아니지?]

“그걸 어떻게….”

[네가 그렇게 죽으면, 주변 사람인 나는 어떻게 되겠냐? 생각을 좀 하고 살아라, 이 기지배야! 네가 죽으면 난 하루, 하루가 찝찝하지 않겠어? 친구 년을 그렇게 보냈다고 말야.]

“그, 그치만….”

[그치만이고 자시고 간에! 그딴 소린 더 이상 하지 마! 생각하지도 마! 그런 소리 또 하면, 일도 내팽개치고 달려가서 네 머리끄댕이 잡아채고, 두드려 팰 거야. 알겠어?!!]

“아, 아랏쏘….”

[후… 그럼 이렇게 하자. 그 방법은 좀 무리니까 내가 말한 대로 보완하자고.]

#

“거, 참. 전화를 너무 오래도 하시네, 우리 예린 씨.”

스토커 한준성은 말끔하고 까만 정장차림으로, 예린이가 있는 오피스텔의 계단에 머물러 있었다.

그는 많은 시간을 투자해, 예린이가 있는 호실을 알아낼 수 있었고, 이제는 저 현관문을 통해 들어가기만 하면 되었다.

한준성은 처음에, 야심한 시각 어둠을 틈타서 문을 따고 들어갈까도 생각해봤지만… 문을 따는 데에 어느 정도 소음이 나는 건 막을 수 없었기에, 그는 더 신중하고 조용한 방법을 원했다.

그래서 그는 예린이가 문을 열고 나오는 타이밍을 노리기로 했다.

그녀 또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택배나 배달을 시킬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문은 열리게 되어 있다는 게 그의 추측이었다.

여기서 그는 한 술 더 떠, 자신이 미리 선 결제를 한 배달음식을 예린이가 있는 호실에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

그녀가 수상하다고 여겨 문을 열지 않고 두고 가라 할 수도 있겠지만, 만약 자신이 돈을 더 얹으면서 그 가게에 부탁을 하게 된다면? 예를 들면 꼭 직접 전해달라는 식으로.

그렇게 된다면 그녀는 배달원과의 실랑이 끝에 어쩔 수 없이 모습을 드러내게 될 거고, 한준성은 그 틈을 노릴 계획이었다.

“어디 보자, 우리 예린 씨는 어떤 음식을 좋아하려나?”

그가 여러 배달 음식 중에서, 신중히 메뉴를 고르고 있을 때였다.

밑의 계단 쪽에서 발걸음이 성큼 성큼 들려왔다. 한준성이 밑을 바라봤다.

헬멧을 써서 얼굴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몸집이나 벌어진 어깨를 봐서는 운동 꽤나 한 남자임이 틀림없었다.

한 손에 든 봉투에는 치킨을 담은 상자가 보였고, 헬멧을 쓴 그의 모습은 누가 봐도 배달원 같아 보였다.

그가 어디로 가는지를 한준성은 유심히 지켜봤다. 만약 예린이가 있는 호실에 도착한다면, 그는 그 타이밍을 잡을 준비를 해야 되니까.

발걸음 소리가 점점 멀어지다가, 이윽고 배달원이 멈춘 곳은… 예린이가 있을 호실이었다.

“예린 씨가 좋아하는 건 치킨이로군. 흐흐… 이거 기억해둬야겠어.”

이렇게 말한 한준성의 뇌 속에는, 망상이 끝도 없어 펼쳐졌다. 그의 상상 속에는 이미 예린이와 딸과 함께 즐겁게 사는 모습이 비춰졌다.

쾅쾅쾅!

“배달입니다! 치킨 배달 왔습니다!”

배달원의 말을 기점으로, 그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살금살금 움직이면서, 배달원의 동태를 살폈다.

문이 열리고 배달원이 안으로 들어갔다가, 물건을 전달했는지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그 틈에 한준성은 배달원에게로 자연스럽게 걸어갔고, 배달원은 그를 지나쳤다.

문이 서서히 닫히려 하자, 그는 좀 더 빠르게 움직였다.

닫히려 하는 문을 두 손으로 잡아채자, 그걸 본 예린이는 깜짝 놀랬다.

“으아앗!”

문을 열어젖히며, 안으로 들어서는데 성공한 한준성. 예린이는 황급히 뒤로 물러나, 그를 경계했다.

한준성은 기쁜 마음으로 예린이를 바라봤는데.

“흐흐흐… 드디어 직접 보게 되었네요, 예린 씨.”

“누, 누구세요? 혹시 스토커?”

“눈치가 빠르신데요? 뭐… 그동안 제가 구애 메시지를 많이도 보내놨으니, 아는 게 정상이긴 하지만요.”

“드, 들어오지 마세요!”

한준성이 한 발 씩 앞으로 움직이자, 예린이는 조금씩 뒤로 물러섰다.

“에이… 예린 씨! 저를 두고 뒤로 물러나지 마세요….”

“싫어요!”

“에헤이, 섭섭하게 왜 이러실까?”

입구는 이미 가구들을 치워나서 깔끔했다. 그래서 예린이는 슬금슬금 물러나서, 카메라가 보이는 곳까지 움직일 수 있었고.

“여기서 술래잡기라도 하고 싶으신 건가요? 그런 거라면 제가 술래라도 되어드리죠.”

철컥.

한준성은 능청스럽게 말을 하면서, 차분하게 문을 잠갔다. 그러고는 예린이를 향해 서서히 다가갔다.

예린이는 별 다른 저항 없이, 그를 끌어들였다.

한준성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아마 겁을 먹고 움직이지 못했으리라고 봤다.

“잡았다! 예린 씨가 술래… 가 아니라, 이제 다른 놀이를 즐겨볼까요?”

예린이의 어깨를 붙잡은 한준성. 그녀는 그를 싸늘하게 노려봤지만, 한준성은 별 다른 내색없이 히죽히죽 웃기만 했다.

그가 파자마를 벗기려 하자, 예린이는 그의 두 손을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이런 짓 하지 마요!”

“뭘 말인가요?”

“벗기지 마라구요!”

“예린 씨도 너무하시네요. 우리 오늘부터 1일인데, 이런 스킨쉽은 기본 아닌가요?”

“…그 쪽은 첫 날부터 사람 옷을 벗겨가면서 스킨쉽을 하나 보죠?”

“아니 뭐, 미국이나 서양은 그게 기본인데요, 뭘….”

“저는 불쾌하니까 하지 마세요.”

그녀가 손에 힘을 주며 그의 움직임을 제지해보지만… 상대의 힘이 더 셌다.

서서히 힘이 밀리면서, 그녀의 브래지어가 한준성의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흐흐… 실물로 보니 방송으로 본 것보다 더 탐스럽게 생겼네요.”

“으으… 그만하세요….”

“예린 씨도 사실은 좋잖아요?”

“전혀요.”

이제 그가 파자마 바지를 벗기려고 할 때였다.

철컥. 끼이이익­!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들이닥쳤다.

“뭐, 뭐야?”

한준성은 갑자기 누군가가 들어오자, 당황하여 뒤를 돌아보았는데.

“커윽!!!”

한준성의 명치에 주먹이 한 방 내리꽂혔다.

“크으으윽….”

고통에 일그러진 한준성의 얼굴. 명치를 두 손으로 부여잡고, 무릎을 꿇은 그가 상대를 올려다봤다.

“크으윽… 배달원 새끼가 여길 왜….”

“왜긴 왜야. 정의구현 하러 왔지, 인마.”

배달원은 헬멧 너머로 한준성을 차갑게 노려보며, 씨익 웃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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