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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와~ 예리니 방송에 와주셔서 고마운 거시에오!-10화 (10/100)

〈 10화 〉 하와와 10화

* * *

10.

ㅎㅈㅅ : 이 정도 후원해줬는데 한 번 만나줄 수도 없는 건가요?

이어지는 그의 한 마디에서 알 수 있었다.

그는 분명 내게서 뭔가를 많이도 기대하고 있었다.

나 : 죄송합니다. 만나드릴 수는 없을 거 같아요.

ㅎㅈㅅ : 혹시 남자친구 있어서 그런 건가요?

애초에 먼저 남친이 있다는 핑계로 선을 그으려 했는데, 먼저 떡밥을 물고 와주시네?

나 : 네. 저 남친 있어요.

ㅎㅈㅅ : 하긴 그 외모에 없는 게 이상하죠. 그러면 남친 얼굴 좀 보여주실 수 있나요?

이건 분명 나를 의심하고 있단 소리인데.

아니, 그보다도 포기 못하고 질척거리는 거부터가 심상치가 않았다.

나 : 혹시 저를 의심하시는 건가요?

ㅎㅈㅅ : 아니ㅋㅋ 의심이라기보다는, 프로필 사진부터가 남친 얼굴은 없길래 이상해서요. 왜요, 이것도 안 되는 건가요?

오리발이라도 내밀자.

남친 없다고 인정해버리면 밑도 끝도 없이 집착할 게 뻔했다.

나 : 아무래도 의심받는 거 같아서 기분이 나빠지네요. 그러니 대화는 이만 그만둘게요. 후원하신 금액은 나중에 정산해서 돈 들어오면 수수료 제외하고 입금해드리겠습니다. 그러니 계좌 번호랑 어디 은행인지 알려주시겠어요?

ㅎㅈㅅ : 짹짹이나 빼이스북에 올려놓은 사진 몇 장도 친구들이나 혼자 찍은 게 대부분. 올라온 시기도 몇 개월에서 몇 년 전이 전부.

ㅎㅈㅅ : 지금까지 조사한 바로는 연애 경험은 거의 전무. 밖에 잘 돌아다니는 스타일은 아닌 거 같은데… 방송은 최근에 시작했고.

ㅎㅈㅅ : 게다가 남친 사진 보여 달라고 하니까 의심한다면서 튕겨대는 건 남친이 없는데 거짓말 치신 거 아닙니까?

…이 새끼 뭐하는 새낀데?

스토커야?

한 때 남자였던 나도 소름 돋는 수준이다.

ㅎㅈㅅ : 말 좀 해보시죠, 하와와 씨.

일단 이 녀석에게는 더 이상의 반응을 보이면, 나만 약점 잡힐 것 같았다. 그래서 이 녀석을 차단하고, 까톡 채팅을 전부 캡처와 내보내기한 후에 나갔다.

나름 침착하게 대처했다고 생각은 했지만, 심장은 긴장해서인지 쿵쿵 뛰고 있었다.

­하와와쨩 먼 일이길래 심각한 표정 지음?

­얘기 좀 해봐ㅋㅋㅋ 아까부터 답답해서 현기증 날 거 가태!

그러고 보니, 그동안 방송 채팅창은 신경도 못 쓰고 있었다.

[하와와… 죄송해오, 여러분. 시청자 한 분이 올리신 까톡 때문에 신경 쓰여서 방송에 집중 못한 거시에오오….]

­내용이 뭔데 그럼?

­까톡 내용 보여줄 수 있음?

시청자들의 말에, 캡처했던 까톡 내용을 방송 화면에 하나씩 띄웠다.

그들의 채팅은 잠시 주춤했고, 아무래도 다들 내가 올린 스샷을 보고 있는 듯 했다.

­이런 놈들 여캠 방송에서 흔하게 보긴 했음 ㅇㅇ

­스토킹 아님?

­이건 선 넘었는데….

­경찰서엔 신고 해봤음?ㅋㅋ

아!

그러고 보니 경찰서에 신고할 생각은 못했네?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해서 그런가, 이런 건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하와와… 경찰서엔 아직 신고 못했어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오!]

“앙녕하새오….”

볼이 부어 있기도 하고, 발치 부위가 신경 쓰여서 발음이 잘 안 됐지만, 어찌저찌 관할 경찰서에 내가 처한 상황을 알려줬다.

그 결과는.

[불쾌하시긴 하셨겠지마는, 아직 어떤 직접적인 피해라든가 이런 부분이 생긴 건 아직 아니잖아요, 그렇죠?]

“눼….”

[그럼 이거에 대해 저희가 그 사람에게 어떤 처벌을 내리거나, 그 사람을 붙잡는다거나 그런 조치를 취할 수가 없어요. 왜냐면 스토킹 을 다루는 법 내용이 처벌도 그렇고 기준이 너무 애매해서 저희가 뭘 어떻게 할 수가 없거든요.]

“그럼 저는 어떠케….”

[기분은 나쁘셨겠지만, 똥 밟은 셈 치고 그냥 넘어가주세요. 저희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이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을 해주세요.]

“…그 무슨 일로 이내 제가 저나를 모타게 대면요?”

[그땐 그때 가봐야 알 일이지요. 그리고 그 때는 저희가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범인을 붙잡으면 되는 거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럼 저희도 바빠서 이만 끊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한 뼘 통화로 걸었던 거라, 이 내용은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ㅅㅂ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아니 세금 처먹는 놈들이 일 처리 하나 제대로 안 하네 ㅋㅋㅋ

­진짜 우리나라 하ㅋㅋㅋㅋㅋㅋㅋ

­국민의 지팡이는 개뿔ㅋㅋㅋㅋㅋ

­근데 법이 ㅈ같아서 처벌하기 애매한 게 좀 있다고 함. 정작 중요한 건 개정 안 하고 쓸데없는 법만 늘어남 ㄹㅇ ㅋㅋ

­그나저나 하와와 말하는 거 나만 귀엽게 들림?ㅋㅋㅋㅋㅋㅋㅋ

­커엽긴 함ㅋㅋㅋㅋㅋㅋ

­ㄹㅇ ㅋㅋ

후….

시청자들의 분노와 증오처럼.

아무리 법 때문이라지만, 경찰의 대응에 대해 열이 뻗쳐올랐다.

답답한 마음에 휴대폰 화면을 마구 두드렸다.

나 : 연지언니이이이잉~

나 : 지금 바빠요?

연지 : 응 일하는 중

나 : 무슨 일?

연지 : 코디네이터 일 한다고 내가 말 안 했었나? 암튼 나 바쁘니까 나중에 연락하자.

나 : 아라쏘ㅜㅜ

띠리리리링­

까톡을 끄던 중에,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중요한 전화일 수도 있어서, 일단은 받아봤는데.

“여버새여?”

하지만 상대가 말을 하지 않았다.

“말 아나시면 끄너여?”

[잠깐만요. 혹시 예린 씨 맞나요?]

“맞는데 왜여?”

[부평구 연주역 근처 오피스텔… 맞죠?]

…내 위치를 알고 있다고?

“…누구신대여?”

[배고픈하와와. 그리고 ㅎㅈㅅ이라고 하면 알아들으시겠죠?]

“바라는 게 먼가여?”

답이야 뻔하긴 했지만, 일단 물어는 봤다.

[여기 앞에 차 주차해놨는데, 한 번만 만나주시죠.]

“거짓말 하지 마세여.”

[진짠데? 베란다에 나와서 밑을 보실래요?]

베란다로 직접 가려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만에 하나라도, 저 놈 말대로 직접 찾아왔고, 그에 따라 내가 반응을 해주는 건 별로 좋은 행동이 아니라고 봤다.

“어디 사시길래 찾아 오셔써요?”

[경기도 부천이요.]

“어떠케 이러케 빨리….”

[방송 키자마자 운전해서 미리 도착했으니까요.]

…미친놈.

그럼 미리 대기한 상태에서 까톡을 했단 말야?

“제가 있는 곳은 어떠케 아신 거져?”

[제가 해킹으로 돈 좀 벌거든요. 이 정도야 누워서 떡을 칠 정도죠.]

이 건물이란 건 특정 지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몇 호에 사는 지까지는 모를 거야. 그거까지 알아내면 사기지….

[부끄럼 타시는 거 같은데, 제가 직접 문 앞까지 찾아갈까요? 아니면 직접 내려와 주실래요?]

나는 그의 질문에 대답하진 않고, 베란다의 창문과 현관문이 잘 잠겨있는지 확인했다.

“자꾸 이러시면 견찰에 싱고할 거에여?”

[괜찮으니까 해보세요.]

“예?”

[해보시라고요.]

오냐.

그러면 진짜로 전화해주지.

일단 녀석과의 통화를 끊었다. 최근 기록에서, 아까 전화했던 경찰서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상황 설명을 하면서, 그 놈을 쫓아내달라고 하니까 경찰 둘을 보내겠다고 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ㅎㅈㅅ에게서 전화가 다시 왔다.

[이야. 진짜로 신고했나보네.]

“그럼 거짓말인 줄 아셔써여?”

[근데 그래봐야 소용 없어요. 오늘은 내쫓기더라도, 그 다음 날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

[내일도. 모레도. 언제든지. 항상 찾아와서 계속 기다려드릴 테니까, 마음의 준비가 되면 그 때 나와 주세요. 알겠죠?]

미친 새끼… 어우… 소름 돋아!!

바로 전화를 끊고, 수신차단 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또 다른 번호로 연락이 왔고. 나는 그 전화마저도 수신차단 했다.

오피스텔 원룸 안에서 전전긍긍,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다가 다시 컴 앞에 앉았다.

­아니 ㅅㅂ 대체 뭔 일임?

­아까 전화하던데 스토커 때문임?

­하와와… 제발 소통 좀 해달라는 거시에오!!!

­말 좀 해봐. 개답답하네 진짜ㅋ

“그게… 읍….”

발치 부위의 출혈이 심해졌다. 더 이상 말은 삼가야겠다.

[발치 부위에 출혈이 좀 있어서 말하는 건 쉬어야 할 거 같아요. 죄송합니다 ㅜㅜ]

[아까 전화 온 건 스토커 전화구요. 아무래도 저 위험한 상황인 거 같아요. 스토커가 자꾸 저한테 집착하네요….]

­ㅁㅊ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실화냐?ㅋㅋㅋㅋㅋ

­지금 상황 거의 에 나올 이야기 아님?ㅋㅋㅋㅋ

­하와와쨩 너무 무섭겠다 ㅜㅜ

시청자의 반응을 보다가, 눈가에서 물방울이 또르르 흘러나왔다.

[그래서 방송도 정상적으로 못할 거 같구… 많이 두려워요. 그 스토커가 해커라서 제 집 앞에 찾아왔는데… 일단 경찰에 전화해서 내쫓아달라고 말씀드리긴 했는데….]

­하와와 많이 당황한 듯ㅜㅜ

­ㅅㅂ 집 앞까지 쫓아왔다고?

­진짜 개소름이긴 하겠다… 이거 진짜 경찰이 잡아가야 되는 거 아니냐?

­잠방해도 되니까 방송만 계속 켜주셈. 우리가 지켜줄게.

­ㄹㅇ 방송만 켜놓으면 우리가 24시간 감시해드림.

­하와와쨩 ㅈㄴ 불쌍하네….

[하와와전용CCTV 님, 별풍 1000개 후원 감사합니다!] ­ㄹㅇ 우리가 감시카메라 되어 드릴 테니, 방송 끄지 말고 계속 켜두셈.

[하와와… 하와와전용씨씨티비님, 별풍 1000개 후원 캄사합니다ㅜㅜ 여러분 말씀 감사한 거시에오ㅜㅜ]

진짜 이 정도면, 문을 따고 들어올 수도 있었기에… 나는 시청자들의 의견대로 방송을 24시간 켜놓기로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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