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 하와와 8화
* * *
8.
[통통한햄스터 님, 별풍 1개 후원 감사합니다!] 원래 미션 실패긴 한데 1코인만 더 드림.
오올ㅋㅋㅋ
이야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방긋 웃으며 스케치북을 보여줬다.
[통통한햄스터니이임~ 한 번 더 기회를 주셔서 캄사합니다앙!]
한 번의 기회도 얻었겠다, 다시 시작해볼까?
일단 세이브 버튼을 누르고, 타이틀 화면으로 나와서 시작 버튼을 누르려다 말았다.
가만 있자… 다음번에 성공하려면 이번에 최대한 많은 걸 시도해봐야 돼.
방금 저장했던 걸 다시 불러와서, 1턴씩만 넘기며 수익 변동을 체크해나갔다.
클릭. 클릭. 또 클릭.
마우스 버튼을 누르는 동작만 반복하고 있으니, 슬슬 지루해져 갔다.
시청자들이 올려주는 채팅만 아니었으면, 지금쯤 고개를 꾸벅이며 졸고 있었을 거다.
하아아암~
하와와도 우리처럼 지루한가 보네. 손으로 가리면서 하품하네ㅋㅋ
근데 아직도 뽑은 부위가 아픈가봄. 입을 크게 못 벌리는 거 보면
바보야ㅋㅋ 우리 하와와가 하마처럼 입을 크게 벌리며 하품할 리가 없잖아!ㅋㅋㅋ
음… 고건 맞지ㅋㅋㅋㅋ
하와와가 그러는 건 상상도 안되긴 함ㅋㅋㅋㅋ
[저 애초에 입 크게 벌리기가 힘들어요오오….]
치과 갔을 때, 입을 크게 잘 벌리지를 못해서 고생을 꽤나 했었다.
그런데 의사분이 너무 힘을 줘도 안 좋다고 하시면서,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며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다행이었다.
표현은 안 하셨지만, 꽤나 고생하셨겠지. 안 그래도 사랑니가 더럽게 안 빠져나왔으니까.
시청자들 좀 빠져 나갔네ㅜㅜ
한 시청자의 말을 확인해봤다. 아까에 비해서 약 40명 정도 시청자가 줄어있었다.
아무래도 실제 주식과 어느 정도 비슷하게 만든 게임이다 보니, 주식에 흥미가 없는 시청자에겐 지루할 수밖에 없다.
실제 주식하는 사람들은 하루 종일 넘버패드 입력하고, 차트만 바라보는 게 일이다.
주식에 무지한 사람들이 그들을 보면 지루함을 넘어서, 살아있는 시체처럼 볼 수밖에 없다. 당장 나부터도 이 게임이 지루하다고 느끼고 있으니까.
그런데 실제 주식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관심이 있거나 스트리머가 고르는 주식에 편승하여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다들 부정은 하겠지만.
사람 심리란 게 그렇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남이 이득을 취하면, 자신도 그것을 취하고 싶은 게 사람 심리다.
내 방송?
지루하다면 나가는 게 당연하고, 나간다고 뭐라 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지루하게 느껴져서, 나간 분들에 대해 죄송스런 생각뿐이다. 내 방송이 겨우 이 정도라서 미안하고, 소중한 시간 뺏은 거 같아 죄송하다고.
[방송 재미없게 해서 죄송합니다ㅜㅜ 재미없다면 나가셔도 좋아요.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을 뺏고 싶진 않거든요.]
갑자기 왜 그래ㅋㅋㅋㅋㅋㅋㅋㅋ
하와와 급 우울해졌누?ㅋㅋㅋㅋ
누가 우리 애기 울렸어? 어?ㅋㅋ
그 날 아니지?ㅋㅋ
그 날 씹ㅋㅋㅋㅋㅋㅋ
[하와와… 그 날은 아니구여. 그냥 빠져나가신 시청자분들을 보고 죄송해서요. 게다가 여러분께도 이런 말을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난 재밌게 보고 있는데?
나두
난 하와와 방송밖에 안 봄ㅋㅋ
애초에 매일 재밌게 하는 건 기대도 안함ㅋㅋㅋ 그러니 너무 부담갖지 마셈ㅎㅎ
유명 스트리머들도 다 재미없던 시절이 천지삐까리임 ㅇㅇ
마즘 ㅇㅇ
힘내! 하와와쨩!
[캄사합니당 여러부우우운!ㅜㅜ]
시청자들의 말에 감동을 느낀 나는, 곧바로 카메라를 조정하고 일어섰다. 그 다음, 시청자들을 향해 절을 두 번 올렸다.
여성 스트리머가 파자마 차림으로 절 두 번 하는 거 첨 봄ㅋㅋㅋㅋㅋㅋ
이거 그거지? 별풍 쏴달라는 거 맞지?
세뱃돈 별풍ㅋㅋㅋㅋ
근데 저거 오른손이 위로 오는 거 맞음?
여자 기준으론 상갓집에선 왼손이 위로 가야 되고, 제사나 세배 그리고 결혼식은 오른손이 위로 가는 거 맞음
그걸 어캐 아누?ㅋㅋㅋㅋ
장례식장 알바라도 뛰었나?ㅋㅋ
ㅇㅇ 알바 교육할 때 들었음
왼손인지 오른손인지 몰라서, 그냥 오른손으로 절을 두 번 했는데, 이게 뒷걸음치다가 쥐 잡는 격이 되었다.
흐으음….
컴퓨터 앞에 앉아, 카메라를 다시 조정하고 마우스로 클릭질을 시작.
수익률 따윈 신경 안 쓰고, 연타를 마구 눌렀다. 그 이유는 재료를 보기 위해서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첫 달이 지나고, 두 번째 달로 넘어왔다.
혹시나 하는 심정에 수익률을 봤지만.
■칠성전자 : 현재 시세 44,000원. 보유 주식 : 100주(440만) / 수익률 12.3% (거래세 15,000)
■배달대행거기요 : 현재 시세 1200원. 보유 주식 : 5000주(600만) / 수익률 40.3% (거래세 30,000)
■도르마무메디컬 : 현재 시세 970원. 보유 주식 : 1000주(97만) / 수익률 : 3.3% (거래세 3,000)
칠성전자 좀 올랐네?ㅋㅋㅋㅋ
지금이 되팔 타이밍 아님?
배달업은 장사가 안 되나봐?ㅋㅋㅋㅋㅋㅋㅋ 더 떡락했누? ㅋㅋ
도르마무도 떡락함ㅋ
시청자들의 반응대로, 칠성전자는 수익률이 꽤 회복되어 있었다.
차트를 봐보니, 최근에 급격하게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다.
일단 차트를 꺼두고, 두 번째 달로 넘어오면서 바뀐 점들을 살펴봤다.
우선, ‘재료’ 버튼이 활성화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선택 스킵’이 추가 되어 있었다.
일단은 칠성전자 상승의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재료 버튼을 눌렀다. 눈에 들어온 여러 정보들 중에서, 칠성전자에 대한 정보들을 확인해봤다.
◆칠성전자, 솔로들을 위한 베가, 스피카 AI 출시!
◆칠성전자, 개발된 AI를 스마트폰에 접목시키는 사업 추진!
◆칠성전자, 기존보다 고효율의 반도체 부품 개발을 시도 중.
이거 떡상 각인데?ㅋㅋㅋ
아직 팔면 안되겠네
혹시 모름ㅋㅋㅋ 이거 낚시일 수도ㅋㅋㅋ
원래는 칠성전자 주식을 처분하려 했으나, 이 정보들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호재니까, 기다리다보면 수익률이 플러스로 전환되겠지?
이제 칠성전자의 시세가 떨어졌던 이유가 궁금해졌다.
◆칠성전자, 반도체 공장 화재로 인해 부품 생산에 차질!
이거 때문이었구나! 시세가 계속 내림막을 걸었던 이유가.
이 재료들을 이용한다면 이득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다른 정보들도 살펴봤다.
일단 배달대행거기요는 최근의 논란으로 내림막이고. 도르마무메디컬은 이슈가 아예 없어.
음… 어라?
◆흑인 폭동의 여파로 곳곳의 유리창이 깨지다!
이 기삿거리는 왜 있는 거야?
주식들을 살펴봤다. 유리를 다루는 주식이 있나?
하나, 하나 살펴보다가 유리와 관련된 주식을 발견했다.
■글래스클라스 : 유리천장을 선도하는 기업. 맑고, 투명함을 추구합니다! [유리 가공업 관련]
이거구나.
유리창이 깨진다→ 사람들이 유리를 구매한다→ 기업이 장사가 잘 되면서 순이익이 올라간다→ 기업 가치가 오른다→ 주식도 오른다
여기까지 생각이 다다른 나는, 도르마무메디컬 주식을 처분했다.
대출 금리는 15%.
두 번째 달이니, 이자였던 12만 5000원이 자금에서 빠져나갔다.
여기에 방금 도르마무메디컬을 처분한 돈이 자금으로 들어왔다. 그 결과, 내 자금은 현재 563만원.
글래스클라스의 현재 시세는 5400원. 여기에 내 남은 자금을 올인해봤다.
■글래스클라스 : 현재 시세 5400원. 보유 주식 : 1042주(562만 6800원) / 수익률 : 0.3% (거래세 16,880.4원)
그 다음은 선택 스킵 버튼을 눌러봤다. 넘어갈 시간을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이었다.
어디… 일단 하루 넘겨볼까?
설정하고 나서, 스킵을 눌러봤다. 과연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수익률 6.3%
수익률 36.5%
수익률 +18.2%
칠성전자와 배달대행거기요는 수익률이 계속해서 회복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글래스클라스는 단숨에 수익률이 18퍼나 올랐다.
총 손익 1,025,119원.
여기서 스탑하고 팔아야 되나?
아냐. 그냥 묻고 다음 날로 가봐?
천사 : 하와와~ 여기서 팔고 이득을 보는 거시에오오오~!
악마 : 이 천사 년이 미쳤나? 저 년 말 듣지 말고, 내 말 들어. 좀 더 기다렸다가 개이득 보고 파는 거야.
나 : 그러다 떨어지면….
악마 : 이런 쫄보년이! 네가 그러니까 이 꼴로 사는 거야… 어차피! 인생은 한 방이다. 크게 한 탕해서! 잃었던 자금 팍팍 회복하자. 오케이?
천사 : 하와와~ 착한 예린이는 만족할 줄 아는 예린이인 거시에오오….
내면에서 천사와 악마가 서로 머리끄댕이를 잡고 쌈박질을 벌였다.
그 사이에 나는 고민했다. 어느 쪽의 손을 들어야 할지를.
한참동안 고뇌하던 나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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