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 하와와 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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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새벽까지 사랑니 뽑은 부위의 통증은 지속되었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컴퓨터랑 방의 불을 끄고 이불 위에 누웠다.
어둠 속에서 몸부림치며, 통증을 견뎌내려고 애쓰다가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눈을 뜨고, 휴대폰으로 시계를 보니 어느 새 다음 날 오전 10시.
[연지 : 사랑니 뽑은 부위 아물면 말해라. 맛난 거 쏴줄 테니까.]
까톡이 날아온 시간을 확인해보니, 어제 저녁 방송 킨 이후에 날아온 메시지였다.
연지에게 까톡으로 고맙다는 뜻을 전하고 나서, 몸을 일으켰다.
오늘 메뉴는 죽이다.
다른 거 먹다가 염증이 생길 지도 몰라서, 흰 쌀밥으로 죽을 만들어 먹었다. 죽이라서 먹는데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치카치카와 가글을 한 후에는, 화장대 앞에 앉았다. 연지가 알려준 대로 화장을 해보는데….
연지가 해줄 때는 마치 능숙한 화가처럼 쓱싹쓱싹 하던데, 내가 해보니까 이 짓도 어느 정도의 손재주나 경험이 있어야 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많이 건드릴 건 없는 화장을 알려준 덕분에, 세 번 만에 그 때와 흡사한 화장을 완성시켰다.
옷은… 뭘 입지?
어제도 옷에 대한 고민으로 미궁을 빠져나오지 못해서 결국엔 분홍 파자마 차림으로 방송했었다.
오늘은… 어… 음… 에잇, 모르겠다!그냥 파자마 차림으로 해!
오늘은 ㄱㅊ?
통증은 어때요?
아직도 많이 아픔?
오늘도 정 뭐하면 그냥 쉬셈
방송을 켜자마자 올라가기 시작하는 채팅. 시청자들이 은근히 걱정을 했던 모양이다.
[하와와… 오늘 일어나고 보니 통증은 없어서 갠차는 거시에오오… 하지만 언제 또 아플지 모르는 거시어요….]
오늘도 의사표현은 스케치북을 이용해서 하기로 했다.
사랑니 뽑고 며칠간은 말을 많이 하지 말라는 의사의 당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게임 전에 미리 공지하는 거시에오… 재성하지만 4일에서 5일간 쉬었다가 방송을 키겠다는 거시에오….]
이 글 안 본 눈 삽니다
뭐야ㅋㅋ 나쁜 사람한테만 보이는 글인가? 내용 뭐임?ㅋㅋ
모름ㅋㅋ 나도 안 보여서ㅋㅋㅋ
에이… 쉴 수도 있지ㅋㅋㅋㅋ
5일 동안 어캐 참누?ㅋㅋ
4딸라… 아니 4일로 합시다!
아 방송시작부터 공지로 기운 빠지게 하네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의 아쉬움이 내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전해져 왔다. 5일은 좀 긴가?
[한 분이 4일로 하자는데, 그럼 4일은 어때여?]
4일 좋다
난 3일
4일은 너무 많소. 3일 쯤 합시다.
[찐쿨가이 님, 별풍 10개 후원 감사합니다!] 그냥 깔쌈하게 이틀로 쪼개자
닉넴 ㅅㅂ ㅋㅋㅋㅋ
ㅁㅊ ㅋㅋㅋㅋㅋㅋㅋ
[호에에… 이거 경매 아니에오ㅜ 찐쿨가이님~ 별풍 10개 캄사함미당! 이틀은 쪼옴… 크흠!]
아 이거 경매였구나ㅋㅋ 어쩐지
휴방 날짜 경매ㅋㅋㅋㅋ
그럼 우리 하루 쉬는 걸로 낙찰하자ㅋㅋㅋㅋ
ㅋㅋㅋ 하루는 좀 심하지 않음?
이틀ㄱㄱ
하와와도 좀 쉬게 해주자
아예 쉬게 해주는 건 어떰?ㅋㅋ
야이 ㅁㅊㄴㅇ ㅋㅋㅋㅋㅋ
이렇게 계속 흘러가면 안되는데….
마치 고양이가 눈물을 글썽이는 것처럼, 그렇게 시청자들을 바라봤다.
[그, 그럼 딱 이틀! 이틀마아아안!]
이틀은 ㅇㅈ
ㅇㅋ
그래도 3일보단 낫네
ㄹㅇ ㅋㅋ
드디어 시청자들과의 휴방 협정을 체결하는 데에 성공했다. 이제 맘 놓고 게임해야징!
[찐쿨가이 님, 별풍 200개 후원 감사합니다!] 근데 하와와 지금쯤 맛있는 거 먹고 싶겠다. 치킨, 피자, 햄버거, 짜장, 탕수육, 떡볶이, 짬뽕, 우동, 돈까스
이런 악마 같은 ㅅㄲ ㅋㅋㅋㅋ
못 먹는 거 알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ㅁㅊㄴ ㅋㅋㅋㅋㅋㅋㅋ
꼬르륵.
그러고 보니 죽만 먹어서 그런가? 저 단어들을 보자마자 배가 고파졌다. 게다가 입에 침과 함께 피가 고이는… 크읍!
나는 한 손으로 배를 움켜잡고, 다른 손으론 스케치북을 보여줬다.
[하와와~ 찐쿨가이님! 별풍 200개 후원 캄사한 거시에오오! 그런데 음식 테러는 자제 부탁드려오! 저 단어들을 보면 제 위장이 쪼그라드러오….]
스파게티
바베큐
민초
ㅅㅂ 민초 뭐임?ㅋㅋ
민초 고거 치약맛 아니냐?ㅋㅋ
하와이안피자
파인애플 피자 멈춰~!
멈춰!!!!!
저 채팅들을 보고 있자니, 내 위장이 견디질 못하겠다! (아 그렇다고 민초랑 파인애플 피자가 맛있어 보이는 건 아님)
결국 나는….
[쩨발 음식 얘기는 멈쳐주새여어어어어어! 흐아아아아아아아앙!! 으아아아아아아아앙!!!!]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와와 약올리기 개꿀잼ㅋㅋㅋㅋ
아랐어아랐어 안하면 되잖아ㅋㅋ
진정하란 말이에오~!
응애 멈춰~!
앗 응애에오!
ㅁㅊ 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고 나서, 스케치북에 쓴 걸 보여줬다.
[진짜! 찐짜! 음식 얘기 금지인 거시에오! 알게써오?]
ㅇㅋ
오키도키요
옥히
아랐음
설마… 게임 도중에 또… 그러는 건 아니지?
스트리머 방송을 많이 봤던 탓일까. 이럴 때 안 하는 척하다가, 타이밍 잡고 훅 들어오는 걸 나는 다른 방송에서 종종 봤었다.
그래서 합리적 의심이 들기는 했지만, 일단은 시청자들을 믿어보기로 하고, 세이브 파일을 불러왔다.
[음… 으으음… 하와와아….]
■칠성전자 : 현재 시세 4만원. 보유 주식 : 100주(400만) / 수익률 20.3% (거래세 15,000 0.3%)
■배달대행거기요 : 현재 시세 1천원. 보유 주식 : 5000주(500만) / 수익률 50.3% (거래세 30,000)
■노피아 : 현재 시세 6000원. 보유 주식 : 800주(480만) / 수익률 +19.7% (거래세 12,000)
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내 미래?
하와와 주식엔 재능 없는 걸로ㅋ
그러게 왜 턴을 막 넘겨ㅋㅋㅋㅋ
언제 봐도 수익률 암울한 거시에오오오….
아, 참!
생각해보니, 잊고 있었던 주식이 하나 있었다! 그걸 보자!
■도르마무메디컬 : 현재 시세 천원. 보유 주식 : 1000주(100만) / 수익률 : 0.3% (거래세 3,00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번에 100원 이득 아녔음?ㅋ
원점으로 복귀ㅋㅋㅋㅋ
이거 이 정도면 물린 거 아님?ㅋㅋㅋㅋㅋ
하와왓??
머릿속에서 갈고리가 수십 개는 떴다가 사라졌다. 이거 왜 이래?
왜 그런가 이유를 알아보려고 차트를 보니 답이 나와 있었다.
개미똥만큼이나 올랐다가 다시 1000원 대로 복귀했다가. 이번엔 쥐똥만큼 내려갔다가 또 다시 1000원으로 회귀.
회귀도 12번이면 지랄 맞다던데, 내가 볼 땐 이게 더 지랄 맞다.
이게… 도르마무메디컬?
이 주식은 포기하는게 ㅋㅋㅋ
처분 드가자ㅋㅋㅋㅋ
아냐… 아닐 거야… 내 주식은 떡상하리라 믿어! 믿는다구우우!!
최선의 방법은 노피아 주식이 그나마 수익률 19.7을 찍고 있으니, 이 주식을 먼저 팔고.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이제 내 자금은 4,788,000원. 그 다음은 턴을 한 번씩 넘기면서 조심스럽게, 남은 주식들을 살펴봤다.
수익률 22.7%
수익률 62.5%
수익률 0.3%
쩨바아아아아알! 호에에에에엥!!
수익률 25.4%
수익률 67.8%
수익률 0.3%
우상향을 바라던 나는, 우하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린이의 시작과 끝을 보여주는 방송ㅋㅋㅋㅋ
수익률 마이너스 67퍼ㅋㅋ 말이 되나?ㅋㅋㅋㅋㅋ
대체 뭘 하신 겁니까 선생님!
홧김에 턴을 다시 1주를 땡겼다. 그 결과는?
■칠성전자 : 현재 시세 28,540원. 보유 주식 : 100주(285.4만) / 수익률 43.2% (거래세 15,000)
■배달대행거기요 : 현재 시세 1,555원. 보유 주식 : 5000주(777.5만) / 수익률 22.6% (거래세 30,000)
■도르마무메디컬 : 현재 시세 천원. 보유 주식 : 1000주(100만) / 수익률 : 0.3% (거래세 3,000)
응 안 올라 ㅅㄱ ㅋㅋ
폭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강 드가자ㅋㅋㅋㅋ 마포대교 가자ㅋㅋㅋㅋㅋㅋㅋ
리셋 각이다 이건ㅋㅋㅋㅋ
답 없음ㅋㅋㅋㅋ
[주린이하와와 님, 별풍 1개 후원 감사합니다!] 그냥 첫 달은 어차피 재료 확인 못하니까, 주식 한 개 골라서 딱 1주만 사보고 첫 달 넘기는 건 어떰?
오… 좋은 방법인데?
이런 생각을 못하다니, 하와와는 바보인 거시에오오오!
[주린이하와와니이임~ 후원으로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아앙!]
곧바로 게임을 다시 시작하려다가, 그 분께 여쭤봤다.
[통통한햄쓰터니이임~ 계심니깡? 이거 다시 시작하면 미션 실패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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