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화 〉 하와와 5화
* * *
5.
높게 묶은 양 갈래 머리와 속이 비치는 하얀 시스루. 가슴골이 보이는 까만 탱크탑 브라를 걸친 그녀의 모습은, 풋풋하고 귀여운 이미지와 동시에 묘한 색기가 있었다.
크으… 하와와 여자인 거 믿고 있었다구! 와꾸 미친 거 아니냐구!
하와와 미소가 요망하네 ㅎㅎ
저 정도면 D컵임? E컵임?
D컵 아님?
[러시안블루 님, 별풍 444개 후원 감사합니다!] 이, 이게… 존예린? ㅅㅂ 실화냐? 심장이 웅장해지고, 거기가 꼿꼿해진다. 제가 의심해서 죄송한 거시에오, 여신님!
“하와와~ 러시안블루님! 별풍은 감사한데 말씀이 쫌… 선 넘은 거 아니에오?”
맞지맞지. 섹드립은 선 넘네….
의심병 환자 블루님 나가세요ㅋ
태세전환 ㅁㅊ ㅋㅋㅋ
인생 건다던 분 어디감?ㅋㅋㅋㅋ
하와와님 연예인 안하고 머함?
박보영보다 더 예쁜데?
순한 혜리처럼 생김
강아지 눈빛 커엽누 ㅎㅎ
하지만 러시안블루는 별풍을 쏴준 시청자였기에, 예린이는 블랙을 걸지는 못했다.
[여신하와와 님, 별풍 천 개 후원 감사합니다!] 여신님 믿고 있었다고! 캠 켜줘서 감사합니다!
“하와왕! 여신하와와님~ 별풍 천 개 캄사합니다앙! 저 그렇게 불릴 정도는 아니에오! 그러니까 여신이란 단어는 써주지 말아 주세오… 쑥스러워여!”
ㅋㅋㅋㅋ 민망하긴 하겠다
얼굴 살짝 빨개진 듯?ㅋㅋㅋ
우리 하와와 귀여오!
근데 뒤에 있는 분 외모도 만만치는 않음ㅋ
ㄹㅇ ㅋㅋ 무슨 연예인 지망생들만 모아놨나?
망생이 아니라 연예인 올스타인 듯.
“난리도 아니네….”
연지는 신기해하며, 예린이 옆에서 채팅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그러게… 헤헤… 이게 다 네 덕분이야. 고마웡!”
“고맙긴. 그나저나 너, 내일 치과 예약 잡은 거 까먹지나 마라.”
“응?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지금 생각나서 하는 말인데, 내일 사랑니 뽑는다고 치과 예약했었잖아. 그것도 기억 안 나?”
연지가 이렇게까지 말해주자, 예린이는 이제야 기억이 났다.
“아… 그러네.”
“그래서 내가 괜히 치킨 가져온 게 아니라고? 뽑고 나선 당분간 맛있는 거 못 먹을 테니까.”
“…….”
그 말을 들은 예린이는 순식간에 침울해졌다.
“흐잉… 하필 내일이라니….”
“매복 사랑니라고 들었으니 뽑을 때 고생 좀 할 거야. 그러니까 오늘 맛있는 거 실컷 먹어두는 게 좋을 걸?”
“히잉….”
하와와쨩 사랑니 뽑으러 감?ㅋㅋ
한 쪽이 도토리 넣은 다람쥐 뺨만큼 부풀어 오르겠누ㅋㅋㅋ
고생이 많네 우리 하와와
자신이 내일 치과를 가야 된다는 사실에, 채팅창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예린이. 현재의 예린이에겐 과거에 치과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많았기 때문에 시무룩해져 있었다.
“…방송은 끄고, 쉬고 있다가 맛있는 거라도 먹으러 가는 게 어때?”
“돌아다닐 기분은 아니라서 그냥 여기 있을래….”
“그래.”
“하와와… 시청해주셔서 감사한 거시에오… 내일 사랑니 뽑으러 가야 되니까 이만 방종하겠사와요. 시청해주셔서 감사한 거시에오.”
기운 빠진 하와와의 목소리와, 방종한다는 그녀의 선언에 시청자들은 안타까워했다.
힘내 하와와쨩!
좀만 더 방송 켜주지ㅜㅜ 아쉽다
사랑니 잘 뽑고 와!
뽑으면 당분간은 방송 못 키려나?
못 키겠지ㅋㅋㅋ 말도 하기 힘들 텐데ㅋㅋㅋ
“한 일주일 정도는 방송을 못 킬 거 같아요. 죄송합니다….”
우리 하와와쨩 보려고 일주일이나 기다려야 되다니! 크흑ㅜㅜ
일주일 후에 꼭 보자!
[러시안블루 님, 별풍 777개 후원 감사합니다!] 아까 섹드립은 죄송합니다. 사랑니 뽑은 자리 빨리 완쾌하시고, 빨리 볼 수 있길 바래요!
시청자들의 응원에, 예린이는 기운을 차리고 웃어줬다.
“하와왕~ 모두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될 수 있으면 빨리 방송 키도록 할게요. 이만 방종할게요. 여러분 빠빠잉~!”
ㅂ2
빠빠잉!
잘 다녀오세용!
방송은 종료되었고.
“나도 이제 그만 가봐야겠다. 남편 좀 도와줘야 해서. 이따가 뭐 먹고 싶으면 연락해라. 뭐든지 시켜줄 테니까.”
“고마워….”
“그리고 방송 여의치 않으면 다른 알바도 구할 생각 해봐. 안 그래도 저것들 구하느라 통장 잔고 여유도 없을 텐데.”
“으, 응….”
“내일 잘 다녀와라. 이만 갈게.”
“응. 잘 가….”
깨어났을 때처럼, 이제 방 안은 예린이 혼자만 남았다.
먹다 남은 치킨을 정리하면서, 그녀는 저녁에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날지를 생각했다. 내일에 다가올 결전(?)을 대비하려면 잘 먹어둬야 했다.
#
다음 날 저녁.
시청자들의 휴대폰에선 방송 알림이 울려왔다.
[하와와~ 햄스터 되쪄염!!]
바뀐 방제와 온라인 중인 방송화면. 그녀가 방송을 못 킬 줄 알았던 시청자들은 뜻밖의 방송에 놀라며 들어왔다.
사랑니 뽑은 당일에 방송을 키는 스트리머가 있다?ㅋㅋㅋㅋ
와 하와와 볼따구 진짜 햄스터처럼 생겼어ㅋㅋㅋㅋㅋ
해바라기씨 입에 한 가득 넣은 듯ㅋㅋ 근데 저렇게 부은 거면 많이 아플 거 같은데 ㄱㅊ? ㅋㅋㅋ
귀여워ㅋㅋㅋㅋㅋㅋ
분홍색 파자마 차림의 그녀가 시청자들에게 손을 흔들면서 반겨주었다.
예린이는 차마 말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 스케치북에 색연필로 글을 적어 보여주는 식으로 의사표현을 하기로 했다.
[하와왕~ 여러분 방가워영!]
[말하려 하면 사약 받아먹은 여주인공마냥 피가 울컥! 나올 거 같아서 말을 못하는 거시어요!]
[그래서 의사표현은 이런 식으로 할 거시와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사랑니 뽑고 방송 킨 게 대단하네 ㅋㅋ
깜짝 방송 실화냐고ㅋㅋㅋ
켜주셔서 감사한 거시에오 하와와쨩!
[여신하와와 님, 별풍 500개 후원 감사합니다!] 그렇게 무리하지 않으셔도 되요 하와와님ㅜㅜ
[여신하와와님~ 후원 감사한 거시에오~ 하와와와~]
햄스터처럼 볼이 부풀어 오른 상태에서 이렇게 방송하는 걸 보니까 뭔가 웃기긴 하네 ㅋㅋㅋㅋㅋ
ㄹㅇ ㅋㅋㅋㅋㅋㅋ
다른 스트리머 같았으면 오늘 쉬었을 텐데
ㅇㅈ 떡상각 보이는 스트리머인 듯 ㅋㅋㅋ
[오늘은 제가 쫌 아파서 길게는 방송 못하겠지만, 짧게라도 방송하려고 이렇게 와써오!]
[짧지만 재밌게 하기 위해서 오늘 방송 컨텐츠로 ‘캐치마인드’를 할 거에요.]
캐치마인드? 그게 머임?
그거 그림 그리고 알아맞추는 겜이자너ㅋㅋㅋ
[제가 그림 그릴 거니까, 여러분은 알아맞춰주세오. 제일 많이 맞춘 분께는 나중에 저한테 시킬 게임 중 하나를 선택할 권한을 드리게씀당!]
오옹ㅋㅋㅋ
공포겜도 가능?
미연시는?
[방송 제재 안 걸리는 선에서라면 뭐든 가능합니당!]
[지금부터 총 다섯 문제 내는 거시에오. 잘 맞춰보새오!]
예린이는 스케치북에 사람 코를 그려놓고, 시청자들에게 보여줬다.
?? 웬 코?
비염?
축농증?
코털?
하와와 콧물?
한동안 시청자들이 맞추질 못하자, 예린이는 힌트를 써서 보여줬다.
[힌트 : 방송]
먼 소리야?
코피?
뭐지?
설마 켸인인님?
[정답은 스트리머 ‘켸인인’님이었습니당! 통통한햄스터님이 이걸 맞추셨네요!]
아이코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ㅋㅋㅋㅋㅋㅋ
아 나도 같은 생각 했는데ㅋㅋ
[켸인인인 님, 별풍 500개 후원 감사합니다!] 내가 문제를 맞춰야 된다 맨이야! 아이고난1 아이고난2
찐임?
ㄴㄴ 짭임.
[하와와왓~ 켸인인인님~ 후원 감사한 거시에오! 아직 네 문제나 남았으니까 힘내시길 바래오!]
[자, 다음 문제에오!]
그녀는 이번에 문어를 그려서 보여줬다.
이번엔 문어네?
문어칩?
문어칩이란 과자가 있나ㅋㅋ
예전에 있었음ㅋ
아 과자 먹고 싶다 갑자기
혹시 대머리?
[정답은 ‘대머리’에오! 공포겜하는하와와님! 맞춘 거 축하드리는 거시에오!]
ㅁㅊ ㅋㅋㅋㅋㅋ
문제의 상태가ㅋㅋ
이걸 맞춘다고?ㅋㅋㅋ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그녀는 다음 문제를 보여줬다.
?? 대포랑 사람 하나 그려놨네.
답이 뭐지?
정답. 요들 사수
[정답은 ‘요들 사수’에오. 롤노잼망겜님~ 맞춘 거 축하드리는 거시에오!]
이제 2문제 남았네?
이러다가 다 한 문제씩만 맞추는 거 아님?ㅋㅋ
이번엔 스케치북 전체를 까맣게 칠한 걸 보여주는 예린이.
?? 우주?
뭔데?
불 끈 모텔의 모습?
ㅁㅊ ㅋㅋㅋ
하와와 팬티 색깔
도랐ㅋㅋㅋ
[하와왓? 제 팬티 오늘 흰색이에오! 그리고 힌트는 군대에요.]
우와 흰색이라니….
개꼴리누ㅋㅋㅋㅋ
이걸 알려주네 ㅋㅋㅋㅋㅋ
근데 까만 배경이 왜 군대임?
난 뭔지 알겠다. 군 생활? 이거 맞지?
[정답! ‘군 생활’입니다! 군필여대생하와와님! 맞춘 거 축하드려오!]
ㅋㅋㅋㅋ 닉봐
닉값 ㅁㅊ ㅋㅋㅋㅋ
근데 왜 군 생활이 까맣지?
선임들이 후임들 놀릴 때 까만 거 보여주면서 이렇게 놀리거든. 이게 네 군 생활이라고ㅋㅋㅋㅋ 앞이 깜깜하다고ㅋㅋ
난 공익이라 몰랐음ㅋㅋ
난 신의아들인데
ㅁㅊ 개부럽네
근데 이걸 하와와가 어캐 암?ㅋ
지인 중에 군대 얘기해 준 남자가 있었겠지ㅋㅋㅋ
이제 마지막 문제만이 남은 상황. 예린이는 어떤 걸 문제로 낼까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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