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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와~ 예리니 방송에 와주셔서 고마운 거시에오!-4화 (4/100)
  • 〈 4화 〉 하와와 4화

    * * *

    4.

    “하와와~ 치킨 마싯는 거시에오오!”

    내 입 안에 전해지는 바삭함과 고소함, 그리고 짭짤함이 한데 어우러져 혀와 침샘을 자극했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 반사된 침샘은, 혀 밑의 함몰된 곳을 호수로 이룰만한 침을 생성하기에 충분했고, 그곳에 퐁당 빠진 살점들은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여름날의 빙수처럼 녹아내리고 있었다.

    “안 뺏어먹을 테니 천천히 먹지? 그러다 체할라.”

    “하와왓? 이게 최대한 느리게 먹는 거시에오오….”

    “그런데 그… ‘하와와’ 말투는 뭐야?”

    아차. 아까 방송하느라 버릇이 되어버렸다. 치킨에 정신이 팔려, 연지를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일본어로 ‘어버버’ 거리는 말투를 뜻하는 건데, 거슬리면 쓰지 않을게….”

    “아냐, 아냐. 거슬린다기보다는 뭐랄까, 독특하고 귀여운 느낌이라… 그리고 궁금해서 물어본 것뿐이야. 신경 쓰지 마.”

    “그러타면 다행인 거시에오….”

    나는 벌써 다섯 조각이나 먹고 있는데, 연지는 한 조각밖에 먹지 않고 있었다.

    이유가 궁금해진 나는,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입맛 없는 거야?”

    “아니, 입맛이 없다기보다, 질린다고 해야 될까….”

    “왜?”

    “이 가시나가 진짜, 기억상실증에 걸리기는 했나보네. 내 남편 치킨집 사장이잖아.”

    “…아, 이제 기억났다. 까먹어서 미안.”

    기억난 척 한 건 아니었다. 그녀가 말하고 나니까 이제야 기억이 났다.

    “그래서… 꾸미는 법을 알려달란 이유가 뭐야? 설마 방송 때문에?”

    연지의 말 덕분에, 지금 방송을 켜논 상태란 걸 자각하게 되었다. 방송도 잊게 하는 치느님의 힘이란….

    “응. 사실 지금 계속 방송 중이었거든.”

    “근데 방송 도중에 이렇게 치킨을 뜯고 있는 거고?”

    “그렇지….”

    “그럼 시청자들한텐 미리 양해를 구하기는 했어?”

    “으음… 그러고 보니 그렇네?”

    “이 바보 멍청아. 방송은 기본이 소통인데, 시청자들을 방치하면 뭐하자는 거야….”

    “그, 그런가?”

    “너 파프리카 tv 방송하지?”

    “응….”

    “‘예린이는뉴비에요’이 닉네임 너 맞지?”

    “맞지….”

    “어디보자. 채팅창이 개판이네. 한 번 볼래?”

    #

    “연지언니이이이이~ 이제 오셨어요?”

    예린이가 캠을 켜지는 않았기 때문에, 방송은 당연히 컴 화면과 음성만 출력되고 있었고, 시청자들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몰랐다.

    ­??

    ­아까 누가 문을 쾅쾅 두들기던데 사채업자라도 옴?ㅋㅋ

    ­연지 언니라는데, 아는 사람 온 거 아님?

    ­여자 사채업자일 수도 있잖아

    ­ㅋㅋㅋ 여자 사채업자가 있긴 함?

    ­있을 수도 있지 않음?ㅋㅋㅋㅋ

    [러시안블루 님, 별풍 1개 후원 감사합니다!] ­캠 켜긴 두렵고, 아는 여성 지인 불러서 사운드만으로 해명 조질 듯?ㅋㅋ

    ­그런가?

    ­캠 키려면 카메라가 있어야 되잖아. 근데 아까 카메라 없어서 주문해야 된다 하지 않음?

    ­맞음. 카메라가 없는데 캠을 어캐 켜노?

    ­근데 러시안 저 놈 말도 일리가 있는 게, 몇 달 전에 넷카마 짓 하던 놈도 이 패턴으로 해명 조지고 그랬었던 걸로 기억함.

    ­ㄹㅇ?

    “근데 저건 뭐야? 웬 컴퓨터지?”

    “앗… 아아… 그게!”

    “…야, 너.”

    “…네에?”

    “방송하냐?”

    “네에….”

    ­뭔 상황임?ㅋㅋ

    ­설마 부모님 돈으로 몰래 컴퓨터 샀다가 걸렸나?ㅋㅋㅋㅋㅋ

    ­그럼 하와와 미성년자임?ㅋㅋ

    ­난 모르겠다ㅋㅋㅋ

    예린이가 방송을 방치하고 있자, 오해는 점점 더 크게 커져갔다.

    “하와와~ 치킨 마싯는 거시에오오!”

    “안 뺏어먹을 테니 천천히 먹지? 그러다 체할라.”

    “하와왓? 이게 최대한 느리게 먹는 거시에오오….”

    ­뉴 메타ㅋㅋ 시청자 방치 플레이하는 방송ㅋㅋㅋ

    ­하와와야. 치킨 먹으면서 우리랑 소통 좀 해줘!

    ­치킨에 눈 돌아간 스트리머ㅋㅋ

    [러시안블루 님, 별풍 1개 후원 감사합니다!] ­치킨이 넘어 가냐, 이녀나??

    ­ㄹㅇ ㅋㅋ

    ­그러게. 시청자 유기중인데 치킨이 넘어가니?

    ­유기 씹ㅋㅋㅋㅋ

    ­방송 직무유기하는 스트리머ㅋㅋ

    ­그래도 사운드 들어보니 점심도 못 먹은 거 같던데, 치킨 먹고 나선 오겠지. 방송은 안 껐자나

    ­그건 그러네.

    “근데 방송 도중에 이렇게 치킨을 뜯고 있는 거고?”

    “그렇지….”

    “그럼 시청자들한텐 미리 양해를 구하기는 했어?”

    “으음… 그러고 보니 그렇네?”

    “이 바보 멍청아. 방송은 기본이 소통인데, 시청자들을 방치하면 뭐하자는 거야….”

    “그, 그런가?”

    ­옆에 있는 분이 뭘 좀 아네

    ­그냥 치킨에 눈 돌아가서 방송 잊은 듯ㅋㅋㅋ

    ­레전드네 ㅋㅋㅋㅋㅋ

    ­하꼬가 그럴 수도 있지 뭐….

    ­설마 잊은 척하고 방송 꺼버리는 건 아니지?

    ­난 모르겠다ㅋㅋㅋㅋ

    [러시안블루 님, 별풍 1개 후원 감사합니다!] ­캠을 키든가 해명을 똑바로 하든가 하세요^^ 이렇게 질질 끄는 거 보면 저 년, 아니 저 놈 넷카마임ㅎㅎㅎ

    ­고런가?

    ­치킨 좀 느리게 먹을 수도 있지 ㅋㅋㅋ

    ­캠만 키면 합리적 의심 싹 녹일 거 같은데….

    ­ㄹㅇ ㅋㅋ

    “어디보자. 채팅창이 개판이네. 한 번 볼래?”

    “넹.”

    예린이는 채팅방을 얼리고, 그간 올라온 채팅들을 꼼꼼히 살펴봤다.

    “하와왓… 난리났네….”

    “그래서 어쩔거야?”

    “캠 켜야죠….”

    “그럼 이 상태론 켤 수 없으니까, 대충 준비라도 하자.”

    “넹.”

    “우선 그 머리부터 어떻게 좀 하자. 머리 감겨줄게.”

    “네엥….”

    ­방송 중에 머리 감으러 가는 방송 실화냐?ㅋㅋㅋ

    ­그럴 수도 있지

    ­근데 캠 킨다는 말은 뭐지? 캠이 있다는 뜻이겠지?

    ­그러겠지

    ­캠 있었는데도 안 킨 거임? 별풍 빨려고?

    ­ㅋㅋㅋ 그럴 듯

    ­근데 이건 다른 여캠도 마찬가지 아님? 오히려 캠 안 켜고 후원 받는 여캠도 많은데?

    ­고건 ㅇㅈ

    ­그건 그래

    예린이가 캠을 켠다는 말과, 일부 시청자의 두둔에 채팅 분위기는 점차 차분해졌고.

    [러시안블루 님, 별풍 1개 후원 감사합니다!] ­내 인생 걸고 저 놈 넷카마임.

    ­너도 참 징하다

    ­니 인생 건다는데, 민증이라도 지금 깔 수는 있는 거냐?ㅋㅋㅋ

    ­점점 님 말의 신빙성이 떨어짐ㅋ

    초반의 선동에 비해, 후반의 허술해진 말빨로 시청자들의 민심을 잃어가던 러시안블루였다.

    그는 아직도 믿지 못하고 있었다. 러시안블루가 하와와를 믿지 못한 이유에는, 어떤 넷카마 방송에 화려하게 낚인 전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야! 뜨겁게 틀면 어떡해!”

    “그럼 어떻게 하는데?”

    “헤어드라이어 뜨겁게 키면 모손실 나. 차가운 바람으로 오래 말려야지.”

    “몰랐어요, 언니….”

    “나 원 참. 이런 기본적인 것도 까먹으면 어떻게 살려는 거야?”

    “그래도 언니가 있잖아요.”

    “아부는 잘해요, 아부는!”

    ­기억상실 컨셉 하와와ㅋㅋ

    ­방송도 기억상실로 끄는 거 아님?ㅋㅋㅋㅋ

    ­에이, 설마ㅋㅋㅋㅋ

    “넌 화장 오히려 적게 해도 되는 애니까, 일단 이것만 배워둬. 피부 관리하는 방법은 내가 까톡으로 찍어서 보내줄게.”

    “알았어요, 언니.”

    “동갑인데 언니 소리는 그만하자.”

    “하와와….”

    화장대 앞에 데려와서 그녀를 거울 앞에 앉힌 연지는, 이어서 자신의 실전 노하우가 압축된 화장 실력을 뽐냈다.

    30분 만에 끝난 화장. 하와와는 결과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하와와왓? 이게… 바로 나?”

    ­?

    ­??ㅋㅋㅋ

    ­외모가 궁금하긴 하네. 어떻게 생겼을지.

    ­ㄹㅇ ㅋㅋ

    “뭐, 아까처럼 안 꾸민 상태도 볼만은 하지만… 이렇게 해야 시청자들도 볼 맛이 나지 않겠어?”

    “고마버요 언니… 하와와….”

    “언니 소리 하지 말라 했지?”

    “넹….”

    “이제 옷도 좀 입자.”

    연지가 골라준 옷을 입어보고, 전신 거울 앞에 선 예린이.

    “호에에에에….”

    ­??? ㅋㅋㅋㅋ

    “어때? 마음에 들어?”

    “고맙습니다, 언….”

    “하지 말라했지?”

    “아, 아뇨. 추노 언년이 말하려고 했어요….”

    “그건 또 뭔 소리야….”

    ­뜬금 언년이 드립ㅋㅋ

    ­드립 상태 ㅁㅊ ㅋㅋㅋ

    ­근데 하와와 어떻게 입었는지 궁금하다ㅋㅋㅋ

    ­나도 ㅋㅋ

    ­ㄹㅇ ㅋㅋ

    연지는 한숨을 내쉬고, 손가락으로 캠을 가리켰다.

    “어서 캠이나 켜봐.”

    “잠시만여. 일단 세팅부터 하구….”

    예린이가 컴퓨터를 능숙히 다뤄내자, 연지는 의문이 생겼다.

    “근데, 너….”

    “응?”

    “컴퓨터 못 다루지 않았었나?”

    “하와와… 네가 오기 전에 우유튜브로 연습 좀 했던 거시에오….”

    “흐음… 그래?”

    ­이건 또 뭔 상황이야?ㅋㅋㅋ

    ­드라마 찍음?ㅋㅋ

    ­명탐정 연지ㅋㅋㅋ

    ­갑자기 분위기 탐정 스릴러물ㅋㅋㅋㅋ

    연지는 미심쩍긴 했지만, 일단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근데, 이거 키면 네 얼굴도 보일 텐데… 괜찮아?”

    “나야 뭐, 괜찮은데? 얼굴 팔려봐야 좋은 거 아냐?”

    “하긴 그 미모면 얼굴 안 팔리는 게 아까운 거시에오….”

    “아부는 그만 떨고, 캠이나 켜봐.”

    “알았어오….”

    러시안블루는 또 별풍 1개로 예린이를 혼내보려 했으나, 그녀의 모습을 보고 그만 사랑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이때부터 그의 뇌에서는 1초만에 하와와랑 결혼과 동시에 손녀까지 바라보는 그런 망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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