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와와~ 예리니 방송에 와주셔서 고마운 거시에오!-3화 (3/100)

〈 3화 〉 하와와 3화

* * *

3.

[치킨집박사장 님, 별풍 500개 후원 감사합니다!] ­20분 안에 10데스 시 별풍 천 개.

때마침 들어온 개꿀 미션.

“하와왓? 치킨집박사장니임~ 별풍 500개 후원 캄사합니다아! 미션 열씸히 해보게씀니다!”

시청자들 반응 보느라, 어차피 게임 화면이 눈에 잘 들어오진 않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돈이라도 챙겨야지!

이 때는 몰랐다. 10데스 미션이 나중에 어떤 스노우볼을 굴려올 지는….

“호에에에… 돈에 미쳐서 살자하는 거시에오오오!!”

­자본주의의 노예ㅋㅋ

­돈에 미친 스트리머

[던파할시간에롤함 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러시안블루 : 야이 악지 **아. 미쳤어?

­예리니겜잘해여 : 에궁… 째성해여ㅜ 제가 겜을 잘 못해서….

­러시안블루 : 예리니 이 ***야! ***아! 쓰레기 같은 **

­예리니겜잘해여 : 흑ㅜㅜ 말넘심….

­러시안블루 : ㅈㄹ ㄴ

“푸흐흐흐흐흣… 푸흐히흐히흐….”

원딜의 반응이 너무 웃겼다. 이 반응은 곡궁 6개로 백도어하는 쓸쉬에게 분노하는, 어떤 스트리머의 반응과 비슷해서 너무 웃겼다.

­트롤 하면서 웃는 거 실화?

­팀원 고통 즐기는 분인 듯

­근데 이렇게 욕 처먹고도 웃는 건 멘탈이 좋은 거 아니냐?ㅋㅋ

­내가 아는 여성 스트리머 중 멘탈 갑인 듯.

“않이… 여러분도 채팅 봐보세요… 너무 웃기잖아여어… 푸흐흐흣!”

저번 삶에서 노가다를 하면서, 한 평생 들을 욕이란 욕은 다 처먹고 산 사람이다. 이 정도 욕은 내게 간식거리일 뿐이지.

­러시안블루 : 그만 좀 뒤져라 이 *** **야! 나 승급전이야 이 ***아!

­DOTORI001 : 거, 채팅 좀 그만치고 겜에 집중합시다!

­러시안블루 : 넌 좀 **!

­러시안블루 : 그딴 말 할거면 *** 꾹 닫고 캐리나 해 이 **야!

게임 채팅이 급격하게 더러워지자, 여기서 나는….

­예리니겜잘해여 :오라버니들… 싸우지 마셔요ㅜ

대형 화재 현장에 기름 가득 실은 탱크로리를 들이박았다.

­러시안블루 : 이 ***아! 너 때문이잖아 이 **아!

그 사이에 나는 마일리지 쌓듯이 야무지게 데스 카운트를 올려갔다.

­DOTORI001 : 악지님, 겜 못한다고 뭐라하는 건 아닌데… 적당히 사립시다!

­예리니겜잘해여 : 째성합니다ㅜ 더 연습하고 경쟁전 올 걸 그랬나바여ㅜㅜ

­DOTORI001 : 아녀, 그럴 수 있죠ㅎㅎ 괜찮아요^^

­러시안블루 : 니미… 괜찮긴 머가 괜찮아? *이나 까셔.

­러시안블루 : 이런 개 *** **들이

­러시안블루 : 야이 개***아!

/mute 러시안블루

“하와와~ 너어무~ 욕을 잘하셔서 차단해버린 거시에오오오~!”

­ㅁㅊ ㅋㅋ

­근데 내가 저 상황 되면 나도 저랬을 거 같긴 함ㅜㅜ

­하와와 트롤 박제 각이냐ㅋㅋ

“하와와~ 저어는 사실 게임도 못하고… 게다가 미션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시에오!”

­ㅇㅈ ㅋㅋ

­하긴 브론즈인데 뭘 기대하겠노?

­고건 맞지ㅋㅋ

겜 시작 18분 21초 만에 드디어 0/10/0 을 달성하게 되고….

­미션 성공 ㅊㅋ

“하와와왓?! 치킨집박사장니임~ 별풍 천 개 캄사합니다아앙! 치킨집 대박 났으면 좋겠는 거시에오오~!”

후원과 함께, 한타가 열렸다. 내 캐릭터가 죽은 상태에서 시작된 4:5 한타 싸움.

당연히 우리 팀이 질 줄 알았는데… 이걸 적 팀이 졌네?

­[전체]룰루는비데 : 아니 넥서스의 실력자 너프 먹은 거 아녔음?

­[전체]DOTORI001 : 너프 먹은 거 맞아유

­[전체]룰루는비데 : 아니 그럼 왜 진 건데ㅋㅋ

상대가 아군 팀원 2명에게만 궁극기와 스킬들을 쏟아 부었던 게 컸다.

반면, 아군은 죽는 순간까지도 딜을 넣었고, DOTORI001의 양날도끼와 살아남은 수도승의 인색킥이 적진을 휘몰아친 결과였다.

­DOTORI001 : 어떤 분이 캐리하래서 했습니다. 정글님 3인궁 잘 봤습니다. 나이스!

­어디로가야하오 : 탑님 쿼드라킬도 잘 봤어요. 굳굳!

­겜 채팅 ㅈㄴ 훈훈해졌네ㅋㅋ

­근데 이걸 진 상대방도 상태가….

나는 러시안블루의 채팅이 궁금해서 음소거 기능을 풀어봤다.

­러시안블루 : 근데 예린아 너 방송하냐?

­러시안블루 : 혹시 몰라서 검색해보니까 네 닉네임하고 비슷한 애가 방송하던데?

“후와왓?”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ㅅㅂ ㅋㅋ 방송하는 거 들킴ㅋㅋㅋㅋ

“어… 그게 그러니까아….”

아, 이걸 어떻게 해야 되지? 그냥 방송 안 한다고 잡아뗄까?

­예리니겜잘해여 : 저 방송하는 사람 아니에여….

­러시안블루 : 아니긴 뭐가 아냐? 후와왓? 이라고 이상하게 말하는 거 너 아니냐?

­러시안블루 : 게다가 내가 친 채팅이 방송화면에 다 보이는데?

­DOTORI001 : 그러네. 쳐보니까 비슷한 닉넴이 방송하네.

“하와와와….”

생각해보니 내가 경솔했다. 방송 닉네임이 ‘예린이는뉴비에요’였는데, 이걸 고치지 않고 방송을 킨 내 잘못도 어느 정도 있었다.

설마 닉네임 겹친다고, 하꼬 방송을 검색하고 들어올 줄 누가 알았겠어… 아ㅋㅋ 미치겠네.

­하와와 당황한 듯ㅋㅋ 말이 없음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겜 중에 방송 들켰으니 당연하겠지

­근데 이거 어찌 보면 좋은 거 아님? 간접 홍보니까 시청자가 복사되지 않겠음?

방송 채팅창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나는 게임 채팅 대신에, 이렇게 물어봤다.

“어… 음… 정말 방송 보고 있으신 거시에오?”

진짜로 방송을 보고 있다면, 어떻게든 대답을 해주겠지.

[러시안블루 님, 별풍 10개 후원 감사합니다!] ­그래 이녀나.

“하와와~ 러시안블루님! 별풍 10개 후원 감사합니다앙!”

[러시안블루 님, 별풍 10개 후원 감사합니다!] ­음성 변조로 하는 거 알고 있음. 토 나오니까 여자인 척 그만해라.

“하와왓? 러시안블루님, 음성변조라뇨… 말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니에오?”

­??? ㅋㅋㅋㅋㅋ

­이게 어딜 봐서 음성변조임?

­기계음 하나도 안 섞여 있는데?

하지만 그의 폭주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러시안블루 님, 별풍 1개 후원 감사합니다!] ­내가 음성 변조로 넷카마짓 해서 아는데, 기계음 안 나오게 설정하는 프로그램이 따로 있음.

­?

­정말??

­내가 작곡, 작사에 몸담는 사람인데 그런 프로그램이 있다고?

­있긴 하지 않을까? 보컬로이드도 있는 판국에

­우욱! 오덕 ㄲㅈ

­네다씹

­것도 기계음 나는 유사 전자 계집 아니냐?ㅋㅋ

[러시안블루 님, 별풍 1개 후원 감사합니다!] ­어차피 상대 원딜 11/2/1이고 나는 0/2/5 니까 겜 할 맛 안 남. 게다가 이 판 이길 가망은 없어 보이고. 그러니 넷카마짓 하는 님 방송에서 깽판이나 치겠음.

­ㅁㅊ ㅋㅋ

­장문 극혐이네

­근데 넷카마가 뭔 뜻임?

러시안블루까지 게임을 놔버리자, 3:5 상태에서 팀원들이 계속 밀리고 있었지만, 정작 지금 상황에서 게임이 중요한 건 아니었다.

그가 몰고 온 폭풍에, 나는 해명을 해야 했다.

“하와와… 저는 넷카마가 아닌, 순혈 여성인 거시에오….”

[러시안블루 님, 별풍 1개 후원 감사합니다!] ­순혈 여성 ㅇㅈㄹ ㅋㅋ

­드립 ㅁㅊ ㅋㅋㅋㅋ

­순혈 여성ㅋㅋㅋㅋ

­근데 이거 정말 음성 변조야? 이 정도로 다채롭게 음성 변조가 가능하다고?

­난 모르겠다ㅋㅋ

­하와와 여자 아닐 수도 있겠네

지금 내 앞에 카메라는 있다. 하지만… 정리되지 않은 산발머리 상태로는 캠을 켤 수가 없다고오오오!

시청자의 채팅은 하나, 하나 읽기 힘들 정도로 폭주하고 있었고.

[DOTORI001 님, 별풍 5개 후원 감사합니다!] ­겜 좀 해주세요. 저 도토리임.

“하와와… 도토리님 죄송합니다아… 지금 상황이 이래서 게임에 집중하질 못하겠어요… 죄송합니다….”

­근데 이거 캠만 키면 해명 쉽게 가능할 텐데

­ㅇㅈ

­켜줘!

­순혈 여성인 걸 증명해주세요!

­누나 캠 갖고와!

“하와와와….”

어떡하지? 이런 과한 관심은 세상에서 처음 받아보는데… 정신 나갈 거 같애!!!ㅜㅜ

쾅쾅쾅!

“이 가시나야! 문 열어, 문!”

­뭔 소리야ㅋㅋ

­사채업자라도 왔나?ㅋㅋㅋ

그녀의 성난 목소리가, 컴퓨터 앞에 앉은 나에게까지 들려왔다. 이어폰을 빼고, 문 앞으로 후다닥 달려갔다.

“연지언니이이이이~ 이제 오셨어요?”

황급히 문을 열자, 내 가슴에 훅 들어오는 건 바로….

“…웬 치킨?”

“점심 안 먹었을 거 같아서 가져왔지, 이 년아! 근데 저건 뭐야? 웬 컴퓨터지?”

“앗… 아아… 그게!”

그러고 보니, 연지는 이 몸의 원래 주인이 컴퓨터랑 방송장비를 장만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한 인물 중 하나였다.

이거 이렇게 들켜도 되려나….

“…야, 너.”

“…네에?”

“방송하냐?”

“네에….”

몰컴하다가 엄마에게 들킨 애처럼, 연지에게 풀이 죽어버린 나.

그녀는 피식 웃으면서.

“설마 이 꼴로 캠까지 킨 건 아니지?”

“아, 안 켰어….”

“그럼 다행이다. 일단 치킨이나 뜯자.”

“응….”

방송 채팅창의 상황이 궁금하긴 했지만, 치느님을 차갑게 방치할 순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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