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와와~ 예리니 방송에 와주셔서 고마운 거시에오!-2화 (2/100)

〈 2화 〉 하와와 2화

* * *

2.

닷지 패널티가 드디어 끝나고, 경쟁전에 다시 진입했다.

­러시안블루 : 쓸쉬 밴 ㄱㄱ

이번엔 아군 원거리 딜러가 게임 채팅창에서 한 캐릭을 지목해줬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하와와~ 깡통로봇 밴할 거시에오!”

그리고 잠시 후.

아군과 상대 밴픽을 확인하는데… 깡통로봇 밴픽이 겹쳤다….

“하와왓?”

­밴픽 중복 ㅋㅋㅋㅋ

­그러게 팀원 말 듣지 그랬어요?

하… 쓸쉬 밴 시킬 걸.

“제가 쓸쉬하려고 그런 거시에오… 이해해주떼오, 여러부운….”

­마지막 픽인데 쓸쉬 픽 가능?

­하와와님 대처가 자연스러운 거시에오.

크흠.

시청자의 말대로, 내가 마지막 픽이었기에 쓸쉬를 뺏기기엔 충분했다. 아니나 다를까. 상대 서폿이 쓸쉬를 가져가버렸다.

“하와와왓?”

­ㅋㅋ 쓸쉬 뺏김

이렇게 된 거, 약을 거하게 빨겠다. 나는 ‘악의 지배자’를 선택했다.

­악지 뭐임?

­악지 서폿이라니, 실화야?

­차라리 ‘곰 인형’ 서폿이 낫지 않음?

게임 채팅창의 아군 원딜러도 한 마디 거들었다.

­러시안블루 : 악지 뭔데 tlqkf

“하와왓? 절대 약을 빠는 건 아닌 거시에오 여러분! 이래 뵈도 제가 악지 숙련도 7렙….”

숙련도를 보려고 했는데… 어라? 챔프 숙련도가 보이질 않았다.

“하와왓? 챔프 숙련도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여러분?”

­뭔 소리임? 7렙?

­숙련도라니; 무슨 말씀이시죠?

방송 채팅창을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 땐 숙련도 시스템이 없었구나.

“아… 하하핫! 헛소리한 거시에오. 이해해주세요!”

­ㅋㅋㅋㅋ

­뭔 소린가 했네.

­이 누나 웃기는 누나네.

스펠은 점화와 점멸을 선택하고, 게임을 시작했다.

­러시안블루 : 잘하자.

­예리니겜잘해여 : 넹

‘무모한 탐험가’를 선택한 네가 할 소리는 아닌 거 같은데?

무모한 탐험가… 줄여서 ‘무탐’이라 칭하겠다. 이 캐릭터는 순간 폭딜이 불가능하고, 원거리에서 견제용 짤짤이를 넣으면서 cs는 잘 챙겨야 되는 까다로운 챔프였다. 하지만 E스킬이 비전 이동이라는 사기적인 점멸 스킬이었기에, 생존력만큼은 좋은 캐릭이었다.

그런데 상대 챔프가 순간 폭딜이 가능한 챔프거나, 초반부터 데미지가 잘 나오는 챔프가 나오면, 상대적으로 라인전은 당연히 밀릴 수밖에 없었는데.

“하와왓!”

평타, Q.

앞으로 나와서 미니언 치고 있는 쓸쉬의 피를, 순식간에 4분의 1 깎았다.

“후후! 잘 보셨나요, 여러분?”

내가 봐도, 내 포킹 실력은 팬티에 오줌지릴 정도로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러시안블루 : cs 터치 ㄴㄴ

­예리니겜잘해여 : 이거 견제한 거에오ㅜㅜ

아군 원딜러의 채팅 상태가 좀 그랬다. 아무래도 승급전이라 많이 예민한가보다.

­ㅋㅋㅋㅋ cs 친다고 뭐라 하네.

­난 원딜러라 공감되긴 함ㅋㅋ

“이거 쓸쉬 견제하려면 어쩔 수 없는 거시에오… 아얏!”

또 다시 쓸쉬를 견제하던 중에, 상대 원딜인 ‘도시의 보안관’이 날린 평타와 Q, 그리고 이어진 헤드샷에 피가 깎였고.

반격으로 날아오는 쓸쉬의 그랩에, 데스 각이 보였던 나는 점멸을 뺄 수밖에 없었다.

“흐아앙… 점멸 빠져써!”

­ㅋㅋ 님 머함?

­하브딱 하브딱

“하브딱이 뭐에영?”

­하와와는 브론즈가 딱이야.

“저 브론즈 아니에요! 저 플래란 말이에욧!”

­아까 겜 시작 전에 티어 보니 브론즈더만, 무슨….

­ㅋㅋㅋ 이 누나 아까 숙련도 때도 그러더니, 허언증 말기인 듯ㅋㅋ

게임에 집중하다보니, 현재의 내가 브론즈란 걸 인지하지 못했다.

“하와왓… 저어는 허언증 말기인 거시에오오….”

일단은 이렇게라도 급하게 수습하고, 게임에 다시 몰입했다.

어느 새 3렙 싸움.

상대 쓸쉬와 도시의 보안관은 Q, W, E를 다 찍었을 거고, 스펠도 살아있다.

반면에 나는 점멸이 아직 쿨타임이었고, 물약은 1개 남아있었다.

무탐과 도시의 보안관은 물약이 1개씩 남아있고. 쓸쉬는 내가 빡세게 견제한 덕에, 남은 물약을 방금 사용했다.

“흐응… 내가 포킹한 것의 반이라도 원딜러가 딜을 넣었으면, 지금 상황에선 쓸쉬 킬 각인데….”

­님이 매라는 아니잖슴.

“아니이이이… 프로가 아니더라도 그 정도 각은 보여요 님들아아아….”

채팅창에 잠시 한 눈을 판 사이에 쓸쉬가 대놓고 앞으로 들어왔다.

나는 범위 기절을 넣는 E를 깔아, 쓸쉬를 가두고, 뒤로 빼려고 했다.

하지만 E의 단점은 마치 태풍의 핵처럼, 상대방이 가운데 자리만 고수하면 효과를 전혀 못 보는 cc기였다. 쓸쉬도 그걸 아는지, 더 이상 접근은 하지 않고 바로 그랩을 날렸다.

사슬 휘두르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무빙으로 피하려 했다. 그런데.

재수 없게도 내가 이동한 위치로 그랩이 들어왔다.

“하와왓?”

그랩에 걸린 내 캐릭터가 버둥거리면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상대 원딜러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평타 후에 덫을 깔았다. 그리고 쓸쉬가 추가로 Q를 눌러 나를 잡아 댕겼다.

이미 필드에는 내가 깔아놓은 E가 사라진 상황. 추가로 이어진 쓸쉬의 E스킬에 내가 덫이 있는 자리로 밀려났고, 그 다음은 덫에 걸려서 꼼짝도 못하게 되었다.

“에잇!”

이왕 데스 각 잡힌 거, 딜이라도 넣자는 심정으로 평타­W­Q­평타­점화를 날렸다.

한편, 아군 원딜러는 내가 그랩에 낚였을 때, 쓸쉬에게 Q를 날렸으나 미니언에 막혔다. 게다가 앞비전으로 날아와서 회복을 써주기는 했으나, 뒤늦게 쓴 탓에 내가 죽고 나서 회복을 쓰는 신화를 보았다.

“악, 내 누우우운!!”

­ㅋㅋㅋㅋ 대환장이네

이 장면 안 본 눈 삽니다….

나는 쓸쉬의 점화에 죽어버렸고, 순식간에 1:2 상황이 만들어졌다. 아군 원딜러는 피가 절반 이하가 되자, 점멸을 빼면서 황급히 도망쳤다.

“하… 나는 겜 오래간만이라 못하는 건 당연한데… 울팀 원딜 상태 실화야? 죽고 나서 회복을 쓴다고? 그리고 앞 비전은 또 뭔데?”

­남탓 ㄴㄴ

­자칭 플래의 한 마디였습니다ㅋ

­누나, 여기 브론즈잖아요. 당연한 거임ㅋㅋ

“에효효… 진짜아… 이럴 땐 다들 절 우쭈쭈 해주셔야 되는 거 아니에오? 매우 실망이에오!”

­자란다자란다잘한다! 우리 하와와 잘한다!

­근데 님 닉네임에 예리니라고 써져있는데, 이거 본명임?

흠… 뭐라고 해야 되지? 본명이라고 솔직하게 말해야 되나? 아냐. 일단은….

“가, 가명이에오….”

시청자의 채팅에 답하는 사이, 아군 원딜러가 채팅을 쳤다.

­러시안블루 : 하… 우리 예리니. 상대 원딜한테 킬이나 주고 자빠졌네.

이걸 확 그냥… 욕을 한 트럭 박아줘야 되나? 아니지, 아냐. 내 컨셉의 완성을 위해서는 아직 욕을 해서는 안 돼.

­예리니겜잘해여 :흐잉… 죄송해요오….

­러시안블루 : 귀여운 척 no. 여자인 척 no. 패작 no.

슬퍼하지 마~ No, No, No…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원딜 빡침ㅋㅋ

“흐이잉… 아직 1킬밖에 안 내줬는데….”

시청자 수를 살펴보며, 애교 섞인 투정을 부려봤다.

어디보자. 그새 30명으로 늘어나있네? 철판 깔고 한 컨셉 작전이 통하는 건가?

시청자 수가 절반 이상 늘어나서, 로또 당첨이라도 된 것처럼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죽었던 내 캐릭터는 부활했고, 게임 화면으로 시선을 옮기던 그 때에, 갑자기 들려오는 후원 사운드가 내 고막을 울려왔다.

[렌트카김사장 님, 별풍 2천 개 후원 감사합니다!] ­목소리가 꿀이 흐르는데, 얼굴도 궁금해지네요. 이걸로 캠 사는데 보태세요.

에엑? 별풍을 무려 2천 개나?

“하와왓? 렌트카김싸장님~! 별풍 2천 개에에에~ 후워어언~ 감솨합니드아아아! 쪽쪽쪽! 싸랑합니다~ 김솨장니임!”

이 리액션을 한 직후에 현자타임이 오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라도 해야 시청자들이 ‘여기 리액션 맛집이네!’ 라고 생각하면서 후원을 더 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생각은 바로 적중했다.

[예린짱짱 님, 별풍 1천 개 후원 감사합니다!] ­누나, 저도 보탤께요!

“하와와와… 예린짱짱님~! 별풍 1천 개 아리가또오오! 정말 감사합니다아앙! 후원해주셔서 고마운 거시에오!”

­이제 우리 예리니 캠 키는 건가?

­누가 일본이 모국 아니랄까봐ㅋ

­근데, 리액션 하나는 다른 방보단 좋은데?

­영혼 갈려나가는 리액션ㅋㅋ 나중에 자괴감 들 듯.

­클립 따놔야지ㅋㅋㅋ

시청자들의 채팅이 순식간에 올라갔다. 어느 덧 시청자 수는 51명.

게다가 내가 목표로 잡았었던 별풍 3천 개가 금방 채워졌다. 사실 별 기대도 안 해서 그렇게 말한 것이었는데… 목표를 이렇게 쉽게 달성한다고? 원래의 나였다면 절대 이 정도 후원은 못 받았을 거다.

[렌트카김사장 님, 별풍 1천 개 후원 감사합니다!] ­카메라 언제 킴?

“꺄앗! 렌트카김싸장니이임~! 별풍 1천 개 또 감사합니다아아앙! 보잘 것 없는 스트리머에게 이렇게 후원해주시다니… 당신은 저의 수호천사인 거시에오!”

리액션에 집중한 나머지, 내 캐릭터는 또 죽었다.

­하또죽ㅋ

­리액션 하느라 겜 던지네ㅋㅋ

­ㅁㅊ ㅋㅋ

“카메라는 제가 인터넷 주문으로 넣으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릴 거 같아요오….”

이제 게임 따위, 어떻게 되든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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