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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하와와 1화 (내용 일부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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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등학생 때, 선생이 이런 질문을 했었다.
“네가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지?”
“마이더스요.”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인물, 맞지? 모든 걸 황금으로 만든다는.”
“네, 맞아요.”
“근데, 왜 그런 인물을 존경하니?”
“그야, 지금 시대에서 그런 능력이 있으면 부자가 되기 쉽잖아요.”
나는 이미 초등학생 때부터, 돈이 최고란 걸 알고 있었다. 그건 나이를 먹어도 변함은 없었다.
자본주의.
정보격차와 독점, 그리고 자신의 자리를 이용하여 그들만의 바벨탑을 건설하는 시대.
이 시대에서 가식 없이, 정말로 행복한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다. 간접적으로 본 기억도 없었다.
적폐 청산을 한다고 염병 떨더니, 하락장 없는 부동산 시장을 던져놓질 않나.
좀비보다 무서운 유사 전염병이 창궐해, 현실판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만들지 않나.
땅 덩어리 크고, 인구 많다고, 본색을 드러내고 갑질을 시작하는 옆 나라가 있질 않나.
힘들게 사는 사람에게 하루에 수십 번씩 현자 타임이 오게 하는 현대시대에서,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간다. 죽지 못해 살아간다.
“오늘따라 술이 잘 들어가네, 꺼억!”
나는 그저, 이 과도기적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국민 중 하나.
조용히 살다가 사라져도, 그 누구도 기억 못할 이름 없는 들꽃이다.
[아… 오늘은 안 터질 거에요ㅜㅜ 안 터질 거란 말이에욧!]
마포대교 가운데서, 술을 마시며 내가 알고 있는 스트리머의 방송을 보고 있다.
“이런 애들이 참 부러운데 말야.”
얼굴 이뻐. 몸매 좋아. 목소리 달달해. 게다가 컨텐츠도 잘 뽑아.
이런 여자들은 그야말로, 자본주의 시대에서의 ‘걸어 다니는 전략 병기’라 봐도 과언은 아니다.
왜냐?
이런 애들이 돈을 복사하거든.
마치 Ctrl+C, Ctrl+V 하듯이.
[으아앙… 이거 다 쓸 거 가태ㅜㅜ]
그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쏟아지는 채팅과 후원들.
그에 비해 나는….
전세 집하나 얻으려고 발악을 했다. 하지만 노력에 비해, 내게 돌아오는 결과는 한강 물보다도 차가웠다.
내가 한 달 노가다로 버는 게 삼 백이다. 하지만 그 한 달 후엔, 내가 사려는 집의 시세가 무려 1천이나 뛰어오른다.
이러면, 대체 집은 언제 살 수 있냐고, 아 ㅋㅋ
게다가 중국에서 퍼진 ‘고로시’ 바이러스로 맘 놓고 바깥을 돌아다닐 수도 없다.
하루하루, 힘들게 일하고 돌아와도 긴장 풀고 방바닥에 누울 수도 없었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어디에 붙어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위생에 철저해야 했다.
최근에는 부동산 정책보다 더 심한 게 터졌다. LB 주택공사 직원들이 땅 투기를 하면서 돈 복사했다는 게 이제야 드러나 뉴스에서 연일 보도가 됐었다.
에라이ㅋㅋ
진짜 기득권이 일반 서민보다 훨씬 더 하구나. 이런 생각뿐이다.
어딜 가든, 암울한 상황만이 보인다. 행복이나 재미를 찾으려면 현실 도피를 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우리나라는 비정상 그 자체지만, 그 누구도 비정상이라고 지적하질 못했다.
시발… 이딴 세상에서 오래 살아봐야 의미가 더 있나….
난간에 글귀가 써져있다.
잘 지내지?
“아니. 못 지내겠다, 못 지내겠어! 남들은 돈 복사하고 있는데, 나만 여기서 성실하게 돈 벌고 싶지는 않아! 이딴 개 같은 세상, 귤이나 까라 그래!”
그대로 한강 물 속으로 딥다이브!
…로 이 세계 코스를 밟는 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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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떠졌다.
“내가 살아있어?”
그런데 목소리가 변했다.
어깨에서 느껴지는 머리카락. 내 눈 앞에 자리 잡은 두 개의 언덕. 일어나서 그 언덕을 만져보니, 달콤한 푸딩보다도 더 군침이 흐를 정도로 말랑거리고 부드러웠다.
몸을 둘러봤다.
가늘고 연약해 보이는 팔과 다리. 그 사이로는, 훌륭하게 서 있어야 할 튼실이(?)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고, 분홍색 삼각팬티 한 장만을 걸치고 있었다.
“뭐야, 이거….”
주변을 바라봤다.
단칸 방. 아무래도 원룸인가보다.
거울을 찾아, 내 모습을 관찰했다.
“이, 이건… 꿈은 아니지?”
나는 지금, 내가 즐겨봤던 미모의 여캠이 되어있었다. 비록 머리는 산발해있었고, 피로한 얼굴이기는 했지만, 살짝만 다듬어도 예뻐지는 그런 미모였다.
휴대폰을 찾아, 화면을 바라봤다.
2013년 3월 13일.
이 여캠이 처음 방송을 시작한 날이었다.
“어디보자….”
이 몸의 기억을 더듬어봤다.
주식… 없고. 비트코인… 이 지금 있으려나? 잘 모르겠네. 부동산은… 없고. 통장….
책상 앞으로 다가섰다. 서랍을 열고, 통장을 꺼내봤다.
“방송에서도 본명은 안 까던데, 얘 이름이 ‘최예린’이었구나.”
이 여캠은 방송 중에 본명을 깐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제야 이름을 알게 되었다.
“잔고가… 이십 만원?”
처참한 잔고와 함께, 아래에 찍힌 금액들은, 컴퓨터랑 방송장비를 사는데 투입된 금액인 것 같았다.
통장내역을 확인한, 내가 내린 결론.
이 녀석도 ‘하꼬’ 시절이 존재했구나.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먹고 살았어야 했기에, 몇 년 동안은 방송을 꾸준히 못했고, 시청자 수도 10명에서 20명인 그런 방송이었다고 밝혔던 걸 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믿지 못할 얘기였다. 왜냐면 여캠은 남캠과는 다르게 조금만 잘해도 시청자 수가 세포분열마냥 복사가 되었으니까.
하지만 이 통장 내역을 보고 나니까, 그 때 했던 말이 사실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하… 어떻게 하지?”
당장에 먹고 살 것이 궁하다. 인터넷 방송으로 돈을 벌어봐?
그런데, 이 몸의 원래 주인도 몇 년 동안 시청자 수가 그대로였던 적이 있다. 나라고 그런 나락길을 걷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게다가, 이 몸이 된지 첫 날이었다. 아직 여자로서의 생활이 완전히 적응되지도 않았다.
고구마 3천 개는 먹은 그런 느낌. 너무 갑갑하고 숨이 턱! 막히는 상황이다.
휴대폰을 뒤적거렸다. 익숙하다는 느낌의 이름들이 저장되어 있었다. 그 중 한 명에게 연락을 걸어보는데.
[여보세요?]
털털하고 쿨한, 여장부 이미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난데. 혹시… 바빠?”
[바쁘진 않은데, 왜?]
“내가 갑자기 기억 상실증에 걸렸는데….”
[기억 상실인데, 나한텐 어떻게 찾아서 전화를 거는 거냐?]
“그건….”
정곡을 찔렸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순 없다. 얼굴에 철판을 깔자.
“아, 몰라! 어쨌든, 머리 묶는 거라든지, 화장하는 거라든지 다 가르쳐 줘!”
[미친X. 하… 평소에도 얼빵하고 정신 놨다고는 생각했는데… 진짜 돌아버린 거야? 미치기라도 한 거냐고?]
“나도 잘 모르겠어… 내가 왜 이러는지… 좀 도와주면 안 될까? 으웅? 응?”
[하… 미친 X이 진짜…. 알았어. 내가 그 쪽으로 바로 간다. 딱 기다려라!]
“오는데 몇 분 걸려?”
[한 시간. 운전해야 되니까 이만 끊는다!]
툭.
전화가 꺼졌다.
“음. 한 시간 동안 뭐하지? 게임이라도 할까?”
자신의 컴퓨터처럼 익숙하게, 전원 버튼을 눌렀다. 화면에서 ‘리그 오브 레전설’라는 게임 아이콘을 딸깍 눌렀다.
“이왕이면 방송은 켜고 해야징~”
별로 기대는 안 한다. 그래서 키는 거다. 방송 제목은 대충 적어놓자.
[하와와~ 여고생쟝 롤해욧!]
“이 정도면 됐고. 마이크랑 화질 세팅은….”
방송 세팅과 함께, 게임에 로그인 했다. 티어를 살펴보던 나는 깜짝 놀랐다.
“아니, 브론즈라고?”
노가다 꾼인 나도 플래인데, 브론즈라고오오?
참을 수 없지! 바로 경쟁전 드가자아아!!
방송 시작과 함께, 경쟁전에 진입했다.
기세 좋게 들어가기는 했다만, 밴픽 창에서부터 머릿속에선 미아핑이 다섯 번 연속 찍혀있었다.
왜냐면 2013년의 롤은, 2017년부터 롤을 했던 내게는 많이 낯선 느낌이었으니까.
“하와와… 어떤 걸 밴픽해야 되는 거시에오?”
시청자 수는 단 2명 뿐이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이크에다 혼잣말을 흘려보냈다. 그러자 5초 늦게 채팅이 올라왔다.
하와와는 뭔 뜻인가요?
“아….”
하와와 드립은 2017년에서 2019년 사이에 떠돌던 드립이다.
당시 어떤 애니 캐릭터가 ‘하와와~’ 거리면서 말을 하는 게 귀여워서 은근히 유행이 되어 퍼졌었다.
하와와는 일본어로, 우리나라 말로 치자면 ‘어버버….’정도로 해석된다. 당황하거나 어색할 때, 말주변이 없을 때 주로 사용되는 말투다.
이게 어느 순간부터, 인터넷 상에서 여자인 척하는 남자들이 쓰는 말투로 변질되고 말았다. 그 이후엔, 우리나라에선 실제론 존재하기 힘든 ‘군필여중생’이란 개념처럼 뜻이 굳혀진 사례였다.
그런데 지금은 2013년이니, 시청자가 모르는 건 당연했다.
“원래 당황했을 때 나오는 일본어 말투인 거시에요. 하지만 저는 컨셉으로 그냥 쓰는 거시에오!”
아, 그렇군요. 혹시 일본이 모국이신 건가요?
“하와왓? 리필패님… 저는 국산! 토종! 순혈 한국인인 거시에오….”
밴픽을 뭘로 할까 고민하다가, 시청자와 소통하느라 밴픽을 선택하질 못했다.
“아앗, 닷지라니… 크흥… 하와와….”
그냥 아무거나 밴픽할 걸, 선택장애와서 선택을 과감히 못했던 게 화근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선택에 약한 타입이었다. 짜장과 짬뽕. 피자와 치킨. 항상 둘 중 하나만을 가질 수 있었던 시절.
둘 다를 택할 수 없었던, 가난했던 시절이 지금의 선택장애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닷지로 10분이나 기다려야 되니, 시청자들의 채팅이나 읽어봐야겠다.
겜 같이 가능?
“하와와… 오늘은 혼자서 경쟁전만 돌릴 거시에오. 죄성해요!”
목소리가 참 귀엽고 달달하시네요. 그래서인지 귀여운 척을 해도 어울리시네요.
“가, 감사합니당! 헤헷!”
캠은 안 켜시나요?
“캠은….”
카메라가 있기는 했지만, 오늘 캠 방송을 할 생각은 없었기에 세팅도, 켜지도 않았다.
“캠은 별풍 3천 개 이상 후원 받으면, 카메라 주문 넣어서 킬 수 있도록 할게요.”
설마, 오늘 이 정도로 후원 쏘는 사람이 있겠어? 이제 시청자 10명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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