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과산 스트리머-94화 (94/106)

〈 94화 〉 과거의 악연

* * *

사악한 기운을 뿜어내는 지옥의 피조물.

과거 성직자였던 그에게 인간적인 모습이라곤 얼굴과 신체 일부분뿐이다.

몸에 달린 뿔과 꼬리 그리고 날개, 검고 추악한 기운은 도저히 인간으로 취급할 수 없을 정도다.

“이번에도 벌레처럼 짓밟아 주마!”

힘을 다 끌어올린 것인지 김승연은 악마가 된 자신의 신체를 과신하는 듯

손진우에게 무작정 달려들었다.

그 속도는 자신감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무척이나 빠르고 매섭다.

“영혼까지 팔아먹은 놈이 그 무식한 성격은 고치질 못했네!”

손진우는 자신에게 달려오는 악마를 향해서 레플리카 여의를 크게 휘둘렀다.

콰직!

악마의 손아귀와 충돌한 손진우의 레플리카 여의금고봉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더니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이내 두 동강이 나버렸다.

“크하하하!!!”

악마는 기세를 멈추지 않고 괴물 같은 손아귀로 손진우를 꿰뚫을 준비를 마쳤다.

슈우욱!

한 방이라도 맞았다간 무조건 역 소환되겠네.

손진우는 놈의 손아귀를 보면서 절대로 맞아선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

타앗!

재빠르게 공중으로 뛰어오른 손진우가 자신의 뒤로 계속해서 여의를 소환한다.

무장을 한 개 부숴 먹은 것으로 날로 먹겠다는 악마를 응징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고선 손에 오행의 기운 중 금?의 기운을 담는 손진우.

손진우의 손에는 하얀빛 기운이 넘실거린다.

금의 장악력이 곧이어 손진우의 뒤에 소환된 여의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우우웅!

여의 무리가 오행의 기운에 응답해 공명한다.

모든 여의가 자신의 통제 아래에 놓였을 때 손진우는 합장을 마쳤다.

짝!

악마를 향해서 쏟아져 내리는 금속의 은색 비.

쾅! 쾅! 쾅!

은색의 비가 지상에 내리 꽂힌다.

김승연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여의를 이리저리 잽싸게 회피한다.

손진우는 소환한 여의 모두가 지상에 꽂혀있을 때도 놈에게 유효타를 먹일 수 없었다.

“하하하! 네 놈의 주인처럼 잔재주만 부리는구나!”

“그래, 입 닥치고 거기 서서 그 잔재주나 지켜봐.”

분신의 손에 담긴 흰색 빛이 푸른 청색으로 뒤바뀔 때.

김승연은 악마가 된 이후 발달 된 감각이 경고를 보내오는 걸 느꼈다.

이곳에 가만히 서 있다간 크게 당한다!

김승연은 자신의 날개를 펴서 허공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주위의 대지에 박힌 여의금고봉들 역시도 푸르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아아아!!! 이 쥐새끼가!”

“입 닥치고 보라니깐 왜 자리를 뜨냐!”

오행의 기운인 물의 응집력을 사용해서 악마를 잡아두고 있는 손진우.

그렇지만 그 역시 놈과 벌이는 힘겨루기로 인해서 잔뜩 무리하는 중이다.

본체인 손우진은 자신이 보유한 무지막지한 신성을 이용해서 적을 찍어누르는 스타일이라면 분신인 손진우는 한정된 신성을 갖고 싸워야 하는 상황.

지금 김승연을 잡아두고 있는 데만 해도 손진우의 신성은 계속해서 빠져나가고 있다.

“아아아악!!!”

“……”

입을 꽉 앙다문 손진우의 입가에서 핏줄기가 주르륵 흘러나온다.

계속되는 힘겨루기를 이어나가는 둘.

그 순간 물의 응집력를 흡수하고 있던 여의에서 변화가 생겨났다.

차가운 쇠에 물이 충분히 맺혔을 때.

금생수???.

수생목???.

땅에 뿌리 박은 여의들은 물을 머금고 한줄기 나무로 자라난다.

나무에서 뻗어져 나온 줄기들은 주인을 대신해 악마를 옭아매 온다.

어느덧 몰려온 검은 먹구름으로 인해서 주위는 모두 캄캄해졌다.

쿠르릉!

뇌전雪?의 기운을 머금은 구름은 당장이라도 지상으로 벼락을 내리칠 준비를 마친 것 같다.

손진우가 인위적으로 과도하게 피워낸 목?의 기운 때문에 자연이 요동치는 것이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잔재주의 피날레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이 개자식아!”

“이 반푼이 분신 놈이!!!”

나무줄기들도 피날레를 위해 옭아맨 악마를 허공으로 올려보낸다.

손진우도 그에 맞춰서 술법을 끝마쳤다.

팔괘와 오행이 정오행?五行 하였을 때, 자연이 노하리라.

그는 다시 한번 자신의 손뼉을 마주쳤다.

콰앙!

검은 세상에 한줄기 섬광이 내리친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맛이 어때? 한 번 더!”

분신은 그에 만족하지 않았고 계속해서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짜악!

손뼉 소리는 곧이어서 커다란 천둥 번개로 변환되었다.

손진우는 자신의 신성이 바닥을 보일 때까지 이를 멈추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여의로 만든 나무숲은 계속해서 내리친 번개로 인해 불바다가 펼쳐졌고

힘을 모두 쓴 손진우는 후들거리는 신체를 여의로 지탱하면서 술법을 종료하였다.

어떤 것이 검댕이고 숯이고 악마고 구분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엉망진창이 된 주위.

“허억허억… 그 자식은 이런 개지랄을 안 떨어도 한방에 내리쳤을 텐데.”

손진우는 이럴 때일수록 본체 놈의 괴물 같은 신성 보유량이 부러워졌다.

부스럭.

그 순간 들려서는 안 될 소리가 손진우의 귓가에 들려왔다.

소리의 근원지로 눈을 돌리니 재로 뒤덮인 까무잡잡한 것이 불쑥 일어나 있었다.

“하… 곱게 뒤질 것이지 끈질기네.”

콰직.

쏜살같이 달려 온 그것은 분신 곁으로 다가와 그의 오른팔을 앗아갔다.

놈이 오른팔을 강제로 잡아 뜯기다시피 떼어갔기에 바닥을 뒹구는 분신.

“끄아아악!!!”

“크흐흐… 반푼이 놈 주제에 꽤 아팠다고!”

악마놈의 한쪽 뿔은 어디다 팔아먹은 것인지 반 토막이 나버렸고

피막의 날개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자신의 자랑스러운 몸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분신에게 분노한 악마는

그 대가로 우선 그의 한쪽 팔을 받아 갔다.

개자식이 곱게 후기를 작성하던가 해야지…

뜯긴 팔을 부여잡고 이번만큼은 자아가 생긴 것에 대해 후회하는 분신이었다.

저번 전투에서 놈과의 충돌로 팔이 날아갔을 땐 고통을 느낄 수 없었는데

본인만의 확실한 자아가 생긴 뒤 감정이 생기고부턴 가차 없이 생 고통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고통을 느낀다고 해서 전투에서 물러설 이유는 되지 않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 한 가지.

동생을 지켜야 한다.

분신은 자신의 임무를 상기하면서 멀쩡한 팔로 여의를 짚고 일어서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신성이 바닥났어도, 팔이 하나 없더라도 그는 다시 일어났다.

그러나 악마 놈은 그가 쓰러진 사이에 대비를 모두 마친 뒤였다.

“…넌 구제불능 쓰레기 새끼야.”

“그거 정말 최고의 찬사로군, 크하하하하!!!”

의식이 없는 안소정의 목에 자신의 날카로운 손아귀를 겨누고 있는 악마.

동생의 안위가 가장 먼저이기에 분신은 유일한 대응 수단인 여의를 손에서 놓을 수밖에 없었다.

꽈악!

사악한 지옥의 피조물이 분신에게 다가가 자신의 꼬리를 목을 졸라맨다.

“커억…”

“하아… 반푼이라 아쉽지만 다음은 반드시 손우진 놈 차례야.”

그를 곱게 죽일 수 없다는 듯이 강도를 조절하는 악마.

분신은 의식을 잃지 않기 위해 정신을 계속 차리려고 노력하였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야 안소정이 놈에게 끌려가는 시간이 지체된다.

그것을 눈치챈 악마가 그를 마구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퍼억!

퍼억!

퍼억!

잔혹한 폭력이 울려 퍼질 때도 다행이라 해야 할지 안소정은 눈을 뜨지 못한다.

분신은 묵묵하게 악마 놈의 자비 없는 폭력을 받아냈다.

“크하하하! 이년이 뭐라고 그렇게 애를 쓰지? 정말 안쓰럽구나!”

쿨럭!

피를 한 움큼 토해내는 분신은 얼마 남지 않은 기력을 알차게 이용하기로 결심했다.

악마를 향해서 자신의 멀쩡한 손을 뻗는 분신.

그의 손은 중지를 곧게 피워내고 있다.

“…크크. 넌 좆 됐어, 이 새끼야.”

“끝까지 입만 산 놈이! 그만 꺼져라!”

이번에야말로 놈의 숨통을 끊어버리기 위해 악마는 사악한 마기를 손아귀에 집중시켰다.

날카로운 악마의 손아귀가 분신의 심장을 꿰뚫으려고 하는 그때.

작은 간격을 남기고 악마의 손아귀는 움직임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야! 오랜만에 본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뒤로 돌아가기 시작하는 악마 놈의 모가지.

놈의 두 눈엔 분신과 똑같은 외모를 지닌 이가 자리하고 있었다.

.

.

.

“너 김승연 아니냐? 맞지? 내가 사람, 아니지. 악마 얼굴은 기억 잘한다고 해야 하나?”

악신의 성역에 도착한 뒤로 진우 놈에게서 전음도 오지 않아서 한참을 해맸다.

지상의 흔적이 배를 타고 이동한 것으로 추정되는 항구에서 끊겨서 말이다.

아마 진우도 그걸 예상하고 오행을 사용해서 번개를 불러온 게 아닌가 싶다.

진우 자식이 화려하게 싸워 준 덕분에 손쉽게 뒤를 추적할 수 있었다.

빠르게 뒤를 쫓아온 결과 소정이와 진우가 있는 곳을 찾아낼 수 있었는데

이곳은 이미 망해버린 이북 지역이다.

이러니 국내에서 활동하는 놈들만 쥐 잡듯이 박멸해봤자 계속해서 흘러들어 왔지.

밀레니엄 쇼크 당시 여파를 크게 맞은 북측 쪽은 날뛰는 크립티드를 제압할

영웅이 탄생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대로 멸망의 길을 걷게 되었다.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백두 혈통에 대한 믿음이 결국엔 독이 되어서 돌아온 것이다.

“이야! 애를 아주 박살을 내놨네, 살살 좀 하지.”

김승연으로 추정되는 악마 놈은 내가 부리는 응집력으로 인해 꼼짝하지 못하고 있다.

멀쩡한 상태라면 어느 정도 저항이라도 해봤을 텐데

진우 놈의 벼락에 바싹 구워진 것 같은 외견만 봐도 놈도 타격 좀 입었나 보다.

나는 악마 놈에게 다가간 뒤 손에 신성을 담아냈다.

사악.

내 손과 닫자마자 진우를 옭매고 있던 악마의 꼬리가 싹둑 잘려 나간다.

멀쩡한 꼬리를 잘라냈는데도 김승연은 한마디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허락하지 않았으니깐.

매달려 있던 분신을 받아서 땅에 눕힌다.

내가 올 때까지 얼마나 분풀이를 당한 건지 몸이 한 군데도 성한 곳이 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으로 노력한 것이 정말 대견한 놈이다.

“괜찮냐?”

“…일찍도 온다.”

“차가 좀 막혀서 말이야.”

“큭큭 여기까지 배타고 왔는데 무슨… 흐윽! 나 웃기지 마! 갈비뼈 나간 것 같으니까!”

“수고 많았다 진우야, 뒤는 나한테 맡기고 푹 쉬고 있기나 해.”

“안소정, 지켰다?”

진우 놈이 돌아가기 전 내 팔을 잡고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보고한다.

“그래, 정말 고마워.”

퍼엉!

상태가 좋지 않은 진우 놈은 한 줌의 연기로 다시 되돌아갔다.

“크허억!”

진우를 대신해 김승연과 놀아주기 위해서 놈을 묶어 놨던 응집력을 풀어주었다.

놈은 내가 그토록 그리웠던 건지 자유를 얻자마자 득달같이 내게 달려들기 시작한다.

“이번에도 나랑 놀자, 내 친구들 괴롭히지 말고.”

“손우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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