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화 〉 즐거운 나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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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원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잠시 흥분했다.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그래서 그 자식들의 성좌 분들과 합의해서 서부 상황을 해결하고자 한 겁니다, 그게 다야.”
물론 서부에서 고생한 건 그레이트 원이긴 하지만
숨어서 보모 노릇을 한 내 속사정은 나밖에 모르니 원.
힘을 모조리 뺏어서 맨몸으로 보내놓긴 했지만 그레이트 원 놈들이 서부에서 개죽음을 당했다간 계약 위반이기에 분신들을 보내서 항상 감시하고 있었다.
나중에 가선 괘씸한 마음에 적당히 개입해서 고통을 받게 내버려 두긴 했지만 말이다.
“더 궁금한 거 없지? 요약하자면 미국이 내게 모종의 빚을 졌기 때문에 보답 차원에서 나를 초대했고 친구들과 여행 겸 출장을 다녀온 거다. 오케이?”
[ㅇㅋ]
[ㅇㅋ 다음]
[넹]
[투덜대도 은근히 스윗한 새끼...]
[츤데레 오짐 ㄹㅇㅋㅋ]
[그레이트 원 이 쉑들 공항에 안 왔으면 ㅈ뺑이 안쳐도 됐는데 ㅋㅋㅋ]
[자기 무덤 자기가 판 거였네ㅋㅋ]
[아무튼 서부 사태 자력으로 해결한 거라고 ㅋㅋㅋ]
“다음으로 얘기할 건 내가 미국에 가서 무엇을 하다 온 것이냐인데, 이게 대체 왜 궁금한 거야? 이해가 안 가네.”
[셀럽의 삶...]
[서부 사태 개입하러 간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고]
[미국은 내심 기대했던 거 같은데 정작 결과는 그레이트 원 해체 ㅋㅋㅋ]
[다른 일행들은 여행이 맞지만 넌 아니지]
[ㄹㅇ 방구석에서 방송만 하던 놈이 미국으로 여행? ㅋㅋ 말 안되지]
“나도 친구들이랑 놀러 다녔는데? 같이 찍은사진도 있어.”
[지랄노 분신인 거 다 암]
[나도 x 분신 o]
[서부에서도 너 본 사람이 있다는데?]
[ㅋㅋㅋㅋ ‘그분’ 모시는 히어로가 어떻게 했을지는 뻔하죠?]
[다중이 짓 on]
아 새끼들…
이런 점에선 쓸데없이 예리해서 말이야, 이럴 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청자들을 속여 보려고 했던 내 시도는 턱도 없었다.
따지고 보면 이건 모두 다 손진우 놈 때문이야.
분신 녀석이 자유자재로 생활하는 모습을 봐왔기 때문에 내 능력은 대중들에게 각인되어 버린 것이다.
“안 속네.”
[안 속네 ㅇㅈㄹ ㅋㅋㅋ]
[개 뻔했죠?]
[해명해 해명해 해명해 해명해 해명해 …]
[무빙 실패 ㅋㅋ]
[속이기엔 보여준 게 너무 많았다]
“시끄러워, 아무튼 미국에 가서 뭘 했냐면 말이야.”
그냥 이대로 말해 주기엔 내가 손해 보는 느낌이 들어서 순순히 말해 주기가 싫다.
날 이렇게 몰아붙이는 너희들이 나쁜 거다.
“광고 보고 올게요.”
[개무친놈 개무친놈 개무친놈 개무친놈 … ]
[이거 맞나? 이거 맞나? 이거 맞나? 이거 맞나? 이거 맞나?]
[돈에 미친 챔피언 새끼가 있다?]
[진짜 개 지ㅡ랄하지마]
[심술 뒤룩뒤룩 난 거 봐 ㅋㅋㅋㅋㅋ]
[걍 꼬장부리는 거잖아 ㅋㅋㅋㅋ]
[처음 보는 사람들은 고런갑다 하고 보세요 ㅋㅋ]
[이 정도면 방송 곱창 내는 것도 달인 수준이다ㅋㅋㅋ]
. . . . .
“어으, 오랜만에 하니깐 기가 다 빨리네.”
방송도 업으로 삼으려면 관성이란 게 필요한 법이다.
오랫동안 쉬었더니 얼마 하지도 않은 러닝타임에 느껴지지도 않을 피로가 몰려오는 것만 같다.
이때까지 이것들을 데리고 어떻게 했나 몰라.
광고가 나오는 동안엔 채팅 제약을 일부러 풀어두었다.
그러는 편이 더 혼란에 휩싸일 테니 말이다.
실제로도 고삐가 풀린 시청자들은 쉴 새도 없이 키보드를 치는 중이지만
당사자인 나는 한 건의 채팅도 읽지 않고 있다.
[혼자서 뭘 그렇게 떠들고 있는 거야?]
“응?”
맞다, 실프도 방 안에 있었지.
인터넷 방송을 모르는 이가 본다면 방안에서 나 혼자 미친듯이 떠드는 모습이다 보니
기괴할 만도 하다.
“날 보러 온 사람들과 얘기하던 중이었어.”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데?]
“그거야 본인들 집에 있겠지.”
[저 멀리서 당신을 보고 있는 거야?]
“응, 이 기계를 통해서 소통 중이지.”
[참 인간들의 감성은 이해하지 못하겠어 할 일들도 없나 봐]
그러게나 말이다.
실프는 시청자들이 들었다면 각혈을 토해낼 법한 날카로운 비수와 같은 말을 남기고선
스르륵 방문으로 향한다.
“실프, 어디 가?”
[여긴 너무 심심해서 집구경이나 갈래]
활발한 솜사탕이 오래도 버티긴 했다.
자신의 친구들과 달리 화과산의 이곳저곳을 떠도는 실프를 위해서 새로운 친구를 소개해 주기로 했다.
“이 집 위층에 있는 쌍둥이한테 가 봐, 걔들도 아마 반갑게 맞이해 줄 거야.”
[그 금색 은색 머리 여자 아이들 말이지?]
“맞아.”
[정말이지? 알았어!]
휘리릭 사라져버리는 솜사탕.
내가 볼 땐 셋의 성향이나 정신 연령은 비슷해서 서로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구경꾼도 사라졌고 채팅창은 여전히 아수라장인 상황.
1분 광고를 연속해서 여섯 개 정도는 틀어뒀기에 욕 또한 난무하고 있다.
내 방송은 유료 구독 또한 막아두었기에 한 명이라도 빠짐없이 강제로 광고를 시청해야 한다.
입장을 표명하는 방송이라 후원도 막아두어서 돈을 내고 욕을 하는 이들도 없다.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360초의 시간이 흐르고
나는 다시 자세를 바로잡아 나머지 이야기를 할 준비를 마쳤다.
“잘 보고 왔어?”
[네 ^^ㅣ발럼아]
[그스그시는 말이 안 돼 이새끼가 제일 악질임]
[1분 짜리를 6개 트는 미친 새끼가 어딨어!]
[구독이라도 열어 놓던가 해야지 미친놈인가 진짜 ㅋㅋㅋ]
[오랜만에 어질어질 하네요]
[원본의 매운맛은 이길 수가 없다]
“기업들은 땅 파서 장사하냐? 너희들의 360초가 나에게 오는 수익보다 정말로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너는 그냥 애들 꼴 받으라고 튼 거잖아요]
[할말은 한다]
[솔직히 딴 거 하고 온 사람이면 개추 ㅋㅋㅋ]
[우진이가 화장실 타임 준건데 투덜대면 안 되지 ㅋㅋ]
[ㅋㅋㅋ 암튼 휴식 시간임]
“자 그래서 미국에서 뭘 하고 왔냐고 물어봤지? 내가 들은 바로는 정말 자기들 멋대로 떠들더라고.”
[‘성좌’]
[큰 거 오냐? 큰 거 온다]
[킹갓엠페러캡틴마제스티 손우진에 대해서 설명하냐?]
[수식어 화려한 거 봐라 ㅋㅋㅋ]
“조용히들 하고, 결국 나한테 궁금한 점은 하나 아니야? 내가 성좌의 위치에 도달했냐 아니냐.”
[그건 맞지]
[빨리 월클 증명해 줘!]
[방송 팔로우 순서대로 신도 받냐?]
[스펙은? 손우진 방송 애청자.]
“이건 단호하게 말할 수 있어요, 아닙니다.”
천지가 개벽하고 인간과 신이 공존해야 하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그 사이에 있는 간격은 아직도 까마득하게 멀다.
“그냥 까놓고 보여줄게. 닥치고 보기나 해.”
[큰 거 온다 꽉 잡아!]
[손우진 믿는 흑우 없지?]
[ㅋㅋㅋㅋㅋㅋㅋ 아직도 사람을 믿어?]
[뭘 보여주려고 이렇게 무게를 잡아]
나는 대협곡에서 촬영한 영상들을 차례대로 틀어주었다.
그 영상엔 여의가 혼자서 크립티드들을 학살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고 때로는 내가 덤벼드는 녀석들을 손쉽게 처리하는 중이다.
여의를 한 번 휘두르면 거대한 놈들도 상반신이 분리되고 있었고
오행의 기운에 휩쓸린 녀석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연의 거름으로 거듭나고 있다.
뒤섞인 오행은 대기를 울리고 천둥과 번개, 화염, 지진, 홍수를 불러일으킨다.
“하도 귀찮게 구는 인간들이 많아서 이런 자기 PR 영상이나 찍고 왔습니다. 됐나요?”
예은이가 추천해 준 대응 방안은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힘을 보여주는 것.
이 좁은 국내에서 찍었다간 국토가 남아나지 않을 것 같기에 오른 미국행.
그 성과가 이제야 공개되었다.
사람들은 넋을 놓고 영상을 시청 중인지 한 개의 채팅도 올라오지 않는다.
대협곡에서 준비해 온 영상을 모두 보여준 뒤 말을 이어 나간다.
“편집할 시간이 없어서 많이 자극적일 수도 있는데, 이건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야.”
[…이거 맞나?]
[이게 아무것도 아니면 보통 사람들은 뭐가 됨?]
[아무것들에도 해당 못 하는 자들의 모임]
[저게 성좌급 능력이 아니라고?]
[씨벌 인생 갑자기 무상해지네]
내 상급자라고 할 수 있는 스승님이나 관세음보살님만 해도 이런 나를 가볍게 제압할 수 있다.
성좌라고 해도 다 같은 성좌가 아니다.
사람들은 나와 복해대성 교마왕의 전투를 통해 성좌의 수준을 체험판 정도로 간접 경험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혼자서도 이런 개지랄을 떨 수 있으니깐 오해할 만도 해. 그러니 이 손 선생님이 이번 기회에 내가 가르쳐주지, 인간의 몸으로 성좌가 되는 법을 말이야.”
똑똑.
그때 방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
화과산 식구들은 모두 내가 방송 중인 것을 알 텐데 누구지?
“다들 잠시만 기다려 봐, 들어와도 돼.”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방송에 출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잠시 마이크와 캠을 꺼 두자.
허락과 함께 문이 열리고 들어온 인물은 예은이었다.
“예은아, 무슨 일이야?”
“지금 말해도 되는 거죠?”
“응, 마이크랑 화면은 전부 다 꺼뒀어,”
“협회장님께 전화가 왔어요. 저보고 우진이 오빠한테 대신 연락 좀 해달라고 말이에요.”
그때 옥상에서 둘이서 했던 장난은 아직도 유효한가 보다.
나를 부르는 호칭을 아저씨에서 낯간지러운 오빠 소리로 바꾼 하예은.
“또 웃으시네요.”
“아저씨랑 연락하는 게 너무 반가워서 그래.”
“협회장님과 앙숙 사이인 거 다 알거든요.”
“원래 미운 정도 쌓이면 정인 셈이지.”
“흐응…”
얄밉게 웃어버리는 하예은을 당해낼 수가 없을 것 같다.
“여기요.”
그러고선 협회장 아재에게 온 다급한 문자를 보여준다.
아까 계속해서 울리는 협회 번호는 아저씨가 건 전화였나 보다.
“고마워, 지금 전화 걸면 되나?”
“그럴 거예요, 방송 열심히 하세요.”
예은이가 방을 나간 뒤 괜히 머쓱해서 입고리를 쓰다듬어 본다.
웃지도 않았는데 내가 언제 웃었다는 거야.
우선은 아재가 나를 찾고 있다니 연락부터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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