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 미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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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우진 잠수타고 2개월 만에 인방 복귀
그리고 복귀 방송에서 바로 스트리머 은퇴 선언
이유는 잠정 은퇴였던 본업 히어로 복귀
손우진은 상위 크립티드 하나둘씩 처리하면서 복귀전 데뷔
고뚜기 새끼들 억제기였던 손우진의 은퇴 때문에 온 사방으로 풀려남
히어로가 자기 할 일 하겠다는데
아직도 현실 부정 하면서 즈그 주인님 돌려내라고 히갤 테러중
요약: 완장 새끼들 뭐하냐 24시간 갤 안보냐?
ㅇㅇ: 임마 파래지고 싶어 환장했네
ㄴㅇㅇ: 고닉으로 이런 글을 써? 파래지고 싶다는 거지 ㅋㅋ
C급망생이: 손우진 이 새끼는 어딜 가도 사고만 치냐
ㄴㅇㅇ: 네다씨
ㄴ글루: 그래도 크립티드 잘 잡긴 하잖아
ㅇㅇ: 그놈의 인터넷 방송 안 한다고 히어로 활동을 못 하게 해? 미친거 아님?
ㄴ좆립티드: 손우진이 지금 혼자서 비대칭 전력 됐는데 인방 하게 생겼나 ㅋㅋ
ㄴㅇㅇ: 응 전업 스트리머야~ 히어로는 취미고~
ㄴ좆립티드: 고뚜기 자택에서 검거
글루: 오늘 기사 올라온 거 봤냐? 불가사리도 결국 토벌당했다는데
ㄴㅇㅇ: 진짜 난 놈은 난 놈임 혼자서 상위 크립티드 잡는 건 상상도 못 했는데
ㄴ글루: 그니깐 대체 2개월 만에 이렇게 강해질 수가 있나?
ㄴㅇㅇ: 이 정도면 걍 인간 영역이 아니라 성좌 같음 ㅋㅋ
ㅇㅇ*: 수락 안 하면 30일 밴임 받으세요
ㄴㅇㅇ: 완장 게이야 ㅋㅋㅋㅋㅋㅋㅋ
ㄴ좆립티드: 나 같으면 받는다 ㅋㅋㅋ 30일동안 히갤 금지? 못 참지
ㄴㅇㅇ: 멀리 안 나간다...
ㄴ귀족디크립터: 솔직히 이건 자살이다
ㄴ글루: 이 정도 살신성인이면 너도 히어로다 ㅠㅠ
손우진의 행보에 웃는 자와 우는 자가 명백하게 갈렸다.
잠정적으로 은퇴했다고 여겨졌던 챔피언의 복귀는 히어로 팬들에게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복귀 이후 크립티드를 쥐잡듯이 잡고 다니는 그의 폭풍같은 행보에
지금까지 은퇴 후 방송만 했던 걸 고깝게 여기던 이들의 마음조차 사르륵 녹아내린다.
그러나 정반대로 자신들의 주인을 잃어버린 황충 무리는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니며
분노를 표출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손우진은 오늘도 크립티드를 토벌하는 중이다.
“여기는 손우진, 토벌을 완료했다.”
알겠다. 수습팀을 보내겠다.
크립티드 토벌 소식을 들은 컨트롤 타워의 옵저버가 응답한다.
손우진은 현장으로 복귀하고 난 뒤 히어로 협회장에게 말했던 것처럼
상위 크립티드를 혼자서 토벌하는 중이다.
그의 앞에는 돼지도 아닌, 소도 아닌 요상한 괴생명체가 웰던으로 노릇하게 구워져 있다.
포항의 터줏대감, 상위 크립티드 불가사리는 끝내 챔피언의 손에 죽음을 맞이했다.
생김새는 우습게 생긴 것이 깨나 애를 먹였다.
손우진이 새롭게 얻은 오행의 힘은 과거 그가 뚫지 못했던 불가사리 놈의
방화 가죽을 너무나도 쉽게 태워버렸다.
고 회장이 알게 되면 눈물 좀 쏟겠어.
컨트롤 타워의 보이스 채널에 끼어드신 히어로 협회장.
불가사리의 불구대천지원수인 고 회장을 언급한다.
“받아먹은 게 참 많은데 이제야 처리했네요.”
크크, 그 영감은 공장을 되찾은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할 거다.
천 개의 여의 시리즈의 창조주인 고 회장.
손우진의 새내기 시절 단 한 가지 조건을 걸고선 천 개의 여의 시리즈를
무제한으로 제공해 준 이가 바로 고 회장이다.
자신의 제철 공장을 뺏은 불가사리를 반드시 죽여줄 것.
고 회장의 숙원은 이제야 이루어졌다.
“애들은 잘하고 있대요?”
걱정 안 해도 된다. 오랜 팀이었던 것처럼 합이 잘 맞아떨어진다고 하더라.
손우진이 현재 단독으로 움직이는 중이라 기존의 팀 신 서유기의 딜러 자리는 공백이 생겼다.
하지만 그 공백은 하예은이 들어감에 따라 빠르게 메꿔졌다.
딜러의 하예은, 가드의 오대혁, 디크립터의 사유정.
그리스와 동양의 이색적인 조합이다.
그래서 이젠 어쩔 셈이냐? 녀석들을 불러낼 방법은 있느냐?
협회장이 언급하는 녀석들은 당연히 칠대성이다.
손우진은 칠대성이 쉽게 포기하지 않을 놈들이라는 걸 알고 있다.
“뭐 별거 있나요, 한 놈씩 들쑤시다 보면 열받아서 뛰쳐나오겠죠.”
…놈들이 너처럼 단순했으면 좋겠구나.
“원래 힘만 센 놈들이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자랑이다.
“아저씨 잠시만요. 여보세요? 응? 아냐. 네 마음대로 진행해. 응.”
회장과 얘기하다 말고 양해를 구한 뒤 통화를 하는 손우진.
통화 상대방에게 지시하는 듯한 어조로 통화를 마친다.
누구랑 통화하는 거냐?
“제 분신이요.”
분신?
. . . . .
“안녕하십니까, 손우진입니다. 저의 갑작스러운 은퇴로 놀라셨을 분들이 계셔서 이렇게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한 사내가 종이 한 장만을 들고서 그에 적힌 내용을 방송에서 낭독하고 있다.
그러나 무거운 내용과는 다르게 낭독하고 있는 남성의 자세는 심히 삐딱스럽다.
그는 책상에 발을 올린 채 손으로 턱을 괴고선 감흥 없는 눈초리로 읽어나간다.
“소통의 부재로 여러분들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던 점,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 손우진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이거 본인임? 이게 사과하는 사람의 태도냐?]
[어이, 상대는 손우진이다.]
[왜 자기랑은 상관없다는 식으로 읽고 있는 거냐?]
“저는 본업인 히어로의 자리로 돌아가게 되었으니 히어로 활동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패턴인데?]
[사고치고 본업으로 보답하겠다 ㅋㅋㅋ]
[이게 사과 방송이야 선전포고 방송이야 ㅋㅋㅋ]
[내 좆대로 하겠다 선언!]
“대신 새로운 대체재를 준비했으니 이젠 그 녀석과 즐겁게 지내주세요…손우진 올림.”
사내는 종이에 적힌 글귀를 끝까지 낭독한 뒤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야, 다 읽긴 했는데 최대한 커버처야 하냐?”
응? 아냐. 네 마음대로 진행해.
“정말이지? 후회하지 마라.”
응.
띠리링
“진짜 미친놈이네.”
자신도 그 미친놈을 베이스 삼은 존재이지만 이놈의 또라이 기질은 쫓아가질 못하겠다.
사내는 나지막하게 손우진에 대한 평을 내린다.
“너희는 이런 놈이 뭐가 좋아서 여기 있는 거냐?”
[지금 좀 어지러운데 정상임?]
[이게 대체 뭔 상황임?]
[이게 연기면 이 새낀 히어로 하면 안됨]
[뭐 인격이 두세 개쯤은 되냐?]
[누구냐 너]
손우진의 갑작스러운 은퇴 이후 방황하던 시청자들은
낯선 모습의 손우진에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이 사내는 분명 자신들의 주인과 똑같이 생겼지만, 이질감이 든다.
조금 더 냉소적이고 시청자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는다.
“누구긴 누구야, 손우진 놈 뒤에 있는 성좌가 누군지 알면 내 정체도 알 거 아니야.”
머리털을 뽑는 시늉을 한 뒤 후 불어버리는 분신.
손우진의 힘이 강해짐에 따라 자신만의 자아가 생긴 분신은
본체를 까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어졌다.
[겸직 오반데]
[이걸 겸직이라 해야 하냐 아니면 하청이라 해야 하냐]
[이게 손우진 방송이 맞냐?]
[분신도 손우진이긴 한데…]
[태세우스의 손우진이냐고ㅋㅋㅋ]
“아무튼 본체 놈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랬으니 내 멋대로 할 거야.”
분신은 화면에 어떤 글귀를 띄운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분신으로서의 삶.’
“지금부터 손우진에 대한 고발이 있겠습니다. 모두 자리에 앉아 주십시오.”
[분신조차도 어질어질한 새끼 ㅋㅋㅋㅋ]
[이게 더 꿀잼이겠는데?ㅋㅋㅋㅋ]
[분신쉑 예능감 미쳤다 ㅋㅋㅋㅋㅋ]
[고발은 못참지 ㅋㅋㅋㅋㅋ]
[갑자기 시사 방송 ㅋㅋㅋㅋ]
갈 곳을 잃었던 성난 메뚜기 무리는 신예의 등장에 다시 집결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모이건 말건 분신은 자신 나름대로 힘들었던 과거의 삶에 대해서 털어놓기 시작한다.
. . . .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첫 사냥감을 누구로 할지 고민 중이지.”
예은이가 내 앞으로 차를 준비해주면서 질문을 건넨다.
그 옆에는 금각과 은각이 벌써 자리를 잡고 다과를 즐기는 중이다.
하계의 음식에 푹 빠진 아이들답게 자신들을 챙겨주는 예은이에게 벌써 반쯤 넘어갔다.
“놈들이 미끼를 물까요?”
“물어 달라고 구애의 춤을 춰야지.”
기아스의 도움으로 잠시나마 홍수아를 압도한 전적이 있기에 놈들도 머리가 있다면
신중에 신중을 다해서 나를 칠 예정이겠지.
그렇다면 나는 나를 미끼로 한 놈씩 끌어내서 각개격파를 해야 한다.
“우진이가 춤을 춘다고?”
과자를 먹던 은각이 생뚱맞은 질문을 한다.
“은각! 그게 아니라 비유적인 표현이잖아.”
“히히, 먹느라 잘 안 들렸어.”
둘이서 완벽한 콩트를 찍는 은각과 금각.
쌍둥이 본인들은 여왕의 모습이 본모습이라고 하지만 이럴 때 보면 영 의심이 간단 말이지.
완전히 동생으로 여기는 건지 예은이가 은각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과자 공급원의 손길을 딱히 거부하지 않는 은각.
은각아. 속 보인다, 속보여.
그때 거실에서 홀로 떠들고 있는 티비 속 아나운서가 솔깃한 정보를 알려준다.
최근 해안의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해양 크립티드의 위협은 어느새 백사장까지 올라와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고…
“미끼를 던지기도 전에 등장했네요.”
“네가 봐도 부자연스럽지?”
“네. 해양 크립티드는 보통 바다에서 잘 나오지 않잖아요.”
“그러면 해양 크립티드를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는 거물 놈이 나타났다는 거겠지.”
바다와 관련된 대성은 한 놈밖에 없다.
복해대성 교마왕??王.
놈의 화신이 성질을 못 이기고 나를 물어뜯을 준비를 하는가 보다.
문제는 저놈을 어떻게 수면 위로 끄집어내냐인데.
“둘이서 뭔 얘기를 그렇게 해요?”
그때 2층에서 유정이가 내려온다.
오호… 유정이를 보니 드는 생각이 있다.
“마침 잘 왔어, 유정아. 금신나한 님께 뭐 좀 여쭤볼 것이 있거든?”
“뭐, 뭐야… 뭘 물어보려고요?”
“물고기 하나를 낚아야 하는데 이놈이 되게 성급한 듯싶으면서도 조심성이 많거든?”
“그게 사오정 님과 관련이 있어요?”
“그래도 금신나한 님이 물 요괴 출신이신데 물에서 태어난 이들이 꺼려하는 걸 물어보려고 그랬지.”
“…진심이세요?”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유정이의 시선이 따갑다.
“잠시만요 오빠, 네? 천축 갔다 오셨다고요? 아뇨 그건 커리어겠죠!”
그때 무언가 교신을 받았는지 하늘을 바라보고 성좌와 대화를 나누는 유정이.
“커리어요 커리어! 오빠가 물어보는 건 꺼려한다고요!”
“저기, 유정아…”
“커리 말고 꺼려요! 왜 천계에 계신 분이 쓸데없이 하계의 말을 익히신 거예요!”
…내가 괜한 걸 물어본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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