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과산 스트리머-55화 (55/106)

〈 55화 〉 중대발표

* * *

“우진 님, 여기는 제 시청자분들이에요.”

“그… 오랜만이네, 다들?”

[이새끼 뭔데]

[고아들아 주인님 오셨다 NAGA]

[지는 아닌 척 하네 ㅋㅋㅋㅋ]

[뭐야 갑자기 채팅 왜 이래요?]

[뭐긴 뭐야 가면 집어 던진 거지]

[집어 던져~~~~]

[저 사람 손우진 아니에요?]

[매니저님 채팅 관리 좀 부탁드려요]

[악질 새끼들 어케 참았냐]

[어우 시원해 이게 고아단이지 ㅋㅋ]

엘레나의 채팅방은 1급수에서 한순간에 구정물로 변하고 말았다.

채팅을 살펴보니 가면을 쓰고 있던 내 시청자들이

한순간에 벗어던져 깽판을 친 결과 흙탕물이 되어버린 채팅방.

“채팅 예쁘게 쳐라, 일일이 찾아내서 내 방에서도 밴 먹일 거니깐.”

[^^7]

[^^7]

[^^7]

[아무 일도 없었다!]

[ㄷㄷ;;;]

[뭐야 다들 정상인 코스프레였어요?]

[ㅋㅋㅋㅋㅋ 개웃기네]

어지간히 밴을 하지 않는 나지만 밴을 했을 땐 가차 없다.

나는 밴을 절대로 풀어주지 않는다.

놈들은 이를 알고 있기에 밴을 극도로 무서워하는 놈들이 순식간에

벗어던진 가면을 뒤집어쓴다.

이놈들은 역시 철권 정치를 해야 말을 듣는 놈들이다.

기존의 시청자에 더해 엘레나 방에 내가 출몰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는지

시청자 수는 어느새 2만 명을 돌파해있다.

“방송을 꺼야 할까요?”

“그래도 괜찮겠어?”

“방송은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깐요. 여러분, 죄송하지만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만 할게요!”

[아니 오늘 방송 10분 하셨는데]

[손우진 텐련아!­>매니저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욕을 안할 수가 없네 시발놈아­>매니저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어디 가!]

[이거 야스각이다 야스! ­>매니저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방금 왔는데 ㅠㅠ]

[이걸 방종각을 보네]

[엘바]

[엘레나님 다시보기는 남겨주세요~]

엘레나는 나조차도 하기 힘든 과감한 결단을 내버렸다.

10분 방송 후 방종? 엄청난 담력이다.

이 엘프, 오늘 다시 만났지만 어떻게 방송을 진행했을지 견적이 보인다.

그저 자기 마이웨이로 진행했겠지.

“엘레나, 너한테 배울 게 많다.”

“뭐가요?”

“아냐.”

. . . . .

<손우진 복귀!=""/>

두 달 가까이 잠수 처타던 우진이 복귀 킷타!!!

자기 복귀 소식조차도 여캠에서 봐야 하는 우리 처지가 레전드 ㅋㅋㅋ

언제 방송 틀려나?

ㅇㅇ: 우리???

ㅇㅇ: 우리가 누구?

ㅇㅇ: 우리가 뭔데 씹덕새끼야 ㅋㅋㅋ

고아교주: 선생님 유입 티 내지 마시고 가던 길 가세요

ㄴ ㅇㅇ: 너도 꺼져 좀

ㄴ 고아교주: 나는 왜 ㅠㅠ

고로시깡통계정: 소속감 존나 역겹네 우웩

ㅇㅇ: ㅇㅇ 아닌 유동은 뭐다?

헤이고닉: 근데 얘 뭐하다 이제 온 건지 말하긴 함?

ㄴㅇㅇ: 엘프누나가 방송 10분 하다 손우진 왔다고 껐는데 어케 암

ㄴ헤이고닉: ㄹㅇ? 존나 웃기네 ㅋㅋㅋㅋ

ㄴㅇㅇ: 레전드였음 손우진 왔다고 걍 미련 없이 끄더라 사랑했다 시발뇬…

. . . . .

동료들과 그동안 즐기지 못했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을 데리고 금각이와 은각이 방에 둘 가구를 보러 가기도 하고

지상의 음식이 궁금한 쌍둥이 덕에 온갖 음식도 끌려다니며 먹기도 하고.

첫 만남에서 툴툴거리던 유정이와 예은이도 아이들을 챙겨주는 것을 보니

처음 만났을 때보다 조금은 친해진 것 같다.

언제나 그렇지만 놀 때는 시간이 항상 빠르게 가는 것 같다.

나는 칠대성과의 싸움을 준비하기 위해 협회를 방문하였다.

쌍둥이 자매의 신분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함께 데려온 상황이다.

“그래, 뭐 하다가 이제야 나타난 거냐?”

“제가 좀 바빴거든요.”

“…그 옆에 아이들은 누구니?”

“천계에서 내려온 친구들인데요.”

“너는… 참 글로벌하게도 노는구나.”

“남자가 포부가 커야죠.”

“칭찬 아니야 이 새끼야!”

내 든든한 뒷배, 협회장 아저씨를 만나러 왔다.

“이번엔 또 원하는 게 뭔데 찾아왔냐.”

“얘네 신분 좀 만들어주세요.”

“협회가 부탁만 하면 다 들어주는 곳인 줄 알아!”

“제가 복귀할게요.”

“뭐?”

“다시 현장으로 복귀한다고요.”

내 대답을 들은 협회장 아저씨의 표정이 잠시 멍해졌지만 이내 입꼬리가 귀까지 올라갈 것 같다.

내가 복귀한다는 것이 그렇게도 좋으셨던 걸까.

입이 찢어지겠다.

“하하하! 그럼, 우리 손우진이가 원하는 건 다 들어줘야지!”

“아재, 근데 아셔야 할 것이 하나 있어요.”

“어휴 말씀하시죠, 챔피언 님!”

나는 배틀 토너먼트에서 테러를 벌인 놈들의 정체, 내가 싸웠던 홍수아의 신분,

그리고 곧이어 다가올 칠대성의 위협과 그에 대비해서 천계에 다녀온 과정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털어놓았다.

“…농담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자세하군.”

“사실이니깐요.”

“하아… 이 조그만 땅덩어리에서 문제도 참 많이 벌어지는구나.”

대한민국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만큼 다가오는 부담감도 막중하신가 보다.

협회장이란 참 못할 직책이다.

“지금 네 힘은 어느 정도인지 알려줄 수 있느냐?”

“음, 상위급 크립티드는 이제 저 혼자서도 모조리 퇴치할 수 있을 거예요.”

“…어마어마하군.”

“저도 이제 제가 인간인지 의문이 들긴 해요.”

“하! 그 건방진 주둥이를 보니 인간이 틀림없구나.”

“우진아, 그런데 이 아저씨 왠지 익숙한 느낌이 들어.”

“이 기운 어디서 느껴 본 것 같은데…”

금각과 은각이 대화에 끼어들어 아저씨에 정체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지.

아저씨의 담당 성좌 또한 천계의 어르신인데.

“왜 그런 줄 알아?”

“뭔데?”

“정체가 뭔데 그래.”

“이랑진군께서 아저씨를 선택하셨거든.”

“헉!”

“말도 안 돼!”

말도 안 되긴, 다 큰 손녀가 있는 나이임에도 정정한 이유는

천계 최고 무신의 선택을 받은 챔피언이기 때문이다.

내가 항상 저 아저씨는 아직도 현장에서 뛰어도 된다고 했던 말은 농담이 아니다.

이건 인력의 낭비다, 낭비.

저 아저씨는 이곳에서 서류나 만지며 협회장 위치에 있을 인간이 아니다.

“천계에서 온 꼬마들답게 이랑진군 님을 알고 있구나.”

“꼬마 아니거든!”

“제약이 걸려 있어서 이런 모습일 뿐이야!”

“허허, 우진아. 이 아이들의 정체가 대체 뭐냐?”

“태상노군 어르신의 시종들이에요.”

“크헉!”

서로의 정체에 한 대씩 주고받은 아저씨와 쌍둥이.

인사를 나누고 나서 본론으로 들어간다.

“금각이와 은각이도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그러기 위해선 공식적인 신분이 필요해요.”

“알았다, 내가 준비할 테니 걱정하지 말아라.”

“감사합니다. 그럼 정리 좀 한 뒤에 현장으로 복귀하겠습니다.”

“그래, 혹여나 힘이 부족하면 꼭 협회에 연락하거라.”

“제 손에서 끝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게 건방 떨지 말라는 소리다 이 녀석아!”

큭큭.

아저씨의 화내는 모습은 언제 봐도 즐겁다.

협회에서 볼일을 다 본 뒤 집으로 돌아왔다.

마지막 남은 것은 단 하나.

방송을 잠시 접어둬야 하는 것.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도 떠오른 것은 방송일이지만 지금은 해야 할 일이 있다.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 놈들을 내버려 두고선 쉴 수는 없다.

거기다 민간인까지 거리낌 없이 공격한 놈들인데 확실하게 처리해야지.

방송을 켜기 위해 들어온 방송 부스는 참 낯설다.

책상 위를 보니 엘레나의 취향대로 꾸며져 있는 것이 보인다.

엘레나가 키우는 건지 화분 하나도 올려져 있는 것이 어째 내 방이 아닌 것 같아.

컴퓨터의 전원이 켜지는 동안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해보지만

뭐라고 해야 할지, 시청자에게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진짜 지랄도 모자라서 개지랄을 할 텐데.”

두 달 동안 장기휴방을 한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기약 없는 휴방까지?

이건 못 참지! 하면서 난리를 피울 것이다.

아냐.

어제의 엘레나, 기존의 내 태도를 생각하자.

언제부터 내가 놈들의 눈치를 살폈다고 그러냐.

내 멋대로 나가자.

엘레나의 계정을 로그아웃한 뒤 내 계정으로 접속한다.

방송 제목도 정말 내 고심을 담아낸 완벽한 상태다.

<중대발표 <­어그로="" 아님(진심)=""/>

시간이 지나자 방송이 켜진 것을 안 시청자들이 물 밀듯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큰거 온다 큰거 오냐? 큰거 온다 큰거 오냐? 큰거 온다 큰거 오냐? …]

[어제 방송 뭐야 죽어 어제 방송 뭐야 죽어 어제 방송 뭐야 죽어…]

[꽉 잡아! 꽉 잡아! 꽉 잡아! 꽉 잡아! 꽉 잡아! …]

[가면을 벗고~ 가면을 벗고~ 가면을 벗고~ 입장해주세요 입장해주세요 입장해주세요…]

[여기가 그 남캠방 맞습니까? 여기가 그 남캠방 맞습니까?]

[갈고리의 왕이라네 갈고리의 왕이라네 갈고리의 왕이라네]

[나는 원숭이방 악질이야~ 나는 도배를 할 거야~ 나는 원숭이방 악질이야~ …]

“아, 벌써부터 끄고 싶네.”

[ㅋㅋㅋㅋ 어질어질 하쥬?]

[간만에 맛보는 화끈한 맛에 정신 못차리죠?]

[보는 나도 어지러운데 당사자는 씨발 ㅋㅋㅋㅋ]

[뇌절 ‘그만’]

[더 하면 밴 때린다고 ㅋㅋㅋ]

“그래, 알아서 멈춰줘서 참 고맙다. 반갑습니다, 손우진입니다.”

[하위]

[손하]

[손하는 못참지 ㅋㅋ]

[방제 어그로 좃되는데 언제 발표하나요?]

“그래, 다름이 아니고 여러분들에게 해야할 말이 있어서 이렇게 방송을 켰습니다.”

지랄나기 1분 전.

내 마음속 알람시계가 지랄 시간을 알려주고 있다.

“다름이 아니고…”

불안한 낌새를 눈치챈 시청자들도 내 입에서 나올 말을 대강 눈치챈 것 같다.

서서히 올라오는 곱창난 채팅들.

[아니지?]

[에이 설마 ㅋㅋ 사람새끼가 양심이 있으면 말이지]

[아 ㅋㅋ]

[두달 쉬고 왔는데 이러기야?]

[지랄 멈춰!]

[얘들아 우진이가 할말 있대 ㅋㅋㅋ]

“뭐 눈치채신 분들은 이미 아는 것 같은데 말하겠습니다. 저 현장으로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오 ㅋㅋㅋ]

[뭐야 이게 중대 발표?]

[든든하다 K­안보!]

[믿고 있었다구~!]

[이거면 환영이지 ㅋㅋㅋ]

[드디어 집 밖으로 나가냐 ㅋㅋㅋㅋ]

“그래서 당분간 방송은 무기한으로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전달했다.

중대발표를 했으니 볼일은 없다.

그러고 나서 할 일을 다한 컴퓨터의 전원을 꺼버렸다.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시발놈아! 개새끼야! 시발놈아! 개새끼야! 시발놈아! 개새끼야!]

[지랄하지마!!!!!]

[장난하지 마ㅋㅋ 장난하지 마ㅋㅋ 장난하지 마ㅋㅋ]

[나와]

[유입새끼들아 5분만 기다려 큰 거 온다고 ㅋㅋㅋ]

[가면 벗어 던져~]

[철 지난 농담인가요?]

[막방도 진짜 지 좆대로 하고 가네 ㅋㅋㅋㅋㅋㅋ]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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