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과산 스트리머-45화 (45/106)

〈 45화 〉 천계??

* * *

“원숭이 놈, 여기가 어디라고 뻔뻔하게 얼굴을 들이밀다니.”

“주인님께는 보낼 수 없어.”

태상노군의 어린 시종들은 모양새를 바꾸어 성숙한 모습으로 변해간다.

머리에는 뿔이 자라난 채 금색과 은색의 긴 머릿결을 지닌 쌍둥이 자매.

저런 자매들이 이름을 불러대니 사내놈들이 버티질 못하고 대답을 했지.

우리 스승이야 꼼수를 부리다 호리병이 가명에도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

빨려 들어갔지만 말이다.

“우리 스승님과의 악연은 잠시 밀어두는 게 어때?”

“흥!”

부채 하나를 꺼내 들고선 내게 부치는 은각 여왕.

미안하지만 말이야 나는 스승님께 강제로 가르침을 주입 당해서 말이야.

적어도 스승과 싸웠던 적들의 정보는 모두 알고 있다는 소리다.

금각과 은각이 쓰는 부채야 뻔하지, 파초선이다.

손으로 결을 맺어 도술을 준비한다.

피화결?火?.

피할 피 자에 불 화.

말 그대로 불을 피할 수 있는 도술이다.

은각 여왕이 들고 있는 부채에서 나오는 불길이 곧이어 나를 덮친다.

하지만 피화결을 맺고 있던 나에겐 파초선의 불의 기운은 전혀 소용이 없다.

“네 놈! 우리에 대해서 알고 있구나!”

“누구 덕분에 어렸을 적부터 예습을 좀 많이 했거든.”

피화결의 단점이라면 결을 유지하고 있어야만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불을 피하는 동안엔 아무런 공격을 할 수 없다…

라고 스승께서는 말했지만 나는 의문점이 하나 있었다.

발을 쓰면 그만 아닌가?

손은 피화결의 술법 자세를 유지한 채 금각 여왕을 향해 발을 수평으로 휘두른다.

팔괘 3장 감.

물로 이루어진 충격파가 내 발에서 뿜어져 나온다.

자신도 손오공의 피화결은 알고 있었지만 그 상태에서 공격해 올 줄은 몰랐던

은각 여왕은 당황한 얼굴로 파초선을 부친다.

하지만 오행을 거스를 수는 없는 듯 물의 기운을 만나자

급격하게 힘을 잃기 시작하는 파초선의 불길.

촤악!

은각 여왕을 만나러 가던 충격파는 자신의 언니 금각 여왕이 끊어낸다.

자신의 검으로 쉽게 물줄기를 끊어 내버린 금각 여왕.

“방심하지 마.”

“고마워 언니.”

“자매 사이가 참 돈독하군.”

내 빈정거림에도 대답하지 않고 다시 태세를 정비하는 두 여왕.

은각 쪽은 파초선을 집어넣고 황금 포승줄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5대 보패 중에서 칠성검과 황금승을 준비하셨군

“긴승주!”

은각 여왕의 주문에 나를 포박하는 황금승.

태상노군이 만든 최고의 보패답게 꼼짝도 못 하겠다.

괜히 스승께서도 태상노군께 보패를 돌려줄 때 아쉬워했던 게 아니구만.

“반으로 갈라져서 죽어라!”

옴짝달싹 못하는 나를 두 동강 내려는 금각 여왕.

팔괘 8장 곤을 외워 신체를 바위처럼 만들어서 버텨볼까 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황금승의 위력을 체감한 나는 보패를 상대로 위험한 시행착오를 하지 않기로 한다.

“송승주.”

“앗!”

“예습해 왔다고 말했잖아.”

황금승의 최대 약점.

힘으로 풀 수 없는 이 포승줄은

다룰 수 있는 주문을 알고 있으면 아무런 효력도 없다.

깡!

등에 메고 있던 여의로 금각 여왕의 칠성검을 맞받아친다.

여의와 맞부딪혀도 멀쩡한 걸 보니 여의와 맞먹는 보패 칠성검이 맞다.

“이 약아빠진 녀석이!!!”

“준비성이 철저하다고 말해줘.”

나와 힘겨루기를 하다 안 되겠는지 은각이 있는 곳으로 물러나는 금각 여왕.

이래서 어른들이 예습도 철저히 하라고 했구나.

이번만큼은 고마워요 스승님.

“자매님들, 보여 줄 건 다 보여줬나? 어르신 좀 만나러 가고 싶은데.”

“네 이놈!”

“왜?”

아차.

휘우우우우웅웅!

강한 바람과 함께 자매 쪽으로 날려져 버리는 내 몸.

“바앙심하안건 나아아였구나아아!”

호리병을 까먹고 있었네!

이것 또한 대답의 범위에 해당하였는지 나를 빨아들이는 바람을 거스를 수가 없다!

쏙!

점점 몸이 작아지는 것이 느껴진 나는 은각 여왕의 허리춤에 있는 호리병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 . . .

“언니, 그 남자 정말로 원숭이 놈의 제자가 맞나 봐.”

“성가신 녀석이었어.”

요괴의 모습을 풀어버리고선 다시 여아의 모습으로 돌아온 두 쌍둥이 자매.

이들의 싸움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던 천계의 문지기는 곧이어 정신을 차린다.

“큰일 났다! 왕께서 아시면 안 되는데!”

“신 공. 당신만 조용히 하고 계시면 됩니다.”

“조용히 해주실 거죠?”

귀엽게 생긴 외모와는 다르게 천계의 문지기마저 협박하는 쌍둥이 자매.

원숭이 문지기 신 공은 식은땀을 흘리며 마지못해 대답한다.

“정당한 결투였으니… 어쩔 수 없죠, 하하하!”

“좋아요, 그렇게 알고 계세요.”

“그럼 저희는 이만.”

문을 닫고서는 다시 무릉도원으로 돌아가는 금각 은각 자매.

원숭이 문지기는 괜한 소동에 휩쓸린 것에 한숨을 내뱉는다.

“하아… 왕의 제자이니 알아서 생존하시겠지.”

미후왕의 제자를 믿어보기로 한 문지기는 다시 자기의 근무지로 돌아간다.

한 편 은각의 보패, 자금홍호로 안에서는…

“늘어나라! 커져라! 팔괘극권! 시발!”

모든 지랄을 다 해봤지만 호리병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예습을 철저히 해 왔는데 시험에서 사소한 실수로

한 문제를 틀려 탈락한 꼴이 아닌가!

빨려 들어가자마자 호신강기를 펼쳐 신체를 보호하고는 있지만

내 호신강기마저 녹여버리는 호리병 속 환경은 신성을 야금야금 갉아먹는다.

이대로 신성이 다 떨어져 버리면 위험하다.

거짓말로 은각을 속여 호리병을 빠져나가는 방법은 스승이 먼저 해 먹었기에

더이상 통하지 않을 텐데. 호리병 자체를 박살 내야 한다.

그때 스쳐 가는 한 가지 아이디어.

호리병을 자력으로 빠져나갈 수 없다면 호리병이 나를 뱉게 만들자.

“화과산 오리지널 다중 분신술.”

도술을 외우기 시작하자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분신들.

머릿털로 소환하는 분신과는 달리 아무런 자아가 없는 분신이지만

물량으로 밀어버릴 때 자주 애용하는 도술이다.

분신들은 소환되자마자 호리병 속에서 버티지 못하고 녹아내리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분신을 소환해낸다.

“배 터질 때까지 먹어 봐!”

누가 더 빨리 녹이느냐, 소환하느냐의 싸움이다.

분신이 소화되기가 무섭게 수많은 손우진 군단을 먹어 치우는 호리병.

신성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호신강기마저 무너져 내려갈 때쯤

나를 삼킨 호리병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호리병이 소화하지 못한 분신들이 안에 꽉꽉 담겨 있으니

과식이란 걸 해본 적이 없던 이 녀석에겐 무리가 왔나 보다.

콰아악!

나를 뱉어내는 자금홍호로.

호리병이 내뱉는 바람을 타고 다시 밖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최고 보패 자금홍호로를 믿고 있다

자력으로 빠져나온 나를 보고선 놀라는 쌍둥이 자매.

“아니, 어떻게!”

“날 잘도 속였겠다.”

“멋대로 대답한 건 너잖아! 은각!”

픽!

다시 금각, 은각 여왕으로 변신하려는 두 자매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찍어 누른다.

변신도 하지 못한 채 움직임을 멈춘 금로동녀, 은로동녀.

제천대성 오리지널 정신법???.

신체를 행동을 봉하는 도술.

서왕모의 복숭아밭을 관리하는 선녀들을 꼼짝도 못 하게 만든 스승의 술법을 사용해주었다.

으읍!

읍읍!!!

모든 움직임을 봉했기 때문에 입 또한 움직일 수 없어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는 자매.

쌍둥이의 입 주변을 꾹 눌러줘 한정적으로 정신법을 해제해준다.

“빨리 도술을 풀어 이 돌머리 원숭이 자식아!”

“소녀의 몸에 손을 대는 후안무치한 녀석!”

입을 풀어주자마자 나를 비난하는 쌍둥이.

천계 출신이라고 욕도 참 고상하게 하시는군.

저 지상에서 나보다 더 후안무치한 녀석들과 지냈기 때문에

그 정도 수준의 욕으로는 기별도 안 간다.

바락바락 소리 지르는 쌍둥이를 양쪽 어깨에 짊어지고는

태상노군 어르신을 찾아 나설 준비를 한다.

“이거 놔! 이 변태 자식아!”

“꺄아아아악!!!”

“흐흐, 그렇게 소리 질러 봤자 도와주러 올 사람은 없다고.”

역시 언니 쪽이 성격이 불같은지 끊임없이 나를 비난하는 금각.

녀석들의 장단에 맞춰주기 위해 제법 악당 같은 대사도 해본다.

겉모습만 본다면 영락없는 유괴범이잖아 이거.

“쓰레기.”

“색마.”

“짐승.”

“원숭이.”

“잠깐, 원숭이는 욕이 아니잖아.”

나를 방해하려는 움직임도 할 수 없기에 입을 쉬지 않고 떠드는 쌍둥이.

양쪽 귀에 대고 정신공격을 펼치는 중이다.

이 넓은 정원에서 대체 태상노군을 어떻게 찾는담.

쌍둥이의 협조를 구해야 수월하게 어르신을 만날 것 같은데 도와줄 기미가 전혀 없다.

“어르신은 어디 계시려나?”

“…”

“…”

“나 누구랑 얘기하니.”

절대로 대답해 줄 수 없다는 듯 입을 꽉 틀어막은 쌍둥이.

이 녀석들, 너희가 이것에도 버티나 한번 보자.

“아 배고프다, 간식 좀 먹어 볼까.”

펑!

이 녀석들의 입을 열게 만들려면 고급 소환술을 이런 곳에 사용해도 문제없겠지.

내가 소환술로 소환한 것은 지구의 과자다.

근처에 있는 커다란 바위에 쌍둥이를 앉힌 다음 그사이에 끼어든다.

“흐… 흐음.”

꼴깍.

천계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과자의 향긋한 향에

괜히 목기침을 하는 금각과 침을 삼키는 은각.

원래 아이들은 자신들이 매일 먹던 음식보다 불량식품이 더 땡기는 법이다.

천계에는 이런 하계의 과자보다 맛난 것이 많을 테지만

남이 먹는 색다른 음식이 맛있어 보이겠지, 특히나 과자는 못 참겠지.

우선은 마카롱부터.

콰삭­

으으, 존나게 달다.

마카롱은 내 취향은 아니지만 쌍둥이의 흥미를 유발하도록 열심히 연기한다.

“크으! 입에 넣자마자 녹아내리네, 그럼 하나 더.”

“아아…”

“아…”

자신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혼자만 주둥이라고 마카롱을 먹는 나를 보고선

탄식을 흘리는 쌍둥이.

역시 금각 은각 여왕 형태는 모습만 변할 뿐

속은 꼬맹이들이었군.

거의 다 넘어왔다.

“뭐야? 너희 말할 수 있었어?”

“흐,흥! 말 걸지 마!”

“그… 네가 먹는 과자 하나만 주면 안 될까?”

“은각!”

동생의 빠른 배신에 기겁하는 언니.

하지만 동생의 눈에는 이미 내가 먹는 과자밖에 보이지 않는다.

“내가 뭘 원하는지는 알고 있지?”

“나머지 과자를 전부 준다면 주인님이 있는 곳을 알려줄게!”

“네가 지금 제안할 입장이 되나 몰라.”

마카롱을 하나 더 입에 털어 넣는다.

이가 실시간으로 썩는 게 느껴지는 맛이다.

“아아!”

“나는 그 동그란 과자 한 개만 준다면 주인님께 데려다줄 수 있어!”

동생의 배신에 기겁하던 언니쪽은 더 파격적인 제안을 해온다.

“자 과자 한 개에 데려다줄 수 있다 나왔습니다. 다른 제안 없나요?”

“나는! 나는 주인님을 모시고 올게!”

“은각 너 정말! 그럼난 널 업고 다녀올 수 있어!”

“하하하!”

자매의 우정은 고작 하계의 하찮은 마카롱 하나에 멀어졌다.

꼬맹이들 조교 완료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