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화 〉 심해 방송
* * *
[존나 막나가네 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
[핵쟁이 새끼 할말 없으니깐 욕 박죠?]
[건우새끼 씨게 맞았네 ㅋㅋㅋ]
“너희도 닥치고 있어 봐, 이 똥개 새끼들아.”
채팅방을 점령한 주인을 위해 짖는 개새끼들의 입도 틀어막는다.
온갖 제약을 걸어서 채팅을 칠 수 없도록 만든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고 결국엔 주인에게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그러면 내 방에 몰려온 개새끼들의 주인을 패는 게 맞겠지.
이제 나와 상담할 시간이다.
“친구야, 내가 정중하게 메시지 보냈지?”
“…그게 방송에서 메시지를 본 건 고의가 아니라.”
“고의가 아닌데 왜 내 방에 너희 집 개새끼들이 몰려왔을까?”
“…죄송합니다.”
정중하게 대할 때와는 달리 급격하게 얌전해지는 녀석.
이 녀석 강약약강의 스타일이었구만.
최근 안 좋은 일도 있고 해서 본래 성격을 죽이곤 정중하게 대하려고 했지만
꼭 그 호의를 무시하는 녀석들이 있다.
“그래서 왜 나를 핵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제 공격을 다 막으시고 하니깐 핵이 아닐까 싶어서 분한 마음에 그랬습니다.”
“아니 네가 못한다고 다른 사람을 그렇게 의심하면 안 되지. 엉? 캐릭도 어디서
근본도 없는 놈도 고르더니.”
“캐릭터는 아무런 관련 없는 것 같은데…”
“어허! 토 달 거야?”
“아닙니다.”
무투파 출신 히어로를 골랐으면 이렇게 혼나지도 않았을 텐데
이게 다 안드리안 때문이다.
파오히 생태계를 망치는 캐릭터를 플레이해놓고선 어디서 의심병까지 걸렸는가.
“네가 원하는 대로 다 인증해 줄 테니 끝나면 방 파고 기다려.”
“네? 아니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
“시끄러워 새끼야, 너의 썩어빠진 정신을 내가 모조리 뜯어고쳐 주마.”
이 견주분은 정신 상태가 아주 글러 먹었다.
철저한 개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녀석의 글러 먹은 마음가짐 때문에 발생한 일이지만
나에게도 아주 조금의 책임은 있으니 내가 책임지고 고쳐 주마.
. . . . .
<속보! 손우진="" 존나="" 뚜드려="" 맞는="" 중=""/>
미안하다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 끌었다...
이 새끼 부계정으로 방송 틀었다가
파오히 하는 중에 핵 의심받아서 존나 뚜드려 맞는 중임
원숭이는 때려도 우리가 때려야지 다른 놈들이 패는 거 꼴받거든요?
고아단 한 번 드가자
주소는 …
ㅇㅇ: 부계정이 있었다? 어떻게 찾았냐 시발놈아
ㄴㅇㅇ: 심해 탐사부라 ㅎㅎ
고아교주: 가 봤는데 손우진이 역으로 두들겨 패는데?
ㄴㅇㅇ: 방송 보다가 글 쓰고 있어서 몰?루
ㄴ고아교주: 얘 지금 일당백 찍는 중
굿티: 설마 그 ‘붉은 눈’ 또 켰냐?
ㄴㅇㅇ: ㅇㅇ 그래서 또 핵 의심 받음 ㅋㅋㅋㅋ
ㄴ굿티: 파오히 하면 ㅈㄴ 흥분해서 자동으로 나오는 그 눈깔 ㅋㅋㅋ
방송을 보던 유일한 고아단 시청자는 나만의 작은 방송이
남의 손으로 더럽혀질 바에는 기존의 악질들을 불러와 물리치겠다는
이이제이를 선택했다.
하지만 자신이 이 오랑캐들을 불러오기도 전에
손우진은 이미 상황을 종료시키고선 역으로 훈계하는 상황까지 도달하였다.
그렇게 도움의 의미가 무색해졌지만
미스터 손의 정체를 까발린 시청자의 게시글로 인해
기존 악질 녀석들도 미스터 손의 방송으로 집결하고 있었다.
. . . . .
“그렇게 뻔하게 공격하면 어쩌자는 거야? 7살짜리도 막겠다.”
“진짜 말이 안 되잖아요 이건!”
“말이 안 되기는, 안드리안 놈 성능이 더 말이 안 돼.”
컴퓨터에 저장된 모든 파일을 확인시켜 준 뒤 다시 파오히에 접속한 뒤
건우라는 놈에게 현실을 알려주기 위해 개인 교습을 진행 중이다.
게임을 조작하는 손을 캠으로 보여주면서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에
녀석은 이제 믿기 싫어도 내 실력을 의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까와 같이 모든 공격을 전부 막아내자 현실을 부정하는 녀석.
그만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조언하지만 들어 처먹질 않는다.
“대체 어디까지 해 줘야 하는데? 내가 너희 집까지 찾아갈까?”
“아뇨 그건 좀…”
양아치쉑 님이 1,000원 후원!
[이 새끼 두들겨 맞고 있다길래 헐레벌떡 왔더니 상황이 역전되어 있는데?]
“뭐야.”
채팅창은 1년 이상 팔로우 한 사람들만 채팅할 수 있게 제약을 걸어 둔 상황.
당연하게도 따끈따끈한 신규 계정인 미스터 손의 방송을 1년 동안 본 인물들은 없다.
그렇지만 정작 도네이션을 꺼두는 걸 까먹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 내용이 익숙한 그 녀석들이다.
“너희는 또 누군데?”
고아단인 것을 진작 눈치챘지만 미스터 손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일단은 모른 척한다.
아무리 그래도 도술 하나 안 쓰고 신분을 속이는 건 무리였나.
노양심 님이 1,000원 후원!
[선글라스 하나 끼고 신분 세탁을 시도하는 사람이 있다 뿌슝 빠슝?!]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네.”
우리가부끄러워? 님이 1,000원 후원!
[우리가 부끄러워? 우리가 부끄러워? 우리가 부끄러워? 우리가 부끄러워? …]
관심에 미치고 관심에 목숨 거는 녀석들을 무시했더니
천 원짜리 짤짤이로 도배를 하기 시작한다.
놈들이 왔을 때 바로 도네이션을 차단했어야 했는데 내 실책이다.
“본방송에서 밴 당하기 전에 적당히 좀 하지?”
날 알아챈 녀석들을 향해서 소곤소곤 속삭여 준다.
협박이 통했는지 쏟아지던 짤짤이 도네이션이 뚝 그친다.
기존 악질 놈들까지 제압하고 나서야 다시 상담을 받는 고객에게 돌아올 수 있었다.
“그래서 어디까지 했지?”
“형님 이제 정말로 믿을 테니 보내주시면 안 될까요?”
“가긴 어딜 가.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연습이나 하다 가.”
“제발…”
녀석을 붙잡은 뒤 세 시간 정도 연습시켜 주었다.
얼마나 고마웠는지 한참을 두들겨 맞으면서도 엉엉 울다가 떠나간 녀석.
내 수련법이 성과가 있다면 나보다 밑 단계 녀석들에겐 절대로 지지 않을 것이다.
의도하지 않은 합방도 끝이 났지만 내 방에 들어온 시청자는 줄어들 기미가 없다.
손우진의 계정으로 진행할 때만큼의 인원이 들어와 있는 것일 텐데.
우선은 틀어막고 있었던 개청자들의 채팅을 풀어 준다.
[푸하!]
[숨 참느라 뒤지는 줄 알았네]
[여기가 재능충 미스터 손 방송입니까?]
[선글라스 낀 손우진인데?]
[어허, 그런 사람이랑 엮지 마세요]
“방송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어떻게 알고 이렇게 찾아오셨대.”
[제가 아는 누구랑 많이 닮으셔서요]
[성도 같은데 혹시 가족이신가]
[목소리도 좀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뒤에 보이는 구조도 그분 집이랑 비슷하네요]
“에휴… 내가 졌다.”
부캐 놀이는 여기까진가.
배틀 토너먼트 때부터 들켰던 컨셉을 다시 사용한 게 억지이긴 했다.
선글라스를 벗고선 담담히 카메라를 마주한다.
[ㄴㅇㄱ]
[상상도 못한 정체!!!]
[와 정말 놀랍다]
[손우진! 손우진! 손우진! 손우진!]
[리액션 성의들 뒤지게 없네 ㅋㅋㅋㅋ]
“그리고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닌 놈은 빨리 자수해라.”
나는 이들을 불러온 범인 녀석에게 자수를 권한다.
범인은 한 명밖에 없지 않은가.
네 명이서 오순도순 방송하고 있었을 때부터 있었던 놈 말고는 없다.
살려주세요 님이 10,000원 후원!
[미안합니다 ㅎㅎ 저희도 팬덤으론 밀리지 않는데 도움이 필요해 보여서]
자신도 양심에 찔리는 것이 있는지 도네이션으로 답을 하는 녀석.
날 생각해줘서 그랬다고 하기에 뭐라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에휴, 하여간 시키지도 않은 짓은 잘해요. 아무튼 다른 방에서 심하게 분탕 치는 놈은
밴 할 거야 알겠어?”
[ㅖ]
[ㅔ]
[심하게 하지는 말랬으니 적당히는 된다는 소리지?]
[ㅋㅋㅋㅋ 이걸 허락해 주네]
[기다려라 당장 간다 ㅋㅋ]
관심이 다른 곳으로 끌려서 그런지 오랜만에 튼 방송에 딴지를 거는 녀석들이 없다.
미스터 손으로 방송을 한 것이 호재로 작용한 건가.
어차피 오늘 이후로 방송을 언제 할지도 모르게 되었는데
차라리 이번 기회에 녀석들에게 장기 휴방을 알려야겠다.
“그리고 중대 발표 있습니다.”
[???]
[진작 왔어야 했는데 오늘 방송 알차네 ㅋㅋ]
[전업 스트리머 선언??]
[일주일 내내 절대 방송해]
[설마 여기서 분위기 곱창 내겠어?ㅎㅎ]
“한동안 방송 없습니다.”
[나]
[락]
[락]
[나]
[이걸 창내버리네 ㅋㅋㅋㅋ]
[락]
[손우진 방송켜 손우진 방송켜 손우진 방송켜 …]
[지랄하지마 지랄하지마 지랄하지마 지랄하지마 지랄하지마 …]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예측했던 반응들이 돌아온다.
“이번 토너먼트 봤을 거 아니야. 거기서 문제가 좀 생겨서 휴양 좀 갔다 와야 해.”
시청자들에게는 자세한 사정을 말할 수는 없지만
성좌화를 저지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떠나는 것이니
따지고 보면 휴양이 맞다.
[응 휴양 가서도 절대 방송해]
[방송이 먼저지 건강이 먼저야?]
[진단서 서류 다 떼오면 인정함]
“내가 없는 동안에는 엘레나에게 맡겨 보려 했는데 어쩔 수 없지 뭐.”
[휴양 잘 다녀오십시오]
[건강히 다녀오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십쇼!]
[최대한 늦게 복귀하셔도 됩니다]
[휴양지에서 느긋하게 있다 와 제발]
“좆같은 새끼들.”
[ㅋㅋㅋㅋㅋㅋㅋ]
[5252 복귀하면 고아단은 사라져 있을 수도 있다고]
[여기는 이제부터 엘프단이 접수한다]
[손우진보다는 엘프마망 보는게 낫지 ㅋㅋ]
이 지조도 없는 새끼들은 그저 엘레나가 방송을 진행한다는 한 마디에 조용해졌다.
스승님이 해결법을 찾기 전까지 깐프를 위한 인터넷 방송 교육을 진행해야겠어.
성좌의 기운을 억누르는 일은 쉽지 않기에 언제 복귀할 수 없는 상황.
그동안의 공백을 엘레나가 성공적으로 메꿀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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