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과산 스트리머-24화 (24/106)

〈 24화 〉 선배와 후배

* * *

<3일 동안="" 방송="" 없음=""/>

저승으로 출장을 다녀와야 합니다.

방송? 못합니다.

이해? 바라지 않습니다.

ㅂㅇ

ㅇㅇ:오늘도 시청자를 개버러지로 보는 원숭이 한결같아서 좋습니다

고붕이:원숭이가 공지를 쓰다니 눈물이 다 난다 ㅠㅠ

ㅇㅇ:그래도 출장 전에 방송 분량 낭낭하게 채워주겠죠?

ㄴ고아교주:선생님 실례지만 봉합이 필요해 보이십니다

ㄴㅁㄴㅇ:이새낄 믿냐 ㅋㅋㅋ

ㄴdd:유입쉑 손우진 믿는거 보소 ㅋㅋㅋ

ㅁㅁ:엘레나 대타 세워놓고 가면ㅇㅈ

<속보! 손우진="" 죽은="" 지="" 3일="" 만에="" 부활해=""/>

출장 잘 다녀왔습니다.

여러분 생명을 소중히 여기십시오.

시청자 분들과 정말 만나고 싶지만

여러분이 저의 소중함을 느껴보시길 원하기에 오늘 방송은 쉽니다.

ㅇㅇ:미친놈이 쓸데없는 배려 뒤지네ㅋㅋㅋㅋ

ㄴㅇㅇ:ㄹㅇㅋㅋ

ㅇㅇ: 원숭이 새끼 기강 잡는다 꽉잡아!

ㄴ하테: 이건 기강이 아니라 일방적 폭력이야 시발

ㄴ주갤럼: 주식도 이런 식으로 개미털기는 안해 진짜 이놈이 미친거임

ㅁㅁ: 니가 쉴거면 엘레나 내보내라고 ㅅㅂ

ㄴ1234: 이게 맞다 ㅋㅋ

ㄴ고아교주: 그 종족 언급 밴입니다

ㄴㅁㅁ: 왜?

ㄴ고아교주: ㅁㄹ 원숭이가 언급하는 거 좀 싫어하드라

. . . . .

오랜만에 잡아보는 마우스.

방송 부스에 들어온 나는 간만에 컴퓨터를 켠다.

방송을 틀자마자 들어오는 망자놈들.

알림이라도 설정해 두었는지 방송만 시작하면 귀신같이 찾아서 들어온다.

“아아. 들리십니까?”

[ㅖ]

[네]

[들림 ㅇㅇ]

[방송을 안했는데 세팅 달라질 게 뭐있음 ㅋㅋ]

[어허 팩트 그만]

[ㅋㅋㅋㅋ 생각해보니 그러네]

“아니 왜 그렇게들 방송 좀 하라고 난리야.”

방송이 히어로 활동에 비해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것은 맞지만

나는 돈을 버는 것에 대해 그렇게 절박하지는 않다.

현역 시절 괴수를 미친 듯이 잡아서 재산을 불리기도 했고

성좌께서 물려준 산은 알박기를 해버렸기에 따지고 보면 서울에 집을 장만한 셈이지.

아쉬운 것 없는 삶이다.

그렇지만 방송이 주는 재미는 다른 것으론 채울 수 없다.

이렇게 대충 일하고 막말을 내뱉지만, 그게 좋다며 찾아오는 이 이상 성욕자들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뭐가 그리 재밌어서 막 나가는 방송을 알아서 찾아오는 건지.

이런 모습을 보면 성좌들이 이래서 인간들에게 힘을 내려준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도 얼마나 재밌겠는가.

자신의 힘을 나누어 주는 것이 따지고 보면 시청료가 아닐까.

[방송 안 할 거면 히어로 복귀하십쇼]

[둘 다 하면 안됨?]

[괴수 잡는 야방 좋다]

[그래서 오늘 뱅송 뭐합니까]

“오늘 아무것도 준비 안 했는데?”

정말이다.

하예은의 이사 건도 있고 해서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기 때문에

방송 콘텐츠는 하나도 준비해 두지 않았다.

“뭐 할 거도 없는데 게임이라도 할까?”

만만한 게 게임이긴 하지.

나는 재밌게 하고 시청자들은 지루하고.

내게만 이득이 되기에 오히려 좋다.

[ㄴㄴㄴㄴㄴㄴㄴㄴ]

[속보)손우진 오자마자 기강 잡는다 선언]

[절대 하지마 제발]

[개미좀 그만 털어 ㅅㅂ]

[유입쉑들 어질어질하죠?ㅋㅋㅋ]

[라떼는 소통도 안하고 게임만 했다~]

“뭐 이리 싫어하는 게 많아, 편식들이 심하네. 싫어하는 것도 하는 것이 어른인데.”

[자아성찰인가요?]

[그래서 이분 언제 어른 되나요?]

[ASK의 왕이라네]

ㅇㅇ님이 1,000원 후원!

[엘프 누나랑 합방 ㄱ]

방송이 루즈해 질 때쯤 들어온 도네이션의 한 마디.

이 녀석들 깐프 외모를 한 번 맛보더니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일반인 언급 밴입니다]

[그 일반인 언급 ㄴ]

[근데 왜 언급하면 안되는 거임?]

[ㄹㅇ 방송하면 인기 많을 거 같은데]

“아니 뭐 완전 금기시 하는 것은 아니고, 본인이 방송할 생각이 없다면 언급은 자제해 달라 이 말이지.”

순진한 깐프에게 과도한 관심은 독이다.

저 정보의 바다에 오염된 깐프가 방송까지 하게 된다면

어디까지 암흑진화를 하게 될지 두려워 방송은 되도록 안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오늘은 왜 무투 히어로가 정답인가에 대해서 알아볼까?”

[드르렁]

[내일보자]

[좆노잼 게임 vs 개틀딱 훈화말씀 난죽택이다]

[무지성 호감파 나왔다 ㅋㅋㅋ]

[요즘,,저희 동년배들 다,,무투 지지하고 있읍니다..]

당연히 예상은 했지만, 시청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나 혼자 힘으로는 부족하다.

엘레나 때처럼 치트키를 사용해야 할 시간이 왔군.

“기다려 봐 새끼들아, 게스트 좀 불러볼게.”

내 말은 씨알도 안 먹힐테니 성공한 무투파의 산 증인이 필요하다.

마이크를 끈 뒤 무투의 성공 신화, 하예은에게 전화를 건다.

잠깐의 신호음이 지나간 뒤 전화를 받는 하예은.

“네 아저씨.”

“예은아, 밥값을 할 시간이다.”

“네?”

원래 세입자에겐 집주인이 갑이다.

예은이에게 거부할 수 없는 요청을 한다.

“내 방송에 게스트로 출현해줘.”

“음…저 말주변이 정말 없는데요?”

“진행은 내가 할 테니 너는 대답만 해도 돼.”

“알겠어요. 언제 가면 되나요?”

“준비 다 마치면 1층 내 방으로 내려와.”

하예은은 신성을 가다듬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내가 사는 수렴동으로 이사를 왔다.

나 혼자 사는 곳이지만 쓸데없이 집을 크게 지었기 때문에 방은 남아도는 상황.

불편하지 말라고 아예 2층 공간을 통으로 내어주었다.

잔뜩 심술이 난 시청자들을 달래기 위해 치트키를 꺼내 든다.

“내 말은 이젠 들어 처먹지도 않으니 원.”

[자신의 행적을 되돌아보는 것이 어떨까요?]

[개뻔뻔함 ㄹㅇㅋㅋ]

[그스그시 모르냐? ㅋㅋ]

그렇게 시청자들과 티격태격하는 사이에 밖에서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

“들어와도 돼.”

방송 부스 안으로 들어오는 오늘의 게스트 하예은.

갑자기 찾아온 손님에 당황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보인다.

[뭐임???]

[게스트가 하예은임?]

[5252 손우진!]

[지엔장 손형 믿고 있었다고~]

[클라스 ㅜㅑ]

단번에 태도를 바꾸고 나를 칭송하기 시작한다.

정말 알기 쉬운 놈들이다.

“쓰레기 놈들에게 인사 한번 부탁합니다. 예은양.”

“저…영웅신 헤라클레스님의 챔피언 하예은입니다. 반갑습니다.”

좀 전의 날만 해도 케르베로스와 야성의 대결을 펼친 주제에

방송 출현하는 것이 어색한지 수줍은 표정을 짓는 하예은.

“다름이 아니라, 이 녀석들이 무투를 또 무시하잖아.”

“사람들이 아저씨의 태도에 반감이 들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

예은아? 우리 둘이 힘을 합쳐야 하는 것 아니니?

게스트를 부른 이유가 무색해진다.

[할말은 한다 하카콜라 ㅋㅋㅋ]

[손우진 표정 ㅋㅋㅋㅋ]

[후배가 더 잘 알고 있네]

[아무 말도 못하죠?]

“자 사소한 건 건너뛰고, 왜 무투를 선택했는지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

“저는 더 강해지는 것을 원했기 때문에 이 길을 선택했어요. 아저씨는요?”

“나는 내가 원해서 한 게 아니야.”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내가 하는 말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반문하는 하예은.

말 그대로인데.

“내가 원한 게 아니었다니깐? 성좌께서 말하길 네놈은 고생 좀 겪어봐야 한다고 그러더라.”

“…”

이 황당한 답변에 할 말을 잃어버린 하예은.

그 마음은 이해한다. 그 당시 나도 어이가 없었으니깐.

“그래서 힘을 어떻게 길러야 하나 생각해보다 떠오른 게 천축행이었지.”

“그렇게 고생하셨으면 무투의 길을 추천하지 않는 게 맞지 않나요?”

“내가 겪었던 고통의 길을 남도 겪었으면 좋겠어.”

[우리 손우진이 맞습니다 ㅠㅠ]

[혐성 씨발 ㅋㅋㅋㅋ]

[미친놈 개미친놈 ㅋㅋㅋㅋ]

[개또라이 아니야 이거]

질렸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하예은.

후배의 경멸 어린 표정은 생각보다 아프다.

“아니, 농담도 못 하겠네.”

“아저씨가 말하면 농담같이 안 들리니깐 문제죠.”

“크흠, 사실 무투나 강림이나 우리 인류의 상황을 생각하면 모두 필요해.”

성좌에게 신성을 부여받는 강림형 히어로는 별다른 과정 없이

바로 초인의 힘을 낼 수 있기에 짧은 기간 내에 전투에 투입될 수 있다.

그렇게 인류의 전멸 위기를 버텨내는 동안 무투형 히어로들은 고행을 통해

더 큰 신성을 쌓아 올려 막대한 힘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놓고 보면 서로 상부상조인 관계지만 히어로도 직업이 된 이 시대엔

빠르게 전투에 투입될 수 있는 강림쪽이 더 선호되는 편일 뿐이다.

“막대한 신성을 부여받는 챔피언이 아닌 이상 자신의 노력에 따라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무투를 고평가할 뿐이야.”

“그건 맞는 말이네요.”

[원숭이 포장술 하나는 끝내준다]

[처세술 오지네 ㅋㅋㅋ]

[급훈훈하게 마무리]

하예은과 히어로에 대해 얘기를 하다 보니 시청자들이 몰입하는 것이 보인다.

여기서 실전을 한 번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예은아, 2부는 우리가 연습 대련하는 걸 보여줘도 될까?”

“네. 저는 상관없어요.”

[누구야 손우진 몸에서 나가!!!]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오늘 방송 분량 존나 알차네 ㅋㅋㅋㅋ]

[손우진! 손우진! 손우진! 손우진!]

참 알기 쉽게 단순한 놈들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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