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과산 스트리머-11화 (11/106)

〈 11화 〉 광신도

* * *

협회 내에서 떠들기엔 조심스러운 이야기투성이라 안소정을 데리고 화과산으로 돌아왔다.

이번엔 팔자에도 없던 위험한 탐정 놀이를 해야 할 판이다.

이 썩을 여동생은 나를 어떤 일을 맡겨도 해결해주는 심부름 센터로 생각하는 건가.

화과산 수렴동으로 돌아가던 길에 깐프 주니어들이

마을 밖으로 나와 뛰어노는 모습이 보인다.

“얘들아, 어른들이 마을 밖에서 놀지 못하게 했을 텐데?”

“아저씨! 사실은요, 저희끼리 화과산 탐험...”

휘잉­

까앙!

“무슨 짓이야.”

“사도입니다. 비켜주세요.”

안소정이 아이들을 향해 휘두른 전투 망치를 여의를 소환해 막아낸다.

아 이 녀석, 어릴 적부터 진짜 개미친년이었지.

교단의 가르침을 깊게 따르던 이 녀석이엘프 아이들과 만난 것이 악수가 되었다.

괴수 쪽만 발작을 일으킬 줄 알았는데 이종족 아이들도 여지없이 사도에 속하는 거냐.

이미 화과산 원숭이들도 흉흉한 안광을 내뿜으며 지켜보는 중이다.

대장 원숭이가 행동하고 있으니 자제할 뿐.

종족이 다르더라도 숲의 가족들을 건드렸으니 화가 났겠지.

숨어있는 엘프 쪽 레인저들도 보니 벌써 활시위에 힘이 들어갔고 이걸 어쩐다.

“네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겠어?”

“유일신이 창조하지 않은 존재들, 사도입니다.”

“너 엘프의 기원은 알고 그러는 거야?”

죽은 눈으로 나를 돌아보는 안소정.

이단 심문관 녀석들은 사도와 관련된 일이면 항상 이런 식이다.

몸에 깊게 밴 피 냄새가 어떻게 배었을지 이해가 간다.

이렇게 고지식한 녀석들에겐 진실보다는 적당한 거짓말이 좋다.

“엘프가 인류와 먼 친척인 점은 알고 있어? 이 녀석들 밝혀진 바로는

우리 선조들이 차원 이동에 휩쓸려서 다르게 진화한 종족이야.”

개구라다.

“그저 다른 차원에서 살았기에 귀가 좀 길어지고 머리색이 변한 것 뿐이라고.”

방금 지어낸 따끈따끈한 거짓말이다.

“넌 힘들게 다시 돌아온 선조들의 후예를 공격한 거다, 이 예의도 모르는 것아!”

거짓말은 항상 당당하게 해야 한다.

내 구라에 나 자신도 잡아먹히게.

투욱­

전투 망치를 떨구고 흔들리는 눈망울로 깐프 주니어들을 쳐다본다.

이걸 믿는다고? 솔직히 내가 지어냈지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앗...아아...

뭐라고 중얼중얼 거리는 안소정.

이쯤 되면 슬슬 구라를 쳐버린 이쪽도 무섭거든요.

“아아아아!!!”

“이런 말도 안 되는 비극이 있을 수 있다니!!! 너무 비정상적이에요!!!”

죄송해요,죄송해요를 연발하면서

깐프 주니어들을 껴안고 흐느끼는 안소정.

다짜고짜 전투 망치를 휘두르던 안소정을 보고 겁먹었던 아이들이지만

오히려 이런 모습에 더 질린 건지 기겁을 한다.

“아저씨! 이 누나 이상한 것 같아!”

“다 큰 어른이 울고 있어!”

“놓아줘!”

미안해 얘들아.

내 동생이지만 나도 가끔은 무서워.

엘프들의 안위와 안소정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이 거짓말은 끝까지 들키면 안 되겠네.

담당 천사분들도 눈치가 있으면 조용히 있겠지.

아이들을 붙잡고 울면서 고해성사를 하는 안소정을 끌고 수렴동으로 데려왔다.

“알겠어? 일단 그 살벌한 오함마부터 휘두르지 말고 대화를 해보란 말이야.”

“네, 잘못했습니다...”

“이종족이 이성이 없고 공격적으로 나오면 그때부터 골을 박살 내도 늦지는 않으니깐.”

녀석에게 합리적인 이단 심문관 행동강령을 주입한 뒤 본래 일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래서 교단 내 실종사건을 조사한다니, 빌런이나 괴수와 관련된 일이야?”

“아뇨, 악의 무리의 침입 흔적은 없었어요.

다만 교인들이 몇 달 전부터 한두 명 씩 나오지 않기 시작하더니.”

“하더니?”

“아예 교단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어요.”

이상하긴 하다.

야훼, 여호와, 주, 천주, 하느님, 하나님 한 명의 신을 가리키는 단어들.

유일교는 그의 전령 천사들의 현세 강림 이후 자신들의 신에 대한

존재의 의심이 사라졌기 때문에 대부분이 독실한 신도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일반 신도들인 민간인이나

성좌로 존재하는 천사들에게 선택받은 주교들이나 이단 심문관 출신 배교자나

개종자들이 나오는 것이 극히 드물다.

아무래도 자신들의 성좌를 직접 본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정작 성좌들은 타락한 신도들을 잡느라 바빴지만.

“극단적 반(反)유일교 단체의 소행일 가능성은?”

“위험인물들은 항상 감시하고 있기에 그럴 일은 없어요.”

자연스럽게 집단 사찰 사실을 꺼내놓는 이 녀석.

괜찮은 거냐 이 종교.

“지금까지 몇 명 정도 실종되었는데?”

“5명이요. 하지만 교단 내에서는 다들 쉬쉬하고 언급을 꺼리는 태도라...”

5명이나 실종되었는데 자체적으로 은폐한다니.

이 피로 세워진 종교 내에서 사람이 실종된 사건을 숨기려 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일단 교단을 방문할까 하는데.”

“정말 오래간만에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시는군요!”

“그렇게 말 안 해줘도 내가 드물게 방문하고 있다는 건 자각하고 있거든.”

상냥한 말투로 꼽을 주는 안소정.

교단에 자주 방문하지 않아서 심통이 난 것이 분명하다.

은밀하게 진행하는 건 내 성미에 맞지 않는다.

그냥 당사자들에게 당당히 물어보고 말지.

유일교를 방문하는 것은 정말 오랜만인데 이런 식의 만남이 될 줄이야.

///////

“우진아, 오랜만이구나.”

“정 신부님.”

우리 원숭이 성좌께 선택되어 수행을 떠나기 전까지는 나도 유일교의 교단에서 자랐다.

그 당시 괴수의 침공과 이세계 존재들의 출현으로 사회가 혼란에 빠졌을 때

홀로 남겨진 아이들을 거두고 먹이고 키우는 역할을 유일교 교단이 자처해서 맡았다.

그곳에서 형, 누나, 동생들, 그리고 신부님들.

새로운 가족들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내 유년기는 평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도움을 받았기 때문일까 히어로 출신 중에서도 신도는 아니지만

교단에 대해 후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나도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있기도 하고.

어린 시절 나의 보호자셨던 정 신부님을 통해 실종 사건의 전말을 듣기로 했다.

“잘 지내시죠? 자주 찾아뵈었어야 했는데.”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일을 다 하는 게 신께서 원하는 바 아니겠니.”

“말씀이라도 감사하네요. 다름이 아니고, 교단에 관련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방문했거든요.”

사건 얘기를 듣자마자 표정이 어두워지시는 신부님.

“흠...여기서 할 얘기는 아닌 것 같구나. 내 방으로 가자꾸나.”

신부님을 따라서 사제관으로 이동했다.

교단 내에서 쉽게 꺼낼 수 없을 정도의 이야기라.

이번 사건도 괜히 맡은 감이 드는데.

“역장을 펼칠까요?”

“아니란다. 그럴 필요는 없어.”

성좌의 눈을 피할 이유는 없다 이건가.

“교단 내 실종사건을 조사하러 온 거니?”

“네.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요. 교단에 무슨 일이 생겼죠?”

한참을 망설이다 이내 대답하신다.

“지금 교단 상황은 우진이 네가 어릴 적 상황과 많이 다르단다.”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시는 신부님.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 속의 밀레니엄 쇼크가 잊혀질 즈음

교인들 사이에선 누구를 섬겨야 할지 분쟁이 생겼지.”

“교단을 이끄는 성좌, 천사들을 믿기 시작했군요.”

“그래, 직접 마주하고 대화할 수 있는 성좌분들을 섬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되었단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하지 않는가.

밀레니엄 쇼크를 경험한 어른들이 나이가 들어 점점 영향력이 줄어들고

새로운 피가 수혈되어 교단 내 새로운 주장이 나올 수는 있다.

그런데 그게 이번 실종 사건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천사님들을 섬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교인들은 기존 가르침에 반발하여...”

정 신부님의 안광에서 빛이 나기 시작하더니 거대한 신성이 내려오는 것이 느껴진다.

신부님의 몸을 빌려 나타난 천사, 이 신성은 미카엘이다.

“사고 친 성좌가 신도의 몸을 빌려서 나와도 되는 겁니까?”

­사고가 아닌 정당한 심판이었다. 챔피언, 교단의 일을 해결하러 온 것이 확실한가?

“예 뭐, 일단은 저도 교단과 완전히 상관없다고는 할 수 없으니깐요.”

­배교자들이 악마와 연관되어 있다.

“생각해보니 출가한 지 꽤 되었는데 외부인이 참견할 일이 아닌 것 같군요.”

인생 시발.

집 나간 고양이 찾기가 호랑이굴에 들어가는 것으로 변경되게 생겼네.

받는 부탁마다 지뢰투성이다.

용과 만나고 오니 이번엔 악마들이냐.

­장난 칠 시간이 없다 챔피언.

“아니! 교단 내 교리의 분쟁이 어떻게 하면 악마들까지 연관되게 만든 겁니까?

통제를 제대로 하셨어야죠!”

천사는 내 속도 모르고 말을 이어간다.

­사라진 교인들이 희생될 가능성이 크다. 악마 숭배자들에게서 교인들을 구출할 수 있겠나?

“내가 안 한다고 그러면 어떻게 하실 건데요?”

­다시 한 번 악을 징벌하는 성전이 벌어지겠지.

“그냥 조용히 해결하면 안 됩니까?”

­그러면 나를 돕거라 챔피언.

지금 나의 분노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중년의 남성 신부몸을 빌려 현세에 나온 눈앞에 천사는 나를 정말 화나게 만든다.

이 천사를 곤란하게 만든 건 누구인가? 실종된 유일교 교인들이다.

교인들을 왜 실종 되었는가? 악마들을 숭배하는 뿔박이들이 유력한 용의자다.

왜 지옥에 있는 악마를 섬기는 것이지?

내가 악마가 어떤 것인지 현실에서 보여주겠다.

기다려라 뿔박이 새끼들아.

///////

"빨리 불어."

"모른다니깐! 왜 갑자기 찾아와서 공격하는 거야! 왜!!!"

지독한 녀석, 지옥의 성좌들을 숭배하는 녀석들답게 독한 구석이 있다.

"챔피언 님 아주 독한 녀석이에요, 쉽게 말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동생아, 이런 녀석들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된다고."

악마 숭배자 녀석을 붙잡은 두 남매.

오래간만에 야외 방송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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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111회 감사합니다!

천 회때 찍어 두려 했는데 잠깐 사이에 놓쳐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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