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과산 스트리머-8화 (8/106)

〈 8화 〉 손우진입니다...

* * *

다가오는 일행들과 님프들에게 말을 건넸다.

"님프스, 부탁한 대로 몇 분 정도 잠들었다?"

"솔직히 정말로 라돈을."

"기절 시킬 줄은."

"몰랐는데, 고마워 인간."

가장 가까이 지냈을 당사자들도 반쯤 질러본 부탁이었다니.

누워 있는 내게 하예은과 엘레나가 다가온다.

“아저씨.”

“왔냐, 그래서 황금사과는 받았어?”

손에 든 빛나는 황금사과를 보여주는 하예은.

저 사과 하나 때문에 백 개의 머리를 가진 불사의 용과도 싸워보고

원래 신화처럼 파멸을 부르는 과일이 틀림없다.

“아저씨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이번 과업에서 전 죽었을지도 몰라요.”

“정말 고마워요.”

나를 향해 희미하게 웃어 보이는 하예은.

무뚝뚝한 녀석이 웃으니깐 예쁘긴 하네.

아아, 난 이걸 위해서 이 과업에 참가한 것이

아니다.

“예은아, 성좌들이 뭐 언급한 거 없어?”

“네?”

“아니, 뭐 올림포스 챔피언을 도와줘서 보답한다느니 이런 거 말이야.”

미소가 사라지고 짜게 식어가는 하예은의 얼굴.

“우진님, 소녀의 감성을 고려해주지 않는 넌씨눈이네요.”

인터넷에서 단어 공부만 하다 왔니, 엘레나?

그것도 전부 명치를 때리는 단어들로 배워 왔다.

“아니, 이렇게 고생했는데 뭐 따로 챙겨주는 건 없나 싶어서 물어봤지!”

“그래도 수고했다, 다친 곳은 없냐 정도는 먼저 물어볼 수 있잖아요.”

“쟤나 나나 챔피언이라 몸 하나는 튼튼하거든?”

“정말 모쏠 같은 발상이네요.”

“하아...이런 게 아저씨다운 거겠죠.”

악담을 내뱉는 깐프와 한숨을 쉬는 하예은.

“아저씨 말대로 공로가 많아서 헤라클레스 님이 따로 보상을 제공하신다 했어요.”

올림포스 같은 대기업에서 입 싹 닫을 리가 없지.

우리 악덕 업주 원숭이와 다르게 말이야.

그때 천상에서 중후한 목소리가 말을 건네온다.

<챔피언 손우진,="" 그대의="" 도움으로="" 나의="" 챔피언이="" 과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

“예은이 아버님 오셨네.”

<흠, 그대를="" 같이="" 보낸="" 것이="" 역시="" 틀린="" 선택이="" 아니었군.=""/>

“그래서 우리 성좌와의 거래는 별개로, 제 보상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대가 요구하는="" 것은="" 되도록="" 들어주겠다.=""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미리 생각해 두었던 보상을 향해 손짓했다.

내가 원하는 보상을 알게 되자 깜짝 놀라는 하예은과 엘레나.

“가능합니까?”

<챔피언, 아무리="" 그래도="" 그것은...=""/>

“허락해 주신다면 함께 화과산에서 살고 싶습니다.”

<흐음...우선 당사자의="" 의견을="" 물어보고="" 가능하다면="" 들어="" 주도록="" 하겠다.=""/>

크으, 그래도 불가능하다는 소리는 안 하는 영웅신, 역시 통이 크다.

보상건도 해결되었고 이제 집에 갈 시간이다.

군두운을 탈 기운도 없다. 집에 가는 길은 올림포스 슈퍼카 아퀼라에게 신세 좀 져야겠네.

퓌요오오오오오오오!

남성은 태우기 싫다는 듯 소리치는 녀석.

“아퀼라, 나랑 동행한 엘프 한번 태워 봤으면 잔말 말고 태워주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인정하는 듯 등을 내주는 녀석.

이 녀석 그래도 환상 속 뿔 달린 말보다는 합리적이다.

운이 좋군.

하예은은 나와 엘레나를 화과산 앞까지 내려준 뒤 올림포스 지부로 떠났다.

다시 만나자는 인사와 함께 떠나가는 하예은.

예은아, 미안하지만 너와 다시 만나면 또 한 번 더 개고생할 것 같아서

되도록 만나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아까 엘레나의 넌씨눈 지적을 떠올려 내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진 않고

그저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줬다.

피곤할 텐데 과업의 완성을 위해 바로 길드로 가는건가.

기특한 녀석. 무투의 미래가 정말 밝다.

///////

일주일 뒤 헤라클레스가 올림포스의 허락을 받아 냈는지 보상을 보내왔다.

문제는 살 곳을 정해야 하는데, 내가 사는 수렴동에 두기엔 너무 크고.

그냥 엘프 마을에 보내기로 했다.

“그래서 이게 지금 어떻게 된 일인가, 손우진.”

“그게 일레인...혹시 세계수의 반려가 필요하진 않아?”

감정이 없는 줄 알았던 녀석의 표정에 황당함이라는 감정이 드러난다.

“손우진, 드디어 미친 건가? 지구에 뿌리내린 어머니 세계수는 아직 유목 수준이다.”

“아니 요즘 연상연하 커플도 얼마나 많은데. 나무라고 다를 게 있나.”

“하아...”

올림포스로부터 받은 보상은 바로 황금사과나무.

소유권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이 나무를 받아 온다면 라돈 녀석 또한 자동으로 딸려온다.

그리고 님프 세 자매도 오기 때문에 따로 손이 갈 필요도 없다.

황금사과나무를 받아온 것은 순전히 라돈 때문이다.

내 성질머리를 알면서도 화과산으로 엘프를 노리고 침입하는 몇몇 녀석들이 있었다.

빌런들도 있고 그저 엘프 한번 보여 달라고 조르는 이종족 성애자들도 있었고.

빌런은 두들겨 패서 히어로 협회 감옥으로 보내주고,

나머지 녀석들은 일부러 남자 깐프만을 보여주었다.

남자 깐프가 더 좋다고 있다고 주장하는 미친놈들도 종종 있었지만.

잠들지 않는 파수꾼 라돈이 있다면 쉽게 노리지 못할 것이다.

겸사겸사 화과산의 전력도 더 강해져서 좋고.

깐프들을 이렇게 아껴주고 생각하는 나 제법 젠틀해요.

황금사과나무는 세계수의 짝으로서도 꿀리지 않는다.

저쪽이 깐프들의 정신적 어머니와 같다면 이쪽은 올림포스 최고 여신의 보물이다.

결혼도 하고 그러면 깐프들도 황금 사과나무를 신목처럼 생각하겠지.

<챔피언 손우진.=""/>

올림포스와의 사돈계획을 생각하는 도중에 들리는 아름다운 목소리.

가정의 여신 헤라다.

“여신을 뵙습니다.”

<이계의 신에게="" 격식을="" 차려주다니,="" 고마워요="" 엘프분.="" 그리고="" 챔피언.=""/>

일단은 모른 척으로 나가자.

“뭡니까?”

<주인의 뜻과="" 상관없이="" 결혼을="" 진행="" 시키지="" 마세요.=""/>

다 듣고 있었나, 신들이 뭐 이리 하계에 관심이 많아. 운이 없군.

“아니, 둘 다 외롭게 있는 것보다 좋을 거 같아서요.”

“손우진. 아까도 말했지만, 어머니 세계수는 아직 유목이다.”

<그리고 제="" 황금사과나무는="" 암나무에요.=""/>

“세상 인과도 꼬인 마당에 남성과 여성만이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시죠!”

<그게 지금="" 가정과="" 결혼의="" 여신에게="" 할="" 소리인가요?=""/>

안 통하네.

“크흠, 그러면 황금사과나무가 세계수와 잘 지내라고 말이라도 해주세요,”

<제 아이에게="" 자매처럼="" 친하게="" 지내라고="" 해두죠.=""/>

여신이 온 김에 하나 더 일 처리를 해결하자.

“그리고 헤라 여신님.”

<오만한 당신이="" 님을="" 붙일="" 정도니="" 무언가="" 요구하는="" 게="" 있겠죠.="" 무엇을="" 바라나요?=""/>

귀신같네, 역시 감 하나로 자신의 남편을 감시하고 다녔던 여성의 능력인가.

소름 돋을 정도이다.

<무례한 생각은="" 그만두고="" 어서="" 말하세요.=""/>

“라돈에게 걸려 있는 불면의 저주를 풀어 줄 수 있나요?”

제가 따로 저주를 건 것은 아니에요.>

“그러면 하루에 한 개의 머리만을 남기고 다른 머리들은 잠들 수 있는 건 가능합니까?

내 대안을 듣고 고민하는 여신.

그 정도 수준의 파괴 병기에게 온종일 백 개의 머리를 켜 두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그냥 머리마다 하루씩 교대 근무를 돌리는 게 괜찮지 않을까?

<그 정도라면="" 제="" 권능으로="" 제약을="" 완화할="" 순="" 있어요.=""/>

좋아, 라돈 이용권을 손에 넣었다.

<그럼 챔피언,="" 제="" 아이들을="" 잘="" 부탁해요.="" 보금자리로="" 거둬="" 준="" 점은="" 고마워요.=""/>

자신의 권속들을 맡기고 사라진 여신.

”자매결연도 어떻게 보면 한가족이 되는 게 아닐까?“

”조용히 해라,손우진.“

황금사과 나무는 세계수 근처에 사이좋게 심었다.

그 주변에 적당히 자리 잡은 라돈과 새 보금자리를 살펴보는 님프 자매들.

님프들을 보니 품에 원숭이 한 마리씩 안고 있다.

”자신의 나이가 1살 이상이다, 내려와.“

끼익­! 끼익­!

투덜거리면서 떠나는 원숭이 녀석들, 방심할 수가 없다.

일단 새 입주자들 소감은 들어봐야지.

”그래서 새로운 집은 마음에 들어?“

”자연의 기운이 넘쳐서.“

”굉장히 좋아.“

”동물들도 많고.“

”라돈! 너는 어때?“

『재밌는 일을 벌였더군, 인간. 상관도 없는 나를 위해 여신께 부탁을 한 이유가 뭐지?』

”뭐 당장 네가 필요한 곳이 있기도 하고, 겸사겸사라는 거지.“

『크하하! 재밌는 녀석.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잠을 선물해 준 대가로 얌전히 있도록 하지.』

말을 마치자마자 한 개의 머리를 빼고 잠을 자기 시작하는 고룡.

그냥 네가 잠이 자고 싶었던거지뭘 얌전히 있겠다는 거야.

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 잠자는 용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진 않다.

얼추 새 식구들도 다 맞이했고 이제 밀렸던 일을 하러 갈 차례이다.

언론을 통해 내 귀국 사실을 미리 알고 있는 시청자들이

일주일 동안 말도 없이 잠수탔던 나를 가만둘 리가 없다.

몸은 그동안 고생했으니 입이 일 할 차례이다.

(손우진 님이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지금 바로 확인하세요! : 손우진입니다... )

채팅방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냥평생쉬지왜돌아왔어?그냥평생쉬지왜돌아왔어?그냥평생쉬지왜돌아왔어?]

[여기가 잠수부 손우진 선생님 고향인가요?]

[진짜일주일동안참았어 진짜일주일동안참았어 진짜일주일동안참았어]

[손우진방송켜 손우진방송켜 손우진방송켜 손우진방송켜]

[시청자가 ㅈ으로 보이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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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사과해 절대사과해 절대사과해 절대사과해 절대사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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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났는데 잠수부 손우진 어디갔나요?]

오늘 하루가 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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