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과산 스트리머-7화 (7/106)

〈 7화 〉 잠 못 드는 용

* * *

쿠웅­! 쿠웅­!

금이 간 포스필드에 박히기 시작하는 여의들.

골탕을 먹이는데 도가 튼 화과산 악질 녀석들은 자신보다 큰 용을 괴롭히는 것이 재밌는지

여의들을 뽑아서 여러 번 던지기 시작한다.

이 와중에도 히드라의 녹색 사기는 라돈의 포스필드를 점점 부식시키고 있다.

삼촌을 옭아매는 조카의 사념이라, 배덕감이 드는데.

감상은 여기까지고,마무리를 지을 차례이다.

라돈이 웅크리고 포스필드를 유지하려고 하는 동안 끝내자.

약간의 도움닫기를 통해 근육을 긴장시킨 뒤 낮고 빠른 포복으로 나 자신을 최적의 활로 만든다.

그 후 온몸의 에너지를 여의에 담아 던졌다.

이제 라돈의 너덜너덜한 포스필드를 박살 낼 시간이다.

화과산 오리지널 화룡점정.

슈우우우우웅

내가 날려 보낸 여의는 라돈의 포스필드를 박살 내고 녀석의 손에 박혀 버렸다.

콰앙!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앞발들로 머리들을 보호한 상태로 뒤로 넘어가는 거대한 빌딩 녀석.

라돈의 포스 필드가 해제된다.

휴우,

"라돈, 정신이 들어?"

그래도 치료하는 의료인으로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해 봐야지.

묵묵부답인 녀석. 마취가 너무 잘 들어간 건지, 아무 말이 없는 것을 보면 잠드는데 성공한 건가?

포스필드가 박살 난 상태로 누워있는 라돈.

그런데 몸이 점점 붉어지더니 놈의 몸에서 나오는 열기가 주위의 땅과 건물들을 녹이기 시작한다.

순간 제천대성의 화안금정이 보여주는 짧은 미래시는 하예은의 죽음을 보여준다.

타들어 가는 작열에 폐 속 끝까지 열기가 들어오고 숨도 쉬지 못한 채 죽어가는 하예은.

아, 큰 거 온다.

정통 무투의 맥이 여기서 끊어질 수는 없다.

나를 믿고 과업에 도전한 이 어린아이의 생명을 사라지게 만들 수는 없다.

"하예은! 네메아의 사자를 소환해!"

놈의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는지 네메아의 사자를 소환하는 하예은.

검은빛 갈기의 사자가 크게 울부짖더니 금색의 역장을 펼쳐 하예은을 보호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네메아의 사자라 해도 결국 상위계층 라돈의 브레스는 버티지 못했다.

소환술을 해제해 원숭이들을 다시 산으로 돌려보낸 뒤

도술로 땅을 접어서 달려 하예은의 앞에 도달한다.

그때, 다시 일어난 라돈의 백 개의 머리가 모두 이쪽을 쳐다보고 두 앞발을 땅에 박아 넣는다.

아아, 만약 내가 라돈이라면 저런 필살기 이름은 간지나게 헌드레드 브레스로 지었을 거야.

『 콰아아아아아아! 』

백 개의 머리에서 쏟아져 나오는 고열의 에너지가 우리를 덮치려 한다.

축지? 그러기엔 너무 늦었다. 사정범위권 내이다.

여의 시리즈를 소환해 벽을 쌓아도 저 정도의 공격은 막을 수 없을 거 같다.

인더스 펑키파마, 정말 급한데 당신 기술 한 번만 빌립시다! 표절 시비는 우리 성좌에게 문의하시길.

아마도 우리 성좌께선 자신이 당한 기술을 챔피언이 쓴다고 개지랄을 하겠지.

후우… 내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오른손에 담아내 합장한 뒤 불가의 법도를 읊는다.

­석가의 깨달음이 나에게 전해지니 부처와 나의 본질은 같다.

주어진 시간이 짧고 신성이 부족한 만큼 펑키헤드의 전체 형상을 불러올 순 없다.

오른손바닥만이라도 소환해야 한다.

여래신장 (????)

내 앞에 나타난 부처의 손바닥이 서역 용이 뿜어내는 사악한 기운을 받아낸다.

크으으윽! 내 신성 살살 녹는다 이 미친 새끼야!

잔뜩 꼴 받은 용이 뿜어내는 숨결은 지칠 때로 지친 내가 완벽히 막아 내기엔 역부족이다.

이대로라면 하예은을 지키기도 전에 둘 다 사이좋게 죽게 생겼다.

고아단 놈들은 이것마저 호상이라 하겠지? 쓰레기 새끼들.

미칠듯한 열기에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부처의 손바닥이 끝부터 점점 타들어 가기 시작한다.

놈의 약점, 죽지도 않는 놈의 약점이 뭐가 있지?

라돈의 약점, 용의 약점... ,급히 눈동자를 돌려 라돈 녀석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본다.

동양의 용이나 서양의 용이나 그 놈이 그 놈이겠지... 있다.

이 녀석 포스 필드로 꼭꼭 숨기고 있었군.

"예은아! 놈의 뿔 없는 머리를 노려서 후려쳐, 그게 그놈의 역린이야!"

"뿔 없는 머리가 어디에 있는데요!!"

"72번째!!!"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알아요!"

왼손을 하예은에게 뻗자 하예은이 달려와 손에 올라탄다. 눈치 빠른 녀석.

그대로 하예은을 공중으로 날려 보낸다. 끄으으으으으윽

이런 막노동에 챔피언을 술 한 병에 팔아먹은 미친 원숭이 새끼를 원망한 뒤, 다시 또 한 번 꼴 받은 용과 힘겨루기를 한다.

///////

공중에 뜬 하예은은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여기서 내가 실패한다면 아저씨가 죽는다.

그런 일은 싫어.

72번째 머리, 뿔이 없는 머리, 용의 역린을 들쑤셔야 한다.

라돈의 중간 머리부터 윗머리까지 시선이 이동한다.

69, 70, 71, 72.

찾았다.

아저씨가 해 준 말을 떠올린다.

나는 인간으로 태어나 신의 자리에 올라선 자, 힘과 영웅의 신 헤라클레스의 챔피언.

올리브나무 방망이를 쥔 손에 영웅신의 듬직한 손이 함께하는 것이 느껴진다.

아. 아저씨가 말한 것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아, 성좌는 언제나 나와 함께 하신다.

불멸의 용 라돈의 유일한 약점을 향해 인간 영웅의 최종병기를 휘두른다.

투웅 ­ !

둔탁한 소리가 커다랗게 울려 퍼지고 화염을 내뿜고 있던 용이 휘청거리기 시작한다.

///////

개떡같이 말해도 잘 알아들었구나.

믿고 있었다고, 하예은! 떨어지는 녀석을 향해 달려가 두 손으로 받아낸다.

읏차,

"예은아."

"네...아저씨."

온 힘을 다해서 때렸는지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다.

"무투 하길 잘한 거 같지?"

"푸훗, 그게 지금 나올 말이에요?"

그때 분노의 포효와 함께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는 불사의 용.

『크오오오오오오오오!!』

역린을 찔린 용의 분노가 무차별적으로 시작되었다.

"아니 시발 좀."

눈치 있게 여기서 쓰러져 주면 안 되니?

라돈이 주위의 건물들과 도로를 닥치는 대로 파괴하기 시작한다.

하예은을 안고 뛰기 시작하지만 남은 신성도 없어 간단한 도술을 부릴 수도 없다.

"아퀼라! "

하예은이 부른 제우스의 전령 거대한 독수리 아퀼라가 우리를 낚아챈다.

아퀼라의 발에 매달려 저 난리를 피우는 초상위 크립티드를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해 보지만

남아 있는 힘이 전혀 없다.

"하예은, 너는 먼저 황금사과나무 근처로 돌아가."

"아저씨는 어떻게 하시게요!"

참나, 언제부터 그렇게 걱정했다고. 과업을 수행하는 동안 전우애 비슷한 거라도 생긴 걸까.

"우리가 맡은 환자 진료는 마저 끝내줘야지. 가서 혹시 모를 충격에 대비해서 엘레나와 님프들을 보호해 줘."

"그래도!"

"어허! 어디 선배가 말하는데."

"절대로 죽지마세요. 죽으면 아저씨 미워할 거니깐."

이 과업이 끝나면 방송에서 썰 푸는 걸로 돈 복사를 할 수 있는데 죽을 수 있나?

세계 유일한 크립티드 마취에 성공한 나의 성공담은 시청자들에게 무조건 들려줘야지.

하예은을 아퀼라에 태워 보낸 뒤 건물의 옥상에서 라돈을 바라본다.

미안하다 그리스. 환상향이라 불렸던 아르카디아 현의 트로폴리 시의 상태는 거의 반파 상태라

라돈이 떠나도 재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리라.

설상가상으로 그 반파된 도시를 내가 좀 더 박살 내야 한다.

부르는 건 정말 오랜만인데 올지 모르겠다.

"후…여의금고봉은 부름에 응하라!"

너무 오래 불러주지 않아서 삐졌니? 내가 잘못했는데 이번엔 좀 급해.

"여의금고봉! 화과산의 주인 미후왕, 하늘의 성인 제천대성, 싸움의 부처 투전승불의 챔피언, 손우진의 부름에 응하라!"

스승의 별호를 죄다 언급해서 여의를 협박한다. 이래도 안와?

내가 죽으면 천계로 가 성격이 지랄 맞은 너의 원래 주인에게 이를 꺼야.

그때 하늘에서 작달막한 빛줄기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유성이 지나가는 듯하지만 녀석이다. 손오공이란 이름 성능 확실하고만.

금빛 섬광을 내는 시커먼 쇠 봉이 라돈을 향해 날아온다.

신의 처벌을 목도해라, 라돈 녀석.

"커져라 여의!"

주인의 뜻에 따라 몸집을 불리는 여의봉. 라돈은 무차별 파괴를 진행하다 무언가를 느꼈는지

하늘을 쳐다보지만 그 큰 몸집으로 피하기는 이미 늦었다.

라돈의 안면부를 강타하는 커다란 쇠몽둥이.

밀려오는 후폭풍을 보면서 아무래도 올림포스와의 거래는 불공정한 거래였다고 생각해본다.

///////

손우진 자체 생존 신고 시작.

"우진아, 죽었니 아니요..."

나의 그리스 첫 출장은 최악이었다.

입이 돌아가는 걸 보니 그래도 살만한 가 보다.

고개를 돌려보니 저 멀리엔 라돈 녀석이 여의봉을 덮고 쓰러져 있는 것이 보인다.

여의를 크게 만든 뒤 의식을 잃어서 아직도 그대로구나. 혹시 또 일어날까 봐 원래대로 돌리지는 못하겠다.

보유하고 있던 신성이나 내력 모두 텅텅 빈 게 느껴진다.

아, 집에 가고 싶다. 그리스 영웅 신 헤라클레스도 저 녀석과 왜 싸우지 않고 아틀라스의 도움을 받았는지 알 거 같아.

둘이 싸웠으면 둘 중 하나는 죽었어야 할 것이다.

그때 쓰러져 있던 라돈이 여의봉을 옆으로 치우고 일어났다.

녀석은 두리번거리더니 이내 나를 찾고 다가오기 시작한다.

쿵 쿵 쿵

"좀 봐주라, 이 새끼야."

『크하하하하하하하하, 긴장을 풀어라 필멸자.』

그러는 녀석이 내 위의 건물 잔해들을 치워주기 시작한다.

『잠시 뿐이지만 의식을 잃었으니 너의 승리다. 의식이 없다는 것은 정말 좋은 기분이더군.』

한 번도 잠들지 못한 용에게 그 짧은 시간은 굉장히 행복했던 모양이다.

흐으응, 환자분이 만족하셨는데 어련하실까요.

저 멀리서 일행들과 님프들이 아퀼라를 타고 내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진짜로, 집에 갈 시간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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