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과산 스트리머-5화 (5/106)

〈 5화 〉 하예은

* * *

(손우진 님이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지금 바로 확인하세요! : 그리스 가기 전 짧방 하예은 나옴)

방송을 키자마자 물 밀려오듯 들어오는 시청자들

장담컨데 98퍼센트는 하예은 얼굴 한번 보러온 놈들이다.

[드가자~~~]

[예하]

[방장 쳐내 하예은 나와 방장 쳐내 하예은 나와 방장 쳐내…]

[팔챗 풀어줘 팔챗 풀어줘 팔챗 풀어줘 팔챗 풀어줘]

[하예은! 하예은! 하예은! 하예은! 하예은! …]

[손우진? 손우진? 손우진? 손우진? …]

[도배 쳐내 방장 도배 쳐내 방장 도배 쳐내 방장...]

[지랄 났네 ㅋㅋㅋㅋㅋㅋㅋㅋ]

[고아단 역대급 패악질이네]

wukong15: ㅎㅇ

[ㅎㅇ?하예?하예은?하예은!하예은!]

[방 곱창 났는데 아무 일도 없는 척 인사하는 거 개열받네 ㅋㅋ]

[우진아 캠 켰니 아니요 우진아 캠 켰니 아니요]

[ㅈ우진 원숭이련아 뒤지기 싫으면 캠키라고 했지­>매니저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라고 할뻔­>매니저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wukong15: 잠깐 기다려봐 지금 날아가는 중

공중에서 야외 방송을 틀어 본 적은 없는데 괜찮을까.

근두운을 타고 날아가는 동안 액션 캠이 화면을 담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화면이 켜지자 보이는 내 모습.

금빛 호신강기로 몸을 보호하고 있는데 원하던 하예은이 나오지 않자 시청자들 뿔이 단단히 났다.

[원숭이 치워!]

[뭐냐 얘 몸에 뭐 두르고 있는 거임?]

[유입쉑 호신강기 처음보냐?ㅋㅋㅋㅋ]

[신님은 돌원숭이라 그냥 타고 다녔지 인간은 보호해줘야함 안그러면 목뼈 꺾임 ㅋㅋㅋ]

우리 원숭이 신님이야

워낙 튼튼하게 태어났기도 하고 서왕모의 9천 년 묵은 천도복숭아들, 천상계 진미들, 태상노군의 금단

그것도 모자라서 정풍단이라는 구슬도 처먹은 위인이다.

정풍단을 먹은 후로는 파초선의 바람도 견디는데 그깟 근두운을 탔을 때의 바람이 기별이나 갈까.

wukong15: 소리는 쉴리리릭드드르를 소리만 들릴 예정이라 음소거 했고

wukong15: 하예은 보여줄게 기다려 봐

저 뒤에서 날아오는 아퀼라를 향해 카메라를 돌렸다.

천둥의 기운이 담긴 포스 필드를 두르고 음속의 속도로 날아오고 있는 제우스의 전령.

근두운의 속도를 줄이고 아퀼라의 옆으로 비행하면 하예은을 화면에 담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손으로 똥을 싸고 있는 악질 놈들에게 순순히 하예은을 보여주기 싫다.

아아, 이것은 놀부의 마음가짐이란 것이다.

나는 조금만 더 심술을 부리기로 했다.

wukong15:너희가 찾는 하예은 저기 위에 올라타고 있거든 보이냐?

[보이겠냐]

[숨어서 방송 보는 히어로도 못볼듯 ㅋㅋㅋㅋ]

[이게 합방? 씨발놈아]

화가 단단히 나서 아무 말 대잔치를 하는 시청자들.

하예은을 보지 못해 심술 주머니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이것이 시청자를 향한 사랑?

wukong15: 난 보이는데 ㅋㅋ

­제발하예은보여줘우진아우리가잘 님이 100,000원 후원!

[제발하예은보여줘우진아우리가잘못했어앞으로그러지않을게채팅도이쁘게치고이쁜말고운말쓸게한번만용서해줄수없겠니]

십만 원?

관심의 천 원

예의의 만 원

존경의 십만 원

도네이션의 뜻은 그 금액에 따라 달라진다.

십만 원? 요즘 시대에 격식을 갖춘 시청자다.

wukong15:고맙읍니다, 후원은 원숭이들 식비로 쓸 예정입니다

­절대보여줘 님이 1,000원 후원!

[슉. 슈슉 시. 시발럼아 도네 슈슉. 슉 슉시. 혼자 시벌람아. 슈슉 슉. 시. 시발.쓰냐 슉 럼아]

[진짜 방송 개판 났네 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좀 어질어질 한데 정상임?]

[주신 도네는 손우진 아가리로 다 들어갈 예정인데 ㅋㅋ]

[이 아이가 양심이라는 걸 알까요?]

이 정도 화풀이를 했으면 한 번 정도는 보여줘도 괜찮을까.

나는 근두운의 속도를 늦추고 아퀼라의 옆으로 다가갔다.

내가 액션캠으로 하예은과 엘레나를 찍자 어색하게 손을 흔들기 시작하는 하예은과 신기하게 쳐다보는 엘레나.

wukong15:도착했다 간다 ㅂ

그녀들을 몇 초 보여준 후 짤막한 인사를 남기고

재빨리 방송을 껐다.

이 정도면 약속은 지킨 거지.

방송이 끝나도 채팅창은 개별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남은 시청자들은 빠르게 채팅을 치기 시작했지만 난 읽지 않는다.

프로는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해야 한다.

내가 이겼다.

///////

그리스 펠레폰네소스주의 주도 아르카디아 현의 소재지 트리폴리

"사람들이 보이지 않네요."

엘레나가 삭막해진 도시의 풍경에 위화감이 드나 보다.

"도시 중앙엔 황금 사과 나무가 자라났고, 그 주변엔 용이 살고 있는데 살 수가 있나."

"아저씨."

하예은이 무언가를 느꼈는지 급히 나를 부른다.

"응, 알고 있어."

새끼, 살벌하네.저 멀리서 느껴지는 수 많은 시선, 라돈이다.

녀석이 지닌 신성이 여기까지 전해져서 손끝이 저릿저릿하다.건방진 놈, 누굴 내려다보는 것이냐.

"아저씨 눈이 붉어졌어요."

"응? 아아, 재수 없잖아! 저 용 새끼!"

"말했지만 라돈과의 전투는 차선책이에요. 이러면 엘레나 님을 데려온 이유가 없어요."

"알았어, 알았어."

"평화롭게 해결하고 싶다고 말한 것도 아저씨예요."

"알았어! 성질 좀 죽일게."

거 참, 하예은은 사나이의 뜨거운 마음을 모른다.

"넌 왜 웃고 있어."

하예은과 대화하는 내내 옆에서 히죽히죽 웃고 있는 이 깐프, 얄밉다.

"아니 뭐, 우진님을 통제할 수 있는 분이 있었구나 싶어서요."

"통제는 무슨, 다 우리 무투파 후배 잘되라고 선배 히어로가 참는 거지."

"우진님 정말 애새끼맨 같아요."

"야 엘레나!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어? 못된 말 쓰지 마."

"하지만 우진님 방송에선 유치한 행동을 할 때마다 사람들이 이렇게 부르는 걸요?"

고맙다 고아단, 이세계에서 온 도화지 같은 엘프에게 좋은 걸 가르쳤구나.

집에 돌아가서 깐프 마을의 pc에 우리 아이 세이프 지킴이를 전부 깔 거야.

인적이 끊긴 거리를 걸어 황금사과 나무 앞까지 도착했다.

라돈 놈도 심기가 거슬린 지 아까부터 보내오는 눈길도 더욱 강해진 상태다.

우리가 함께 갈 수 있는 곳은 여기까지 인가.

"엘레나, 여기서부턴 혼자 걸어가야 해."

"걱정 마세요, 님프 분들과 평화롭게 해결하고 올게요."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소리 질러. 너 하나 챙길 자신은 있어."

"우진님."

"왜 불러."

"애새끼맨이라 말한 건 취소 할게요 히히."

"아 진짜!"

깐프 녀석, 걱정 한 것이 바보같다.

엘레나를 보내고 아직도 우리를 째려보고 있는 라돈과 눈싸움을 한다.

지독한 새끼, 잠도 안 잔다고 하더니 백 개의 머리 중 눈 하나 깜박이는 머리가 없다.

그런 도중에 하예은이 말을 걸어 왔다.

"아저씨, 만약 라돈과 싸운다면 승산이 있을 거 같아요?"

"4대6 정도로 보고 있어."

"저희 둘이서 같이 싸워도요?"

"그걸 가정하고 계산한 수치야."

"강림까지 사용한다고 가정하면요."

"7대3. 하지만 그건 의미 없는 거 너도 잘 알잖아."

강림. 성좌의 신성을 그대로 몸에 받는 걸 뜻한다.

성좌에게 선택받은 인간 중 신성을 받아서 사용하는 히어로들을 강림파라 하는데

무투파 또한 성좌의 신성을 받을 순 있다.

하지만 자신만의 신성을 쌓아올리는 과정에서 성좌의 신성을 받게 된다?한순간의 전투력은 상승하겠지만

자신의 신성이 오염될 것이고 잠재력을 깎아 먹는 행위일 뿐이다.

정말 생사의 갈림길이 걸리지 않은 이상 지양해야 한다.

"우리가 해낼 수 있을까요?"

녀석, 초상위 괴수 앞이라 그런지 괜히 약한 소리를 한다.

"예은아."

"네?"

"우린 신들이 선택한 챔피언이야. 지구의 인과는 꼬였지만, 그들이 우릴 선택한 것에 우연이란 없어.

어떤 시련을 겪어도 항상 성좌가 너의 길에 함께 한다는 것을 기억하렴."

"…지금까지 아저씨 해 준 말 중 가장 어른스러운 말이네요."

"무투파 선배님의 가르침이다, 이 말이야.새겨 들어라."

"바보 같아."

"허! 걱정해준 사람만 바보 만드네. 억울하다 억울해."

"…워요."

"안들리는데?"

"고맙다구요! 만족해요?"

대만족이지.

///////

그렇게 라돈과 의미 없는 대치를 하고 있는 동안

저 멀리서 귀쟁이 군단이 걸어오는 것이 보인다.깐프와 님프. 언제부터 한 종족이었느냐는 듯 서로 조잘조잘 떠들면서 걸어온다.

"뭐야 엘레나, 얘네는 왜 데리고 왔어."

나를 신기한 동물인 것처럼 쳐다보는 님프들.

"이 사람이."

"엘레나가."

"말했던 그 사람?"

한 명이 말해도 될 분량을 나눠서 말하는 님프 세 자매.

뭔가 굉장히 사소한 곳에서 열 받게 만드는 부분이 이세계 깐프와 다를 게 없는데?

이것이 국산. 신토불이 깐프의 맛인가.

"이 사람. 금색 눈의 원숭이를."

"속에 담고 있어."

"굉장히 강해 보여."

"그래서, 님프 자매들이 어떤 부탁을 요구해 왔는지 알 수 있을까? 엘레나 씨?"

옆에서 시시덕거리고 있는 엘레나에게 화살을 돌렸다.

"님프 자매님들은 부탁 하나만 들어준다면 황금 사과 한 개를 기꺼이 내어주신다 했어요."

"한 개? 세 자매 합해서 부탁 한 개로 치는 거지?"

이번 과업은 쉽게 풀릴 거 같다 생각했어 역시.

"그래서 요구하는 게 뭔데?"

"라돈이 잠을 못자서"

"그러는데 당신이 강제로"

"재워 줬으면 좋겠어."

이런 야발.

­­­­­­­­­­­­­­­­­­­­­­­­­­­­­­­­­­­­­­­­­­­­­­­­

출처:

https://www.deviantart.com/saputras/art/Ladon­The­100­Headed­Dragon­733140911

잠투정이 심한 라돈을 상상하면서 써보았습니다. 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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