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과산 스트리머-3화 (3/106)

〈 3화 〉 하예은

* * *

신이 인간과 접촉했을 때 그들은 인간 스스로가 신성을 쌓게 하여

초인의 영역에 들여놓고자 했다.

이것이 무투의 기원.

성좌의 시련을 극복하고 신성을 쌓아 인간을 초월한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나는 어떻게 신성을 쌓았을까?

[얘 천축 갔다옴 존나 유명한 일화임 ㅋㅋㅋㅋㅋ]

[걸어서 인도 속으로 ㅋㅋㅋㅋㅋㅋ]

[진짜 이 정도는 해야 무투파 대표지]

[존나 무식하네 ㅋㅋㅋㅋㅋㅋㅋ]

[요괴 대신 크립티드 때려 잡는 천축기행 ㅋㅋㅋㅋ]

"시발…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그때 당시에는 강해지려면 신과 똑같은 길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열반에 도달한 자, 석가의 챔피언 한 명과

후배 히어로들 2명을 데리고 무작정 떠났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인데 본래 신화에서도 천축국에 도착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천축으로 가는 동안의 81가지의 고행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한다.

인도로 떠나는 동안 때려잡은 괴수들이 하도 많아서 신성이 빠르게 축적되었으니

좋은 게 좋은 거 아닐까?

하지만 우리 돌원숭이님은 신들 사이에서도 무식한 게 그 신에 그 챔피언이라고

창피를 당했다며 나에게 노발대발하였다.

그런데 조금 억울한 면이 있다.

"하예은도 똑같이 12 과업 진행 중이잖아."

차세대 무투파 유망주 하예은.

인간의 몸으로 신의 자리에 오른 힘과 영웅의 신 헤라클레스의 챔피언.

그녀도 헤라클레스의 완전한 화신체가 되기 위해 12 과업을 수행 중이다.

[하예은이 너랑 같냐?]

[걔는 적어도 성장 한 뒤 도전하는 거잖아]

[너는 뉴비 시절부터 천축행 간 미친놈이고]

[정통 무투는 다 이렇게 한단 말입니다!]

한마디를 안 져요, 잘났다 새끼들아.

///////

<챔피언, 황금="" 사과를="" 딸="" 방법은="" 마련했는가?=""/>

"잘 모르겠어요. 헤라클레스님은 아틀라스 님의 도움을 받았지만 이제 성좌들은 현세에 간섭할 수 없는 걸요."

남은 시련은 이제 단 두 개.

백 개의 머리를 가진 용 초상위 크립티드 라돈이 지키는 황금 사과를 구해오기.

명계의 문지기 케르베로스 생포.

하예은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물을 한 명 떠올렸지만, 그 사람은 이쪽에서 사절이다.

<흐음 챔피언,="" 그를="" 싫어하는="" 건="" 이해할="" 수="" 있겠다만="" 황금="" 사과를="" 딸="" 있는="" 인간은="" 그="" 말고는="" 없다.=""/>

"하지만!"

<그의 성좌="" 제천대성에게="" 도움을="" 요청해보겠다.="" 일단="" 챔피언="" 그대는="" 그를="" 만나="" 도와줄=""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도록="" 하여라.=""/>

"히잉."

<바른말./>

"히잉입니다."

///////

검은 장발에 수려한 외모.

그와 어울리지 않게 등에 메고 있는 올리브나무 방망이와 영웅신의 활.

헤라클레스의 챔피언 하예은이 찾아와서 하는 말.

"도와주세요 아저씨."

"절대로 싫어."

갑작스럽게 찾아온 하예은은 내게 황금 사과를 따는 데 도움을 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스 트리폴리에 자리 잡은 최상위 크립티드 라돈이 지키는 황금 사과를 따는 것을 도와 달라?

안 ­ 가

<손우진./>

"절대로! 안 갈 겁니다!"

<서역 영웅신과="" 거래가="" 성립되었다.="" 그대는="" 영웅신의="" 챔피언을="" 도와="" 서역에="" 다녀오도록.=""/>

"거래? 알겠다, 야 이 필마온 자식아! 올림포스한테 넥타르 받아먹었지? 술 때문에 챔피언을 팔아먹어? 당신이 성좌냐!"

<갈(?) !!!=""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새끼!="" 필마온이="" 어쨌다고?=""/>

원숭이의 노함과 동시에 머리를 조여오는 긴고아.

지이이이잉­

"으아아아아악!"

하예은이 있든 말든 체면을 불고하고 땅에 뒹굴뒹굴 굴렀다.

아파! 너무 아파! 끼에에에엑!!!

이런 미친 구속구를 만든 관세음보살은 보살이 아니다. 이런 건 불교의 가르침이 아니야!

인더스 펑키헤드의 자비심은 어디 간 것인가아아아아악

긴고아가 조여올 때 느끼는 고통은 괴수를 사냥할 때도, 빌런과 싸울 때도 느껴보지 못한 고통이다.

"그만!!! 제천대성님 가겠습니다! 이 못난 제자 그리스 가겠습니다!"

<못난 놈,="" 조용히="" 넘어가는="" 일이="" 없구나.=""/>

"후우…자기도 당했을 땐 울고불고 했을 거면서…"

<흥! 너처럼="" 오두방정을="" 떨진="" 않았다.=""/>

거짓말, 옷을 뜯고 야단법석을 피웠다고 쓰여 있었을 텐데.

저 옆에서 이 꼴을 보고 한심하게 쳐다보는 하예은에게 괜히 심술을 부렸다.

"너는 진짜! 무투 같은 길을 간다고 그래서 진짜 사람을 피곤하게 하냐."

"자신이 정통 무투파라고 한 지가 엊그제 아니에요?"

"크흠, 그래서 언제 출발할 건데?"

"이번 주 토요일이요."

토요일, 매우 중요한 일정이 잡혀있는 날이다.

"그날은 방송해야 하는데."

"제가 아저씨 방송에 출연할게요. 그리스 가는 동안 액션 캠으로 촬영하면 되잖아요."

빠져나갈 틈이 없다.

이 녀석 나를 너무 잘 알아.

"진짜 철저하네. 그래서 라돈이 지키는 황금 사과는 어떻게 따올 생각인데?"

"화과산 엘프들의 도움이 필요해요."

"깐프들? 그 녀석들은 딱히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 텐데."

"라돈하고 싸우는 건 가장 차선책이에요. 황금 사과 나무를 가꾸는 님프들과 대화로 해결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님프와 엘프가 연관이 있어?"

"같은 프­프 종족으로 통하는 곳이 있지 않을까요?

이거 지금 개그 한 건가?

진심으로 하는 소린가.

"뭐 요정 종족끼리 통하는 게 있으면 좋겠지만, 대화로 해결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 건데?"

"그때는 아저씨하고 저하고 라돈하고 죽을 듯이 싸워야죠."

"제발 프­프 종족끼리 통했으면 좋겠네."

엘프나 님프나 그게 그거지 사실.

하예은이 돌아간 뒤 방송을 틀고 시청자들에게 소식을 전했다.

[손하]

[어쩐 일로 하루에 두번 씩이나 방송 켰냐]

[성실한 우진이는 적응 할 수 없는데?]

[우진아 뒤지기 싫으면 캠 켜라]

반갑게 맞이해 주는 시청자들을 보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이번 주 토요일은 정기 방송 없다."

[?]

[아 ㅋㅋ]

[히어로도 안하고 방송도 안하고]

[그냥 평생 쉬어도 됨 ㅇㅇ]

[방송이라도 열심히 해야지 뭐하는 거야]

[ㅋㅋㅋㅋ 민심 곱창 난 거 보소]

[원숭이 평소 행실 때문에 실드 쳐주는 사람이 없네]

스트리머의 권력 남용으로 칼춤 한번을 아름답게 춘 뒤 악질 시청자들을 진압한 후 다시 말을 이어갔다.

"나도 방송만 하고 싶지, 그런데 오랜만에 일이 들어왔어요."

[속보 화과산 집귀신 시즌250호 집 나간다 선언]

[히어로 활동 하나?]

[이 새끼 자기 의지로 나갈 놈 아님 ㅋㅋㅋ 분명 신님이 뭐 시켰을 거]

"그래 너희 추측대로 제천대성께서 올림포스랑 거래하고 오셨다."

"넥타르 한 병에 챔피언을 팔았어."

[말 존나 안듣는 챔피언 vs 시원한 넥타르 한병]

[닥후]

[넥타르는 못 참지 ㅋㅋㅋㅋ]

[넥타르는 킹정이지 ㅋㅋ]

[그래서 올림포스가 왜 헬프 쳤는데?]

빨리도 물어 본다.

"하예은 12과업 두 개 남았는데 황금사과 구하는 거 돕고 오래."

[??]

[또 기만질이네 이새끼는]

[와 하예은이랑 그리스 데이트]

[ㅈㄴ 부럽네]

[얘랑 하예은이랑 나이 차이 좀 나지 않냐?]

[원숭이 좀 잡아가 ^^ㅣ발]

"너희가 가던지, 일 잘못되면 라돈이랑 싸워야 할지도 모르는데 하아…"

[쫄?]

[쫄?]

[쫄?]

왜 내 시청자들은 이런 놈들밖에 없는 건가.

정말 고아단이라는 이름이 걸맞을 정도로 패악질로는 빌런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아무튼, 토요일 방송은 없고 그리스 도착하면 하예은이 방송에 나와 준다니깐 그때 보자 간다."

[믿고 있었다고 손우진~]

[넌 안 나와도 되니깐 하예은이 진행'해줘']

['해줘']

[ㄴㅇㅂㅈ]

라돈

황금 사과의 파수꾼 ,백 개의 머리를 가진 용

신화 상으론 괴수의 어머니 에키드나의 동생이기도 하다.

그리스의 펠레폰네소스 주의 트리폴리 시에 황금 사과 나무가 자라기 시작했고

신화와 같이 나무를 지키고자 라돈 또한 트리폴리 시에 등장하였다.

그래서 황금 사과 나무와 라돈은 한 세트의 크립티드 그 자체로 취급하는 학자들도 있다.

라돈은 잠을 자지 않는다. 백 개의 머리가 항상 주변을 살펴보고 있으며

황금 사과에 가까이 접근하거나 나무를 돌보는 님프들에게 해코지하는 순간

백 개의 머리가 침입자를 한순간에 찢어발길 것이다.

힘과 영웅의 신 헤라클레스 전승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 오는데

하나는 영웅 신께서 히드라의 독으로 라돈을 죽였다는 이야기

다른 하나는 하늘을 받치는 자 티탄 아틀라스의 도움을 받아 황금 사과를 받아온 이야기다.

전승에 따라서 라돈에게 히드라의 독이 통하면 좋겠지만

자신의 조카뻘인 히드라의 독이 과연 상위급 크립티드 라돈에게 통할지 의문이다.

오히려 조카를 살해한 하예은에게 눈이 휙 돌아가서 덤벼들지 않을까.

나는 되도록 이 과업을 평화롭게 끝내고 싶다. 그를 위해서 필요한 놈들

깐프.

이세계에서 넘어와 방황하는 녀석들을 내가 거둔 뒤로 화과산에 살고 있다.

이 귀쟁이 녀석들이 살고 있는 화과산 중턱으로 내려 갔다.

깐프들 마을에 가까워지자 내가 세워 둔 표지판 하나가 보인다.

┌ ┐

­깐프 조심 만나면 활 쏨 ­

└ ┘

­­­­­­­­­­­­­­­­­­­­­­­­­­­­­­­­­­­­­­­­­­­­­­­­

긴고아에 고통 받는 손우진 상상도 . jpg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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