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7장: 운명 마왕 四
“활!”
노인이 놀라서는 활과 화살을 두변에게 건넸다.
두변이 받아서 활을 가볍게 당겼다.
정말이지 너무나 평범한 활이었다.
그 순간, 서쪽 하늘이 점점 더 밝아지고 있었다.
잠시 후, 붉은 해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 태양은 지구의 태양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였을 뿐 아니라, 심지어 크기도 같았다.
물론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태양은 두변과 거리가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노인이 웃으며 물었다.
“너는 활과 화살을 용족을 정복할 무기로 골랐다. 이걸 어떻게 써야 할지 아느냐?”
“물론입니다.”
이 연옥탑의 태양은 뜻밖에 서쪽에서 떠서 동쪽으로 졌다.
두변은 활을 들고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조용히 기다렸다.
태양이 끊임없이 떠올라서 곧 공중 중앙에 뜬 뒤, 동쪽으로 떨어졌다.
이곳의 시간은 지구보다 빨랐다. 고작 두 시간 만에 태양이 떠오르고 지는 모든 과정이 완성된다.
두변은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두 시간을 기다렸다.
이윽고 그 작은 태양이 동쪽을 향해 끊임없이 떨어졌다.
지금, 태양은 두변과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태양은 점점 더 커질 뿐 아니라, 붉어졌다.
태양이 떨어지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져서 곧 완전히 지평선 아래로 완전히 떨어질 것 같았다.
바로 그때, 두변은 활시위를 당겨서 동쪽의 석양을 향해 힘껏 쏘아냈다.
슉.
거의 눈 깜짝할 사이에 그 화살은 검은 그림자 한 줄기로 변해서 이미 지평선에 절반은 떨어진 작은 태양에 힘차게 명중했다.
순식간에 태양에서 갑자기 눈부신 빛이 터져나오더니 세상에 종말이 온 것 같은 폭발이 일어났다.
연옥탑 전체가 격렬하게 떨려왔다.
제8층 연옥탑의 노인이 두변을 쳐다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너는 어째서 활을 선택했지? 무작정 고른 거냐?”
“당연히 아닙니다. 제가 활을 무기로 고른 건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당신은 나에게 선택을 하라고 끊임없이 재촉했습니다. 왜냐하면 태양이 곧 떠오르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구에서 자랐는데 저희 세계에는 후예(后羿: 중국 신화에서 태양을 화살로 쏜 영웅)가 태양을 활로 쏴서 떨어뜨렸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당신은 제가 비슷한 연상을 할까봐 걱정한 나머지, 초읽기를 시작한 겁니다. 그 점이 도리어 저에게 태양을 연상하게 만들었고, 후예가 태양을 쏘는 전설을 연상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활을 선택한 겁니다.”
“제멋대로 추측한 것에 속하는군.”
“두 번째, 제7층 연옥탑 안에 수많은 용의 시체가 있는데 그것들은 전부 죽었습니다. 게다가 몹시 기이한 죽음을 맞았습니다. 그건 화염이 꺼진 것 같기도 했고, 응고해서 얼음장처럼 변한 것 같기도 했습니다. 또 화석처럼 변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저는 예전에 서방의 용이 심연에서 탄생했지만 동방의 용은 태양을 빌려 부화한 탓에, 그것들의 혈액은 태양의 색상에 가깝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즉 그것들은 태양의 에너지를 빌려서 생명을 얻는 존재니, 그렇다면 또 태양을 빌려서 다시 살아나지 않겠습니까?”
노인이 두변을 한참이나 바라본 뒤 말했다.
“당신은 확실히 지혜로운 사람이군.”
“어르신, 저는 지금 제7층에 돌아갈 수 있습니까?”
“아니, 당연히 안 되지! 연옥탑의 시험은 영원히 위로 올라갈 수 있을 뿐, 밑으로 내려가거나, 돌아갈 수 없어! 조급하게 굴지 말고 가만히 기다려 보게!”
이윽고 두변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가만히 기다렸다.
그와 같은 시각.
연옥탑에서 명중한 그 태양이 제8층에서 곧바로 제7층으로 떨어졌다.
쾅.
작은 태양이 곧바로 용옥 거대한 산의 중앙에 떨어졌다. 그곳은 본래 혈지가 있던 곳인데 지금은 혈지가 말라서, 마침 연옥탑의 작은 태양을 놓을 수 있게 되었다.
그 태양은 작지만 필경 태양이니, 견줄 수 없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순식간에 용옥 거대한 산꼭대기를 녹여서 모든 산 자체가 암장으로 변했다.
태양은 계속 추락해서 마지막으로는 거대한 산의 밑바닥 중앙으로 추락했다.
작은 태양은 여전히 미친 듯이 강력한 에너지를 내뿜었다.
몇 시간 뒤, 거대한 산 전체가 다 붉게 달궈졌다. 또 몇 시간이 지난 뒤, 거대한 산 전체가 불타며 녹아버려서 수많은 암장으로 변했다.
거대한 산을 휘감고 있던 수많은 용의 시체도 점점 붉게 달궈진 뒤, 불타며 녹아버렸다.
설령 그렇게 모든 게 녹아 버렸지만 이 작은 태양은 여전히 에너지가 다 소진되지 않고, 일부가 남았다.
태양이 곧 죽을 때가 되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끊임없이 팽창하면서 놀라운 폭발을 일으킨 뒤, 최후에 붕괴하기 시작해서 백색 왜성으로 변한다.
연옥탑 안의 그 작은 태양은 비록 작았지만 그럼에도 태양이었다.
그것은 곧 최후의 폭발을 맞으려고 했다. 죽기 직전의 대폭발 말이다.
태양이 끊임없이 팽창하고, 팽창했다.
쾅!
이윽고 크나큰 폭발이 일어났다.
무궁무진한 빛과 에너지가 순식간에 터져 나왔다.
이 작은 태양의 에너지가 온전히 용의 시체들의 체내로 주입되었다.
순식간에 그 용의 시체들은 전부 연기로 사라졌다.
놀라운 빛이 터져 나온 뒤에 제7층 연옥탑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버렸다.
심지어 용옥인 거대한 산마저 사라졌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기도 했고, 눈 깜짝할 시간이 지난 것 같기도 한 순간, 금색 빛들이 한 줄기씩 연달아 나타났다.
수많은 용족이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모든 용이 태양빛에 가까운 금빛이었다.
작은 태양은 죽었지만 모든 용족이 부활했다.
이 에너지 교환은 몹시 공평했다.
물론 본래 그 용족들은 한 마리당 수천 미터 길이였으나 지금은 모든 용이 고작 100미터 길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모든 용이 더할 나위 없이 순수했다.
그런 뒤 수많은 용족이 하늘로 높이 날아올라서 제7층 연옥탑을 떠나서 제8층으로 날아갔다.
몇 시간 동안 두변은 계속 바닥에 앉아 있었다.
그가 연옥탑의 태양을 쏴서 떨어뜨린 나머지, 연옥탑 내부가 영원한 어둠에 빠졌다.
불현듯 두변은 한 줄기 빛을 느낄 수 있었다.
수많은 용족이 제8층 연옥탑으로 점점 더 많이 날아왔다.
수십 마리, 수백 마리, 수천 내지 만 마리에 달했다.
최후에 제8층 연옥탑의 모든 공간은 그렇게 많은 용족을 전적으로 수용할 수 없을 정도라서, 공간이 팽창하기 시작했다.
용족 일만 마리가 제8층 연옥탑 공간을 수만 배 이상 확장시킨 채 하늘에서 빙빙 돌았다.
정말이지 전율적이며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그런데 두변은 내심 의혹에 빠졌다. 에너지는 까닭 없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그가 명중시킨 그 작은 태양 에너지는 어디에서 왔을까?
그리고 어째서 자신은 그 작은 태양을 쏴서 떨어뜨릴 수 있었을까? 자신이 후예도 아닌데 말이다.
“어르신, 그 작은 태양은 어디에서 온 겁니까?”
두변의 물음에 노인이 답했다.
“그 태양은 본래 수많은 용족이 토해낸 화염이 모여서 만들어졌다. 용족의 모든 에너지의 정수지.”
어머니가 말한 바로는 이 만 마리에 가까운 거룡들은 다 마제에게 살해당했다.
그것들은 죽기 전에 자신의 모든 에너지의 정수를 토해냈는데 이것들이 모여서 작은 태양으로 변했다. 어떻게 보면 그건 수많은 세월 뒤에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 영생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변은 하늘을 끊임없이 선회하며 비행하는 용족을 바라보며 새로운 난제에 빠졌다.
이 용족들을 어떻게 정복해야 할까? 어떻게 만룡의 왕이 되어야 할까?
노인이 말했다.
“너는 방금 전에 제8층 연옥탑의 시험을 순조롭게 완성했다. 축하한다! 이어서 너는 나에게 한 가지 요구를 제시할 수 있다. 내 능력 범위 안에 있는 요구라면 내가 할 수 있다면 조건 없이 승낙하겠다.”
두변의 지혜를 검증할 순간이 또 찾아왔다.
노인의 능력 범위에 있는 단 한 가지 요구만 제시할 수 있었다. 중요한 건 두변이 어떻게 그의 능력 범위를 알 수 있을까?
두변은 당연히 ‘당신은 모든 용족을 내 체내에 진입하게 만들어서, 그들의 모든 힘을 나에게 바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싶었다.
그런데 눈앞의 이 노인이 그걸 해낼 수 있을까?
노인이 말했다.
“예를 들어서 너는 모든 용족이 에너지를 전부 너에게 바치라고 요구하고, 너에게 전대미문의 육체를 만들어서 네가 하늘을 거스를 정도의 힘을 얻게 해달라고 제시할 수 있다.”
그게 가능하다고?
수많은 용족의 에너지가 두변의 두변의 체내에 모이는 것, 그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감격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두변은 정말 그렇게 해야 할까?
그건 두변이 새로운 용족, 최강의 용족이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수많은 용족은 영원히 사라진다.
만룡의 왕이란 어떤 정의를 내려야 할까? 최강의 용족, 또는 새로운 종족일까?
그것도 아니면 두변은 제9층 연옥탑에 가겠다고 요구해야 할까?
아니다. 그건 절대로 틀린 답이다.
우선 두변은 제9층 연옥탑이 있는지 여부를 전혀 알 수 없었다. 설령 그게 있다고 해도 분명히 지금 가야 하는 게 아닐 것이다.
일전에 제7층 연옥탑에 있을 때, 두변은 손쓸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제8층에 가서 돌파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미 제8층 연옥탑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단지 두변에게 지혜가 필요할 뿐이다.
노인은 아무런 재촉도 없이 미소를 지으며 두변을 바라봤다.
두변은 눈을 감고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생각에 빠졌다.
이 선택이 앞으로의 대세를 완전히 결정지을 것이다.
어머니도 마찬가지로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인생의 중요한 길은 자신의 힘으로 걸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장장 몇 분 뒤, 두변이 눈을 떴다.
노인이 물었다.
“생각이 끝났나? 어떤 요구를 제시할지 결정했어?”
“예. 이미 결정했습니다.”
“그럼 네 요구를 제시하도록. 내 능력의 범위 안에서라면 반드시 승낙할 테니!”
두변이 말했다.
“난 당신을 갖겠습니다.”
노인이 갑자기 몸서리를 쳤다.
“나는 볼품없는 늙은이에 불과해. 요구를 바꾸면 안 되겠나?”
두변이 웃으며 말했다.
“아니요, 저는 그 요구를 제시하겠습니다. 저는 당신을 갖겠습니다!”
노인이 길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인간의 외형을 한 지 너무 오래돼서, 내 본래 모습을 잊어버릴 뻔했군. 당신의 지혜는 사람을 절망시킬 정도로군!”
두변이 웃으며 물었다.
“당신이 이곳에서 이렇게 오래 기다린 건 제가 나타나는 걸 기다리기 위해서가 아닙니까?”
“그 말은 거짓이 아니지. 하지만 어쨌든 나는 발버둥을 쳐보고 싶구나!”
두변이 웃으며 말했다.
“자, 그럼 가시죠!”
노인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안녕, 이곳의 모든 게 비록 그리울 건 없었지만 말이야.”
이윽고 그의 머리가 떨어져 내리더니 왕관으로 변했다.
그의 몸은 용의 지팡이로 변했다. 그런데 용의 지팡이의 꼭대기 부분은 보석이 아니라 거울이 박혀 있었다.
두변은 예상 밖이라고 생각했다.
이 세상은 참으로 재미있지 않나.
조금전 노인은 거울, 왕관, 활을 고를 수 있다고 했다.
두변이 활을 선택했고 지금 그 활을 다 써버리니, 거울과 왕관까지 손에 넣게 되다니.
게다가 거울은 뜻밖에 용의 지팡이 위에 박혀 있었다.
두변은 왕관을 들고 곧바로 머리에 착용했다.
펑.
금빛이 번쩍이더니, 머리에 쓴 왕관이 사라졌다.
두변은 목숨이 부활했을뿐더러 그의 몸이 다시 빚어졌다.
그렇다면 이제 하늘에서 빙빙 돌고 있는 수많은 용족을 어떻게 정복해야 할까?
두변은 손에 쥔 용의 지팡이를 높이 들어올렸다.
모든 용족이 다 황금빛 빛을 발산했는데 만 마리에 가까운 용족의 빛이 용의 지팡이에 박힌 거울에 비치더니 그대로 반사해버렸다.
순식간에 용의 지팡이에서 더할 나위 없이 밝은 빛이 터져나왔다.
최고 에너지 법칙을 가진 금색 빛이었다.
금색 빛이 비친 모든 용족이 일제히 그 거울을 향해 날아왔다.
수많은 용족이 금색 빛을 타고서 용의 지팡이에 박힌 거울 속으로 밀려든 뒤에, 완전히 사라졌다.
이 세계에는 용족 만 마리를 담을 만한 저장 장치가 없었다. 수정이나 에너지 정석도 그것들을 담을 수 없었다.
하지만 거울은 가능했다.
왜냐하면 거울은 어떤 물건이든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지든, 국왕이든 상관없이 거울은 절대적으로 공평하게 모든 걸 담는다.
물론 용족 만 마리도 그 안에 포함된다.
수많은 용족이 용의 지팡이에 박힌 거울 안으로 날아들어갈 때, 두변은 자신의 힘이 끊임없이 팽창하며 강해지고 있다는 걸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두변은 수많은 용족이 자신의 몸에 파고들어서, 스스로를 희생시키며 에너지를 자신에게 바치게 할 정도로 우둔하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용족 만 마리의 힘을 장악하는 방법을 선택해서 수많은 용족을 자신의 무기로 만들었다.
이렇게 해야 진정한 만룡의 왕이 될 것이다.
“후우!”
두변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용의 지팡이에 박힌 거울의 빛이 어두워졌다. 용족 만 마리는 차분하게 거울 속 세계에 머물면서 언제든지 두변이 소환하도록 기다렸다.
“어머니, 저는 연옥탑을 떠나야 해요. 바깥에 나가면 이제 교류할 수 없는 건가요?”
두변의 물음에 어머니가 다정하게 답했다.
“그래. 하지만 난 언제나 네 곁에 있단다.”
“어머니, 또 봐요!”
“아가야, 또 보자!”
두변은 용의 지팡이를 쥐고 한 층씩 연옥탑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곧바로 연옥탑의 에너지 벽을 관통해서 바깥 세계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