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636화 (636/648)

636장: 운명 마왕 三

두변은 수만 미터 높이의 산과 그 위에 쌓인 수많은 용의 시체를 바라봤다.

용의 시체 한 구가 가진 힘도 더할 나위 없이 강한데 하물며 이렇게 많은 용의 시체는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질까?

그런데 중요한 건 어떻게 해야 이 수많은 용의 시체로부터 힘을 얻을 수 있을까?

두변은 어머니께 묻지 않았다. 이런 시험은 반드시 그 혼자서 완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 용의 시체가 쌓인 산을 관찰했는데 모든 용의 시체가 다 눈을 뜨고 있는 걸 발견했다. 그런데 눈알이 없었다. 모든 용족이 죽기 전에 눈이 먼 것 같았다.

설마 이 용의 시체들에게 눈동자라도 그려줘야 할까?

이른바 화룡점정(畵龍點睛)이란 눈동자를 찍어주면 그 용 전체가 살아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지 않나.

그런데 지금 두변 옆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붓도 없고, 눈동자를 찍을 만한 안료도 없었다. 심지어 피도 없었다.

그렇다면 용의 시체가 쌓인 거대한 산 위에서 수확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두변은 그 용의 시체로 덮인 산, 수만 미터 높이의 거대한 산을 등반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두변은 아무것도 없는 망령이지만 날지도 못하고, 힘도 별로 없었다.

이 용의 시체로 덮인 산은 길이 나 있지 않아서 그는 두 손, 두 발로 기어올라야 했다.

이윽고 두변은 험난한 등반을 시작했다.

비록 길이 없지만 다행히 수많은 용린이 있었다. 이 용의 시체들은 너무나 강력해서 용린 하나하나가 천연의 계단 같았고, 어떤 돌보다 더 강인했다.

두변은 그 용린들을 하나씩 잡고서 위로 올라갔다.

두변은 끊임없이 등반했다.

10시간, 20시간.

사흘, 닷새, 아흐레!

장장 열사흘의 시간이 지나고, 두변은 마침내 최후의 용린을 올라서 거대한 용옥의 산꼭대기에 올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고봉에 올라가야만 뭇산이 작게 보이리라.’라는 장면은 볼 수 없었다.

이 공간 안에는 이 산 하나뿐이었다.

두변은 산을 오르며 이 산꼭대기에 대해 많은 상상을 해보았다.

‘어쩌면 산꼭대기에 사람이 있지 않을까? 어쩌면 거룡의 머리가 있거나, 더 신비로운 어떤 것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없었다.

혈지(血池) 하나만 있을 뿐이다.

산꼭대기는 몹시 좁아서 백 제곱미터도 되지 않았다.

혈지 안에는 두 가지 피가 있었다. 붉은 금색의 비와 검은색 피가 각각 반씩 차지하고 있었다.

금색의 피는 용혈이라서 그 안에 더할 나위 없이 강한 힘이 내포되어 있을 것이다.

만약 두변이 이 용혈의 힘을 집어삼키면 더할 나위 없이 강해져서 정토 여황과 운명 마왕을 격파할 수 있을까?

그럼 검은색 피는 무엇일까? 악마의 피인가?

사람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선택을 한다. 게다가 가능하면 너무 긴 시간을 망설이지 말고 답을 내야 한다.

그러니 두변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혈지로 뛰어내린다거나, 혈지 안에 있는 용혈을 집어삼키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대뇌가 없는 사람만이 그렇게 행동할 것이다.

고작 이 연못에 있는 용혈만으로 운명 마왕을 물리칠 수 있다니, 그건 바보의 잠꼬대에 불과했다.

이 용혈과 마혈(魔血)들은 용의 눈을 찍는 작용만 할 수 있었다.

두변은 붓이 없으니 자신의 손을 붓으로 사용해서, 먼저 용혈을 묻힌 다음에, 다른 손에는 악마의 피를 묻혔다.

손바닥에 두 가지 피를 가득 묻힌 다음에 다시 용의 시체로 덮인 산의 밑바닥까지 내려가서 첫 번째 용의 눈을 그려줬다.

두변이 미친 것일까?

산꼭대기부터 산밑까지 내려오는데 몹시 긴 시간이 걸리는데 어째서 산꼭대기에 있는 용의 눈부터 그리지 않을까?

이것도 두변의 집념이자, 의식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두변은 우공이산(愚公移山)보다 더 멍청한 일을 했다.

일전에 용옥의 거대한 산자락에서 산꼭대기까지 오르려면 장장 열사흘의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지금 두변은 수없이 그곳은 오가야 했다.

왜냐하면 그가 매번 손바닥에 묻혀 오는 피로 용 한 마리의 눈을 그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매번 눈을 그릴 때면 그는 이 수만 미터 높이의 산을 오가야 했다.

첫 번째 용의 눈을 그리기까지 그는 장장 26일을 허비했다.

두 번째 용의 눈을 그릴 때도 26일이 걸렸다.

세 번째 거룡도 26일, 99번째도 26일이 걸렸다.

용옥의 거대한 산의 가장 밑바닥에는 99마리 용의 시체가 휘감겨서 밑바닥의 직경이 8만 미터가 넘었다.

그러니 두변이 거대한 산의 제1층에 있는 용의 시체에 눈을 그려주기 위해서 234일이라는 오랜 시간을 사용해서 8개월 가까이가 걸렸다.

이어서 두변은 제2층에 있는 용의 시체에 눈을 그려줬다.

제2층은 98마리 용이 휘감고 있으며 두변은 장장 219일을 썼다.

제3층은 용의 시체가 97마리 있어서 205일의 시간을 들였다.

우공이산은 천제(天帝)를 감동시켜서 천제가 신선을 보내 태행산(太行)과 왕옥(王屋)산 두 산을 짊어지게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두변을 두와줄 천신(天神)은 없었다.

두변은 그렇게 하루하루 끊임없이 용옥의 거대한 산을 오르내리며 용의 시체에 눈을 점 찍어줬다.

그는 시간을 잊다시피 했다.

1년의 시간이 지나고, 2년, 3년, 4년, 5년, 장장 9년의 시간이 지났다.

산꼭대기에 있는 혈지도 마르다시피 했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묻힐 용혈과 악마의 피만 남았다.

두변은 손을 뻗어서 최후의 피를 적셔간 뒤, 이 산에 있는 마지막 용의 시체의 정수리에 도착했다.

그것의 두 눈에 가볍게 윤곽을 그려냈다.

마지막 용의 시체의 눈도 다 그렸다.

이건 그가 가장 빨리 완성한 눈이자, 또 가장 멋들어지게 그린 눈이었다.

장장 9년의 시간 동안 두변은 이 끝없는 과정을 완성했다.

그가 수천 마리의 거룡에게 눈을 그려주느라, 마침내 모든 용혈과 악마의 피를 전부 써버렸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렇게 눈을 그리는 게 소용이 있을까?

두변은 알 수 없었다.

그는 지금 고행을 하는 사람처럼 고개 숙여 일만 할 뿐, 인과를 따지지 않았다.

그런데 실제로, 그가 거룡의 눈을 그려준 일의 99.99퍼센트는 소용없는 일이었다.

거의 모든 거룡이 살아나지 않았다.

갑자기 무겁고도 힘이 가득한 호흡 소리가 들리더니, 거룡 한 마리가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두변이 수천 마리에 눈을 그려줬건만, 유독 최후의 이 한 마리만 살아났다.

어쩌면 누군가는 두변이 9년의 시간을 들여서 수천 마리의 눈을 그려줬으니, 최후에 수천 마리도 함께 살아나서 두변에게 ‘내 힘을 너에게 주마.’ 하는 일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니, 당연히 그렇지 않았다.

사실 그가 9년의 시간 동안 대부분 작업한 건 소용이 없었다.

수많은 거룡에게 눈을 그려준 건 연습에 불과했다.

왕헌지(王獻之)가 서예의 대가가 되기 전에 집에 있는 물독 18개에 있는 물을 다 써버린 것처럼 말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장장 수천수만 개의 달걀로 그림을 그린 일과도 같았다.

두변이 일전에 산을 오르내리며 수많은 용의 시체에 눈을 그려준 건 바로 최후에 한 획을 위해서였다.

마침내 그의 수련이 경지에 올라서 마지막 용의 시체가 눈에 점을 찍는 데에 성공해서 살아났다.

그건 유일한 성공이었다. 유일하게 살아난 거룡은 길게 한숨을 쉰 뒤, 하늘로 날아올라서 산꼭대기에 있는 두변을 응시했다.

거룡이 물었다.

“너는 내 저주를 풀어주었다. 그렇다면 내가 널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지? 너는 요구를 하나만 제시할 수 있다. 내 능력 범위 안의 일이라면 어떤 요구든 나는 너를 만족시킬 것이다!”

요구는 하나, 단 하나의 요구만 할 수 있었다.

거룡이 말했다.

“내가 너를 위해 전투를 하거나, 너를 살려내거나, 내 모든 힘을 얻고 싶으냐? 어떤 요구든 제시하면 나는 전혀 이의 없이 너를 만족시킬 것이다.”

두변은 침묵했다.

진정한 시험이 찾아왔다.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요구는 당연히 자신을 부활시켜 달라거나, 네 모든 힘을 얻게 해달라거나 둘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충분할까?

만약 정토 여황을 죽이기만 한다면 이 거룡의 힘만으로 가까스로 충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운명 마왕을 죽이고, 마제를 없애려면 용의 힘만으로는 부족했다.

두변은 처음부터 목표를 세웠다.

그는 용의 시체 수천 마리로부터 모든 힘을 얻을 뿐 아니라, 만룡의 왕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그 요구는 이 거룡의 능력 범위 밖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두변이 어떤 요구를 제시해야 할까?

그의 지혜를 검증할 순간이 왔다.

이 순간 두변은 한마디가 떠올랐다.

네가 이차원 세계에서 할 수 없는 일은 삼차원 세계에서는 쉽게 해낼 수 있다는 것.

삼차원 세계에서 할 수 없는 일은 사차원 세계에서 쉽게 할 수 있다는 것.

당신이 요구하는 일이 구청장의 권한을 넘어가면 시장을 찾아서 부탁하면 된다.

두변은 정식으로 그의 유일한 요구를 제시했다.

“거룡, 네 몸으로 통로 하나를 만들어서 나를 제8층 연옥탑에 갈 수 있게 해다오!”

그 말을 듣자, 거룡은 조금 놀랐지만 장신구 안에 있는 어머니는 그 순간 너무나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구나.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야.”

두변의 선택이 옳았다.

그는 거룡 수천 마리의 힘을 얻어서 만룡의 왕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제7층 연옥탑에서는 그 사명과 시험을 완성할 수 없으니, 제8층으로 가야 했다.

“존명!”

거룡이 답한 뒤, 높이 솟아올랐다. 거대한 산꼭대기에서 자신의 몸으로 구불구불한 회전하는 길, 제8층 연옥탑으로 통하는 길을 만들었다.

“내 몸을 따라 올라가서 제8층 연옥탑으로 가라.”

“고맙다!”

두변은 말을 한 뒤, 거룡의 몸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수천 미터나 걸어서 거룡의 몸의 끝까지 걸었다.

그 끝에는 어둠이 깔려 있었다.

그 어둠을 가로지르면 바로 제8층 연옥탑이었다.

두변은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그 어둠의 장막 속으로 들어갔다.

두변은 제8층 연옥탑에 도착했다.

그 안에는 몹시 평범하게 생긴 노인이 눈을 감고 정신을 수련하고 있었다.

두변이 걸어들어오자, 그는 갑자기 놀라서 깬 듯했다.

그 노인이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면서 말했다.

“정말로 제8층 연옥탑에 들어온 사람이 있을 줄이야. 불가사의한 일이로다! 그것도 혼백이라니? 더욱더 불가사의하군. 이토록 약한데 제8층 연옥탑에 올 수 있다니!”

이윽고 그 노인이 물었다.

“무엇을 원하나?”

“저는 제7층에 있는 모든 용의 시체의 힘을 얻고 싶습니다. 저는 만룡의 왕이 되고 싶습니다!”

“문제없다! 너는 무기 하나를 골라서 아래에 있는 모든 거룡을 정복하러 가거라!”

이윽고 노인이 무기 세 가지를 꺼냈다.

활.

거울 하나.

또 왕관 하나였다.

노인이 말했다.

“이중에 하나를 골라라. 단 한 번만 고를 수 있다. 네가 옳은 선택을 하면 너는 만룡의 왕이 될 수 있다.”

세 가지 무기, 활, 거울, 왕관이 있었다.

이건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활도 평범한 활처럼 보였고, 거울도 평범한 거울이었다. 왕관도 평범한 황금에 평범한 보석이 박혀 있었다.

관건은 이 세 가지 무기에 어떤 우의(寓意)가 있는 걸까?

왕관은?

그건 수많은 거룡을 가장 잘 정복할 수 있는 무기처럼 보였다.

그런데 가장 정답 같은 게 도리어 아닐지도 모른다.

거울은?

그건 확실히 무기로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용족의 무기라기보다 악마의 무기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활은?

그것은 순수한 무기였지만 활이 용족 앞에서 무슨 쓸모가 있을까?

이 활은 고작 화살 하나밖에 없었다. 게다가 제7층에 수많은 용의 시체는 이미 죽은 상태인데 설마 그것들에 화살을 다시 한 번 쏘아야 할까?

지금 두변이 필요한 건 수많은 거룡의 힘을 집어삼키며 만룡의 왕이 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선택은 너무 어려웠다.

모든 게 답인 것도 같고, 또 모든 게 답이 아닌 것도 같았다.

게다가 악몽 대제의 점술에서 두변은 이 장면을 보지 못했다.

두변은 눈을 감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 세 가지 무기 중에 어떤 걸 선택해야 할까?

선택할 기회는 단 한 번밖에 없고, 틀리면 영원히 기회를 잃게 된다.

어머니의 혼백도 입을 열지 않았다.

이 일도 마찬가지로 두변 혼자서 완성해야 했다.

갑자기 노인이 말했다.

“되었다. 빨리 선택해야 한다. 널 기다릴 시간이 없어. 수를 거꾸로 세겠다. 5, 4, 3…….”

두변은 갑자기 눈이 반짝였다.

이 노인이 수를 거꾸로 세기 시작하며 두변에게 즉시 선택을 하라고 압박했다. 그건 무엇을 의미하나?

이치대로 하면 그에게 시간이 많을 테니, 애초에 급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얼마나 오래 잤는지 모르니, 분명히 급히 잠을 자야 할 건 아니었다.

두변은 하늘을 바라봤다.

물론 이곳의 하늘은 몹시 작았다. 아무래도 이 연옥탑 제8층이 면적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하늘에 한 가닥 빛이 나타난 것 같았다.

태양이 떠오르려는 건가?

이 연옥탑에도 작은 태양이 있어?

“3, 2, 1!”

노인의 카운트다운이 끝나려 했지만 두변은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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