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625화 (625/648)

625장: 용족 재생 계획 三

나무랄 데 없는 발걸음으로 두 사람은 각자 백오십 미터 걸어서 중간 지점에서 만났다.

꿈속 마왕이 먼저 손을 뻗었다. 정토 세계의 태자도 손을 뻗어서 두 큰 손이 서로를 꽉 쥐었다.

심지어 꿈속 마왕이 먼저 다른 손까지 더하며 악수하면서 살짝 허리를 굽혔다.

이런 공손한 태도는 정토 세계의 태자를 더욱더 만족시켰다.

꿈속 마왕이 말했다.

“태자 전하께서 바쁘신 와중에 북극에 오신 데에 감사드립니다.”

“황금 지팡이는?”

정토 세계의 태자가 묻자, 꿈속 마왕이 허리를 더 심하게 굽혔다. 두 손으로 거룡의 혼백 결정체가 박힌 황금 지팡이를 들어서 공손하게 정토 세계의 태자에게 바쳤다.

정토 세계의 태자가 한 손을 내밀어서, 조금 무심히, 또 조금 경박한 모습으로 황금 지팡이를 잡았다.

이 순간 그는 또 무지한 두변이 떠올랐다. 우물 안 개구리 같은 그 화근은 정토 세계의 강함에 대해 하나도 알지 못했다. 그자는 꿈속 마왕이 이 황금 지팡이를 사용해서 용족의 에너지 보호막을 찢어놓은 뒤에 천백만 악마 군단을 거느리고 정토 세계로 밀려 들어올 거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꿈속 마왕은 얌전히 이 황금 지팡이를 바쳤다.

이러고도 꿈속 마왕이 이 왕의 지팡이를 무기 삼아 쓰겠다고 하는 건가? 무기로 쓰기는 개뿔!

그런데 정토 세계의 태자는 두변의 체면을 구기러 갈 생각이 없었다. 그런 무지한 개미를 두고 그의 체면을 구기는 게 무슨 재미가 있을까? 그렇게 하는 건 자신의 격을 떨어뜨리는 행동이었다.

정토 태자는 부지깽이라도 든 것처럼 아무렇게나 그 황금 지팡이를 빙판에 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은 알아서 잘 처신하게. 그럼 이만!”

이윽고 그가 곧바로 떠나려고 했다.

“태자 전하를 삼가 배웅하겠습니다.”

꿈속 마왕이 허리 굽혀 인사를 했다.

정토 세계의 태자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곧바로 화려한 비행선을 타고 떠났다.

모든 과정이 끝나도록 꿈속 마왕은 허리를 굽히며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 세계의 사람은 다 충분히 교활해서 단순히 이런 짧은 연극만으로는 상대방을 속일 수는 없다. 하지만 만약 십여 년이나 같은 연극을 한다면 상대방을 속이는 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

꿈속 마왕은 이렇게 자신을 낮추는 연극을 장장 13년이나 해왔다.

정토 세계의 태자가 비행선을 타고 떠나는 걸 본 뒤, 꿈속 마왕은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는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

정토 세계로 돌아간 뒤, 정토 태자는 황금 지팡이를 수상에게 넘겼다.

이제 이 지팡이는 황궁의 핵심 에너지 진 안에 봉인된 채로, 어쩌면 수십 년, 백 년은 세상에 나오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정토의 용예족은 이미 용족에 대한 믿음과 경외감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날 또 실험을 해야 할 때, 이 황금 지팡이를 다시 꺼낼 것이다.

정토 태자는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핵심 실험실 밖으로 가서 물었다.

“결과는 어떻지?”

그것이야말로 그가 최고로 관심을 두는 일이었다.

용족 재생 실험.

물론 그건 그가 용족을 경외하기 때문이 아니라, 용족 하나를 부활시키면 그가 그 용족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술사 우두머리는 술사 수백 명을 이끌고 질서정연하게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런 뒤, 그는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말투로 흥분해서 목소리까지 떨며 말했다.

“전하, 성공했습니다. 저희가 성공했습니다!”

정토 태자가 눈을 크게 빛내며 물었다.

“정말로 용족을 부활시킨 것이냐?”

술사 우두머리가 답했다.

“그렇습니다. 온전한 용족입니다.”

“그 막한 말이냐?”

“예, 너무나 아름다운 여자 용입니다! 게다가 용족과 인간의 신체로 언제든 변환할 수 있습니다!”

정토 태자는 숨소리마저 다급해져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완전히 공백의 용족이더냐?”

“그렇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녀는 막 탄생한 셈입니다.”

“좋구나! 내가 바로 정신 얽힘을 하러 가겠다. 내가 바로 그녀를 타겠다.

정토 태자는 미친 듯이 좋아했다.

본래 용족 재생 계획에 그리 큰 기대를 품지 못했다.

일전에 술사 우두머리가 성공 확률이 많아야 3할이 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실험이 성공할 줄이야!

그는 한시도 참을 수 없어서 즉시 핵심 실험실 공간 안으로 뛰어들었다.

한 걸음을 내딛자마자, 그는 즉시 발걸음을 멈췄다.

새로 탄생한 용족, 금황색 빛을 반짝이고 있는 그녀가 그곳에 있었다.

그건 실제로 너무나 아름다웠다.

게다가 이건 동방의 용족이었다.

동방 용족은 날개가 없는 반면, 서방 용족은 날개가 있었다.

서방 용족에 비해 동방 용족은 좀더 아름답고 가늘고 긴 자태를 지녔다. 특히 암컷 용은 뿔이 조금도 흉악하지 않고, 도리어 몹시 귀여워 보였다.

지금 그 용은 멍하니 넋을 놓고 있었다.

누군가가 들어오는 걸 보자, 그녀는 조금 당황하더니 끊임없이 체형을 바꾸었다.

온전한 용의 형체에서 잠시 후 인간의 외형으로 변했다. 잠시 후에는 다시 인간의 얼굴에, 용의 몸으로 변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순진무구해서 막 태어난 갓난아이와도 같았다.

그녀의 얼굴은 이전의 막한과 조금 닮았지만 신령한 빛에 한 겹 뒤덮인 것처럼, 순진무구하면서도 분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술사 우두머리가 말했다.

“전하, 저희가 새로운 용족을 창조하는 데에 성공했지만 한 가지 비교적 유감스러운 점이 있습니다.”

“왜 그러냐?”

“이 용족은 결코 강하지 않습니다. 그녀의 힘은 기껏해야 평범한 무사와 비슷해서 강한 무기로 쓸 수 없습니다.”

정토 태자가 입가에 사악한 웃음을 드러냈다.

‘강함? 무기?’

그건 농담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가 새로운 용족을 만들어낸 건 전투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잠자리를 하고 올라타기 위해서였다.

정토 태자에게 용족은 최고로 화려한 사치품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니 만들어낸 새로운 용족이 강한지는 전혀 상관없었고, 충분히 아름다우면 그만이었다. 올라탈 수 있고, 잠자리를 할 수 있으면 그만이었다.

“그녀는 무엇을 먹지?”

“정석입니다. 강한 에너지를 가진 고순도 정석을 먹습니다.”

이어서 술사 우두머리가 황금으로 만든 화려한 상자 하나를 건넸다.

상자를 열자, 안에는 전부 고품질의 정석이 들어있었다.

어떤 사회가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한 것들로 음식을 장식할 때가 오면, 그 사회는 이미 부패하고 타락했다는 뜻이 아닐까.

정토 태자는 금실로 짠 장갑을 착용한 뒤, 고품질 정석 한 조각을 꺼내서 눈앞의 아름다운 암컷 용에게 건넸다.

암컷 용의 아름다운 눈이 환해지더니 재빨리 그 정석을 받았다.

아작, 아작!

그녀는 사탕을 먹는 것처럼 붉은 입술을 벌려서 옥처럼 티 없는 이로 정석을 깨물었다. 그런 뒤 모조리 먹어치웠다.

그 장면만 봐도, 그곳에 있는 모든 이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이게 바로 용족인가? 음식을 먹는 장면도 이렇게 매혹적이라니.

그녀의 입술은 붉은 광택이 반짝여서 딸기 같기도 하고, 달콤한 화염 같기도 했다.

그녀의 치아는 다이아몬드 같았다. 하지만 투명하지 않고 새하얀 모습이었다.

그녀의 분홍색 혓바닥은 유연한 홍보석으로 조각해서 만든 것 같았다.

그녀의 침은 심지어 아침 햇살이 드리운 꽃밭의 꿀과도 같았다. 맑고 투명하며 매혹적인 향기가 났다.

사치품이었다. 저 존재는 온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사치품이었다.

술사 우두머리를 포함한 모든 술사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이렇게 정교하게 아름다운 애완동물이 곧 정토 태자의 소유가 될 운명이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암컷 용은 곧 에너지 정석을 다 먹고 난 뒤, 큰 눈을 뜨고 계속 정토 태자 손에 있는 상자를 쳐다봤다. 더 먹고 싶은 게 분명해 보였다.

정토 세자는 사람들을 물렸다.

술사 우두머리와 술사 수백 명은 내심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술사 수백 명은 내심 피눈물을 흘리면서 밖으로 물러났다.

“태자 전하, 잘 즐기십시오.”

술사 우두머리는 심지어 그의 비위를 맞추기까지 했다.

방문을 닫자, 투명하고 속이 보이는 핵심 실험실 안에 정토 태자와 절세미녀 용녀 두 사람만 남았다.

절세미녀 용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나서 맑은 목소리로 물었다.

“너는 누구지?”

그 소리가 정토 태자의 심장을 떨리게 만들었다.

너무 아름다웠다. 목소리만으로도 듣는 사람을 심취하게 만들었다.

정토 태자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네 주인이자, 애인이며, 너의 창조자다.”

“주인? 애인? 창조자? 그게 뭐지?”

“네가 용으로 변하면 주인이 네 몸에 올라타고 비행할 수 있다. 네가 인간의 외형으로 변하면, 주인이 너와 입 맞추고 너와 잠자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위험이 닥치면 창조자가 너에게 전투를 하고, 불을 뿜으며, 변신하라고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절세미녀 용녀의 보석 같은 눈이 더욱더 아득해졌다.

정토 태자는 다시 손에 든 상자를 들어서 그녀가 안에 있는 에너지 정석을 볼 수 있게 열었다.

“먹고 싶나?”

용녀 막한이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네 입술에 내가 입 맞춰도 될까?”

용녀 막한의 눈동자가 흐리멍덩해졌다.

“입맞춤이 뭐지?!”

“너에게 입 맞추게 해준다면 이걸 한 알을 먹게 해주겠다.”

‘이 거래는 괜찮은 것 같은데?’

이 머저리는 설마 항상 머저리일까?

소를 경성으로 끌고 가도 그게 소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바보는 설령 인간에서 용족으로 변해도 여전히 바보에 속하나 보다.

용녀 막한은 입맞춤을 해도 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의 관점에서 아마도 입맞춤은 악수나 어깨를 두드리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그녀는 정석이 너무 먹고 싶었다.

그래서 머리가 흐리멍덩해져서는 그게 되는지, 아니면 안 되는지를 생각하지 않았다.

정토 세계 태자의 입가에 또다시 사악하면서도 방탕한 웃음이 드러났다. 상냥한 눈빛을 하며 천천히 용녀 막한에게 다가가서, 그녀의 딸기 같고, 화염과도 같은 입술에 입을 맞추려 했다.

그런데 그와 용녀의 입술이 아직 15센티미터 정도 남았을 때, 용녀 막한이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윽고 온몸의 모골이 송연해졌다. 마음속 깊숙한 곳으로부터 찌르르한 느낌이 솟아오르며 끊임없이 출렁거렸다.

그건 몹시 메스꺼우면서도 아름다운 느낌이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그녀에게 그런 느낌을 가져다준 건 눈앞의 이 얼굴이 아니었다. 눈앞의 이자가 아니었다.

“안 돼!”

용녀 막한이 재빨리 후퇴했다.

그녀는 단숨에 핵심 실험실의 구석까지 물러났다.

정토 세계의 태자는 눈빛이 서늘해졌지만 계속해서 다정하게 물었다.

“어째서 안 되지?”

“너는 안 돼.”

정토 태자는 그 말에 정말로 화가 나서 물었다.

“내가 안 되면 누가 되지?”

용녀는 필사적으로 생각해서 기억을 떠올리려고 했다. 그런데 아무리 떠올려도 자신과 입맞춤해서 자신에게 찌르르하게 떨리는 느낌을 가져다준 사람이 기억나지 않았다.

이토록 경천동지할 충돌로 폭발한 에너지가 핵폭탄의 n배를 넘어섰으니, 그녀의 머릿속이 텅 비어버리는 것도 정상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혼백 깊숙한 곳에는 시종일관 두변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몰라.”

그녀의 말에 정토 태자는 마음속의 노기를 억눌렀다.

입맞춤을 하지 못한 건 별일이 아니나, 정신의 얽힘이 가장 중요했다. 그건 용족에게 최고로 친밀한 의식이었다.

일단 정신의 얽힘을 진행하면 마음이 서로 통하게 되는 걸 의미한다.

천 리든, 만 리든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에 상관없이 정신의 얽힘을 거치면 한 쌍의 남녀는 서로와 통할 수 있게 된다. 마음으로 통하는 것이다.

게다가 양쪽 모두 상대방의 의지를 가지게 된다.

이건 말 그대로는 별것 아닌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대단한 일이었다.

정신적으로 얽힌 남녀는 상대방의 몸을 제어해서 전투를 하거나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용족에서 짝을 이룬 반려는 연인일 뿐 아니라, 전투 파트너이기도 하다.

이건 서로의 혼백과 의지를 공동으로 갖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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