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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관무제-623화 (623/648)

623장: 용족 재생 계획 一

그는 정토 세계를 대표해서 꿈속 마왕이 바친 선물을 받으러 가야 했다.

정토 세계의 태자가 떠난 뒤, 임야소는 곧바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이미 눈물이 사라졌다.

정토 세계는 눈물을 믿지 않았고 임야소도 당연히 눈물을 믿지 않는다.

예전에 그녀는 혼자서 딸을 보살펴야 할 뿐 아니라, 식물인간이 된 남편 두변까지 보살펴야 했다. 매일 극도로 지쳤을 때도 그녀는 거의 울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울 리가 있겠는가.

눈물은 단지 힘없는 여자의 무기에 불과하다.

게다가 임야소는 한 번도 남에게 애걸하는 게 쓸모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녀처럼 고집스러운 여자가 남에게 애걸하는 게 쓸모 있다고 생각할 리가 있을까.

7년 전에 의부인 악몽 대제가 그녀를 이곳 정토 세계로 보냈다.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는 정토 세계에 대해 아주 조금은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곳의 이름은 정토(淨土)이지 않나. 이곳에는 악마가 없을뿐더러, 문명 최후의 희망이었다.

하지만 정토에 도착한 뒤, 임야소는 더할 나위 없이 실망했다.

그녀는 지구에 군대를 보내서 살아남은 인류를 구해달라고 정토 세계에 부탁했지만 그녀의 말은 응답을 받지도 못했고 모든 이에게 비웃음을 받았다. 그녀의 말이 몹시 무지한 사람의 우스갯소리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할 수 없이 다시 지구로 돌아가려 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정토 세계의 태자가 그녀를 마음에 둬서 태자비 중 한 명으로 그녀를 맞으려 했다.

정토 세계는 확실히 유전자에 근거해서 짝을 이뤘다. 충분히 뛰어나게 된 뒤에야 교배권을 얻을 수 있으며, 자신의 짝을 선택할 권한이 없었다.

하지만 사실 그건 정토의 일반 계층에게만 통용되는 법칙에 불과했다.

진정한 정토 세계의 최고위층은 정욕을 넘치게 부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도 있었다. 단지 몹시 ‘합법’적인 경로로 그 여자를 얻을 뿐이다.

예를 들면 어떤 이가 충분한 공을 세우거나, 그 사람의 유전자가 충분히 뛰어나면 종족 전체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그 사람이 여자 몇 명을 취하는 것도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몹시 공교롭게도 임야소의 유전자는 정토 세계의 태자와 짝을 이룰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서 그의 다섯 번째 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건 정토의 신성한 법이자, 용예족 문명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서, 그녀에게는 거절할 자격도 없었다.

일단 거절하면 용사에서 5년을 갇혀 있어야 했다.

지금 임야소는 용사에서 5년이란 구금 생활을 막 끝내고 나온 상태였다.

물론 그 5년의 구금 생활 동안 임야소는 시간 낭비를 하지 않고, 1분 1초마다 수련을 해왔다.

석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녀에게 악몽 같은 소식이 들렸다.

악몽 제국은 이미 멸망하고, 그녀의 의부인 악몽 대제도 이미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두변과 운명 대마주 조언평의 결전을 직접 보게 되었고, 두변이 꿈속 마왕의 일장에 맞아서 연기로 사라지는 것도 목도했다.

그녀는 애써 침착하게 자발적으로 정토 여황을 알현한 뒤, 용족 재생 계획을 다시 가동하자고 건의했다.

이른바 용족 재생 계획은 정토에서는 기밀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지난 천년 동안, 이 계획은 적어도 백 번 이상 제안되었고, 게다가 수십 번 실험했었다. 물론 예외 없이 실패했고.

이번에 정토의 과학자들은 새로운 이론을 채택했지만 아직 실험을 진행하지는 못했다.

정토 여황이 그 계획을 허가했기 때문에 임야소와 또 다른 용예 남자가 두변의 혼백을 수집하러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정토 세계의 태자는 두변의 생사를 이용해서 조금씩 그녀의 방어선을 돌파한 뒤, 마지막엔 임야소가 기꺼이 자신의 침대에 올라오도록 만들려고 했다.

그녀는 그의 뜻을 따르는 척을 하면서 그럭저럭 버티며 자신의 계획을 험난하게 밀고 나갔다.

그녀와 두변이 만난 그 짧은 몇 분 동안, 그들이 하는 모든 말은 감시를 당했다. 게다가 정토 세계의 태자는 그녀가 두변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어야, 정토 세계가 두변을 살릴지 말지를 고려하겠다는 대답을 들은 상태였다.

때문에, 그녀가 두변과 만난 그 몇 분간 나눈 말 중 7할의 말은 두변과의 관계를 끊는 데 사용된 것이고, 그 때문에 정토 세계 태자도 마음을 놓게 되었다.

그녀가 두변과 한 말들 대부분이 쓸모없는 말인 반면, 단 한마디는 쓸모있는 말이었다.

‘당신이 도저히 여자가 없어서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면 막한을 선택해도 돼요.’

그 말은 화나서 한 말 같기도, 비웃는 말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 말에는 중요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

이 장면은 《삼체(三體)》(류츠신 작가의 SF 소설) 속에 나오는 운천명(雲天明)과 정심(程心)의 만남에서 운천명이 삼체의 감시를 받는 상황과 같았다. 운천명은 삼체인의 의심을 사지 않고 중요한 소식을 정심에게 알려주어야 했다.

임야소는 두변이 알아들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둘의 관계를 끝내겠다는 매정한 말도 상대방의 눈빛 한 번은 당해내지 못한다.

두 사람이 만난 순간 서로의 눈빛에 체내의 호르몬과 도파민이 미친 듯이 분비해서 애초에 아무런 말로도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건 두 사람이 막 만나자마자, 임야소는 두변에게 다른 여자를 권해야 했다.

다만 중요한 정보 하나는 도파민으로는 전달할 수 없었다. 바로 ‘용사’라는 두 글자였다.

그녀는 많은 방법을 시도하려고 했다. 예를 들면 모스 부호 같은 방법들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걸 할 줄 몰랐다. 게다가 설령 그녀가 모스 부호를 할 줄 안다고 해도 그녀가 무언가를 두드리면 반드시 발각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몹시도 모호한 방식으로 암시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오른손 네 손가락을 허벅지에 누른 뒤, 두변의 두 다리 사이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조금 급작스럽긴 했지만 두변이 대녕 제국에서 태감 노릇을 했으니, 임야소가 한 번 흘겨보는 것도 정상적인 일이었다. 게다가 네 손가락을 자신의 허벅지에 눌러놓는 것도 강력하고 확고한 말투로 말할 때 취할 수 있는 태도로 보일 만했다.

단지 이런 정보 전달은 너무 모호했다.

예전에 임야소가 두변과 사랑을 나눌 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정말로 다양한 방법으로 사랑을 나누었다. 심지어 두변의 그곳에 ‘두룡(杜龍)’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줬다.

그래서 임야소가 두변에게 준 암호는 용사(龍寺)였다. 그런데 너무 어렴풋한 암호라서 두변이 그걸 알아차렸는지를 알 수 없었다.(두변의 중요 부위인 ‘용’을 쳐다보고, 손가락 네 개를 보여줘서 ‘사’라는 암호를 만들었다. 넷을 뜻하는 ‘사(四)’와 ‘사(寺)’는 발음이 같다.)

임야소는 설령 두변이 그 암호를 받았어도 승산이 너무 낮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정토 세계가 너무 강했고, 그에 비교하면 그들 부부의 힘이 너무나 약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실패해도 별일은 아니었다.

까짓것, 부부 두 사람이 함께 죽으면 그만이니까.

임야소는 한 번도 죽음을 두려워해 본 적이 없었다. 지구에 세상 최후의 날이 강림했을 때, 그녀의 유일한 바람은 두변과 함께 죽는 것이었다.

정토 세계의 태자가 황궁을 떠나서 북극에 가서 꿈속 마왕과 만나 거룡의 황금 지팡이를 받으려고 했다.

옆에서 어떤 술사 우두머리가 허리를 굽히면서 여쭸다.

“전하, 저희는 곧 두변과 막한에게 용족 재생 실험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전하께서는 어떤 뜻이 있으신지요?”

“두변은 꿈속 마왕의 일장에 맞아서 연기로 사라졌는데 어째서 죽지 않은 거지?”

태자의 물음에 술사 우두머리가 답했다.

“그의 체내에 상고 용왕의 정신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두변에게 에너지의 몸을 만들어줘라.”

술사 우두머리가 놀라며 답했다.

“예.”

“임야소에게 약속한 일이니, 말한 이상 지켜야지. 한데 하는 김에 그의 체내에 있는 용왕의 정신력을 벗겨내 버려라. 그를 신체를 가졌지만 걸어다니는 시체로 만들어라. 눈을 사시로 뜨면서 침을 흘려대고, 대소변을 가누지 못하는 걸어다니는 시체 말이다.”

태자의 말에 술사 우두머리가 흠칫 놀랐다.

“내가 임야소에게 두변을 살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실험 중에 의외의 사고가 생겨서 그자가 걸어다니는 시체로 변하는 건 몹시 정상적인 일 아니냐? 눈과 입이 비뚤어져서 침을 마구 흘리고, 대소변을 마구 싸대는 남자에게 임야소가 계속 깊은 정을 갖진 않겠지.”

“전하, 그럼 막한은 어떻게 할까요?”

“그녀에게 용족 재생 계획을 진행하면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되지?”

“성공할 확률은 30퍼센트가 넘지 않습니다. 그녀 체내에 있는 용족의 흔적이 너무나 불완전합니다.”

“전력을 다해라. 하지만 실패해도 별일 아니다. 성공하면 즉시 내게 알리고.”

“예! 신, 즉시 실험하러 가보겠습니다.”

정토 태자는 극도로 화려한 에너지 전함에 올라 꿈속 마왕과 만나러 북극을 향해 날아갔다.

막한 여왕은 두변과 굳게 뒤엉켜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그들 두 사람은 신체도 없고 빛의 형체마저 존재하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이 둘에게 서로는 진실한 존재였다.

막한 여왕은 두 눈이 아득해져서는 청초한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 방금 뭘 한 거지? 너 방금 전에 나와 잔 거야?”

두변이 말했다.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지 않지. 우리는 방금 전에 정신적 얽힘을 진행했을 뿐이야.”

“정신적 얽힘이란 게 뭔데?”

“남녀가 함께 자는 것보다 더 고급스러운 정신 융합 방식이지.”

“남녀가 자는 게 이것보다 더 좋은 건가?”

“나도 모르겠어. 이런 정신의 얽힘을 나도 처음 시도해 본 거니까.”

그때,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토의 술사 우두머리가 군대를 이끌고 와서 막한과 두변에게 용족 재생 실험을 하려고 했다.

두변은 막한의 청초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붙들고서 물었다.

“막한, 날 믿어?”

막한은 놀란 것처럼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 난 모르겠어.”

“막한, 내가 널 믿어도 돼?”

막한이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건 더더욱 모르겠어.”

대녕 제국에서 말세 지구에 올 때까지, 막한은 한 번도 미더운 적이 없었다. 이 여인이 괜히 머저리 여왕일까.

이 머저리 여왕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일을 성사시키기에는 부족하고 일을 망하게 만드는 데 월등한 사람이었다.

두변이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붙들고 말했다.

“널 믿어! 널 믿겠어.”

막한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나는…… 나도 내 자신을 그다지 믿지 못하겠어.”

“내가 말했지. 곧 상황이 몹시 미쳐 날뛰듯이 돌아갈 거야. 나는 꿈속 마왕을 없애버릴 거고.”

막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그런데 꿈속 마왕을 없애버리기 전에, 나는 정토 세계 먼저 없애버릴 거야.”

그 말을 듣자 막한은 몹시 놀랐다.

그녀 스스로도 미쳐 날뛰는 여자라서 무슨 일이든 제맘대로 하고 살았다.

그런 그녀도 지금 두변의 말에 경악했다.

이곳은 정토다.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한 에너지 문명이자, 마족에 대항할 최후의 희망이다.

그런데 지금 두변이 그런 정토 세계를 파멸해버리겠다고 말한다.

이건 너무나 두렵고 미쳐 날뛰는 짓이 아닌가 말이다.

정토 세계가 얼마나 강한가? 악몽 제국보다 얼마나 강한지 모를 정도다. 심지어 꿈속 마왕도 정토 세계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는데.

“그런데 내 미쳐 날뛰는 계획에서 네가 최고로 중요한 관건이야.”

“그럼, 그럼 난 뭘 해야 하는데? 절대로 너무 복잡한 일을 시키지 말라고. 난 그런 걸 할 수 없어.”

그녀는 태어나 처음으로 이렇게 겸손한 말을 했다. 예전 같았으면 애초에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몸은 영원히 내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할 거야. 뭐가 어찌 되었든 일단 저지르고 나서 이야기하자.’라고 했을 것이다.

“아무것도 할 필요 없어.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이면 돼. 너는 이 느낌만 기억해.”

이윽고 두변이 막한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방금 전에 두 사람은 정신적으로만 교류했을 뿐 아무런 친밀한 신체 접촉도 하지 않았다.

이건 막한 인생의 첫 키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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