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8장: 조언평의 운명 一
그는 한도 끝도 없는 해수면 위를 날고 있었다.
쥐죽은 듯한 해수면에는 물고기도 없고, 허공에는 새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해수면도 파란색이 아니라 어두운 잿빛이었다.
몇 시간 뒤, 무려 5천여 킬로미터나 비행한 끝에야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해수면 위에 거대한 소용돌이, 직경이 몇만 미터나 넘는 소용돌이가 나타났고, 소용돌이 밑에는 마력이 충만한 듯한 건물이 보일 듯 말 듯했다.
이게 바로 조언평의 오랜 근거지인 운명대마궁이었다.
지금은 조언평과 약속한 48시간에서 아직 15시간이 남았다.
두변이 이 큰 소용돌이의 상공을 선회하며 소리쳤다.
“조언평, 내가 왔다. 내가 너와 생사를 건 결전을 벌여서 둘 중 단 한 사람만 살아남을 수 있다!”
조언평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해수면 위에 있는 큰 소용돌이가 형태를 바꾸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거대한 악마의 얼굴로 변했다.
두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소용돌이 속으로, 조언평의 운명대마궁 깊숙한 곳으로 뛰어들었다.
운명대마궁은 지구 동반구에 있는 조언평의 통치 핵심 지역이었다.
건물 안, 예복을 입은 운명 대마주 조언평이 심취한 듯 피아노를 쳐대고 있었고, 그 옆에는 여자 네 명이 꼭두각시인 양 공연하고 있었다.
조언평이 말했다.
“네가 감히 이곳에 올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네 무도 수준이 나와 그렇게 많이 차이 나는데, 죽을 게 뻔한데도 이곳에 오다니 말이야. 미치광이만이 올 수 있겠지.”
“설마 내 무도 수준이 월등히 높아진 걸 알아차리지 못했나?”
두변의 말에 운명 대마주가 화들짝 놀라더니 이윽고 진지하게 두변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많이 강해졌군. 악몽 대제냐?”
두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나도 그 당시에 몹시 이상하게 생각했지. 그가 그렇게 강한데도 어째서 쉽게 나에게 죽임을 당한 걸까 하고. 이제 보니 모든 게 다 널 기다리기 위해서였군.
그렇다 해도 지금 너의 무도 수준은 여전히 나와 큰 차이가 난다. 너는 아직 내 상대가 아니야. 내 상대에 훨씬 못 미치지. 너는 기껏해야 막 파멸자의 경지를 돌파한 반면, 나는 이미 파멸자의 정상에 올랐지.”
“어쨌든 시도는 해봐야 하니까.”
“두변, 내가 너를 죽이고 나서 어떻게 할지 알고 있나?”
“말해봐.”
사실 두변도 알 것 같았다.
“나는 네 몸을 빼앗아서 네 모습으로 변할 거다. 그러면 모든 이가 다 네가 이겼다고 생각하겠지. 그런 뒤 나는 태강 제국의 황제 두변의 목숨을 사용해서 계속 살아갈 거다. 네 자식을 키우고, 너의 아내들과 잠자리하면서 말이지. 생각만 해도 몹시 흥분이 돼.”
두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언평이 두 손을 힘차게 들자, 수많은 바닷물이 하늘로 솟구쳤다.
펑!
이윽고 그 바닷물이 무시무시한 암흑의 불로 변해서 활활 불타오르더니, 두변을 향해 떨어졌다.
모든 암흑의 불덩어리에는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한 힘이 가득했다.
휙, 휙, 휙, 휙.
순식간에 두변은 수많은 분신으로 변했다.
수십, 수백, 수천 개의 분신이었다.
모든 분신이 하늘에서 떨어진 암흑의 불을 쳐냈고, 몇 초 뒤 모든 암흑의 불이 전부 사라졌다.
이윽고 두변이 두 손을 힘껏 부딪쳤다.
천문학적인 바닷물, 장장 수천 톤이 그에 의해 공중으로 솟구쳤다.
“고중력술!”
순식간에 중력을 끊임없이 배가시켰다.
열 배, 백 배, 천 배, 만 배, 10만 배!
그 바닷물은 본래도 수천 톤 무게였는데 중력이 10만 배나 올라가니, 무게가 놀랍게도 1억 톤에 달했다.
바닷물은 이렇게 큰 중량을 견디지 못한 나머지 부피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부피는 점점 더 작아져서는 수천 세제곱미터가 수백 세제곱미터, 수십 세제곱미터로 변했다. 결국 마지막에는 물방울 하나로 모여들었다.
수천 세제곱미터, 1억 톤의 물이 엄지 크기의 물방울 하나에 모였으니, 그건 얼마나 놀라운 힘을 지녔겠는가.
이 물방울은 지금 두변이 가진 무공 수준으로도 이동시킬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물방울 내부에 특수한 에너지 구조를 구축해서 그것이 스스로 거대한 에너지를 발생시키더니 비행하기 시작했다.
쏜살같이 빠른 속도였다.
열 배, 백 배, 음속의 천 배에 달했다.
물방울의 이동 속도는 놀랍게도 초당 3백 킬로미터에 달했다.
슉!
물방울이 그 놀라운 속도로 미친 듯이 조언평을 향해 날아갔다.
0.03초 뒤.
그 물방울은 조언평에게 적중했다.
콰쾅!
핵폭탄의 힘을 훨신 넘어서는 경천동지할 폭발이 일어났다.
조언평의 몸이 가루가 되어서 연기로 사라졌을뿐더러, 흔적도 없이 흐트러졌다.
두변의 귓가에서 막한 여왕의 목소리가 들렸다.
“두변, 네가 이겼냐?”
“아직 아니야.”
짝, 짝, 짝, 짝.
허공에서 박수 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윽고 공기 중에 있는 수많은 입자가 모여들더니 다시 재조합되었다.
운명 대마주 조언평은 또다시 처음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불현듯 두변은 자신의 몸이 고정되어서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걸 깨달았다.
볼 수 있고 들을 수도 있지만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조언평은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한 정신력으로 두변을 철저히 제압했다.
그가 놀라워하며 말했다.
“대단하군, 대단해. 그 물방울은 내가 겪어본 것 중에 최고로 화려한 공격이었어. 너무나 대단한 공격이야! 물론 그것이 몹시 빠른 속도로 돌진했지만 난 여전히 쉽게 피할 수 있었고 말이야. 그토록 화려한 공격이다 보니, 못 참고 그 치명적인 일격을 받아보고 싶었지 뭐야.
역시나 재밌구나. 두변, 네 무공 수준은 평범하지만 상상력이 가득해. 게다가 에너지학에 매우 능하단 말이야. 너무, 너무 대단해.
이건 내가 겪어본 중에 최고로 놀라운 결전이었어! 하지만 이 결전을 끝내야 하겠지. 두변, 너는 몹시 노력했고, 게다가 상상력이 충만한 결전을 치렀어! 하지만 실력 차이는 어떤 상상력으로도, 어떤 방법으로도 메꿀 수 없는 거야.”
그 말은 진리일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악몽 대제의 무도 수준은 본래 나보다 떨어지지. 하물며 너는 그의 9할의 힘만을 얻었어. 그러니 너와 나의 수준 차이는 실로 너무 크지. 그러니 이번 전투에서 네가 져도 패배한 잘못은 없을 거야. 너는 충분히 영광스러해도 돼. 비록 패배하더라도 영광스러울 거야!”
두변은 가만히 해수면 위에 떠있었다. 여전히 전혀 움직일 수 없어서 조각상처럼 보일 정도였다.
조언평이 말을 이었다.
“두변, 너라는 인간은 몹시 고급스러운 데다 격조 넘치는 사람이니, 마땅히 그런 고급스러운 죽음의 방식을 맞을 자격이 있어.”
조언평이 중지와 엄지를 붙인 뒤에 두변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두변, 내가 곧 손가락을 튕길 거야. 내가 손가락을 튕기면 너는 눈 깜짝할 새에 죽어버린다고. 그런 뒤 나는 순식간에 네 몸을 빼앗을 거야. 그렇게 되면 나에게는 몸이 두 개나 생기는 거야. 하나는 운명 대마주 조언평, 또 하나는 인류의 황제 두변. 너무 재밌지, 너무 재밌어!”
“3!”
“2!”
“1!”
운명 대마주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두변의 몸이 부르르 떨리고, 그의 동공이 흐트러졌다.
비록 그건 손가락을 튕기는 행위일 뿐이지만 운명 대마주가 모든 강력한 힘, 모든 강력한 정신력을 내뿜은 터라, 순식간에 두변의 혼백과 목숨을 압살시킬 수준이었다.
이윽고 다음 순간,
운명 대마주 조언평이 한 줄기 빛으로 변해서 두변의 체내로 힘차게 파고들었다.
탈사(奪舍)!
조언평은 악마 군단이 모조리 죽은 뒤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했다.
아주 오래 생각한 끝에, 이 절묘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바로 두변의 몸을 빼앗는 것 말이다.
그런데 그가 두변의 몸을 빼앗으려는 그 순간, 귓가에 두변의 말이 들렸다.
“조언평, 너는 내 전장(戰場)에 들어왔다. 이제 너는 진다. 넌 죽은 목숨이야!”
조언평이 요란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 전장에 들어왔다고? 무지한 사람은 겁이 없다더니, 그 말이 사실이로구나. 내 정신력이 너보다 훨씬 강하다. 설령 네 영역에 들어왔다고 해도 쉽게 너 혼백을 흩어버릴 수 있어!”
어떻게 보면 확실히 그 말대로였다. 조언평의 정신력 수준은 실제로 두변보다 훨씬 높아서 그야말로 쉽게 두변의 혼백을 없애버리고 이 육체를 빼앗을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정신이 막 두변의 뇌 영역에 진입하는 순간, 즉시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다.
왜냐하면 두변이 진작 그곳에 특수한 정신 감옥을 만들어두었기 때문이다.
그건 더할 나위 없이 익숙한 곳이자, 조언평에게 두려움을 주는 곳이었다.
영해고등학교, 3-7반.
그는 심지어 모든 이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특히 임야소의 얼굴을 말이다. 그 당시 그녀는 이토록 풋풋하면서도 아름다웠다.
그런 뒤 조언평은 또 자신을 쳐다보았다.
그때 조언평은 이렇게 못생겼었다.
조언평은 더할 나위 없이 분노해서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며 그 장면을 보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이곳 정신적인 환상으로 만들어진 경지에서는 눈을 가려봤자 소용이 없었다.
두변이 지금 조언평의 머릿속에 펼쳐놓은 정신 환상은 조언평으로서는 그의 인생 중 최고로 치욕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는 성격이 괴팍한 데다가 성적이 몹시 좋기까지 했으니, 반에서 짓궂은 남학생들은 다 그를 괴롭히는 걸 좋아했다.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그 아이들이 그에게 썩은 바나나를 억지로 먹였다.
억지로 바나나를 먹은 조언평은 수업 시작 10분도 안 돼서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그는 수업시간 동안 필사적으로 참아야 했다.
40분의 수업시간이 그에게는 1년과도 같았고,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정도였다. 배 속이 꼬이듯이 아프면서 바다가 뒤집히듯이 출렁였고, 시시각각 설사가 뿜어져 나오려고 했다.
조언평은 모든 의지력을 발휘해서 겨우 참을 수 있었다.
장장 30분이나 견뎌서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드디어 울렸다. 하지만 수학 선생님은 수업을 무려 5분이나 더했다.
“수업 끝!”
마침내 그 아름다운 소리가 들렸다.
조언평은 필사적으로 화장실로 달려 가려 했다.
그때 그는 차라리 죽더라도 바지에 똥을 싸는 걸 원하지 않았다. 특히 그가 꿈에서도 그리는 여인 임야소 앞에서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추태란 말인가.
그렇지만 그가 막 달려나가려 할 때, 앞에 있는 남학생이 곧바로 발을 걸어버렸다.
조언평은 바로 넘어졌다.
게다가 더 이상 통제할 수 없게 된 나머지 배 속에 있던 것들이 곧바로 뿜어져 나왔다.
악취가 교실 안에 가득 찼다.
수많은 경멸, 당황, 혐오, 구역질 나는 듯한 시선이 그를 향했다.
그때부터 조언평은 당분간 휴학한 뒤, 반년 후 곧바로 대학 입학시험에 응시했고 일류 대학에 붙을 수 있었다.
두변이 뇌 영역에서 그 장면을 재현하자, 운명 대마주 조언평은 또다시 그때의 일을 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아아악!”
이윽고 조언평이 실성하듯이 폭발했다.
3-7반 교실과 영해고등학교가 사라졌다. 두변이 만든 정신적 환상의 경지가 완전히 연기처럼 사라졌다.
조언평이 말했다.
“두변, 이게 바로 너의 비열한 전략이냐? 이런 잔재주로 내 정신을 붕괴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 너는 너무나 미숙하구나. 너에게 알려주마. 임야소 외에 그때 모든 것을 목도한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나에게 죽임을 당했다.”
조언평이 흉악한 얼굴로 말했다.
“본래 네 몸을 빼앗은 뒤에는 네 아내와 딸들에게 잘 해주려고 했건만, 네가 나를 격노하게 만들었으니, 나는 반드시 그들을 무참히 죽을 때까지 짓밟아주겠다.”
이윽고 그의 정신력이 계속 두변의 정신을 깔아뭉갰다. 두변의 육체를 빼앗았고 두변의 뇌 영역을 점령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또 다른 환상이 나타났다. 또 다른 정신의 함정이 촉발된 것이다.
조언평의 집 안이었다. 그 익숙하고도 낡은 거실 하나에 방 두 개짜리 집이었다.
그의 아빠가 또 엄마를 때리기 시작했다. 몹시 사납게 때렸다. 엄마는 이웃이 듣기라도 할까 봐 필사적으로 참으며 큰소리를 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