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6장: 반효의 수법
꼭두각시 부족의 지하 군단은 무질서하게 땅속으로 파고든 게 아니었다.
우선 대형 변이 천산갑 수만 마리가 땅속으로 끊임없이 굴을 파면서 길을 냈다.
그 뒤를 천문학적인 수량의 변이 지렁이와 변이 두더지가 그 통로들을 따라 끊임없이 전진했다. 이 두 가지야말로 꼭두각시 부족의 지하 군단의 주력 대군이었다. 숫자가 놀랍게도 백만에 달했다.
변이한 대형 천산갑 수만 마리의 속도는 놀라웠다. 1초당 3, 4미터나 지하에 굴을 팔 수 있었다. 게다가 그 굴들은 직경이 7, 8미터에 달해서 지하철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였다.
그 지하 군단이 태강 제국과 점점 더 가까워졌다.
지면과 하늘에서는 격전이 계속되고 있었다.
셀 수 없을 만큼의 변이 군단이 여전히 미친 듯이 태강 제국의 서쪽 성벽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끊임없이 달려들었다.
30여 리나 되는 서쪽 성벽 위에서 10만 대군이 계속 맹렬하게 발포했다.
수많은 에너지 광선이 화려한 사망지대를 만들어내며 미친 듯이 적군을 도살했다.
꼭두각시 부족의 변이 이수 군단이 연달아 산산조각이 나면서 성벽 안으로는 절대 접근할 수 없었다.
그러니 꼭두각시 부족의 대추장 소탑은 거의 모든 희망을 지하 군단에 의지하고 있었다.
이 지하 군단이 태강 제국의 지하로 잠입하는 데에 성공한다면 그는 이번 전투에서 이긴 뒤, 인류 제국의 새로운 황제가 될 것이다.
지하 군단이 태강 제국의 도성으로부터 5천 미터 거리에 도착했다.
3천 미터, 2천 미터!
이대로 계속 나아간다면 그들은 15분 내에 태강 제국의 성 안을 뚫고 올라간 다음에 대대적으로 살육을 펼칠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우아아악!
수많은 대형 천산갑 이수가 날카롭고 처참하게 비명을 질렀다.
그것들이 끊임없이 앞에서 굴을 파고 있는데, 점점 더 온도가 뜨거워지면서 거대한 암장 속으로 파고들게 된 것이다.
여기에 어떻게 암장이 있을 수 있을까?
당연히 아주 대단한 암장의 이수 때문이다.
예전에 북명검파 천기도에서 도주 강노귀는 두변에게 이수의 알 두 개를 선물했다.
한 마리는 화염 이수였고, 한 마리는 얼음 이수였다.
이 두 이수는 거룡이나 봉황에 견줄 수는 없지만 이수라는 생물의 먹이사슬에서 가장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두 종 모두 용족의 먼 친척이기도 했다.
대녕 제국에 있을 때, 두변은 두 이수를 부화시키고 싶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써봤지만 예외 없이 항상 실패했다.
두변이 대녕 제국 차원을 떠날 때까지도 두 이수의 알은 부화되지 않았다.
사실 그것들이 부화하려면 천문학적인 에너지가 필요했다.
나중에 에너지 문명이 어느 정도로 발전한 뒤, 레이저를 사용해서 비춘 후 화염 이수를 부화시킬 수 있었다.
부화하고 난 뒤, 이 화염 이수는 다른 건 먹지 않고, 오로지 붉은색 정석만 먹었다.
막 부화했을 때 그것은 30센티미터 길이도 되지 않아서 두효의 애완동물이나 다름없었다.
그 후 십 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화염 이수는 붉은색 정석을 몇만 톤이나 먹어치웠다.
이수의 체형이 미친 듯이 커지며 지금은 100미터 길이까지 커졌다. 물론 다 성장한 화염 이수와 비교하면 아직 체형 차이가 컸지만 전투력은 몹시 놀라울 정도가 되었다.
화염 이수는 대단한 능력을 하나 가졌는데 그건 모든 흙과 암석을 다 암장으로 만들어버리는 능력이었다.
화염 이수가 미친 듯이 화염을 토해내서 태강 제국 도성 서쪽의 지하를 전부 녹여서 암장의 바다로 만들어버렸다.
그곳은 이제 지하 암장 해자(垓子)가 되고 말았다.
이윽고 화염 이수는 속이 다 후련해져서는 편안하게 암장 안에서 헤엄쳤다.
암장 안이 아니라면 화염 이수는 무더운 날씨도 춥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절대다수의 시간 동안 잠만 자고 있었다.
이번에 두변은 가장 큰 화물 비행선으로 화염 이수를 실어서 말세 지구까지 운반했다.
줄곧 어제까지 화염 이수는 계속 잠만 잤다. 게다가 아직까지도 그것은 두효의 애완동물이었다.
꼭두각시 부족의 비장의 무기인 지하 군단은 한순간 앞으로 파고드는 것을 멈추지 못하고 뒤에서 밀려온 파도처럼 암장 안으로 밀려든 나머지, 순식간에 무참히 불타 죽었다.
한 무더기가 죄다 죽고 난 뒤에야, 변이한 천산갑은 방향을 바꾸며 필사적으로 더 깊은 곳으로 굴을 파서 이 암장 지대를 피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그것들의 속도는 화염 이수에 미치지 못했다.
화염 이수는 미친 듯이 맹렬한 불꽃을 뿜어서 앞에 있는 모든 암석과 진흙을 전부 무시무시한 암장으로 만들었다.
수많은 변이 천산갑과 변이 두더쥐, 거대 지렁이가 완전히 잿더미가 되어버렸다.
이 강한 화염 이수는 지하에서 미친 듯이 적군을 도살하고 있었다.
꼭두각시 부족의 대추장은 본래 모든 희망을 지하 군단에 걸고 있었는데 지금 그 지하 군단이 한 무더기씩 연달아 죽는 게 뚜렷하게 느껴졌다.
“아아악!”
원거리에서 지하 군단을 제어하던 정신술사들이 한 명씩 처참하게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껴안고 바닥에서 굴렀다.
지하 군단의 이수들은 이 정신술사들이 통제하는 꼭두각시라서 그것들이 무참히 타죽을 때, 대단히 강한 고통을 내뿜었다. 그 고통이 정신술사들의 대뇌로 고스란히 전달된 것이다.
꼭두각시 부족의 대추장 소탑은 그 장면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봤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두변에게 땅속까지 쏴 죽일 수 있는 무기가 있을 리 없는데 어째서 우리 지하 군단이 대규모로 죽은 거지?”
그중에 정신술사 한 명이 지하 이수의 눈을 통해 그 무시무시한 광경을 보고는 놀라서 얼이 빠졌다.
“대추장, 태강 제국 도성의 서쪽 지하에 해자 하나가 있습니다. 암장으로 만들어진 해자가 무려 35리 길이에, 2천 미터 너비, 백여 미터 깊이라서 도저히 가로지를 수 없습니다!”
“뭐라고?”
꼭두각시 부족의 대추장 소탑은 그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지하에 뭔 해자가 있어? 게다가 암장으로 만들어진 지하 해자라니? 이, 무슨 귀신이 곡할 노릇이야?’
꼭두각시 부족의 대추장이 명령을 내렸다.
“지하 암장 해자를 돌아가라! 양쪽으로 돌아가고, 더 깊게 파서 돌아서 가라.”
“늦었습니다!”
확실히 그럴 시간이 없었다.
땅속으로 파고든 이수들은 평소에 지하에 있었고, 그늘지고 서늘한 환경을 좋아했다. 그런데 지금 지하 전체의 온도가 이미 놀라울 정도까지 상승했다.
땅속으로 파고든 이수들은 난리를 치면서 하나같이 땅 위로 올라가려고 안간힘을 썼다.
꼭두각시 부족의 정신술사들이 필사적으로 이수들을 통제하려고 했지만 변이 이수가 난폭해진 상태에 진입하면 통제할 수 없었다. 그것들이 살고자 하는 본능이 정신술사의 통제를 벗어나게 했다.
날씨가 습하고 무더워질 때면 지렁이도 땅속에서 땅 위로 나오는 걸 안다.
지금 두변의 화염 이수가 지하에서 암장 해자를 만들었으니 지하에 있는 변이 이수들에게는 땅속은 지옥이었다.
한순간, 사람의 모골을 송연하게 만드는 장면이 나타났다.
지면에 순식간에 수많은 구멍이 우수수 생기더니, 변이한 거대 지렁이, 변이한 두더쥐, 변이한 천산갑 수십만 마리가 땅 위로 나왔다.
성벽 위의 병사들은 우선 깜짝 놀랐지만 곧 더욱더 맹렬하게 발포했다.
이윽고 더욱더 전율적인 장면이 나타났다.
수백 제곱미터의 지면이 새빨갛게 변하더니, 녹아서 암장이 되기 시작했다.
후욱!
100미터나 되는 거대한 화염 이수가 힘차게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다.
그것은 온몸에 무시무시한 화염을 뿜어냈다. 암장이 화염 이수의 신체 표면에서 아래로 뚝뚝 흐르고 있었다.
“아오오!”
화염 이수가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면서 지상의 꼭두각시 부족의 변이 이수를 겨누며 맹렬하게 불꽃을 토해냈다.
이 순간에도 성벽 위에 있는 10만 대군은 계속 맹렬히 발포했다. 설령 레이저가 이 화염 이수에게 맞아도 문제없었다. 화염 이수는 레이저를 가장 좋아했다.
화염 이수는 레이저로 부화시킨 것인데, 나중에는 붉은색 정석을 먹으며 컸다. 그러니 어떤 고온이나 화염도 화염 이수에게는 맛있는 음식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태강 제국 도성의 서쪽 전선에서 벌어지는 전투가 또다시 일방적인 도살 국면에 빠져들었다.
공중에서 지상까지 적군이 다 미친 듯이 도륙되고 있었다.
뜨거운 태양이 하늘에 떠서 얼음이 녹아버리는 속도처럼 꼭두각시 부족의 변이 이수 군단은 눈에 띄게 사라져 갔다.
이런 속도로 계속 나아가다간 대군이 전멸하는 건 시간 문제에 불과했다.
꼭두각시 부족의 대추장 소탑이 눈을 빤히 뜨고 눈앞의 장면을 바라봤다. 온몸이 차디차게 굳어서 얼음저장고에 떨어진 것만 같았다.
“안 돼! 안 돼!”
“어째서 이렇게 되었지? 어째서 이렇게 된 거야?”
소추장 소마는 내심 너무나 괴로웠다. 모든 게 끝났다. 그들 꼭두각시 부족은 이 세계에서 제명될 것이다.
소마가 말했다.
“아버지, 빨리 철수하세요. 철수하면 조금이라도 병력을 남길 수 있어요.”
“철수하라, 철수해!”
꼭두각시 부족의 대추장 소탑이 큰소리로 외쳤다.
이윽고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지, 울컥 피를 토했다.
운명 대마주가 악몽 대제를 죽여버렸을 때조차 그는 피를 토하지 않았다. 상대방이 너무나 강했기 때문에, 그가 무릎 꿇고 항복하면 꼭두각시 부족을 보전할 수 있을뿐더러, 크게 부족을 확장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두변은 너무나 약해서 얼핏 보면 일격도 버티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그런 그가 지금 그에게 치명적인 재난을 가져다주었다.
그의 꼭두각시 부족은 이제 끝장나버렸다!
북부 전선에서 관전하고 있던 약탈자 연맹의 대원수는 더더욱 온몸을 떨었다.
그는 꿈에서라도 눈앞의 이 장면을 믿을 수 없을 것이다.
본래 북부 전선에서 두변이 대단한 포화 세례를 퍼부은 것만으로도 그는 무척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그게 두변이 가진 비장의 무기의 전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보니 두변이 서부 전선에 더욱더 대단한 무기를 배치해뒀을 줄이야.
꼭두각시 부족의 변이 이수 군단 5백만이면 전혀 손쓸 수 없는 병력 차이였다. 그런데 예상밖에 두변이 그 대군을 전멸시킬 정도로 죽일 줄이야.
‘대체 이 일을 어떻게 해낸 거지?
그 무기들은 어디에서 온 거지? 저 강한 화염 이수를 어디에서 데려온 거냐고?
지구에는 애초에 저런 게 없다고!’
“철수하라, 철수하라!”
이번에 약탈자 연맹의 대원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명령을 내려 군대를 철수시켰다. 그것도 단숨에 2, 3백 리 뒤로 물러났다.
약탈자 연맹의 백만 대군은 변덕을 부린 뒤 다시 도망쳤고, 꼭두각시 부족은 더더욱 수많은 사상자를 내며 새떼가 흩어지는 것처럼 도망쳤다.
전투가 잠시 끝이 나고, 태강 제국의 도성은 짧은 고요함에 잠겼다.
그 화염 이수는 천천히 태강 제국 황궁 앞 광장에 착지했다.
지금 그것은 체내에 있는 모든 화염 에너지를 전부 뿜어낸 터라 거무스레한 몸만 드러났다.
이것은 에너지 생물이라서 에너지 정체인 뼈대를 제외하면 온몸이 다 검은 그림자로 이루어졌다.
지금 화염 이수의 몸에는 화염이 조금도 없고, 온몸의 체온도 몹시 낮아졌으며, 두 눈에도 활기가 없어 보였다.
게다가 체형도 많이 작아져서 기껏해야 4, 50미터 길이밖에 안 되었다.
화염 이수는 나른하게 바닥에 엎드려서 황궁을 향해 울음소리를 냈다.
냐옹!
이렇게 큰 이수가 고양이가 애교를 부리는 것 같은 소리를 낼 줄이야.
물론 이것은 당연히 고양이가 아니라, 당당한 용족의 먼 친척이다. 이것이 고양이 소리를 낼 줄 아는 건 전적으로 반효가 훈련시켰기 때문이다.
“알았어, 알았어. 수고했어.”
미소녀 반효가 황궁 안에서 걸어나와서 화염 이수의 거대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야옹, 냐옹…….”
화염 이수는 더욱더 뻔뻔하게 애교를 부렸다. 이렇게 해야 먹을 게 생기니까 말이다.
게다가 단순히 나이를 따져보면 화염 이수는 4, 5살의 인간 아이에 해당했다. 더군다나 아기 때부터 키웠으니, 자신이 용족의 먼 친척뻘 맹수라는 자각이 전혀 없었다. 전투할 때를 제외하면 화염 이수는 자신을 애완동물이라고 생각했다.
“자, 받아!”
반효가 주먹 크기의 붉은색 정석을 꺼냈다.
용족의 먼 친척인 화염 이수는 눈을 크게 빛내고 살짝 숨을 빨아들여서 그 붉은색 정석을 사탕 먹듯이 먹어치웠다.
그런 뒤 화염 이수는 간절하게 반효를 쳐다봤다. 그건 내가 이렇게 큰 공을 세웠으니 정석 천팔백 근 정도는 포상으로 먹게 해줘야 한다는 뜻이었다.
반효가 좀더 큰 붉은색 정석을 꺼내서 화염 이수에게 건넸다.
“자, 꽉 잡아.”
거대한 화염 이수가 발을 뻗어서 그 붉은색 정석을 꽉 쥐었다.
반효가 말했다.
“네가 큰 공을 세웠으니, 난 너에게 포상을 줄 거야. 우리 가위, 바위, 보를 해서 내가 이기면 너에게 포상으로 백 근을 줄게. 네가 이기면 붉은색 정석 천 근을 주면 어떨까?”
“야옹, 냐옹!”
용족의 먼 친척인 화염 이수는 더욱더 뻔뻔하게 애교를 떨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반효가 말했다.
“자, 가위, 바위, 보!”
반효는 보를 냈다.
화염 이수가 발을 내밀었지만 정석을 꽉 쥐고 있어서 차마 보나 가위를 내지 못하고, 꼭 쥔 주먹을 낼 수밖에 없었다.
반효가 말했다.
“네가 졌어. 그러니까 너는 정석 백 근만 먹을 수 있어. 내가 쩨쩨한 게 아니라, 내기를 했으니 승복해야 하는 거 맞지?”
화염 이수는 꽉 쥔 자신의 발을 내밀며 조금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이수는 자신이 그녀의 수법에 걸렸다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