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596화 (596/648)

596장: 신을 바라보는 것처럼

5년 전.

대녕 제국이 있는 지구에서 거대한 규모의 대지 분열이 일어났다. 그런 뒤 기이한 광경이 나타났다.

수많은 이수가 지하를 뚫고 나와서 미친 듯이 남미주의 명계의 땅을 향해 질주했다.

물론 그렇게 달려간 이수 중 절대다수가 도중에 죽었지만 몹시 많은 강한 몇몇 이수들은 남미주의 그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북명검파의 새로운 종주 방청의가 전체 인원에게 이주할 것을 명령해서 북명검파를 남미의 명계의 땅으로 옮겼다.

고작 몇 달 만에 북명검파의 제자 몇만 명이 전부 그곳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4년 전부터 그 명계의 땅이 급격하게 확산하기 시작했다.

본래 1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던 곳이 짧디짧은 몇 달 만에 수십 배로 확장했다.

명계의 땅이 펼쳐지는 곳은 동물이든 식물이든 상관없이 모든 생물이 전부 죽어나갔다.

그와 동시에 전세계 각지에 있는 이수들이 여전히 미친 듯이 명계의 땅으로 모여들었다. 성지순례를 하러 가는 것 같기도 했고, 아예 그곳으로 이주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명계의 땅은 매일 확장돼서 짧디짧은 1년 만에 거의 백만 제곱킬로미터나 확장되었다.

이런 속도로 나아가다간 수십 년 안에 온 세상이 다 함락될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서방세계, 성화교 세계, 동방 연합 제국 세 세력이 동맹을 맺어서 강대한 군대를 집결시켜서 남미주 대륙으로 향했다. 명계 대군과 싸우는 한이 있더라도 저승 세계가 확산하는 걸 막고자 했다.

영설은 대녕 제국의 황제로서, 심지어 직접 북미주에 대형 군사 기지를 세웠다. 그렇게 해야 근거리에서 원정군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영설만 북미주에 있는 게 아니라, 계표표, 의부 이문회, 계청주, 기음음 등 모든 이가 다 최전선에서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대녕 제국의 경성에서는 진평 수상(首相)이 내각을 거느리며 그곳을 지켰다.

그렇다. 올해 겨우 서른여덟이 된 진평이 이미 대녕 제국의 수상이 되었다.

동방 연합 제국 휘하에는 문명 연구 단체가 셋 있었다. 예전에 소군 방진이 거느리던 수천 명, 난쟁이 선지자 사공엽의 단체, 그리고 주술사 국사가 거느린 단체였다.

지금 그 세 단체 가운데 두 단체가 북미주에 가 있었다.

전쟁은 지금까지 이어져서 장장 3년여나 지속되고 있었다.

두효가 말했다.

“비록 우리는 명계의 땅이 확산되는 걸 막고 있지만 전쟁이 끝나기까지는 아직도 멀었어요. 왜냐하면 우리 무기가 명계의 땅에서 효과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에요. 그 명계에서 온 것들을 상대할 때, 물리적 공격은 전혀 효과가 없고, 에너지 공격만 효과가 있어요. 하지만 그 효과도 크지 않아요.”

“얘야, 너의 대담한 추측에 의하면 그 명계의 땅과 방청의라는 유명왕은 어떻게 된 일 같으냐?”

“부황, 그때 부황이 거대한 용을 타고 수많은 악마와 동귀어진했잖아요. 많은 악마가 공중에서 죽었지만 그것들의 혼이 마침 지면에 떨어져서 그 구역이 명계의 땅으로 변한 거예요. 그곳에 수많은 악마의 혼이 떠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방청의가 제멋대로 그곳에 침입했다가 악마의 혼이 그녀의 몸에 모여서 순식간에 더할 나위 없이 강해진 거죠! 그 후에 그녀가 다시 북명검파의 제자 수만 명을 데리고 명계의 땅으로 이주했으니, 그건 수많은 악마의 혼이 그들의 육체를 차지했다는 뜻이겠죠. 그건 그녀가 명계 대군을 소유하게 된 거나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방청의가 유명왕이 된 거죠.”

두변이 물었다.

“그럼 지금 그녀는 얼마나 강하지?”

“천하무적이에요. 서방세계, 성화교, 동방 연합 제국의 모든 고수도 다 그녀를 어떻게 할 수 없어요. 하지만 그녀에게도 큰 결함이 있죠. 그건 반드시 명계의 땅 안에서 전투를 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곳을 떠나서 햇빛으로 들어가면 그녀의 무도 수준은 크게 하락해요. 그래서 그녀는 필사적으로 명계의 땅을 확장시키고, 온 세상을 다 뒤덮으려는 거예요.”

“이런 비행선이 동방 연합 제국에는 총 몇 척이나 있지?”

“본래 19척이 있었지만 유명왕의 대군이 6척을 망가뜨려서 13척이 남았어요. 그중 12척은 부피가 크지 않아요. 우리가 있는 이 두변호 공중 전투함은 막 완성된 거예요. 여기에 장착된 무기들은 전적으로 명계 군단을 상대하려고 만든 거예요. 자외선을 발사하는 에너지포도 있고요. 우리의 본래 계획은 이 해역에서 실험 사격을 완료한 뒤, 남미주 최전선으로 날아가서 전투를 치르는 거였어요.

본래 부홍릉 원수와 제가 이 공중 전투함의 최고 지휘관이었는데 이제 아버지가 계시니 아버지야말로 최고 지휘관이에요. 지금 우리는 대녕 제국의 경성으로 돌아갈까요, 아니면 곧바로 남미주 전장으로 갈까요? 아버지께서 독단으로 결정해주세요!”

말세 지구 쪽의 상황이 몹시 위태로웠다. 운명 대마주의 4천만 대군이 곧 태강 제국의 수도에 들이닥쳐서 인류 최후의 보루에 궤멸적인 공격을 가할 것이다.

두변은 동방 연합 제국의 이 공중 전투함 13척이 필요했다. 특히 에너지포가 필요했다.

평범한 대포나 미사일로는 운명 대마주의 불사족 군단을 없앨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비행선에 있는 에너지포는 가능했다. 두효의 말에 따르면 이런 에너지포는 적어도 수천 대가 있을 뿐 아니라, 레이저포 수백 대와 자외선포 수백 대까지 있다고 했다.

그러니 이 공중 전투함 13척과 에너지포 수천 대, 레이저포 수백 대, 자외선포 수백 대가 있으면 운명 대마주의 불사족 군단 4천만을 격파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공중 전투함 12척이 남미주에 있단다. 대규모 에너지포와 레이저포 역시 남미주 최전선에 있었다.

두효가 말했다.

“부황, 왠지 부황이 직접 남미주로 가시면 이번 전투는 어쩌면 총탄 한 발도 들이지 않고 끝날 것 같아요. 물론 이건 단지 제 직감일 뿐이에요. 게다가 유명왕도 수없이 말했어요. 자신은 두변을 만나야 하니, 두변더러 직접 자신을 만나러 오라고요!

자, 부황께서 명령을 내리세요!”

두변이 말했다.

“먼저 가장 가까운 대녕 제국의 성으로 날아가서 나에게 그곳을 보여다오. 그런 뒤 남미주 최전선으로 날아가자꾸나. 남미주에 가려면 얼마나 날아가야 하지?”

“48시간이요.”

남미주는 지금 3분의 2의 토지가 다 명계의 땅이 되어서 쥐죽은 듯이 변했다.

명계 대군은 끊임없이 북으로 확장하는 반면, 인류 연합군의 방어선은 번번이 패퇴했다. 길어야 반년이란 시간 동안 전쟁의 불길이 북미에 있는 인류 연합군의 본거지까지 번지려고 했다.

지금 이곳의 세계는 완전히 둘로 나뉘어 있었다.

남쪽은 해가 없는 암흑천지였다. 하늘 위아래에 푸른색 눈꽃이 흩날리면서 아무런 생기도 없었다.

북쪽에는 햇빛이 찬란하게 비추고, 푸르른 나무에 붉은 꽃들이 피어 생기발랄해 보였다.

수백 리에 달하는 방어선이 바로 이 두 세계의 경계선이었다.

인류 연합군 수십만 명이 정석 마포 수천 대를 가지고 이 수백 리에 걸쳐진 방어선에 분포되어 있었다.

그들 앞으로 각양각색의 괴수들로 이루어진 명계 군단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정석 마포 수천 대가 미친 듯이 폭격을 가하고 있었다.

하늘 위의 비행선 다섯 척에 장착된 대형 에너지포도 끊임없이 폭격을 가했다.

쾅, 쾅, 쾅, 쾅!

비행선 세 척, 정석 마포 백여 대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맹렬하게 포격을 가했다.

바로 유명여왕 방청의를 향해서였다.

그녀는 겉모습이 완전히 변한 상태였다. 귀가 뾰족하고 길어졌으며 체형도 20센티미터나 커졌다.

눈동자는 초록색 화염 한 덩어리가 불타는 것처럼 보였다.

본래 망가졌던 용모는 이미 회복해서 비길 데 없이 아름답게 변했다. 이제는 에인젤와 기염염과 견줄 정도로 되었으며, 예상 선자의 아름다움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그녀의 안색은 죽은 사람처럼 창백했다.

에너지포 수백 대가 그녀 한 사람을 향해 폭격을 겨누어도, 그녀는 아무 탈 없이 무사했다.

야압!

그녀가 갑자기 악마처럼 포효하며 공중으로 천 미터나 날아오르더니, 거대한 비행선 위에 착지했다. 그녀가 손에 든 마검에서 수십 미터에 달하는 검광이 터져 나오더니, 비행선을 겨누고 단칼에 베어버렸다.

솩.

100미터 길이의 비행선이 그녀의 마검에 의해 금이 가고 말았다.

그 비행선은 지금 햇빛이 비추는 곳에 있었다. 그래서 유명여왕 방청의도 햇빛에 노출되면서 한순간 더할 나위 없이 고통스러워하더니, 그녀의 무도 수준이 재빨리 줄어들기 시작했다.

휙, 휙, 휙, 휙.

수많은 대종사가 나는 듯이 달려왔다. 선두에 있는 건 예상과 기음음이었다.

대종사급 고수 백 명이 유명여왕 방청의를 둘러싸고 죽어라 달려들었다.

하지만 유명여왕이 손을 뻗어서 강한 기운을 내뿜자마자, 순식간에 앞에 있는 대종사급 고수 백 명이 무참히 공중에 고정되어 버렸다.

유명여왕 방청의가 휙, 하고 손을 흔들어서 대종사 백 명을 곧바로 후방 수천 미터 지점에 있는 명계의 땅으로 던져버렸다.

유명여왕 방청의가 크게 소리 질렀다.

“빨리, 빨리 두변더러 나를 만나러 오라고 해! 두변더러 나를 아내를 맞으라고 해! 그렇지 않으면 늦어버릴 거야. 나는 더는 통제하지 못할 거라고. 빨리, 두변더러 나를 맞으러 오라고 해!”

그와 동시에.

아우우!

하늘을 찌를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더할 나위 없이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갑자기 하늘로 솟구치는데, 그것은 하늘을 가릴 정도로 거대했고, 거의 작은 성 정도는 될 만큼 거대했다.

그건 거룡이었다. 그것은 실질적인 몸은 없고 대신 에너지로 이루어진 빛 덩어리였다.

그런데 가장 무시무시한 건 거룡의 몸에 수많은 악마의 원혼이 뒤엉켜 있다는 점이었다.

그것이 바로 두변이 부리면서 세상을 구했던 그 거룡이란 말인가?

지금 그것의 몸은 본래의 체형을 넘어서서 무려 세 배, 네 배나 커져서 천 미터 길이에 달했다.

수만, 십여만 악마의 혼이 그것의 표면을 미친 듯이 휘감고 있었다.

“안 돼!”

유명여왕 방청의가 미친 듯이 소리 질렀다. 그녀의 눈빛은 절망이 가득했다.

거룡의 혼백을 끝내 통제할 수 없게 된 건가? 끝내 악마들에게 오염된 채 하늘 높이 솟아오른 걸까.

거룡은 더할 나위 없이 발광하고 고통스러워하며 인류 연합군을 향해 날아갔다.

그것이 인류 연합군의 상공까지 날아가 공격을 가하면 예상, 기음음, 계청주, 계표표를 포함해서 인류 연합군은 모두 연기로 사라질 것이다.

두변호 공중 전투함의 지휘실 안.

이 전투함은 상상 속의 고급 과학 기술로 만들어진 비행선과 전혀 달랐다. 이 공중 전투함을 조종하는 건 전부 정신술사들이었다.

비행선을 조종하는 사람이나, 사격을 맡은 사람이나 전부 다 정신술사였다. 이곳의 모든 건 이토록 원시적이면서도 또 진보적이었다.

이 공중 전투함의 지휘실 안, 가장 눈에 띄는 곳에는 두변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폐하를 뵙습니다!”

함장 부홍릉은 무릎을 꿇을 뿐, 감격해서 더 이상의 말은 하지 못했다.

15년이 지난 후에야 마침내 두변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때 두변이 거룡을 부리면서 악마와 동귀어진한 뒤, 그 소식이 온 세상에 두루 퍼졌다.

하지만 동방 연합 제국이든, 대녕 제국이든, 어느 곳에서도 두변을 위해 장례식을 거행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두변이 죽었다는 걸 믿고 싶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에 성화교 세계의 모든 국왕과 서방세계의 모든 국왕,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를 포함한 모두가 직접 대녕 제국의 경성에 방문했다.

그런 뒤 온 세상의 모든 강대국 군주의 입증하에 두변은 동방 연합 제국의 황제에 등극했다.

게다가 그건 유일하게 본인이 등장하지도 않는 등극 의식이었을 것이다.

모든 금화, 은화, 동화에 두변의 두상이 찍히게 되었다.

대녕 제국의 많은 학원 곳곳에 두변의 초상화가 걸렸고, 사방에 두변의 조각상이 우뚝 세워져 있었다.

이렇게 거의 신격화에 가까운 분위기 속에서, 두변은 비록 15년이나 이곳을 떠나 있었지만, 모든 이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적어도 지휘실 안에 있는 정신술사 수백 명, 무사 수백 명이 두변을 바라보는 눈빛은 세상에 다시 내려온 신을 바라보는 것만 같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