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593화 (593/648)

593장: 차원의 문 2

두변은 다시 연옥탑으로 와서 1층부터 5층을 가로지른 뒤, 제6층의 흑막 앞에 도착했다.

세상에 최후의 날이 닥쳤을 때 이세계의 수많은 에너지가 지구에 밀려들면서 이 연옥탑도 지구에 떨어졌다.

악몽 대제가 그토록 강한데도 제5층의 시험을 완성하는 데에서 그쳤다.

그는 두변에게 제6층 연옥탑은 악몽 대제도 차마 들어갈 수 없으며, 일단 그곳에 들어가면 연기로 사라져서 완전히 방향을 잃는다고 알려주었다.

제6층 안에 있는 모든 건 다 혼란스럽고 무질서했다. 공간, 시간 등등, 모든 게 다 무질서했다.

이곳의 모든 건 다 뒤틀렸고, 빛도 직선으로 만들어질 수 없었다.

이곳의 공간, 시간은 철저히 혼란스러웠다.

아무리 무공이 강한 사람이라도 제6층 연옥탑에 들어갈 수 없었다.

두변은 무성 6계였다.

무성 위는 연옥자 경지였다. 악몽 태자, 태강 대제, 약탈자 연맹의 대원수, 꼭두각시 부락의 대추장, 이 네 명은 다 연옥자 정상이었다.

연옥자 위의 무도 수준 등급은 열반자로, 악몽 대제가 바로 열반자 정상에 이르렀다.

열반자 정상에 오른 절세 강자도 제6층에 들어갈 수 없었다.

저번에 두변은 제6층에 들어가지도 않고 고작 발을 한 번 디디려 했을 뿐, 그 발은 끝내 착지하지도 못했다.

일단 그곳에 들어가면 열반 등급의 절정 고수도 연기로 사라지는데 하물며 두변 같은 고작 무성 등급은 어떻겠는가?

그런데 이번에는 그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곧바로 안으로 진입했다.

순식간에 그는 연기로 사라졌다.

아무런 예외도 없었고, 아무런 기적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가 완전히 사라졌다. 몸만 사라진 게 아니라 혼백까지 다 흩어졌다.

하지만 그는 또 죽지 않았을뿐더러, 심지어 사고할 수도 있었다.

그도 당연히 자신의 혼백이 흩어진 게 진짜라는 걸 알았다.

왜냐하면 이곳은 4차원 공간과 유사한 혼돈의 방이라서 어떤 생명이든 이곳에 들어온 뒤에 다 수많은 양자(量子) 정보로 바뀐다.

이곳에서는 죽었다 안 죽었다고 논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도망치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래서 악몽 대제조차 차마 이곳에 발을 디디지 못한 것이다.

이곳은, 용족의 영역이었다.

이곳에 들어온 순간부터, 두변의 대뇌는 완전히 전복되었고 더는 인간의 사고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상고시대 용왕의 정신과 사고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 환경에서는 상고시대 용왕의 정신력이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물론 두변은 여전히 두변이지만 종족의 사고가 바뀐 것이다.

시스템이 말하길, 두변이 가진 상고 용왕의 정신 기억은 무한한 신비의 보고라고 했다. 단지 두변이 이전까지는 그걸 열 능력이 없었을 뿐이다.

그런데 연옥탑의 앞 5층 시험을 완성한 뒤, 두변은 그 기억의 일부를 풀어냈다.

해제된 첫 번째 기억만으로도 두변은 완전히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왜냐하면 첫 번째 항목의 정신적 기억은 바로 차원의 문이기 때문이었다.

차원의 문? 그건 무슨 뜻일까?

대녕 제국도 지구이고, 말세가 온 뒤의 현대 지구도 지구다. 두 가지 모두 지구지만 다른 차원에 속한 지구일 뿐이다.

그런데 차원의 문은 동일한 공간에 속한 다른 차원을 열 수 있다. 그 말은 이 차원의 문을 열면 대녕 제국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대녕 제국에서도 말세가 된 현대 지구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러니 그 부분의 기억이 해제된 뒤에 두변은 전율하며 몹시 기뻐했다.

하지만 이 차원의 문에 관한 정신 기억을 더 이상은 전혀 해독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차원의 문에 관한 데이터양이 워낙 어마 무시해서, 그걸 연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다.

두변의 머릿속에 있는 시스템은 이세계의 초대형 에너지 컴퓨터였다.

그런데 시스템은 해독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건 자신의 에너지 문명을 훨씬 넘어서는 상고 용족의 문명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연옥탑 제6층이라는 환경에 도착하니, 차원의 문에 관한 모든 정보가 뚜렷해졌다.

두변의 생명, 정신, 혼백도 수많은 정보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제6층의 혼돈의 공간에 있어야만 차원의 문에 관한 정신 기억이 작동하는 환경인 것이다.

두변과 시스템은 모든 정신력을 작동시켜서 정신 기억 속에 있는 차원의 문에 대해 해독하기 시작했다.

워낙 천문학적인 숫자로 이루어진 데이터라서 해독하려면 시간이 대단히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열흘, 보름, 반년, 1년, 5년, 10년, 15년…….

시간이 끊임없이 흘렀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 공간의 시간 흐름은 바깥 세계와 다르기 때문이다.

안에서 10년의 시간이 지나도, 바깥에서는 시간이 하루도 채 지나지 않는다.

제6층이라는 혼돈의 공간은 심지어 미시세계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두변은 심지어 시간까지 완전히 잊어버렸다.

그와 시스템은 끊임없이 해독하며, 상고시대 용왕의 차원의 문에 관한 기억을 끊임없이 소화했다.

정말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두변은 차원의 문에 관한 천문학적인 숫자 정보를 전부 해독했다.

하늘이시여!

이건 두변이 해낸 일 중 최고로 험난한 일이었을 것이다. 백 개가 넘는 도서관에 들어있는 데이터양을 외우는 일에 견줄 수나 있을까?

이 안에 있는 각종 중요한 좌표만 해도 수억 개가 넘었다.

전부 해독하고 난 뒤, 이어서 두변은 차원의 문 하나를 만들어야 했다. 대녕 제국 차원으로 통하는 차원의 문 말이다.

차원의 문을 만들려면 무슨 재료가 필요할까?

아무런 재료도 필요 없었다. 제6층 혼돈 공간의 수많은 복잡한 에너지를 배열하고 조합하기만 하면 된다.

정석이니 하는 물질 같은 것은 전혀 필요가 없지만 엄청난 데이터양을 배열하고 조합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아주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이어서 두변과 시스템은 또다시 미친 듯이 작업을 진행했다.

혼돈 공간의 복잡하고 무질서한 에너지를 이용해서 아주 조금씩 배열하고 조합했다.

1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3년이 지나고, 5년이 지났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두변은 대녕 제국 차원으로 통하는 차원의 문을 드디어 99.9999……퍼센트까지 완성했다.

어쨌든 마지막 배열을 조합하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지금 이 차원의 문은 여전히 뒤죽박죽이었다. 제6층 연옥탑은 여전히 혼돈 상태였다.

성공할 수 있는지는 전적으로 이 마지막 배열 조합에 달려 있었다.

두변은 잠시 멈칫하더니, 그 마지막 배열을 세팅했다.

후욱!

순식간에 제6층 연옥탑이 바뀌기 시작하더니 모든 무질서한 혼돈의 기운이 사라지고 뒤틀린 공간과 시간도 사라졌다.

눈앞이 갑자기 환해지더니, 질서 있는 공간이 나타났다.

이것이 바로 연옥탑 제6층의 본래의 모습이었다.

더할 나위 없이 거대한 공간은 수십만 미터나 되는 거대한 면적에 높이도 수백 미터가 넘었다.

제6층 탑의 바닥과 벽은 모두 신비한 에너지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두변은 완전무결하게 그곳에 서 있었다.

두변을 완전히 전율케 한 것은 제6층 연옥탑에도 위로 쭉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는 점이었다.

그건 제7층 연옥탑도 있다는 뜻이 아닌가?

제6층만 해도 이렇게 대단해서 악몽 대제도 들어가지 못하는데, 그렇다면 제7층은 얼마나 가치관을 전복시키는 곳일까?

하지만 두변은 적어도 지금은 제7층에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시간이 촉박했다.

곧이어 빛 한 줄기가 제6층 연옥탑 전체를 환하게 밝혔다. 두변은 눈이 부셔서 잠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가 다시 시야를 회복했을 때, 그의 앞에 거대한 차원의 문이 나타났다.

길이가 500미터가 넘고, 높이가 300미터가 넘는 차원의 문이 제6층 연옥탑에 우뚝 서 있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우면서도 더할 나위 없이 신비한 차원의 문이었다.

두변이 성공한 것이다.

그는 이제 제6층 연옥탑의 시험을 마쳤고, 상고시대 용왕의 정신 기억에 근거해서 대녕 제국 차원으로 통하는 차원의 문을 만들었다.

깊이 숨을 한 번 들이마신 뒤, 두변은 그 차원의 문으로 들어갔다.

“대녕 제국아, 내가 왔다! 15년이 넘게 지났는데 아직 잘 있었나? 대녕 제국에 있는 내 가족, 내 전우들, 너희도 잘 있겠지?”

차원의 문에 들어선 뒤, 무언가 시공의 터널을 가로지른다는 느낌 같은 건 없었다.

아무런 과정도 없는 것 같았고, 그저 눈앞에 하얀 빛만 보였을 뿐이다.

그런 뒤, 주변의 모든 것이 변했다.

두변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세계에 도착해 있었다.

익숙한 이유는 이곳이 가장 평범한 바다 위였기 때문이다. 낯선 이유는, 잿빛 하늘과 죽은 듯이 어두운 지구의 모습만 보다가 이토록 깨끗한 세상이 펼쳐져 있으니 어딘지 낯설 수밖에 없었다.

대녕 제국의 어느 곳일까?

비록 차원의 문을 두변이 만들어냈지만 그 차원의 문이 어느 곳에서 열릴지는 그조차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는 순간, 두변은 곧 이곳이 어딘지 알게 되었다.

북명검파에 위치한 세상의 균열이었다.

차원의 문이 이곳에서 열린 것도 사실 두변의 예측에서 크게 넘어서지는 않았다.

대녕 제국 차원에 진입한 뒤, 두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이 세계는 여전히 몹시 아름다웠고 바닷물과 하늘 모두 파란색이었다.

그가 만든 거대한 차원의 문은 바다 위에 떠 있어서 신비롭고도 아름다워 보였다.

두변은 물결을 밟으며 나아가다가, 문득 저 앞에서 강한 기운을 느꼈다. 이변이 생기지 않았다면 그건 아마도 북명검파의 오성 진일 것이다.

두변은 쉽게 오성 진 안으로 진입했다.

앞에 멀지 않은 곳이 바로 북명검파에서 가장 높은 곳인 표묘봉이었다.

예전에 표묘봉은 북명 종주 영도현이 머물던 곳으로, 그곳에 가서 북명검파 사람을 만나야 할지를 말지 조금 고민했다.

아무래도 15년 전에 두변과 북명검파는 유쾌하지 않은 관계였지 않은가. 이번에 두변의 가려는 목적지는 대녕 제국과 동방 연합의 왕성이었다.

하지만 잠시 망설이던 두변은 역시 북명검파를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북명검파에 진입한 두변은 몹시 당황했다.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산과 물은 푸르른 데다, 누각은 새것과 같아서 북명검파는 여전히 신선계에 있는 곳처럼 보였다.

하지만 사람 그림자 하나 없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북명검파가 멸망했나? 그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당시에 영도현이 대종사 5백 명을 데리고 소군 방진을 따라 세상의 끝으로 갔지만 적어도 대종사 수십 명을 남겨두지 않았나?

뿐만 아니라, 북명검파에는 적어도 몇만 명의 제자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째서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걸까?

두변이 표묘봉에 올라서 어떤 정원에 도착하니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이 집은 예전에 영도현이 머물던 곳으로, 그의 아내 기씨가 회임하고 아이를 낳은 뒤, 아이를 데리고 이 집에서 살았다.

두변이 다가가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안에는 사람이 없었다.

두변이 눈을 감고 강한 정신력으로 사방 수백 미터 안에 있는 모든 걸 수색했지만 여전히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그는 조금 화가 치밀었다.

두변은 표묘봉을 떠나서 바닷속으로 들어가 다시 눈을 감고 강한 정신력을 방출했다.

이윽고 생명의 기운을 감지한 그는 미친 듯이 기뻐하며 바닷속으로 깊이 잠수했다.

해저까지 도착했을 때 저 앞에 특별한 석문 하나가 있었다.

그 석문은 돌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천여 년 전에 이 지구로 떨어진 거대한 운석으로 만든 석문이었다.

두변은 그 석문 안에 살아있는 사람이 있음을 감지했다.

두변이 앞으로 가서 석문을 두들겼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안에 있는 그 사람은 가만히 바닥에서 가부좌를 틀고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았다.

두변은 손바닥을 그 특수한 석문에 누른 뒤, 강력한 에너지를 뿜어냈다.

쾅!

석문은 크게 흔들렸지만 여전히 무탈했다.

몹시 이상한 상황이었다. 이 석문은 몹시 특수해서 물리적으로 석실과 바깥의 모든 걸 차단하고 있지만 에너지는 석문을 관통할 수 있었다.

두변은 다시 한 번 정신력을 모아서 석문을 사이에 두고 앞에 앉아 있는 그 사람에게 정신력 공격을 힘껏 찔렀다.

순식간에 그 사람의 몸이 흔들리더니, 순식간에 정신을 차렸다.

누구세요?

전달된 건 목소리가 아니라 정신 신호였다.

“두변입니다!”

안에 있는 사람이 한참이나 멍해 있더니, 잠시 후에 석문이 열리고 안의 석실이 드러났다.

이곳은 해저였지만 바닷물이 석실 안으로 밀려들어 가지는 않았다.

한 사람이 안에 서 있었다.

매혹적이면서도 마력으로 유혹하는 듯한 느낌이 충만한 여인이었다.

자줏빛 치마를 입은 여인, 북명검파 종주 부인인 기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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