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591화 (591/648)

591장: 두 번째 세트 시작

‘미치광이로구나. 철두철미한 미치광이야!’

두변은 악몽 태자를 바라본 뒤, 꼭두각시 부족의 대추장, 또 약탈자 연맹의 대원수를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몇 년 전에 운명 대마주가 악몽 제국을 공격해서 악몽 대제를 죽였지. 나는 당신들이 절망해서 투항했다는 걸 안다. 전혀 희망의 빛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겠지. 그런데 나는 당신들에게 묻고 싶다. 절망적인 상황을 논하자면 그때의 당신들이 지금의 나처럼 절망적인 상황에 있었을까?”

확실히 그렇지는 않았다.

악몽 대제가 죽은 뒤, 적어도 약탈자 연맹, 꼭두각시 부족, 태강 제국은 모두 온전했다.

하지만 지금 두변에게는 불완전한 태강 제국 하나만 남아 있는데 그걸로 수백 배의 세력을 가진 적을 상대해야 했다.

두변이 말했다.

“그럼에도 나는 이번 승부를 받아들인다.

조언평, 이번 두 번째 승부에서 내가 진다면 당연히 아무 말 없이 인류는 곧바로 파멸되고, 나도 갈기갈기 찢어지고, 내 딸도 가루가 될 테지. 그런데 내가 이긴다면?”

이긴다고?

네가 꿈을 꾸는 거지?

이소강이 죽었지만 두변이 태강 제국을 장악했다고 볼 수 있나? 설령 장악했다고 한들 그에게 군대가 얼마나 있겠나?

백만? 백오십만?

고작 그 정도로 운명 대마주의 강대한 4천만 군단을 상대한다고? 양쪽은 전투력이 백 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

그런데 이길 생각을 한다고?

이건 바보가 잠꼬대를 하는 수준이 아니라, 정신병자가 헛소리를 하는 수준이었다.

운명 대마주가 물었다.

“네가 이기면 넌 뭘 하고 싶지?”

“막한 여왕, 여완완, 에인젤, 안젤라, 이 4대 매마를 나에게 넘겨라.”

막한 여왕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잠꼬대하고 있네! 두변, 어디에 있지? 내가 지금 바로 달려가서 너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겠다!”

운명 대마주가 말했다.

“동의하겠다! 네가 이기면 내가 이 네 명을 전부 너에게 넘기마!”

“그렇게 정했다!”

“약속하지!”

두변이 말했다.

“그럼 나는 태강 제국의 수도에서 네 대군이 공격하러 오길 기다리겠다!”

이윽고 그의 빛이 연기처럼 흩어졌다.

운명 대마주는 얼굴에 미소가 번졌지만 그 미소는 사람의 모골을 송연하게 만들 뿐이었다.

“다들 뭘 멍하니 있어? 즉시 가서 군대를 집결시켜서 태강 제국과 인간을 멸망시키러 가라고! 너희 남자 다섯이 노력해서 두변의 딸을 아내로 맞아서 돌아오란 말이야!”

조언평이 냉랭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꼭두각시 부족의 대추장, 약탈자 연맹의 대원수, 막한 여왕 등이 즉시 흔적 없이 사라졌다.

악몽 제국의 태자가 떠나려고 하는 순간, 조언평이 그를 불렀다.

“태강 제국을 멸망시키고, 두변을 없애버리고 나면 나는 그의 딸을 너희 다섯 명의 아내로 하사할 텐데, 너는 기쁘지 않나?”

조언평이 웃으며 묻자 악몽 태자가 고개를 조아리며 답했다.

“노비, 기쁩니다.”

“기쁘면 되었다. 기쁘면 되었어. 내가 기왕 너에게 새로운 마누라를 선물했으니, 그럼 네 오래된 마누라를 바쳐서 우리를 즐겁게 해줘야지. 너희 다섯 명은 두변의 딸을 곧 맞이할 거야. 여인 하나가 남편 다섯 명을 맞는 에피소드를 예행 연습해 보아야 하니, 네 헌 마누라가 그걸 연기하면 어떠냐?”

이윽고 어떤 여인이 사람에게 떠밀려 나왔다. 바로 악몽 제국 태자의 아내였다.

태강 제국의 거대한 성문 밖에 인영 하나가 나타났다.

잠시 후, 큰 성문이 천천히 열리자 두변 본체가 그 안으로 들어갔다.

모든 이가 질서정연하게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황태자를 뵙습니다!”

태강 대제가 일전에 두변을 황위 계승자로 선포했다. 대전에서 신하 수천 명 앞에서만 공포한 게 아니라 생중계까지 했다. 물론 지금 하늘에 있는 위성이 전부 망가졌으니 태강 제국의 모든 영지와 부락에 생중계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수도에 있는 모든 이는 수없이 많은 스크린에서 이 장면을 수없이 보았다.

아무리 마음속에 의혹이 있다 해도 태강 대제는 지고무상한 존재였다.

제국이 존재할 수 있던 까닭도 전적으로 그 개인의 강한 무력 덕분이었다.

그러니 마음속에 풀리지 않은 의혹이 있더라도 대부분은 그의 말에 복종하는 걸 선택했다.

두변이 거리를 걸으니, 많은 빌딩과 많은 광장의 대형 스크린에서 반복적으로 같은 장면이 방송되고 있었다.

태강 대제가 직접 두변을 제국의 황위 계승자로 선포한 장면이었다.

두변은 다시 태강 제국의 황궁에 도착해서 혼자서 황궁으로 들어가서 중앙의 대전으로 들어갔다.

관원들과 무사들이 모두 당황했다.

‘어째서 두변 황태자만 혼자서 돌아오셨지? 태강 대제는?’

두변이 말했다.

“수도 안의 모든 신하를 소집해서 중앙 대전에 모이라고 해라!”

그의 명을 받은 무사들은 당황했지만 머리를 조아리며 답했다.

“예!”

30분 뒤.

태강 제국의 9대 원수, 5대 총독, 장교 수백 명이 전부 중앙의 대전에 집결했다.

두변은 계단을 하나씩 걸어 올라가서 30미터 높이의 암흑 황좌에 도착했다.

두변이 천천히 암흑 황좌에 앉아서 말했다.

“태강 대제는 이미 죽었다. 운명 대마주 조언평에게 살해당했다! 오늘부터 내가 바로 태강 제국의 새로운 황제이자, 인류 제국의 유일한 황제다!

전쟁이 곧 도래할 것이다. 운명 대마주의 4천만 군단이 곧 성 밑까지 들이닥쳐서 인류 제국을 파멸시키는 전쟁을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안심해라. 이 전쟁에서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 100퍼센트 승리를 거둔다!

이제 너희는 새로운 황제에게 인사를 올려라!”

태강 제국 황궁 대전 안의 모든 이가 잠깐의 정적에 빠져들었다.

그들은 자신이 들은 말을 믿을 수 없었다.

‘태강 대제가 죽었다고?’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태강 대제가 그토록 강해서 무적에 가까운데 어떻게 죽을 수 있지?’

그들을 우물 안 개구리라고 탓하지는 말자. 그들은 확실히 태강 대제보다 더 강한 사람을 보지 못했을 뿐이다.

태강 대제 이소강은 자신의 절대적인 무력으로 이 제국을 세웠을 뿐 아니라, 자신의 절대적인 권위도 세웠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태강 대제 이소강에게 질의를 품는 사람은 전부 죽었다고.

그렇게 태강 대제가 그들의 하늘이었는데 지금 두변이 그들에게 하늘이 무너졌다고 알려주는 셈이었다.

가장 앞에 있던 제1 원수가 앞으로 한 걸음 나오며 말했다.

“황태자 전하, 대제 폐하께서는 패배하지 않으십니다!”

이윽고 나머지 원수 여덟 명도 전부 앞으로 나와서 일제히 말했다.

“전하, 대제 폐하께서는 패배하지 않으십니다.”

“전하가 폐하께서 이미 죽었다고 말하는 건 대체 무슨 의도입니까?”

“누가 감히 태강 대제 폐하를 저주한다면 그 사람은 우리의 철천지원수입니다. 그게 누구라도 말입니다. 아무리 황위 계승자라고 해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그들은 믿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몹시 분노하며 이건 크나큰 음모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밖의 하늘이 엄청나게 환해졌다. 게다가 그 빛이 몹시도 기이했다.

이어서 태강 제국 수도의 하늘이 가로세로 백 리에 달하는 크나큰 구형(球形) 스크린이 된 것 같았다.

얼굴 하나가 그 거대한 하늘에 나타났다.

잘생겼지만 어딘지 요사스러운 얼굴이 금테 안경을 끼고 있었다.

“태강 제국의 백성들이여, 안녕하시오? 나는 조언평이라고 하오!”

그의 목소리가 태강 제국 수도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 장면에 이곳에 있는 모든 이가 충격을 받았을 뿐 아니라, 두변까지 충격을 받았다.

대체 이런 장면을 어떻게 만들 수 있었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하늘을 스크린처럼 만들어서 자신의 모습을 투사하다니. 게다가 지금 조언평은 수천 리 밖에 있는데.

“모두에게 불행한 소식을 알려드리겠소. 위대한 구원자, 인류 제국의 유일한 황제, 탁월한 무도가, 태강 대제 이소강이 어젯밤 10시 15분에 정식으로 별세했소. 향년 39세에 말이오!”

모든 이가 몸을 덜덜 떨면서도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어 했다.

‘태강 대제가 죽었다고? 무적의 태강 대제가, 인류의 구원자인 태강 대제가 죽어버렸다고?!’

조연평이 비장하고 엄숙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운명 대마주 조언평은 악몽 제국의 태자, 꼭두각시 부족의 대추장, 약탈자 연맹의 대원수를 거느리고 태강 대제 이소강을 위해 성대한 추모와 장례를 거행하겠소!”

이윽고 하늘의 스크린에 화면이 바뀌더니, 태강 대제 이소강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벌벌 떨었다. 운명 대마주 조언평이 의자로 그의 투구를 내려치고 초주검이 될 때까지 무참히 때렸다. 하지만 그는 조금도 반항하지 않고 바닥에 몸을 웅크리고만 있었다.

쾅, 쾅, 쾅!

조언평이 의자로 태강 대제를 내리치는 음향효과는 특히나 사실적이고 충격적이라서 사람들은 벌벌 떨면서 온몸이 차가워졌다.

‘그토록 강한 태강 대제가 죽은 개처럼 초주검이 되도록 맞는데도 감히 반항을 하지도 못한다고?’

‘이게 더할 나위 없이 용감한 대제라고?’

‘이게 바로 무적에 두려워할 게 없다는 태강 대제라고?’

화면에서는 태강 대제 이소강이 곧 맞아죽으려고 하는 마지막 순간에 두변이 나서서 제지했다.

이어서 제도의 모든 이는 두변이 태강 대제의 투구에 있는 가시를 부러뜨린 다음에 그의 심장에 힘껏 찔러넣는 걸 보았다.

두변이 태강 대제를 죽이는 순간, 모든 이의 몸이 움찔거렸다. 황궁 대전에 있는 원수 아홉 명과 신하 수백 명도 몸을 힘껏 떨었다.

하지만 아무도 두변이 제 군주를 시해했다고 여기지 않았다.

모든 이는 두변이 태강 대제 이소강에게 마지막 존엄을 갖추어주었음을 깨달았다.

하늘에서는 화면이 여전히 계속 이어졌다.

운명 대마주 조언평이 계속 가라앉은 말투로 말했다.

“태강 대제 이소강의 일생은 위대한 일생이자, 남들에게 공헌한 일생이었습니다…….”

그때 화면에서 개 세 마리가 달려나와서 태강 대제 이소강의 시체를 갈기갈기 찢은 뒤에 모조리 삼켜버렸다.

그 장면에 모든 이가 몸서리를 쳤다.

당당한 태강 대제가 마지막에 죽어서 온전한 시체도 없이 개의 먹이로 전락하다니.

이어서 하늘의 장면이 다시 바뀌었다.

솩!

화면에서 운명 대마주 조언평이 녹슨 도끼를 들고 천하제일의 강자 악몽 대제를 무참히 참수해버렸다.

몹시 명백히도 그건 몇 년 전에 발생한 일이었다.

퍽, 퍽, 퍽.

그 도끼는 너무 녹이 슬고 무뎌서, 운명 대마주 조언평이 무려 십여 번을 찍어서 겨우 악몽 대제의 수급을 벨 수 있었다.

옆에서 태강 대제, 악몽 제국의 태자, 꼭두각시 부족의 대추장, 약탈자 연맹의 대원수 등이 눈을 빤히 뜨고 그 장면을 바라보면서 다들 벌벌 떨었다.

조언평이 성을 내며 말했다.

“뭐가 이렇게 안 드는 거야? 다른 걸로 가져와!”

누군가가 그에게 새로운 칼을 건넸다.

태강 대제 이소강이 즉시 무릎을 꿇고 필사적으로 머리를 바닥에 찧었다.

“죽이지 마세요, 죽이지 마십시오. 제게 무엇을 시키든 다 하겠습니다. 제 집에는 아내와 자식이 있습니다…….”

그러더니 운명 대마주 조언평의 두 다리를 껴안고는 울었다.

조언평이 말했다.

“너를 죽이지 말라고? 그것도 좋지. 내 개가 되어라.”

태강 대제 이소강이 큰소리로 울며 소리쳤다.

“예, 주인님의 개가 되겠습니다!”

조언평이 말했다.

“짖어라.”

“멍, 멍, 멍…….”

위엄이 넘치고 패기만만한 태강 대제는 화면에서 개소리를 내고 있었다.

조언평이 말했다.

“이소강, 악몽 대제는 그래도 너의 사부다. 하루라도 사부로 모셨으면 종신토록 아버지나 다름없다고 했다. 지금 그가 죽었으니 너는 그를 보내드려라. 악몽 대제는 생전 체통을 지키는 사람이었으니, 네가 그의 시체에 오줌을 한 번 싸거라!”

태강 제국 수도에 있던 모든 이가 전부 눈을 가렸다.

수많은 이가 통곡했다.

자신들의 우상이 망가졌다. 그들의 마음속 신이 망가졌다.

운명 대마주 조언평이 이소강의 머리를 두드리며 말했다.

“좋은 개군, 좋은 개야……. 너는 계속 태강 대제 노릇을 하거라. 앞으로 매년 백만 명을 제공해서 우리 악마족에게 신선한 고기를 먹여야 한다. 막 태어난 이 어린 악마들은 우리의 미래다. 이들이 배불리 먹여야만 너희 인류를 더 잘 부릴 수 있지 않겠냐?”

태강 대제 이소강이 대답했다.

“예, 예…….”

그때 모든 이의 기억에서 떠오르는 일이 있었다. 5년 전에 태강 제국에 곧바로 인구 백만 명이 줄어들었다.

그건 태강 대제의 뜻이었다. 새로운 영지를 함락시켜서 백만 명을 이주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 이주민 백만 명은 새로운 영지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돼서 불사족의 미친 듯한 공격을 맞닥뜨렸다.

그런데 그 일의 진상이 사실은…… 태강 대제가 운명 대마주에게 백만 명이라는 신선육을 바친 것이라니.

세상이 완전히 뒤집혔다.

태강 대제 이소강은 구원자에서, 한 세대의 대제에서, 어릿광대로 전락했을 뿐 아니라, 철두철미하게 돼지만도 못한 놈으로 전락했다.

그런데 이건 좋은 일이 아니었다.

이소강은 태강 대제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신앙으로 자리 잡았는데 지금 그 정신적 지주가 완전히 망가지면서 태강 제국 사람들의 마음도 제각각 흐트러지고 말았다.

“몰염치한 이소강!”

“개돼지만도 못한 놈!”

운명 대마주 조언평의 얼굴이 다시 하늘의 대형 스크린 위에 나타났다.

“태강 제국 제도의 백성들이여, 내가 키우는 돼지와 양들이여, 너희에게 나쁜 소식을 알려주지. 내가 4천만 대군을 집결시켜서 곧 너희를 없애러 올 것이다.

이유는 몹시 간단하지. 태강 제국의 새로운 황제 두변이 뜻밖에 내 개 노릇을 안 하겠다지 않나! 그가 내 개가 안 되겠다는 거다! 나는 루시퍼 니콜라스가 몹시 화가 났으니 몹시 심각한 결말을 맞을 거야. 내 분노를 나타내기 위해서 나는 태강 제국 제도를 깨끗하게 도살해 버릴 거다. 그러니 살고 싶은 사람은 도망치도록 해! 두변 황제와 멀어질수록 좋아. 그는 재난의 별 같은 사람이라, 그의 곁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죽어야 하니까 말이야.

나는 너희에게 성의를 다했다. 살고 싶으면 저 액운, 황제 두변을 멀리하도록 해라. 멀리할수록 좋아!”

이윽고 하늘에 있는 대형 스크린이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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