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559화 (559/648)

559장: 멸세 마왕 一

H시, 어느 예술 학교의 교장실 안.

“임 선생의 예술적 조예는 모두가 인정할 정도로 훌륭합니다. 그리고 아이들도 참 잘 가르치고 말이에요. 임 선생은 언제나 우리 학교에서 제일 잘 나가는 선생 중 한 명이죠. 하지만 임 선생도 알다시피, 그 영상이 너무 큰 파장을 일으켰고, 우리 학교의 명예에도 큰 손해를 입혔어요. 학교 측에선 어쩔 수 없이 임 선생을 임시로 해임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번 달 월급과 보상 월급 3개월 치가 임 선생 계좌로 들어갈 겁니다.”

교장의 말에 임야소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이번 달 월급은 절반만 주시면 됩니다. 보름 동안 학교를 나오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보상 월급 3개월 치는 안 주셔도 됩니다.”

교장실을 나온 뒤, 임야소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중얼거렸다.

“내 사랑, 내가 버티고 살아갈 힘을 줘요.”

이제 임야소는 실업 상태였다.

세계의 최후의 땅

두변은 미라가 된 영도현을 바라보았다.

천하제일 고수는 말 한마디 남길 새도 없이 돌연히 죽었다. 심지어 영도현은 죽는 순간까지도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몰랐을 것이다.

“4대 매마, 이제 본모습을 드러내고 이들을 마음껏 집어삼켜라!”

소군 방진이 두 팔을 펼치자, 그의 뒤에서 검은빛이 하늘로 솟구쳤다. 그러자 자리에 있던 수백 명 대종사급 강자의 현기가 순식간에 뽑혀나가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영도현이 데려온 대종사급 강자 500명은 처참한 울부짖음 속에서 미라가 되었고, 그들의 현기 내력은 한 줄기 빛이 되었다.

그 한 줄기 빛들은 소군 방진의 황관에 흡수되었고, 나머지 빛들도 자리에 있던 다른 네 명에게 흡수되었다.

첫 번째 사람은 절대 미모의 에인젤이었다.

무궁무진한 힘이 그녀의 몸속으로 파고 들면서, 에인젤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천사 같던 얼굴이 차츰 기이한 매마의 얼굴로 변했다.

두 번째 매마는 막한 여왕이었다.

“아아아악. 왜 나야? 왜 나냐고. 방진, 이 거짓말쟁이. 나는 안남 왕국의 여왕이 될 몸이고, 백색 여왕이 될 몸이야. 왜 하필 나지? 방진 이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놈아. 내가 기필코 네놈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테다!”

무수히 많은 대종사의 힘이 막한의 몸으로 흘러 들어갔다.

청초한 냉미녀 막한의 얼굴이 매마의 얼굴로 변했고, 그녀의 몸이 완전히 매마의 것이 되었다.

세 번째 사람은 공중의 균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에인젤과 똑같은 외모를 가진, 성화교 성녀 안젤라였다.

대종사들의 현기 내력이 안젤라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그녀의 얼굴이 변하기 시작했다.

“두변, 왜, 왜 나인지 모르겠어요. 내가 왜 이러죠?”

안젤라가 절망 어린 눈빛으로 두변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곧바로 매마의 얼굴로 변했다.

마지막은 여완완이었다.

화르르륵.

엄청난 힘이 여완완의 몸속으로 흡수되더니, 그녀의 몸에 갑자기 불이 붙었다.

화르륵!

여완완의 등에서 커다란 화염 날개가 돋아나더니, 그녀는 순식간에 날개를 펼치고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여완완은 공중에서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불타오르는 화염 봉황이 되었다.

절대 미모의 얼굴과 매혹적인 몸매는 그대로였지만, 거기에 봉황의 날개가 생겼다.

하지만 그녀의 몸이 공중에서 변하기 시작하더니, 마지막엔 결국 사람의 모습은 사라지고 한 마리 봉황만 남았다.

엄청나게 큰 천화(天火) 봉황이었다.

쾅!

봉황이 땅에 착지하자, 인근 몇백 미터에 쌓여 있던 파란 눈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꺼져! 내 몸에서 나가라고!”

아직 영혼이 흡수되지 않은 여완완이 소리를 지르면서 봉황의 몸을 찢고 나오려고 했다. 하지만 결국엔 그녀의 얼굴도 매마의 얼굴로 바뀌어버렸다.

여완완이 두변을 바라보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부군, 지금 말하는 건 완완이에요. 어쩌면 우리가 전생에 부부였을 수도, 아니면 다음 생에 부부일 수도 있어요. 난 당신을 사랑해요. 이것만 기억해줘요. 나는 꼭 부군의 곁으로 돌아올 거예요. 난 내 몸속에 있는 매마를 무찌르고 꼭 당신의 곁으로 돌아올 거예요! 부군, 꼭 당신의 곁으로 돌아올게요!”

여완완이 마지막으로 절규하다시피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마침내, 매마는 여완완의 몸을 완전히 장악했다.

소군 방진이 말했다.

“두변, 네가 상상했던 것과 좀 다르지? 너는 매마가 절체절명의 시기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이 세상에서 최고 권위를 가진 누군가로 변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

아니야, 틀렸어. 매마는 완전한 몸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정신체야. 매마는 마왕 폐하께서 파견 보낸 정신체이고, 현실 세계에 단독으로 나타날 수 없어. 무형의 정신체니까 꼭 누군가의 몸에 기생해야만 하지. 숙주들은 자기 몸에 매마가 한 마리 있다는 걸 죽었다 깨어나도 몰랐을 거야. 그리고 숙주들은 왜 자신의 천부적인 무도 재능이 남들보다 열 배도 넘게 뛰어난 건지 의아했겠지. 매마들의 막중한 사명은 거창하게 이 세상에서 최고 권위를 가진 누군가로 변신하는 게 아니라, 아주 단순한 두 가지 사명을 가지고 이 세계에 왔지. 항상 숙주의 곁에 있기, 그리고 마왕 소환 의식을 진행하기.”

소군 방진이 설명한 뒤, 매마들을 향해 외쳤다.

“4대 매마, 의식을 시작하거라.”

이미 완전히 숙주의 몸을 빼앗은 매마들이 허공으로 날아오르더니, 중얼거리면서 강력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하늘과 땅이 그들이 외우는 주문에 응답하듯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세계의 균열이 조금씩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했다.

후우우.

어디선가 누군가가 길게 숨을 뱉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그 숨소리는 천 리 넘게 울려 퍼졌다.

4대 매마가 소환 의식을 이어가면 이어갈수록, 엄청나게 거대한 무언가가 세계의 균열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저들의 의식을 중단시켜라. 공격해!”

두변이 명령하자, 백여 명 대종사가 매마들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무용지물이었다.

수십 명 대종사가 매마 한 마리를 공격하는데도, 매마들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주문을 외우고 있는 매마들의 주위로 거대한 보호막이 있는 것 같았다.

두변이 재빨리 검을 뽑아 들고 대종사들과 함께 방진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소군 방진은 제자리에 서서 그들의 공격을 피하지도 않았다.

백여 명 대종사가 방진에게 퍼부은 내력 공격도 전부 방진 머리 위의 황관에 그대로 흡수되었다.

소군 방진이 오른손을 들어 올리더니, 허공에 대고 가볍게 손짓했다.

콰아앙!

백여 명 대종사는 충격파에 맞은 것처럼 뒤로 튕겨 나갔다.

“정석 마포를 발포하라.”

두변이 명령했다.

천여 대 정석 마포가 소군 방진을 조준하고 일제히 발포했다.

슉! 슉! 슉! 슉!

천여 발의 포탄이 번개처럼 쏘아졌다.

포탄들이 소군 방진까지 몇 미터 거리가 남았을 때, 갑자기 포탄들이 허공에 멈춰 섰다.

소군 방진이 여유로운 모습으로 손가락을 튕기자, 허공에 멈춰있던 포탄들이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제, 4대 매마의 소환 의식은 거의 끝자락에 접어들었다.

거대한 두개골이 지옥의 균열에서 완전히 날아 나왔다.

이것이 바로, 악마의 두개골이구나!

두변은 세계의 균열에 있는 지옥문 뒤편에서 이 두개골을 본 적이 있다. 산꼭대기에 있던 해골 왕좌가 바로 이 악마의 두개골 위에 있었다.

하지만 두변이 그날 봤던 것보다 지금 이 악마의 두개골이 훨씬 더 컸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거대해지고 있었다.

악마의 두개골의 높이는 100미터가 넘었는데, 악마의 뿔까지 같이 계산한다면 족히 200미터는 넘어 보였다.

소군 방진이 말했다.

“내가 소개를 한 번 해주지. 이분이 바로 1600년 전에 지구를 침략한 마왕 폐하이시다.”

두변이 말했다.

“하지만 실패했고, 거룡에게 머리가 잘렸다.”

“정확히 말하면 마왕 폐하와 거룡이 함께 죽은 것이지. 마왕 폐하께서는 목이 잘리셨고, 거룡은 어느 섬에서 죽음을 맞이했지. 맞지?”

이제 모든 게 분명해졌다.

1600년 전, 이계의 에너지가 지구에 침투했을 때, 당시 무수히 많은 운석이 지구에 떨어졌고, 더 무서운 것은 운석과 함께 강력한 마왕이 지구에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마왕의 도래는 세계 종말의 도래를 뜻하겠지만, 절체절명의 순간에 거룡이 나타나서 마왕과 싸웠고, 마왕과 함께 죽으면서 이 세상을 구했다.

하지만 그 과정을 본 사람이 없던 터라, 거룡의 위업은 시나 노래로 남겨지지 않았다.

거룡의 골격은 조용히 무인도로 가서 영원히 잠들었고, 거룡의 화염 기운 때문에 무인도는 사막섬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어느날 성화교의 선조가 사막섬과 거룡의 골격을 발견한 것이다.

“지면에서 싸우게 된다면 마왕과 거룡이 비슷한 수준의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여기 명계는 마왕의 본진이다. 마왕 폐하께서 이곳에 거룡의 혼을 봉인하셔서 네가 지옥의 문을 열고 마주한 거룡이 혼을 잃은 거룡이었던 것이지. 너도 참 대단하다. 왕좌까지 기어 올라가서 거룡의 혼을 해방시킨 걸 보면 말이다.

하지만 네가 한 모든 건 다 쓸모없는 짓이었다. 그 거룡은 영원히 이곳에 못 들어오거든.

설령 들어올 수 있다고 해도, 이곳은 마왕 폐하의 본진이니까 또 한 번 죽음을 맞이하겠지. 하하하!”

쿠구구궁.

천지가 흔들리더니, 땅속 깊은 곳에서 꼭 9급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땅이 흔들렸다. 그러더니 한 부분이 무너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큰 면적으로 땅이 꺼지면서 거대한 균열이 생겼다.

소군 방진이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했다.

“두변, 이곳이 왜 세계 최종지가 된 줄 아나? 여기에 왜 최종의 힘이 있는 줄 알아? 내가 왜 그렇게 힘들게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온 세상을 적으로 돌리면서까지 이곳을 빼앗은 줄 알아?

이곳에는 마왕 폐하의 몸이 묻혀 있거든.”

마왕의 몸?

당시에 거룡과 악마는 함께 죽음을 맞이했다.

거룡이 악마의 머리를 잘랐을 때, 악마의 몸이 여기 남미주에 떨어졌고, 그래서 이곳에 시공간이 왜곡된, 파란 눈이 내리는 명계가 만들어졌다.

악마의 머리는 세상의 균열에 떨어지면서 그곳에도 명계가 만들어졌다.

이 명계는 지옥이 아니라, 거룡의 혼백마저 가둔 마왕 전용 명계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명계는 마왕의 본진이기 때문이다.

4대 매마가 암흑의 기운을 내뿜으면서 소환 주문을 이어갔고, 마왕의 두개골은 점점 더 높이 떠올랐다.

소군 방진은 해골 왕좌에 기대어있던 지팡이를 쥐고 있었고, 머리에는 황관을 쓰고 있었다.

“나의 주인, 나의 폐하, 나의 마왕, 이제 나타나십시오.

폐하의 노예이자, 아들인 방진이 폐하를 위해 모든 준비를 끝냈습니다.

폐하께서는 이제 천하를 다스리고, 이 차원을 통째로 가지실 수 있습니다.

억만 인류가 폐하의 노예가 될 겁니다.

그리고 저 방진 또한 폐하의 가장 충실한 노예이자 아들이 되어드리겠습니다.”

방진이 왜 스스로를 소군이라고 칭했을까?

드디어 그 수수께끼가 풀리는 셈이었다.

방진은 마왕을 아버지로 섬겼고, 마왕이 이 차원의 주인이기에 자신이 소군이 된 것이다.

“으아아아!”

소군 방진이 소리를 지르면서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었다.

엄청나게 강한 암흑의 기운이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하늘이 뒤틀리기 시작했고, 세계가 기울어지면서 경천동지의 굉음이 들렸다.

거대한 악마의 몸이 서서히 일어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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