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557화 (557/648)

557장: 소군의 정체 一

같은 시각, 소군 방진을 지키는 수십 명 무도 강자가 만든 에너지 막도 서서히 희미해졌다.

50명이 두변의 정석 마포 천 대의 폭격을 막고 있다 보니, 현기 내력이 빠른 속도로 감소했다.

기음음이 백여 명 대종사를 이끌고 대열을 바꿔서 이 50명 무도 강자를 포위했다.

정석 마포가 폭격을 멈췄다.

“죽여라!”

백여 명 대종사가 소군을 보호하는 50명 절대 강자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절대 강자들은 현기 내력을 다 소진해버려서 더 이상의 공격을 펼칠 수 없었다. 결국 이들은 이를 악물고, 온전히 육체의 힘으로 검을 휘둘렀다.

소군 쪽 절대 강자들이 왕궁 꼭대기에서 한 명, 또 한 명씩 떨어졌다.

이들은 정석 마포를 막느라 이미 기진맥진해진 터라, 내력이 왕성한 데다 2배 전력인 두변의 대종사들을 상대할 여력이 없었다.

일각 뒤, 전투가 끝났다.

소군 방진이 대종사들에게 포위당했다.

방진이 입꼬리를 올리면서 두변에게 말했다.

“드디어 네가 이겼구나.”

두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군 방진이 허심탄회한 어투로 말했다.

“곧 죽을 사람은 진실한 이야기만 하지. 네게 해줄 말이 있다.”

“필요 없다.”

두변이 단호하게 말하고는 곧바로 도룡검을 소군 방진의 가슴팍에 꽂았다.

도룡검이 가볍게 방진의 가슴과 등을 관통했다.

하지만 소군 방진의 얼굴이 왜곡되면서 변형되더니, 다른 사람의 얼굴로 변했다.

이자는 소군 방진이 아니라, 그의 대역일 뿐이었다.

“두변, 네가 이겼다고 생각하나? 동방 연합 왕국은 주군의 장난감 중 한 개에 불과하다. 주군께서는 일찍이 동방 왕성을 떠나셨다. 너랑 놀아줄 만큼 한가한 분이 아니시란 말이다. 주군이 원하시는 건 세계 전체이다.

넌 네가 이미 부상했다고 생각하겠지? 하하하. 넌 애초부터 지금까지 줄곧 개미 한 마리에 불과하다. 소군 전하께 네 존재는 하찮은 개미라고.

이 세계 전체가, 이 차원 전체가 곧 소군 전하의 것이 될 것이다. 전하께선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셔도 네놈을 죽일 수 있다.”

방진의 대역이 악랄한 미소를 보이면서 시계 초침 소리를 흉내냈다.

“똑딱똑딱. 이게 무슨 소리인 줄 아나?”

두변이 대답했다.

“세계 종말의 시계가 흘러가는 소리겠지.”

방진의 대역이 의미심장한 얼굴로 말했다.

“오, 알고 있었구나? 너도 다른 개미들처럼 죽을 준비를 하고 있어라. 소군 전하의 이상은 원대하시다!”

두변은 대꾸하지 않고, 광기 어린 눈으로 소리치는 방진의 대역을 향해 다시 검을 휘둘렀다.

방진 대역의 머리가 잘려 날라갔다.

기음음이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

“이럴 줄 알고 있었나요? 당신은 놀라지도 않네요?”

두변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군 방진은 남미주, 세계 최종 기밀지, 세계 종말의 힘의 근원에 있을 겁니다.”

내각 수보 방탁, 영녕제, 그리고 수백 명 방계 대신들이 질서정연하게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방탁은 순식간에 10년이 늙은 것 같았고, 영녕제는 두변을 향해 미친 듯이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섭정왕, 섭정왕! 나는 황제가 되길 원하지 않았소. 저들이 나를 위협해서 나도 어쩔 수 없이 황제가 된 거요. 나는 연왕이오. 선황께서 나를 얼마나 아끼고 좋아하셨는지 아시오? 제발, 이렇게 빌 테니까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시오.”

한 여인이 사람들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녀는 몸매는 환상적이었지만, 얼굴에는 징그러운 흉터가 가득했다.

“방청의?”

두변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맞아요.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 내가 내 손으로 이 금수만도 못한 놈을 죽이고 싶어요.”

두변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청의가 비수를 꺼내들고 영녕제의 목을 쫙 내리그었다.

영녕제의 목에서 피가 콸콸 쏟아지더니, 바닥에 고꾸라진 채 몇 번 경련을 일으키다가 죽고 말았다.

두변이 물었다.

“방탁,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내각 수보 방탁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이 모든 게 꿈처럼 느껴지는구나. 하나도 실감이 나지 않아.”

방탁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

“소군 전하께서는 어디 계시는가? 이대로 쉽게 지실 분이 아닐 텐데.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분도 아니고.”

두변이 대답했다.

“당연하지. 소군은 지금 남미주, 세계 최종지에 있다. 그는 이 세계와 이 차원 전체를 통치하려 하고 있지.”

방탁이 말했다.

“그는 동방 연합 왕국을 놀이처럼 생각했지만, 우리는 우리가 가진 모든 걸 걸었소. 하하하.”

방탁이 처량하게 웃었다.

“어쩐지. 이곳에 영도현과 막한 여왕, 그리고 수백 명 대종사가 왜 없나 했지. 이제 꿈에서 깰 때가 됐군. 섭정왕 전하, 이제 끝내주시오.”

두변이 손짓하자, 수백 명 병사가 방계 대신들의 목에 줄을 감은 뒤, 그들의 목을 졸라 죽였다.

방청의는 옆에 서서 이 모든 과정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방계 대신들을 처리한 뒤, 두변이 그녀에게 물었다.

“이제 어쩔 생각이지?”

“자결하려고요.”

방청의가 대답했다.

“좀 더 살아보지 그래?”

두변이 말했다.

“난 이제 살아갈 동기를 잃었어요. 아직도 내가 꽃처럼 아름답다면, 나를 취해요. 어쩌면 내가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도 있잖아요. 어쨌든 나는 당신의 최초의 정혼자였으니까. 그런데 이젠 마귀보다 흉측한 얼굴을 갖고 있네요.”

“세계 종말이 도래하기까지 31일이 남았지. 만약 소군 방진이 성공한다면, 이 세계는 종말을 맞이할 거예요. 세계 종말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지 않나?”

방청의가 흠칫 놀라면서 자신의 귀를 믿지 못했다.

그리고는 눈빛을 반짝이면서 말했다.

“그럼 자결하지 않을래요. 세계 종말의 날이라니, 정말 멋지겠네요. 당신이 이기든, 소군 방진이 이기든, 아주 볼 만한 장관이 펼쳐지겠어요.”

두변이 고개를 끄덕였다.

“꽤 볼만하겠지.”

두변이 자리를 떠나려고 몸을 돌리자, 방청의가 그의 뒷모습을 향해 외쳤다.

“두변, 당신이 이겼으면 좋겠어요.”

두변이 고개를 끄덕인 뒤, 걸음을 옮겼다.

교룡호 전열함이 공작항을 떠나 남미주로 향했다.

동방 연합 왕국의 왕성에서 남미주까지의 거리는 무려 2만 킬로미터로, 20일이 넘는 항해 여정이었다.

이번에 두변은 993마리 대붕과 1천 명 마혈 무사, 그리고 백여 명 대종사급 강자만 데리고 떠났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똑딱똑딱 흘러가는 종말의 시계가 계속해서 울려댔다.

이건 환청이 아니라, 꿈속 시스템이 그에게 계속해서 카운트다운을 해주고 있었다.

세계 종말까지 25일.

21일.

15일.

남미주까지 가는 길에 항구가 무척 많지만, 그 항구는 전부 동방 연합 왕국의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두변의 교룡호 전열함이 정박할 때마다 식량과 필요한 물품을 보급해줬다.

동방 연합 왕국의 항구들은 마치 두변이 올 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전열함에 필요한 모든 물자를 준비해뒀고, 전열함이 항구에 가까워지면 곧바로 보급품을 실을 준비를 했다.

소군 방진은 두변이 남미주 세계 최종지까지 오는 걸 기다리고 있었고, 두변에게 빨리 오라고 재촉하는 것 같았다.

카운트다운 13일째.

9일째.

5일째.

3일째.

20여 일의 항해를 끝낸 뒤, 두변의 교룡호 전열함이 드디어 남미주에 도착했다.

전열함이 정박한 곳도 소군 방진의 식민지 항구였다.

누군가가 두변을 마중 나왔다.

아무 데서도 보이지 않던 사람 하나가 갑자기 두변의 눈앞에 나타났다.

바로, 머저리 여왕 막한이다.

지금 그녀는 어딘가 모자란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고, 냉랭한 표정으로 두변을 바라보았다.

두변은 막한이 엄청나게 강해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얼마나 강해졌을까?

지금의 막한은 북명검파 대장로 기천구, 여여해보다 더 강해졌다.

두변은 막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걸 보았을 때, 그녀에게 은신 능력이 생겼다고 추측했다.

막한은 예전보다 더욱 아름다워져서 거의 기음음, 에인젤만큼 아름다웠다.

막한이 입고 있는 금빛 옷에서는 신비로운 힘이 흐르고 있었고, 그녀의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두변, 소군 전하께서 내게 당신을 데려오라고 하더군. 당신이 길을 찾지 못할까 봐 말이지.”

막한 여왕이 말했다.

“고마운데?”

두변이 대답한 뒤, 대붕 등에 올라탔다.

“같이 타도 되나?”

막한 여왕이 물었다.

두변이 그러라고 대답하자, 막한 여왕은 거의 순식간에 대붕의 등에 올라탔다.

막한의 이동 속도가 너무 빨라서, 거의 순간이동 수준이었다.

대붕도 깜짝 놀랐는지, 몸을 움찔했다.

“길은 내가 안내하지.”

막한 여왕이 말한 뒤, 정신력으로 대붕을 조종하기 시작하더니 남미주 대륙의 깊은 곳을 향해 날아갔다.

두변은 날아가면서 신비한 피라미드들을 보았다.

마야족의 피라미드였다.

“두변, 마야족이 2012년에 세계 종말이 찾아올 거라고 했다면서?”

막한 여왕이 갑자기 말을 걸었다.

“방진이 말해준 건가?”

“맞아. 당신 생각엔 그 예언이 정확한 것 같아?”

“정확하지 않지. 세계 종말은 도래하지 않거나, 몇백 년 앞당겨질 것 같은데?”

똑딱똑딱.

두변의 머릿속에 있는 카운트다운 시간이 어느새 시, 분, 초 단위가 되었다.

71시간 59분 58초.

천 마리 대붕이 막한을 따라 남미주 깊은 곳을 향해 계속해서 비행했다.

깊은 곳, 더욱 깊은 곳을 향해 비행하던 대붕은 어느새 하루, 이틀 내내 비행하고 있었다.

48시간의 비행 동안, 쉬는 시간을 제외하면 대붕들은 벌써 2만 킬로미터를 비행했다.

이 정도 거리면 남미주 대륙을 몇 번 횡단하고도 남을 거리였다.

“미안해. 이미 목적지에 가까워졌는데, 이곳의 시공간이 왜곡되어서 거리가 많이 늘어난 것 같아.”

두변은 시공간 왜곡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점 두 개 사이는 직선거리여야 하지만, 시공간 왜곡으로 인해서 몇 바퀴를 돌아가야 했으리라.

세계 종말에 점점 더 가까워질수록, 이쪽 지대의 시공간 왜곡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세계 종말까지 21시간.

10시간.

3시간.

1시간.

59분 59초.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두변은 이 공간을 정말 어떠한 말로도 설명할 수 없을 듯했다.

온 사방이 한적했다.

곳곳에 눈이 쌓여있고, 하늘에서도 계속 눈이 내렸다.

이곳에는 아무런 생명도, 식물도 없었고, 그저 눈만 존재했다. 그것도 파란색 눈.

하늘에서 내리고 있는 눈은 파란색이었다.

이계가 있다면 바로 이런 곳일까?

처량하게 아름다운 곳.

하늘에는 달과 태양이 나란히 떠 있었는데, 태양은 하얀색이고, 달은 붉은색이었다.

두변 등은 파란 눈밭에 착지했다.

소군 방진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지만, 두변 눈앞에 영도현, 에인젤, 여완완이 있었다.

여완완은 온몸에 불꽃을 뒤집어쓴 것처럼 보였고, 눈빛은 인간의 눈빛이 아니었다.

그녀는 엄청난 화염 기운을 내뿜고 있었고, 그녀의 주위 몇십 미터까지 눈이 쌓이지도 내리지도 않았다.

두변의 시야에 대종사급 강자 500여 명이 들어왔다.

두변은 100명 대종사만 데리고 왔는데, 이곳에는 무려 500명이나 있었다.

게다가 천하제일 고수 영도현까지 있는데, 이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두변이 대붕에서 내려온 뒤, 영도현에게 물었다.

“소군 방진은 어디 있습니까?”

“곧 올 것이다.”

영도현이 대답했다.

두변은 잠자코 기다리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도 조용히 제자리에서 방진을 기다렸다.

세계 종말까지 57분.

55분.

39분.

이때, 갑자기 하늘이 찢어지면서 균열이 생기더니, 그 사이로 엄청난 빛이 쏟아지면서 공간이 분열되었다.

소군 방진이 나타났다.

세상의 균열!

이곳에도 세계의 균열이 존재하는데,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형태의 균열이 두변의 눈앞에 나타났다.

소군 방진이 두변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동방 왕성이 함락되었나?”

두변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군 방진이 난감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거 참 미안하게 됐군. 내가 급한 일이 있어서 동방 왕성에서 같이 놀아줄 시간이 없었지. 내가 없어서 아쉬웠겠군.”

“괜찮습니다. 마지막 연극은 이제부터 시작이니까요. 세계 종말의 전투가 제일 근사하지 않겠습니까?”

“세계 종말의 전투라? 이름 한번 잘 지었군. 참 패기로운 이름이야.”

소군 방진이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한 뒤, 황관 하나를 꺼냈다.

“이 황관, 눈에 익지 않나?”

당연히 눈에 익었다.

이 황관은 두변이 거룡의 혼백을 찾으러 갔을 때, 지옥의 문 뒤편 명계 영역의 만 미터 높이의 산꼭대기에 있었다.

산꼭대기에는 검은 왕좌와 검은 황관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 황관을 머리에 쓰게 되면, 그 사람은 곧바로 자율 의지를 잃고 걸어다니는 시체가 된다.

두변은 하마터면 이 검은 황관을 쓸 뻔했다.

당시 왕좌 옆에 지팡이가 하나 있었는데, 거대 거룡의 혼백이 바로 지팡이 손잡이 부분의 보석에 갇혀 있었다.

두변은 그 보석을 깨트리면서 거룡의 혼백을 해방했다.

두변이 그곳을 떠날 때, 이 황관을 없앨 작정으로 거룡에게 화염을 뿜게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소군 방진의 손에 들린 황관은 비틀어지고 모양이 망가져 있었다.

“두변, 사실 우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다. 현대 지구에서부터 말이지. 물론, 너는 내가 누구인지 가늠도 못할 것이다. 그때의 너는 안하무인이어서 나라는 존재가 네 머릿속에 남아있을 리가 없지.”

소군 방진이 탄식하면서 말했다.

“당시에 네가 얼마나 찬란했는지, 꼭 혼자서 빛을 내는 별 같았지. 학교에서 너를 몰래 짝사랑하던 여학생들이 얼마나 많던지, 매일 네 책상은 고백 편지로 가득했지. 그런데 나는 꼭 미운 오리 새끼 같은 존재였다. 내가 미친 듯이 좋아하던 여자는 나를 한 번도 보지 않았고, 영원히 너만을 눈에 담더군. 그곳에서 나는 너를 올려다볼 자격조차 없었어.”

두변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는 머릿속으로 빠르게 방진이 누구일지 떠올려봤지만, 현대 지구의 기억에서 아무리 방진이라는 사람을 찾아봐도 찾지 못했다.

“그런데 이 반쪽짜리 지구에 시공간을 초월하고 나니까, 나는 엄청 부귀하고 준수한 사내가 되었고, 너는 환관이 되었지. 정말 재미있지 않나?

후. 됐다. 두변, 애써 날 떠올리려고 노력하지 마라. 넌 분명히 나를 기억하지 못할 테니까. 당시에 너는 내 존재조차 몰랐을 거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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