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533화 (533/648)

533장: 막한의 진화

이틀 뒤, 두변과 영설이 2천 마혈 무사를 이끌고 경성에 도착했다.

북방의 십여만 대군은 가장 먼저 두변을 찾아와 그에게 투항했다.

이들은 전부 난오 공작과 원등 공작의 소속이었고, 처음엔 여진 제국에게, 나중엔 두변에게 투항했었다.

이제 두변이 방계와의 결전에서 대승을 거뒀으니, 이 십여만 투항군은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두변에게 투항했다.

그리고 여황제 영설이 경성으로 들어갈 때, 수많은 백성과 병사들이 그녀를 열렬히 환영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세상 사람들은 여인이 황제가 되는 게 무척 탐탁잖았었다.

하지만 영덕 위제가 모친을 시해하고, 경성 전체에 잔혹한 철혈 통치를 펼친 터라, 경성의 백성들은 두려움에 떨면서 하루도 마음 편히 잠들지 못했다.

지금 영덕 위제가 끝장나고, 방계의 군대도 허둥지둥 도망치자, 경서의 백성들은 드디어 오랜 공포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온갖 고통을 겪고 나니, 백성들은 도리어 여황제가 뭐 어때서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천윤제와 태후의 무덤 앞.

영덕 위제는 포승줄로 꽁꽁 묶인 채 한쪽 구석에 버려져 있었다.

두변과 영설이 천윤제와 태후의 무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

“부황, 모후. 딸이 두 분을 꼭 뵈러 오겠다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영설의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입가에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제가 그때도 그랬잖아요. 꼭 외손자를 데리고 두 분을 뵈러 오겠다고요. 외손자는 지금 제 배 속에 있어요. 아, 외손녀일 수도 있어요.”

두변이 깜짝 놀란 얼굴로 바라보자 영설은 부끄럽기도, 기쁘기도 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회임한 것이다. 이번 달에 달거리를 하지 않기에 그때부터 그녀는 회임에 대한 기대가 가득했다.

그녀는 기대가 되면서도 실망할까 봐 마음을 졸였고, 결국엔 영종오 대종사에게 맥을 짚어달라고 했더니 회임이 확실했다.

그때의 그 희열은 그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을 것이다. 마음 같아선 당장 부모님의 황릉으로 달려가서 이 소식을 알리고 싶었다.

“부황의 사위가 대녕 제국 안에 있는 모든 적을 처치했어요. 대녕 제국이 드디어 다시 하나로 통일되었고, 깨끗이 정리되었어요. 지금 조정의 중심 관리들은 총 백 명이 넘지 않지만, 이들과 우리가 대녕 제국의 뼈대부터 다시 세울 거예요.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면, 분명히 대녕 제국의 중흥을 이룰 수 있을 거예요.

부황과 모후께서 남기신 후손이 적지만, 저와 두변이 아주 많이 노력해서 최소 대여섯 명 아이를 낳을게요. 우리 영씨 황족은 다시 번영할 거예요.”

영설이 무덤을 향해 큰절을 올리자, 두변도 그녀를 따라 큰절을 올렸다.

이때, 구석에 뒹굴고 있던 영덕 위제가 갑자기 큰소리로 외쳤다.

“부황, 모후. 들으셨습니까? 영설이 회임했답니다. 우리 대녕 제국을 이어나갈 후대가 생겼단 말입니다!

부황, 보셨습니까? 부황께서 그리 아끼시던 두변이 천추 위업을 남겼습니다. 방계를 없애고, 여진 제국을 없애고, 동방 연합 왕국의 침략까지 막아냈습니다. 대녕 제국의 중흥이 머지않았으니, 하늘에서 안녕을 취하십시오!”

영설 공주가 미간을 찌푸리고 영덕 위제를 흘겨본 뒤, 두변의 입술에 입맞춤을 하고는 다정하게 말했다.

“부군, 여긴 부군에게 맡기고 난 먼저 가볼게요.”

두변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설이 떠나자, 선황의 무덤 앞에는 영덕 위제와 두변만 남았다.

“두변, 나도 다 어쩔 수 없이 저지른 짓들이다. 모두 두회가 날 협박해서 한 짓이라고. 그때 두회가 내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나를 위협해서 너와 결렬할 수밖에 없었다.”

영덕 위제가 무릎을 꿇고 어린아이처럼 울부짖었다.

“나는 영도현의 사생아지만, 나라고 그렇게 태어나고 싶었겠냐. 내 마음속에는 오직 부황만이 내 아버지시다. 키운 정이 낳은 정보다 더 크지 않으냐. 나는 지금까지도 선황의 웃음과 목소리, 진심이 담긴 가르침을 잊을 수 없다.

두변, 너는 내 매제이니까, 우리도 한 식구라고 할 수 있잖으냐? 내가 공개적으로 제위를 넘기마. 내가 영설에게 광명정대하게 제위를 양도하면 되잖으냐. 그 뒤로는 나를 감금시키든, 유배를 보내든, 마음대로 해라. 하지만 제발 목숨만은 살려줘라.”

두변이 영덕 위제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상하지. 당신이 태자였을 때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선황의 서재 앞에서 선황을 보호하겠다고 칼을 뽑아 들었을 때, 그리고 당신이 선황과 함께 굶주려서 고생했을 때가 아직도 눈앞에 선한데 말이지.”

영덕 위제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그건 진짜로 죽는 게 아니니까. 어차피 연기니까. 인간으로 태어나서 죽길 바라는 사람이 어딨겠나?”

두변이 한숨을 내쉬면서 명령했다.

“여봐라. 영덕 위제를 선황 앞에서 능지처참해라.”

“예, 알겠습니다.”

풍보보가 나섰다.

뒤이어 머리가 새하얗게 센 이문회도 단도를 들고 나타났다.

“의부?”

두변이 의아한 눈빛으로 이문회를 쳐다보았다.

이문회가 말했다.

“내가 직접 하마. 난 이 빌어먹을 놈이 태후마마를 죽였을 때부터, 내 기필코 이놈의 살가죽을 산 채로 벗겨내겠다고 결심했다. 내가 서남으로 돌아가지 않고, 위험을 무릅쓰고 경성에 남았던 것도 이놈을 죽이기 위해서였다.”

두변이 허리 숙여 예를 갖추었다.

“의부, 너무 상심하지 마셨으면 합니다.”

두변은 이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잠시 뒤, 영덕 위제의 처참한 비명이 하늘을 갈랐다.

“으악! 두변! 매제! 제발 나를 살려줘!”

“이 공공! 제발 나를 용서해주게. 날 죽이지 마!”

“이 공공! 차라리 날 깔끔하게 죽여줘, 제발!”

두변은 걸음을 떼면서 영덕 위제와 영창 위제에 대한 감회에 잠겼다.

몇 개월 전, 대녕 제국은 두 개로 분열되었고, 대녕 제국에 영창제, 영덕제, 진무제, 세 명의 황제가 나타났다.

하지만 지금은 대녕 제국이 다시 하나로 통일되었고, 황제도 한 명만 남게 되었다.

꿈속 시스템이 말했다.

‘숙주, 135일 남았다.’

‘알겠어요. 세계 멸망이 초읽기에 들어간 건가요?’

‘시간이 긴박하다는 걸 알리는 거다. 당장 소군 방진에게 선공격을 해서 그를 없애야 한다. 그다음에 네가 이 세상에서 완수해야 할 최고 사명을 진행해야 한다.’

‘지금 당장요?’

‘그래. 지금 당장.’

같은 시각.

북명검파에서 2킬로미터 떨어진 해역에서는 천 년에 한 번 볼 수 있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수없이 많은 무도 강자가 파도를 밟으며 바다를 가로질러 달리고 있었다.

북명검파, 천계 십자회, 그리고 성화교는 세계 3대 무도 성지로, 지금 파도를 밟으며 달려오고 있는 자들은 천계 십자회와 성화교의 절정 고수들이었다. 게다가 전부 대종사급 이상의 강자였다.

두변의 곁에는 기껏해야 대종사가 네 명뿐이었는데, 지금 바다를 가로질러 달리고 있는 대종사들은 무려 천 명이었다.

바다는 꼭 하늘을 비추는 거울처럼 푸르고 맑았고, 천 명의 대종사급 고수들은 빠르게 떨어지는 혜성처럼 반짝이면서 북명검파를 향해 쏟아졌다.

십자회와 성화교가 연합하여 천 명의 절대 강자를 동원했고, 한 번에 북명검파를 멸망시키려고 작정한 것이다.

세상을 다 홀릴 것 같은 매혹적인 여완완도 그중 한 명이었다.

하늘이 변할 세계 대전이 도래했고, 북명검파의 멸망이 머지않았다.

북명검파의 지하 깊은 곳.

이곳은 비밀 실험실로 주위를 정석으로 이루어진 진이 수십 개 빽빽하게 쳐져 있었다.

실험실 중앙에는 침상이 하나 있었고, 청아한 냉미녀 머저리 막한 여왕이 누워있었다.

“준비되었소?”

소군 방진이 묻자, 막한 여왕이 대답했다.

“준비됐을 리가 있나요. 이런 건 평생 마음의 준비가 안 될 걸요. 하지만 원래 나의 것인 안남 왕국을 되찾기 위해서라면, 막씨 왕조를 위해서라면, 두변을 죽일 수 있다면, 난 뭐든 할 수 있고, 무슨 희생이어도 기꺼이 할 수 있어요.”

“당신이 겪을 건 아주 무시무시한 변이라는 걸 꼭 명심하시오. 어쩌면 마화(魔化)일 수도 있지. 당신은 백만 명 중에서도 보기 힘든 혈맥을 가진 사람이긴 하지만, 성공 확률은 3할 정도뿐이오.”

“두변을 죽일 수만 있다면, 원래 나의 것이었던 것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그게 3할의 가능성이 아니라 1할의 가능성이라고 해도 난 할 거예요.”

방진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몸을 뒤집어 엎드리시오.”

막한이 실험 침상에 몸을 엎드려 누웠다.

소군 방진이 손짓하자, 여인 둘이 침상으로 다가와서 막한의 옷을 조심스럽게 걷어 올렸다. 막한의 잘록하고 새하얀 허리가 드러나자, 소군 방진이 명령했다.

“시작해라.”

여인 하나가 막한의 요추에 동그라미를 그린 뒤, 방진을 향해 손을 뻗었다.

“주인님, 금빛 혈맥을 주십시오.”

소군 방진이 상자 하나를 꺼내더니, 무언가에 겹겹이 싸인 정석관을 꺼냈다. 투명한 정석관 안에는 황금빛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소군 방진이 물었다.

“이건 이계 변색룡(變色龍)의 황금 혈맥이요. 정말로 다른 혈맥이 아니라, 이 혈맥을 원하는 게 맞소? 예를 들면 힘이 무진장 세진다거나, 창과 칼도 들지 않는 교룡의 혈맥도 있는데.”

“내가 원하는 건 변색룡 혈맥이에요.”

“변색룡은 모습을 감추는 게 가능하고, 민첩도가 엄청나오.”

“맞아요. 바로 그거요.”

소군 방진이 변색룡 혈맥을 여인에게 건네자, 여인이 정석관 끝에 길고 가느다란 바늘을 꽂았다. 그리고는 막한의 요추 부위에 정확히 바늘을 꽂은 뒤, 변색룡 황금 혈맥을 막한 여왕의 골수 안에 주입했다.

“윽.”

막한 여왕이 작게 신음을 냈지만, 곧바로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

“생각했던 것만큼 아프진 않네요.”

“그 말을 하기엔 좀 이르오.”

소군 방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막한이 몸을 뒤틀더니, 처참하게 비명을 질렀다.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통증, 극심한 통증이라는 말로도 막한이 느끼는 고통을 설명하기엔 부족했다.

막한 여왕이 출산한 적은 없지만, 그녀가 느끼는 고통은 출산할 때 느끼는 고통의 백 배 정도였다.

막한 여왕이 미친 듯이 발버둥 치면서 비명을 지르는 동안, 그녀의 피부, 근맥이 마디마디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불과 찰나의 시간 만에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었고, 무시무시한 변색룡의 혈맥이 막한의 근맥과 단전을 미친 듯이 개조하기 시작했다.

막한의 비명이 점점 더 잦아드는데, 그럴수록 그녀의 생기가 눈에 띄게 약해졌다.

이를 지켜보던 소군 방진의 얼굴에 경련이 살짝 일었지만, 이내 손가락으로 코밑을 스윽 문질렀다.

‘제발 성공했으면 좋겠군.’

이렇게 혈맥을 변이하는 성공률은 정말 엄청나게 낮았다. 이런 변이를 진행할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자는 백만 명 중 한 명이 나오기도 힘들었다.

막한 여왕이 바로 그 자질을 가진 사람으로, 그녀의 혈맥이 무척 희귀하고 순수해서 성공률이 꽤 높은 편이었다.

그런데 지금 막한의 모습을 보니, 그녀도 결국 변이를 거치지 못하고 목숨을 거둘 것만 같았다.

반 시진 뒤, 막한 여왕의 울부짖음이 그치고 발버둥도 멈췄다.

한 여인이 막한의 경부 동맥을 손끝으로 누르면서 확인한 뒤, 그녀의 눈꺼풀을 뒤집어서 동공을 확인했다.

“주인님, 또 실패했습니다. 변이에 실패했어요.”

소군 방진의 얼굴에 또 한 번 경련이 일었다.

그는 제자리에 굳은 채로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여인은 뒤로 물러난 뒤 숨도 거의 쉬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렇게 한 시진이 지난 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막한이 갑자기 외마디 비명을 지르면서 두 눈을 번쩍 뜨더니 입을 크게 벌리고 숨을 몰아쉬었다.

막한은 정말로 자신이 한 번 죽었다 살아난 것 같았고, 지옥에서 걸어 나온 것 같았다.

“내가 죽은 건가요?”

소군 방진이 안도의 한숨을 쉬고 말했다.

“이건 첫 번째에 불과하오. 만약 앞으로의 과정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면, 반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소.”

“그럼 계속하죠.”

방진이 여인에게 명령했다.

“두 번째 단계, 방사 변이를 시작해라.”

한 여인이 어떤 장치의 단추를 눌렀다.

그러자 천장에서 기다란 정석 탐침(探針) 하나가 천천히 내려오더니, 막한의 몸에서 1척 떨어진 거리에서 멈췄다.

정석 탐침의 위쪽에는 상자가 하나 있었는데, 그 상자에는 누가 보아도 경악할 수준으로 극도로 진한 농도의 우라늄이 들어있었다.

이런 등급의 우라늄은 수만 명의 목숨을 거뜬히 앗아갈 정도의 방사능을 가지고 있다.

초고농도의 우라늄이 방 안에 있음에도 방 안에 방사능이 특별히 높지 않은 이유는, 우라늄이 특수한 정석 상자에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시작해라.”

소군 방진이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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