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517화 (517/648)

517장: 누가 매마일까

여완완의 말에 두변은 흠칫 놀랐다.

무슨 뜻으로 한 말이지?

“부군, 당신이 지금 고군분투하는 사명이 뭐라고 생각해요? 최종 사명, 최고 사명 말이에요.”

두변이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아마 이 세상을 구하는 거겠지? 이 세상이 악마에 의해 파괴되어서 죽은 별이 되지 않게 하는 것.”

자신의 사명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말로 표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물론, 두변은 자신의 사명이 정확히 뭔지는 알지 못했다. 꿈속 시스템이 그에게 분명하게 말해준 게 없으니, 지금 그가 생각하는 사명은 스스로 추측한 것이다.

1,600년 전, 이계의 에너지 운석이 이 지구에 떨어졌고, 그로 인해 지구는 두 개로 나누어졌다.

하나는 두변이 전생에 살았던 지구이다. 그곳에서의 두변은 여자친구를 배신하고 바람을 피우던 인간쓰레기였다.

다른 하나는 바로 두변이 지금 살고 있는 지구이다. 두변의 추측에 따르면, 자신의 최종 사명은 이 지구에 또 다가올 이계 에너지의 침투를 막는 것이다. 세계의 갈라진 균열이 바로 지난번 이계 에너지 침투의 흔적일 것이다.

하지만 다음번에 일어날 악마의 대규모 침입은 운석 몇 개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라, 세계의 갈라진 균열을 또 하나 만드는 게 아니라, 정말 행성의 파괴가 될 것이다.

여완완이 말했다.

“부군, 그럼 부군이 생각하기에 소군 방진은 이계의 악마일까요?”

두변은 이 문제를 몇 번이고 생각했었다.

그는 세계의 갈라진 균열에서 매마 네 마리가 이미 이 세상에 침입했음을 알게 되었다.

매마는 세상에서 제일 교활한 생물로 누구로의 모습으로도 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럼 소군 방진이 매마일까?

아무런 증거가 없으니 그가 매마라는 판단을 내릴 수는 없었다.

두변은 적어도 지금까지 매마를 한 마리도 발견하지 못했다.

여완완이 물었다.

“부군, 당신의 사명이 절대적으로 정의롭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두변은 당연히 자신이 정의롭다고 생각했다.

이어서 그가 말했다.

“하지만 더 서글픈 건, 난 정의에 대해 생각할 시간도 없다는 거지. 지금 내가 아는 건, 이번에 동방 연합 왕국을 이기지 못한다면, 서남 5성은 물론이고, 나의 사람들까지 전부 죽을 거라는 거야. 영설과 예상, 그리고 예상 배 속의 아이까지.”

두변은 지금 정의에 대해 고찰할 시간이 없었다. 주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촌각을 다투어서 동방 연합 왕국과의 대전을 준비해야 했다.

“그리고 나도 있잖아요. 나도 당신의 부인이에요. 만약 당신이 소군 방진에게 패배한다면 난 아마 죽을 거예요. 이미 당신의 손에 한 번 죽긴 했지만요.”

두변이 여완완의 매혹적인 얼굴을 보면서 말했다.

“완완, 이번에 나타나서 나를 많이 도와줬어. 내게 영덕 위제의 출생의 비밀을 알려줬고, 영설을 구하고, 옥진 군주까지 구해줬고.”

여완완이 요염하게 자신의 손끝을 깨물면서 물었다.

“그래서요?”

“하지만 이번에 당신이 나타난 건, 이런 일들 때문이 아닐 거라고 생각해. 분명히 더 중요한 일이 있어서 나타난 거겠지.”

여완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건 성화총교의 최고 기밀이에요.”

“나도 당신에게 숨기는 일이 있고, 당신도 내게 숨기는 일이 있겠지.”

여완완이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말했다.

“부군, 난 당신의 지옥불 때문에 손을 잃었어요. 그래서 손목을 자르고 목숨을 건질 수밖에 없었죠. 내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성화총교로 도망쳤을 때, 어떤 심정이었는지 알아요?”

“절망, 그리고 원한이겠지.”

“맞아요. 절망과 원한이 가득했죠. 하지만 절망이 더 압도적이었어요. 난 내 몸과 미모를 무척 사랑하거든요. 그런데 내게 새로운 손을 줄 수 있는 곳은 성화총교밖에 없었죠. 그들이 실제로 내게 새로운 손을 주기도 했고요. 더 중요한 건, 그들은 내게 새로운 삶을 줬어요.”

두변이 잠자코 듣고 있자, 여완완이 이어서 말했다.

“그때 성화 총교주를 만나게 되었죠. 당신도 그가 무슨 신분인지 알고 있죠?”

알다마다. 당연히 알지.

성화교 총교주는 소군 방진과 영도현의 위상을 더한 수준의 인물이다. 그는 세계 3분의 1의 영토와 수십 왕국의 최고 지도자이며, 황제 중의 황제, 만왕의 왕이었다.

성로마 제국의 황제는 세속적인 지도자이고 천계 십자회의 황제가 정신적 지도자라면, 성화교 총교주는 성화 세계의 세속, 정신, 무도 3개 영역을 합한 최고 지도자였다.

그러니 성화교 총교주야말로 이 세계의 정상에 서 있는 인물이라 할 만했다.

“내 사부를 안다고 했죠? 당신과 같은 초월자라고요.”

여완완의 물음에 두변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완완이 이렇게 강할 수 있는 근간이 바로 시스템의 전 숙주 때문이다. 그리고 전 숙주는 일인지하, 억만인지상인 성화총교 부교주 자리까지 올라갔었다.

여완완이 말했다.

“부군, 성화 총교주는 내게 꽤 좋은 인상을 남겼어요. 그는 위대하고 정의로운 사람 같아 보였죠. 그의 목표는 당신처럼 이 세계를 구하는 거라고 했어요.”

여완완이 이어서 할 말이 이 대화의 요점이었다.

“하지만 성화 총교주의 입을 통해서 들어보니, 내 사부가 좀 영예롭지 못한가 봐요.”

‘꿈속 시스템의 전 숙주가 그다지 영예롭지 못하다고?’

여완완이 말했다.

“부군, 나는 미래를 꿈꿀 수 있어요. 하지만 미래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에요. 난 그 안개 속의 진상을 알아내고 싶어요. 나를 위해서, 그리고 당신을 위해서요.”

여완완의 말은 무척 추상적이었지만, 무서울 정도로 많은 정보를 담고 있었다. 곱씹기 두려울 정도의 정보였다.

여완완이 말했다.

“부군, 그럼 난 그럼 이만 가볼게요. 내가 평안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해줘요.”

여완완은 뭘 하러 떠나는 건지 끝내 알려주지 않았다.

두변이 물었다.

“완완, 성화총교와 천계십자회가 연합해서 북명검파를 공격하려는 건가?”

여완완이 몸을 움찔하더니,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군, 북명검파의 오성 방진은 이미 효력을 잃은 거죠?”

이게 바로 두 사람 사이의 최고 기밀이었다. 둘 다 이 일에 대해서 말한 적은 없지만, 여완완은 이 일을 추측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결국 이 이야기를 입에 올렸고, 두 사람 모두 서로를 믿기로 했다.

두변이 물었다.

“꼭 가야 해?”

여완완이 대답했다.

“꼭 가야 해요. 동방 연합 왕국은 이미 남미주를 얻었고, 세계의 궁극적인 비밀의 땅을 점령했어요. 우리는 그가 무얼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지만, 꼭 그를 막아야만 해요. 당신은 군사적으로 그를 막고, 우리는 무도에서 그를 막을 거예요.”

두변은 마음이 극도로 복잡했다.

두변은 북명검파와 양립할 수 없을 정도로 적대적이지만, 스스로를 동방 세계의 미래 지도자이자, 북명검파의 미래 종주라고 여겼다.

혹은 좀더 직접적으로 얘기하자면, 자신이 미래에 동방 세계의 무도, 정신, 세속의 최고 지도자가 될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북명검파는 아마 자신의 것일 될 테니, 성화총교와 천계십자회가 그 땅을 차지하는 건 찬성하지 않았다.

북명검파가 함락하면, 성화총교와 천계십자회가 북명검파를 나눠서 점령할 테니까.

“완완, 안 가면 안 돼?”

“왜요? 부군은 이미 북명검파를 부군의 영토로 생각해서인가요?”

두변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그뿐만은 아냐.”

“이해해요. 하지만 난 꼭 가야만 해요. 부군, 부디 몸 조심해요.”

두변은 그녀를 막을 수 없었고, 여완완은 떠났다.

곧 벌어질 대전은 세계적인 대전이 될 것이다.

동방 연합 왕국이 휘몰아치는 기세로 두변의 영토를 공격하여 두변의 수십만 대군을 전멸시킬 것이고, 성화총교와 서방의 천계십자회는 연합하여 북명검파를 토벌할 것이다.

전자는 동방 세계의 대전이라고 할 수 있지만, 후자는 무도 세계의 대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변이 북명검파 오성진이 효력을 잃었다고 발설한 적은 없지만, 성화교는 오성진이 실효되었음을 눈치챈 게 분명했다.

성화교, 북명검파, 천계십자회는 세속을 초월한 세계 무도 3대 지주로, 이 세 세력의 대전은 세계의 판도를 뒤엎을 것이다.

두변은 북명검파와 동방 연합 왕국이 이미 은연중에 결탁하여 혼연일체에 가깝다는 걸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러면 북명검파를 없애는 것도 동방 연합 왕국에 큰 타격을 입히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정말로 하늘이 바뀔 대전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과연 모든 게 이렇게 단순할까?

‘시스템, 이 세계에 매마 네 마리가 있다고 들었는데, 난 아직 한 마리도 찾지 못했어요. 시스템이 생각하기엔 매마가 누구라고 생각해요?’

두변이 물었다.

‘나도 모르지.’

‘그러니까 본능적으로, 직감적으로 생각해보라고요. 누가 매마일 것 같아요?’

‘진짜 모른다.’

‘그럼 동방 연합 왕국의 소군 방진이 매마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모른다.’

‘성화교 총교주가 매마이지 않을까요? 그 사람 말론 전 숙주가 수치스럽고 심지어 악질이었다고 했다던데.’

‘성화 총교주가 매마인지 모르겠다.’

‘영도현은요? 영도현이 매마이지 않을까요?’

‘모른다.’

꿈속 시스템은 두변이 어떻게 물어도 대답은 한결같았다.

모른다.

그런데 모처럼 두변은 시스템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두변이 물었다.

‘시스템, 아니면 내가 매마일까?’

꿈속 시스템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건 당연히 아니지!’

호남성 어딘가.

두변이 끊임없이 땅을 파고 있었다.

그는 지하 1천 미터, 3천 미터, 5천 미터, 8천 미터, 1만 3천 미터 아래까지 내려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발밑이 갑자기 허전해지더니 거대한 동굴 속으로 빠지고 말았다.

바로 기시감이 느껴졌다.

그는 두 눈에 정신력을 집중한 뒤, 천천히 어둠에 적응하면서 눈을 떴다.

그리고 또 한 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의 눈앞엔 온통 붉은색 정석이었다. 이 정도면 천문학적인 숫자의 저장량이었고, 파란 정석과 비슷하게 최소 몇백만 톤은 돼 보였다.

이어서 두변은 또 고된 노동에 시달렸다.

그는 한 번에 붉은색 정석 수천 근을 지상으로 운반했고, 지상과 지하를 수십 번 들락거리며 부지런히 붉은색 정석을 옮기며 짐꾼 역할을 했다.

붉은색 정석이 아직 무기화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격광 조준 장치로 쓰일 수 있었다.

두변은 수백만 근 이상의 붉은색 정석을 지상으로 옮겨서 사공엽과 주술사 국사가 마음껏 실험할 수 있도록 했다.

벌써 회임 8개월 차인 예상 선자는 배가 많이 불렀고, 곧 분만할 때가 되었다.

예상 선자가 나른한 모습으로 두변의 품에 안겨 있었고, 두변은 피곤함도 잊은 채 배 속의 아이와 놀기 바빴다.

그는 정말로 배 속의 아이와 놀이를 하고 있었다. 두변이 손가락으로 예상 선자의 배를 살짝 누르면, 그가 누른 곳이 볼록 올라왔다. 배 속의 아이는 손, 혹은 발로 엄마의 배를 밀거나 찼다.

아이는 두변이 누르는 곳이 어디든, 자기가 닿을 수 있는 범위 내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우리 아이가 얼마나 똑똑한 아이일지 상상조차 할 수 없네요.”

두변이 놀란 얼굴로 말했다.

“이것도 다 부군의 공로죠. 난 천부적인 것들은 평범한 편이니까요.”

예상이 행복한 얼굴로 말하자, 두변이 빙긋 웃었다.

배 속의 아이는 두변과 한참을 놀다가 지쳤는지, 예상의 배가 잠잠해졌다.

예상이 가녀린 팔로 두변의 목을 감은 뒤, 꽃잎과도 같은 입술로 두변에게 입맞춤을 했다.

두 사람은 가벼운 입맞춤에서 진한 입맞춤으로 이어갔다.

“예상, 당신이 생각하기에 영도현은 교활한 사람인가요?”

두변이 물었다.

매마는 이 세상에서 가장 교활한 생물이니까.

예상이 한참을 생각하다가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부군, 난 몰라요.”

왜 모르지?

예상이 이어서 말했다.

“영도현은 심사가 무척 깊은 사람이라, 누구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해요. 그런데 또 어떻게 보면 성정이 비범하기는 해요. 성격이 정말 안 좋거든요. 그의 의녀이자 제자였던 나는 그가 화를 내는 걸 자주 봤어요. 남들에게 성질을 부릴 때도 있고, 스스로에게 화를 낼 때도 있고요. 하지만 남들 앞에서는 늘 고상하고 점잖은 사람이죠.”

예상이 한마디로 영도현을 표현했다.

“그는 뭔갈 얻고자 하면 미치는 사람이에요.”

“미친다고?”

두변이 놀라서 되물었다.

그는 예상이 이런 과격한 단어로 영도현을 표현할 줄 몰랐다.

“영도현은 부인과 사이가 좋나요?”

예상이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겉으로는 좋은데, 사실은 좋지 않아요. 의모 기염염은 그를 사랑하지만, 영도현은 마음이 없는 사람처럼 보여요. 겉으로 아무리 다정한 척을 해도, 난 그가 의모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두변으로서는 더욱 답을 알 수 없게 되었다.

영도현은 과연 매마가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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