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1장: 황금대제의 비밀 군단 三
황금대제 묘실 안.
두변은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은 채 검은 얼음에 휩싸여 있었다.
빠사삭! 이때 맑은소리와 함께 검은 얼음이 깨지고 두변은 온전한 몸으로 얼음 밖으로 나왔다.
화르륵.
두변은 손바닥에 있던 지옥불을 거뒀다.
그는 바닥에 흩뿌려진 얼음 조각을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지옥불로 모든 얼음 잔해를 태워 없애버렸다.
얼음이 지옥불에 타서 사라지면서, 젊은 주술사의 시신도 깨끗하게 증발되었다.
“드디어 따돌렸군. 저들은 황금대제의 무덤이 어딨는지 알고 있었어. 입구에 저 많은 주술사를 매복시킨 걸 보니, 저들의 국사가 보통 음침한 놈이 아니군.”
두변이 투덜거리자, 꿈속 시스템이 대꾸했다.
‘숙주. 네가 더 음침하다. 죽은 척한 것도 모자라서 닭을 빌려 알을 낳을 계략을 짰잖으냐.’
‘혼자선 할 순 없잖아요. 어때요? 닭을 빌려서 알을 낳는 게 통할 것 같아요?’
‘나도 모른다.’
‘아니 왜 또 모른대?’
‘그해 황금대제 태무친이 수백 명 강력한 주술사 사제들을 모아서 우리를 격리할 수 있는 정신 방어막을 만들어 냈다. 그 이후는 우리가 태무친에게 접근할 수가 없어서, 그가 무슨 짓을 하다 죽었는지 알 수 없다.’
‘어쨌든, 내가 죽은 척을 해서 저들을 속이는 것도 성공했고, 닭을 빌려 알을 낳는 계략도 시작된 셈이에요. 아 그나저나, 황금대제의 무덤을 찾아왔던 이유가 산해관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서 비밀 군단을 얻으려고 했던 건데, 이들이 정말 죽었는지는 몰랐네요.’
‘숙주, 경성에서 수십만 백성과 이미 고인이 된 천윤제와 이연정에게 산해관 전투에서 필승할 거라고 맹세했지. 도대체 그런 말은 왜 한 거냐?’
두변이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했다.
‘직감이에요. 내가 해낼 수 있다는 직감.’
‘하지만 여기 있는 4만 무사는 이미 죽었는데? 하긴 만약 이들이 살아있었다면, 정말 어마어마했을 테지.’
‘진짜 진짜 죽은 겁니까? 부활할 수 없나요?’
‘당연히 진짜 진짜 죽은 거지. 이 세상에서 죽었다 살아날 수 있는 사람은 너 혼자다. 그리고 너도 진짜로 죽은 적은 없잖으냐? 여기 있는 4만 무사는 정말로 진짜로 죽었다.’
‘참 이상하네.’
‘이상하긴 이상하지. 이 묘실에 황금대제 태무친의 자리가 없잖아.’
그러네? 이곳은 황금대제의 묘실인데, 왜 그의 자리가 없는 거지?
이곳에서 죽은 건 아니지만, 여기에 황금대제의 관이라던가, 옥좌 같은 게 있어야 하지 않나?
두변은 주변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이쪽 묘실의 벽면은 전부 부조(浮彫)로 채워져 있는데, 이 많은 부조가 전부 다 용이었다. 각양각색의 용이 묘실의 벽면에 수천 마리나 새겨져 있었다.
벽면을 찬찬히 살펴보던 두변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용 사이에 교룡 한 마리가 섞여 있었다.
수천 마리 용 중에 왜 교룡 한 마리 섞여 있는 거지?
두변이 발견한 교룡은 흉악한 표정, 그리고 몸의 비늘까지 전부 다 진짜인 것처럼 생생하기만 했다.
특히 그 두 눈, 교룡의 눈이 비록 움직이지 않는 건 맞지만 오히려 뭔가를 볼 수 있는 것처럼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거기다 또 이상한 건, 교룡의 송곳니가 다른 부조처럼 석색이 아니라, 하얀색이었다.
이때, 무언가 번뜩 떠오른 두변이 교룡 부조의 송곳니에다 자신의 손바닥을 긁었다.
교룡의 송곳니가 두변의 손바닥에 상처를 내면서, 두변의 피가 교룡의 송곳니에 묻었다.
쿠루루룽!
무언가 갈라지는 듯한 굉음이 들리더니, 부조 같았던 교룡이 벽면 위로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천 마리에 달하는 용은 전부 부조로 만들어졌지만, 이 교룡 한 마리는 정말로 살아있는 변색 교룡이었다. 변색 교룡은 묘실의 석색과 똑같은 색으로 위장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다른 부조와 차이점을 느낄 수 없었다.
스으으윽.
교룡은 두변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벽면에서 스르륵 내려와 어딘가로 사라졌다.
거대한 교룡이 있던 자리에 구멍이 하나 생겼는데, 그게 바로 새로운 통로였다.
두변은 벽을 타고 올라가, 새로운 통로 안으로 몸을 구겨 넣었다.
통로 안으로 들어간 두변은 얼마 안 가 두 번째 묘실에 들어갔다.
어쩌면, 이곳이 바로 황금대제의 진정한 묘실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이곳이 바로 황금대제의 진정한 묘실이었다.
묘실의 크기는 이전 묘실만큼 크진 않은데, 묘실 안에 수천 개의 관이 질서정연하게 빼곡하게 놓여 있었다.
묘실의 중앙에는 금으로 만든 피라미드가 있고, 피라미드의 꼭대기에는 황금 옥좌가 있었다.
이 황금 옥좌가 황금대제 태무친의 자리였다.
두변은 작은 피라미드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서는 꼭대기까지 기어 올라갔다.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간 두변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피라미드 꼭대기에서는 묘실에 있는 모든 관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두변은 황금 옥좌로 시선을 돌려서는, 옥좌에 앉은 뒤 팔걸이에 팔을 올리고 손잡이를 잡았다.
이때, 팔걸이에 있던 황금 용의 송곳니가 또 한 번 두변의 손바닥을 긁었고, 다시 한 번 두변의 피가 흘렸다.
황금 옥좌가 갑자기 빛이 나기 시작하더니, 황금 피라미드 전체가 환하게 황금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위엄이 가득한 강한 기운이 묘실 전체를 가득 채웠다.
두변은 일순간 자신이 진정한 황금대제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쿠구구궁.
묘실 전체가 흔들리더니 여기저기서 굉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묘실의 진동과 굉음은 다름 아닌 수천 개의 관에서 발생한 것으로, 갑자기 그 수많은 관의 뚜껑이 쩍 갈라지고, 관 안에서 짐승의 발 같은 게 밖으로 나왔다.
이거로구나. 황금대제 태무친의 비밀 군단!
쾅, 쾅, 쾅.
관을 부수고 나오는 짐승의 발이 점점 더 많아졌다.
수천 개의 관이 쩍쩍 갈라지면서 짐승의 발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광경은 무척 공포스러웠다.
관은 무척 두껍고 무척 단단한 재질이었는데, 짐승의 발 때문에 순식간에 나무 쪼가리가 되어버렸다.
이 비밀 군단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바로 다음 순간, 관 안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들이 기어나왔다.
두변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이들은 인간이 아니었고, 인간의 형태도 아니었다.
늑대인가?
관을 부수고 나온 생명체는 늑대와 가까운 무언가였다.
늑대와 가까운 형태였지만, 완전한 늑대라고 볼 수는 없었다.
이들의 온몸은 털 대신 단단하고 은은하게 빛이 나는 검은 비늘로 덮여 있었고, 이들의 다리도 늑대의 다리보다 훨씬 더 길고 발톱은 극도로 뾰족했다.
이들의 근육은 전부 다 폭발하기 직전의 수준이었고, 일반적인 늑대나 절세 지하성의 거대한 늑대와는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다.
늑대와 가까운 생명체들은 허리, 허벅지, 심지어 목까지도 근육이 발달해있었고, 발가락 마디마디가 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들은 전장에 쓰이는 군마보다 훨씬 거대했고, 얼핏 보아도 엄청난 힘과 속도를 자랑할 것 같았다.
아우우우!
우렁찬 늑대의 울음소리가 묘실에 울려 퍼졌다.
늑대라기보다는 야수에 가까운 생명체들이 관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을 때, 관 중에서도 가장 큰 관이 부서졌다.
콰지직!
돌로 만들어진 거대한 관이 부서지자, 6미터 정도 크기의 낭왕(狼王)이 관 밖으로 뛰쳐나왔다.
낭왕은 고개를 돌려서 피라미드 꼭대기 옥좌에 앉아있는 두변을 쳐다본 뒤, 한 걸음씩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낭왕은 피라미드를 오르더니, 두변의 발치에서 몸을 바짝 낮추고 두변을 향해 커다란 입을 벌리더니 혀를 밖으로 내밀었다. 그 혀에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돌기가 잔뜩 올라와 있었다.
원래 늑대의 혀에는 날카로운 돌기 같은 것이 없다. 하지만 이 낭왕의 혀에는 끔찍할 정도로 날카로운 돌기가 가득했다.
낭왕이 입을 벌리고 혀를 내민 채 두변을 빤히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두변이 손바닥을 낭왕의 혀 위에 올린 뒤, 가볍게 혀를 쓸었다. 돌기에 쓸려서 피가 한 방울 떨어지고, 낭왕의 혀에 떨어진 피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두변의 피가 낭왕의 혀에 닿는 순간, 낭왕의 눈동자가 핏빛으로 붉게 빛났다.
아우우우우. 아우우우. 아우우우!
낭왕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낭왕의 몸에 난 비늘이 더욱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이미 거대한 몸집이 더욱 거대해졌다.
이미 6미터 크기의 낭왕은 근육이 더 부풀어 올라서 몸이 두 배는 더 커진 듯했다.
그것은 낭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무지막지하게 큰 야수가 되었다.
낭왕은 포효를 몇 번 내지른 뒤, 신하가 군주에게 완전히 굴복하는 것처럼 몸을 바짝 낮춰서 두변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두변은 옥좌에 앉아서 낭왕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때, 두변의 머릿속에서 황금대제의 뒤엉킨 기억의 파편들이 조금씩 이어지기 시작했다.
황금대제가 지구의 3분의 1을 통일한 뒤, 전 세계에서 유명한 주술사, 술사, 연단사 등을 만 명 넘게 모집했다.
그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였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가장 충성스러운 군대를 만드는 것.
절세무적의 기병을 만드는 것.
전 세계를 휩쓸 수 있는 무적 기병을 만드는 것.
황금대제는 이 군대를 만들기 위해서 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희생했다.
그가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만들어 낸 절세무적의 군대는 두변이 첫 번째 묘실에서 봤던 그 군단이었다.
그 무사들은 기본 일당 십이 가능할 정도로 막강했다.
그들의 키는 전부 2미터가 넘었고, 체중도 400근이 넘어서, 기본 체격 자체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황금무제가 무적의 기마병을 만들어 내긴 했지만, 이들을 감당할 수 있는 탈것을 찾지 못했다.
일반적인 군마로는 당연히 이들을 감당하지 못했다.
이들은 폭발적으로 건장한 체격에 근육 밀도가 남달랐으며, 400근이 넘는 체중에 완전무장까지 하면 700근에 육박했다.
이 세계에서 700근의 무게를 견디며 달릴 수 있는 군마가 어디 있으랴.
그래서 황금대제가 또 수백 명의 주술사와 이수사(異獸師)들을 데리고 무수히 많은 연구를 했고,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이수와 야수가 목숨을 잃었다.
우여곡절을 겪던 연구단은 최종적으로 늑대라는 종을 골랐고, 대지 균열이 일어난 땅굴 속에서 서식하는 거대 이수 마랑(魔狼)을 찾아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마랑은 다른 이수처럼 땅굴을 벗어나면 전투력을 잃고 죽게 되는 약점이 있었다.
주술사들은 온갖 방법을 생각하다가 초원의 늑대와 마랑을 교배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처음엔 모든 교배가 실패했다.
초원 늑대 암컷과 이수 마랑 수컷을 교배한 뒤, 암컷 늑대가 새끼를 갖고 출산까지는 할 수 있었지만, 암컷 늑대가 출산한 뒤에 즉사했고, 늑대 새끼도 금방 죽었다.
그러다 나중에는 초원 늑대 수컷과 이수 마랑 암컷을 교배하였는데, 이번에도 실패했다.
연구단은 몇 년의 시간을 들여서 초원 늑대 수컷을 개량했고, 태무친의 황금 혈맥을 섞은 마약(魔藥)까지 동원했다.
드디어 어느 날, 연구단은 초원 늑대와 이수 마랑의 교배종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냈고, 번식종이 바로 두변의 눈앞에 있는 변이 마랑이었다.
변이 마랑은 늑대라기보다는 거대한 이수나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대지 균열이 일어난 땅굴 속에서 장기간 서식하지 않아도 되고, 이계 기운의 범위를 멀리 벗어나도 상관없었다.
변이 마랑은 체형이 거대해서 2천 근 무게를 적재할 수 있고, 이 무게를 적재하고도 무척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었다.
게다가 변이 마랑의 골격과 비늘은 전부 이수의 혈맥을 이어받아 무척 견고했다.
이들은 칼에 베여도 심각한 부상을 입지 않았고, 회복 속도도 다른 야수보다 훨씬 빨랐다.
이들의 발은 철보다도 단단했으며, 날카로운 발톱으로 사람을 찢어버릴 수 있었다.
변이 마랑은 이수의 전투력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황금대제는 꼬박 십수 년을 쏟아서 4만 마혈 무사를 만들어 냈지만, 변이 마랑은 5천 마리밖에 만들지 못했다.
황금대제는 변이 마랑을 더 많이 번식하고 싶었지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던지라 4만 마혈 무사와 5천 변이 마랑을 무덤에 봉인했다.
그는 특수한 약물을 써서 4만 마혈 무사와 5천 변이 마랑을 휴면 상태에 빠지게 했다.
이 무덤의 온도는 영하 8, 90도 정도인지라, 장기 휴면에 굉장히 좋은 환경이었다.
하지만 4만 마혈 무사가 죽었으니, 황금대제의 계획은 절반은 실패한 셈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5천 마리 변이 마랑은 살아남았다.
황금 옥좌에 앉은 두변이 황금 혈맥으로 신분을 검증하자, 묘실은 꼭 어떤 장치를 가동하듯이 변이 마랑 군단을 휴면에서 깨운 것이다.
300년의 휴면을 거친 마혈 무사들은 전부 죽었지만, 변이 마랑은 멀쩡하게 살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