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1장: 엄청난 수확
사람들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진짜 10만 금화로 저 보잘것없는 돌멩이를 사는 미친 사람이 있다고?’
두변은 페르시아어로 말하는 사내는 분명히 성화교 세력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들은 시스템이 말한 대로 어떤 중요한 실험 연구를 진행하는 것처럼 보였다.
만약 그 실험이 성공한다면, 세기를 뛰어넘는 성과를 얻는다?
“15만 금화!”
또 다른 누군가가 입찰에 참여했다.
사람들은 놀라서 두피가 저릿해졌다.
놀란 건 리아나 군주도 마찬가지였다.
‘줄리앙의 저 보석이 진짜로 진귀한 거였나?’
리아나 군주는 지금 입찰에 참여한 사람이 동방 연합 왕국 소군의 정인의 대리인이라는 걸 눈치챘다.
“20만 금화!”
페르시아어로 말하는 사내가 이어서 외쳤다.
“26만 금화.”
동방 연합 왕국 대리인이 외쳤다.
“40만 금화!”
어디선가 또 다른 목소리가 울렸다.
이때는 두변조차도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리아나 군주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눈치채고 아예 말문이 막혔다.
이번에 입찰에 참여한 사람은 유경 왕국 태자의 대리인이었기 때문이다.
‘태자가 이 물건을 40만 금화에 산다고?’
동방 연합 왕국의 대리인이 잠시 머뭇거렸다.
그는 이 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유경 왕국과 입찰을 경쟁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했다.
“45만 금화!”
동방 연합 왕국 대리인이 외쳤다.
“50만 금화!”
유경 왕국 태자의 대리인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입찰가를 높여 불렀다.
이는 태자가 마법 수정의 입찰가가 아무리 높아도 구매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었다.
이때 두변은 깨달았다.
유경 왕국이 매마 피의 결정체를 사려고 하는 건, 단순히 이 물건을 위해서가 아니라, 어떤 기술을 완전히 봉쇄하고자 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그래서 유경 왕국의 태자는 아무리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이 물건이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동방 연합 왕국의 대리인도 유경 왕국의 의지를 느낀 건지, 더 이상 입찰가를 부르지 않고 포기했다.
천국탑 상회 주인 글렌은 엄청나게 치솟은 입찰가에 입이 떡 벌어졌다.
그의 표정은 엉망이었다. 자신에게 들이닥칠 엄청난 고난, 어쩌면 사직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머리가 아파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 물건이 볼품없다고 했는데, 자신의 주군이 이 물건을 50만 금화나 들여서 사간 게 아닌가. 고용인으로서 엄청난 잘못을 저지른 것이 아닌가!
“50만 금화입니다!”
“셋.”
“둘.”
“하나.”
“입찰 성공!”
“오늘 대경매가 원만하게 끝나게 되어서 정말 기쁩니다. 제가 천국탑 상회 주인으로 여러분을 만나게 되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겠군요. 모두 건승을 빕니다.”
경매가 끝나고, 두변은 3백 년 역사를 자랑하는, 성로마 제국 역사를 바꾼 단약인 열양용단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15만 금화까지 얻게 되었다.
그의 매마 피의 결정체가 50만 금화에 팔렸으니까 수수료를 제외하면 40만 금화, 그리고 열양용단에 25만 3천 금화를 지불했으니 14만 7천 금화가 남아야 했다.
그런데 천국탑 상회 주인 글렌이 두변에게 사죄하기 위해서 사적으로 3천 금화를 대신 내준 덕에 두변은 열양용단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15만 금화까지 벌게 된 것이다.
‘유경 왕국에서 무지막지하게 벌어가는군. 철갑전함 한 척, 환양단 한 알, 15만 금화까지.’
처음 온 유경 왕국에서 엄청난 수확을 얻어가게 된 셈이었다.
호화로운 귀빈실 안.
지금 두변은 천국탑 상회 주인 글렌의 사과를 받고 있었다.
이때, 꿈속 시스템이 갑자기 다급하게 말했다.
‘어서 열양용단을 먹어라. 지금 당장!’
‘뭐 이렇게 다급해요? 당장 여기서 먹으라고요? 리아나 군주 앞에서?’
두변은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순순히 시스템의 말대로 단약 상자를 열어서 열양용단을 꺼내들었다.
그는 잠시 열양용단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열양용단은 단약이라기보다는 움직이는 불꽃 같았다.
‘어서 먹어. 얼른!’
시스템이 다시 그를 재촉했다.
결국 두변은 열양용단을 입안에 넣고 물도 없이 꿀꺽 삼켰다.
그 순간.
화아아아악!
끔찍할 정도로 강한 화력의 불꽃이 두변의 몸 안에서 폭발하는 느낌이 들더니, 두변의 배에 숨어있던 고환이 엄청난 압력에 의해서 원래 있어야 할 위치로 밀려 내려갔다.
달려는 있지만, 거의 형체조차 없다 싶었던 고환이 제자리로 돌아가면서 무척 튼실하고 꽉 찬 모양이 되었다.
‘숙주 두변. 양기 150점 폭증. 총 200점 달성!
숙주 두변. 남성 매력 정상치 회복. 남성 매력 초강력 달성!’
놀랍게도 이건 열양용단이 두변에게 주는 변화의 시작에 불과했다. 더욱 놀라운 변화는 뒤이어 나타났다.
리아나 군주와 글렌이 두변의 겉모습이 바뀌는 걸 목격하고는 화들짝 놀랐다.
이와 동시에 천하에 다시 없을 미모의 여인이 몇백 명 무사를 이끌고 귀빈실로 들이닥쳐서 두변을 몇 겹으로 에워쌌다.
귀빈실로 쳐들어온 여인은 정말 이 세상 그 어느 여인보다도 아름다웠고, 리아나 군주조차 이 여인 앞에서 빛을 잃을 정도였다.
이 여인은 여완완, 영설 공주, 예상 선자보다도 아름다웠고, 태양보다 눈부신 존재였다.
이 여인이 바로 동방 연합 왕국 소군의 정인, 에인젤이었다.
“대녕 제국의 두변, 그간 잘 지내셨나요?”
에인젤이 두변을 향해 말한 뒤, 리아나 군주에게 시선을 돌리고 냉랭하게 말했다.
“리아나 군주, 동방 연합 왕국이 두변을 전 세계적으로 수배 중이라는 걸 알고 있었을 텐데요. 유경 왕국도 그 수배령에 서명하지 않았나요?”
유경 왕국이 두변의 수배령에 서명한 것은 사실이었다.
유경 왕국으로서는 두변이 누군지도 몰랐지만, 몰락하는 국가의 환관 때문에 동방 연합 왕국의 의지에 반하는 일을 할 필요가 없기에 서명했을 뿐이었다.
이게 바로 패권의 힘이었다.
“대녕 제국의 환관 두변! 대녕 제국 서남에서 지은 반인륜적인 죄로 인해 동방 연합 왕국이 당신을 사형에 처할 것입니다. 여봐라. 즉시 죄인을 처형하라.”
표령 도주가 검을 뽑아 들었고, 그가 몇백 명 무사들에게 눈짓하자 무사들이 일제히 두변을 향해 검을 겨눴다.
하지만 지금 두변은 아직도 열양용단에 의해 신체가 진화하고 있었다.
화르륵!
열양용단이 두변의 몸속에서 미친 듯이 폭발하고 있었다.
리아나 군주로서는 이 상황이 무척이나 당혹스럽기만 했다.
‘자신을 줄리앙이라고 소개한 사람이, 대녕 제국의 그 악명 높은 환관 두변이라고?’
두변 수배령에 동의하고 서명한 유경 왕국으로서는, 에인젤이 사람들 앞에서 두변을 죽인다고 해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열양용단은 이 와중에도 두변의 몸을 진화시키고 있었다.
두변의 골격이 1.9미터에 가까운 키가 되었고, 가늘기만 하던 몸이 모든 사내가 선망하는 근육질 몸매가 되었다.
두변의 외모는 곱상하고 준수한 편이었고, 피부도 희고 고와서 호리호리하고 유약해 보였었다. 이는 전부 남성 호르몬이 부족해서 생긴 현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자라던 남성 호르몬이 폭발하게 되면서 패기 넘치는 남자다운 분위기를 풍기게 되었다.
열양용단 덕에 혈맥이 바뀌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앞에 서 있기만 해도 여인들의 심박수가 빨라질 정도로 남성적 매력이 폭증하였다.
표령 도주가 말했다.
“두변, 아직도 내뺄 생각이냐? 어제 유경 왕궁 안에서 마주쳤을 때도 너를 의심했지. 네가 모르는 게 하나 있는데, 열양용단을 판매한 사람이 바로 우리다. 네가 열양용단을 노리고 나타날 거라는 기대를 어느 정도 했거든.”
동방 연합 왕국 소군의 정인 에인젤이 단도직입적으로 명령했다.
“사지를 찢어버려라!”
표령 도주 대종사가 십여 명의 종사급 강자를 이끌고 한꺼번에 두변에게 달려들었다.
두변이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천천히 가면을 벗었다.
그런데 가면 뒤의 얼굴은 두변의 얼굴이 아니었고, 동방 황색인의 얼굴도 아닌 페르시아인의 얼굴이었다.
두변이 현지인 수준의 페르시아어로 말했다.
“대사, 동방 연합 왕국이 성화교와 전면 대결을 펼치겠다는 것이오?”
사람들이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두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에인젤과 표령 도주는 두변이 어떤 특수한 가면을 얼굴에 쓴 건 아닐까 의심했다.
하지만 두변의 얼굴에는 그 어떤 가면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고, 있는 그대로의 얼굴이었다.
두변이 바른 자세로 허리를 곧추세우자, 1.9미터에 육박한 그의 큰 키가 사람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사전 조사에 따르면, 두변은 절대로 이렇게 큰 키를 가질 리 없었다.
“일리안 전하십니까?”
에인젤이 묻자, 두변이 페르시아어로 대답했다.
“대사, 다시 한번 묻겠소. 인도양 해전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오? 동방 연합 왕국이 성화교 세계와 전면전을 시작하겠다는 걸로 받아들이면 되냐고 물었소.”
에인젤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두변을 빤히 바라보다가 이내 천사 같은 미소를 보이면서 말했다.
“당연히 아니죠. 일리안 전하,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가 사람을 잘못 봤나 봅니다.”
에인젤과 표령 도주는 두변의 얼굴에서 그 어떤 빈틈도 찾아내지 못했다.
가까이서 일리안을 마주한 적은 없지만, 에인젤은 페르시아 왕국에 갔을 때 일리안 왕자를 본 적이 있다.
에인젤이 그때 보았던 일리안 왕자가 바로 지금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이 사람이었다.
일리안 왕자에 관해서 세간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그는 이미 성화교의 절세미인과 혼례를 올렸지만, 부인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는다고 했다.
사람들은 일리안 왕자가 동성애자가 아닐까 추측했지만, 왕자는 남자와 그 어떠한 친밀한 관계를 맺어본 적도 없었다.
에인젤은 이제야 일리안 왕자에 관한 의혹이 풀리는 셈이었다.
일리안 왕자가 태생이 고자여서 가면을 쓰고 대경매에 참여했고, 비싼 값에 열양용단을 구매한 것이로구나!
에인젤의 두 눈이 초승달처럼 휘더니 친절한 말투로 말했다.
“일리안 전하, 이번 일에 관해서 꼭 진심 어린 사과와 배상을 해드리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에인젤이 표령 도주 등을 데리고 귀빈실을 떠났다.
두변은 에인젤이 떠난 뒤에도 놀란 마음을 추슬러야 했다.
그는 이 세상에서 가만히 있어도 빛이 나는 그런 여인이 존재한다는 것에 놀랄 뿐이었다.
‘동방 연합 왕국의 소군 전하는 정말 여복이 넘치는 사람이로군.’
에인젤의 얼굴이 사람들에게 엄청난 미적 충격을 주는 이유는 바로 그녀가 혼혈이기 때문이었다. 에인젤은 단순히 동, 서양 혼혈이 아니라, 동방, 페르시아, 유럽 여인들의 장점만 골라서 섞인 듯했다.
두변이 페르시아 왕국의 일리안 왕자로 변신할 수 있었던 건, 매마의 특수한 능력인 변용술 덕분이었다.
두변이야 일리안 왕자가 누구인지도 몰랐지만, 꿈속 시스템이 그의 머릿속에 일리안 왕자의 얼굴을 띄워준 것이다.
성화교는 역시 세계 삼대 패왕 중 하나여서인지, 동방 연합 왕국도 쉽게 그들을 건드리지 못했다.
두변 옆에 있던 리아나 군주는 두변의 진짜 얼굴을 본 적 있지만, 눈치 빠르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