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2장: 진상
두변의 혼례에 참가한 사람들은 많지 않아서 고작 수십 명에 불과했다.
황제, 태자, 황후, 이연정, 영종오, 경성에 거주하는 직계 황족, 또 황제가 세운 새로운 내각의 대신들, 경성 육부의 중요한 관원들 정도였다.
물론 그들 중 최고로 중요한 귀빈은 요동 총독 원등 공작과 선화 총독 난오 공작일 것이다.
모든 의식은 전적으로 민간에서 아내를 맞아들이는 풍속에 따랐으며, 황제가 공주를 시집보내는 의식으로 치르지는 않았다.
그건 명확히 두변을 황실로 맞아들이는 게 아니라 영설 공주가 두변에게 시집간다는 의미였다.
“일 배(拜)는 천지에 올리시오!”
두변과 영설 공주 두 사람은 무릎을 꿇고 천지를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이 배(拜)는 고당(高堂: 혼례에서 양가 부모가 앉아 있는 칸을 높게 만든 곳)에 올리시오.”
두변은 고당을 향해 절을 올렸다.
그곳에는 황제와 황후뿐 아니라 이연정이 서 있었다.
“부부간에 맞절을 올리시오!”
두변과 영설 공주가 맞절을 올렸다.
이로써 두 사람은 부부가 되었다.
비록 몹시 겸손하게 치러진 혼례이긴 하지만, 최단 시간 내에 대녕 제국 전역에 이 혼례에 대한 소문이 두루 퍼질 것이다.
“동방으로 가시오!”
영설 공주의 시녀가 신부인 공주를 부축해서 동방 안으로 들어갔다.
두변은 아직 동방에 들어갈 수는 없고 바깥에 있는 귀빈들과 함께 술을 마셔야 했다.
진심이든 아니든, 혼례에 참가한 모든 관리들이 두변에게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심지어 그의 비위를 맞추려 했다. 마치 두변이 환관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처럼.
두변의 의형 이원이야말로 오늘 최고로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두변에게 술을 권하는 동시에, 두변을 위해 관리들이 두변에게 권하는 술을 자신이 죄다 막아주고 있었다.
황제가 한 손으로 두변을 잡아끌면서 또 다른 손으로 이원을 잡아끌고는 말했다.
“두변, 네 의형은 예전에 신분을 숨긴 채 군에서 몹시 큰 공을 세웠다. 그런 뒤 이연정이 그를 동창에 들어오라고 해서 심양위로 갔지.
여진과의 전쟁에서 모든 이가 침묵하던 와중에, 유일하게 네 의형이 누차 뛰어난 공을 세웠다. 네 조부가 사람을 쓰는 데 너무 구태의연해서 내가 일필휘지로 써서 그를 너처럼 동창에서 벗어나게 했다. 지금 그는 이미 심양의 참장이 되었다.”
두변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황제 폐하, 너무…… 내키는 대로 일을 처리하시는 것 아닙니까.
저 한 사람을 환관에서 벗어나게 한 건 넘어가더라도, 이원까지 엄당을 벗어나서 무장이 되도록 하시다뇨.
폐하께서는 믿는 사람에게는 너무 격식에 얽매이지 않으십니다!
황제가 말을 이었다.
“바로 얼마 전에, 이원이 또 전투에서 승리해서 천 명에 가까운 적군을 참수했다. 원등 공작이 직접 말하기를, 자신의 휘하에 이원 열 명만 있어도 여진 제국을 다시 험지로 내쫓을 수 있다고 하더구나.
이원, 네가 큰 공을 세운다면 짐이 절대로 포상하는 데에 인색하지 않겠다. 그것이 작위라도 짐은 아낌없이 줄 수 있다. 반드시 네가 조상을 빛내도록 만들어주겠다. 오늘 아주 기분이 좋으니 몇 잔 더 마셔야겠구나.”
장장 두 시진 뒤.
연회가 마무리되고 손님들이 모두 돌아가면서 두변의 후작부가 조용해졌다.
두변이 동방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시스템, 양기가 백까지 채워지지 않더라도 그 상태에서도 방사는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정상적인 남녀가 동방에서 화촉을 밝히는 것처럼 말이에요.’
‘맞다, 특수한 공법을 사용해서 네 생식기에 혈기를 몰아넣어 줄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정상적으로 동방을 치를 수는 있지. 한데 그렇다고 해도 정상적인 남자처럼 당당한 기세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고 아이를 가질 수도 없으며 아무런 좋은 느낌도 들지 않는다.’
‘알겠습니다. 일단 그 공법을 알려주세요.’
‘네가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싶다. 영설 공주는 네 아내이자, 너의 여인이다. 네가 그녀에게 진정한 화촉 동방을 주고 싶거든, 급하게 오늘이 아니어도 된다. 나는 네가 정상적인 남자로 회복해서 양기 수치가 백까지 찬 뒤에, 그녀와 정상적으로 해서 자식을 낳고 키우게 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자연스럽게 순리에 따르게 된다.
만약 네가 특수한 공법을 사용해서 혈기를 네 생식기에 주입한 뒤, 그녀와 동방을 치르고, 그녀의 처녀성을 깨면, 그게 도구를 사용하는 것과 또 무슨 차이냐?’
‘그게 왜 도구입니까? 그건 내 생식기입니다.’
‘네가 이도진, 계표표와 사랑을 나누는 건 다 일종의 유희인 셈이지. 그런데 오늘은 인륜대사에 속하니, 순리에 따르고 영혼과 육체의 결합을 하는 게 마땅하다.’
‘당신은 시스템이 아닙니까? 당신에게는 마음이 없는 거 아니에요? 그런 당신이 그렇게 많은 걸 따집니까?’
시스템이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이건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너의 또 다른 생각일 뿐이다. 나는 그걸 다시 꺼내서 말한 데에 불과하다.’
시스템의 말투가 어딘가 엄숙하기만 했다.
‘숙주, 너는 최근에 줄곧 내게 대항해서는 내 경고를 무시했다. 심지어 완전히 나와 반대로 행동하기도 했고. 넌 이번 전투에서 승리하고 꽤나 들떴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너는 나를 버릴 생각도 했지. 네가 얼마나 오래 나와 교류를 하지 않았는지 아는가? 너는 성화교 화약의 비법을 사공엽에게 모방하라고 할지언정, 내게는 묻지도 않았다. 물론 사공엽은 몹시 대단하니 확실히 며칠 안에 모방해낼 것이다.’
두변이 한참을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당신은 이미 여러 번이나 나를 함정에 빠뜨렸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 말도 사실이었다.
‘본질을 따져보면 네가 잘되라고 그런 선택을 한 것이다. 하지만 너는 극도로 위험한 상황에 있으면서도 줄곧 내 충고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내 의견을 전혀 듣지 않았다고.’
‘어서 그 공법이나 줘요. 영설 공주와 동방을 치를 겁니다.’
‘그건 정상적인 인륜대사가 아니지! 네가 이번에 영설 공주의 처녀성을 빼앗게 되면, 다음번에 네가 진정한 남자를 회복할 때 두 번째 기회는 없단 말이다!’
‘명령입니다. 공법을 줘요!’
‘존명!’
이윽고 수많은 데이터가 두변의 머릿속으로 밀려 들어왔다. 설령 정상적인 남자로 회복되지 않다고 해도, 혈기를 생식기에 몰아넣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두변은 다가가서 영설 공주의 머리 덮개를 걷었다.
너무나 아름다울 뿐 아니라, 고귀하고, 대범하며, 눈처럼 새하얗고 보드라운 얼굴이 두변 앞에 나타났다.
진정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두변은 그녀의 선홍빛 입술에 입을 맞췄다.
영설 공주가 몸을 흠칫 떨더니, 두변의 품에 안겨 입을 맞췄다.
두변의 인도 하에 그녀는 심지어 혀를 내밀 줄도 알게 되었다.
고작 입맞춤만으로 영설 공주의 아름다운 몸이 떨리면서 심장이 너무 뛰어서 숨도 쉴 수 없었다.
이어서 두변이 영설 공주의 옷을 깨끗하게 벗겨서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몸을 드러냈다.
영설 공주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확실히 할 수 있어요?”
“당연히 할 수 있어요. 참, 먼저 합환주를 마셔요.”
이윽고 두변이 술 두 잔을 가져왔다.
두 사람이 팔을 교차해서 각자의 합환주를 마셨다.
갑자기, 두변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변하더니 신음 소리와 함께 선혈을 뿜어냈다.
선혈을 계속해서 뿜어내는데, 처음에는 붉은 피였던 것이 나중에는 피의 색이 검었다.
이윽고 두변이 그대로 벌렁 나자빠졌다.
영설 공주는 넋이 나가서 즉시 그에게 달려들었다.
두변은 숨도 쉬지 않았고 심장 박동마저 완전히 멈추어 있었다.
영설 공주는 머리가 순식간에 터진 것처럼 텅 비어버렸다.
조금 전까지는 설렘, 흥분, 긴장, 수줍음으로 가득했던 것이 지금은 완전히 차가워지고 말았다.
그녀는 두변의 가슴에 귀를 대고 아주 미세하게라도 심장이 뛰는 소리를 필사적으로 느껴보려고 했다.
손가락으로 그의 목덜미를 누르면서 아주 조금의 맥박이라도 느껴보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나를 놀라게 하지 말아요!”
영설 공주가 두변을 껴안고 마침내 통곡하기 시작했다.
두변에 대한 영설 공주의 감정은 조금 복잡했다.
혈관음처럼 그를 경모하는 것도 아니고, 이도진처럼 맹목적으로 그리워하는 것도 아니었다. 사실 이 두 여인은 처음에는 두변과 적으로 만났고 두변의 나쁜 면만 먼저 보았었다.
나쁜 남자를 만나고, 그 나쁜 남자가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면서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면, 몹시 열렬한 사랑으로 변하곤 한다.
그에 비해 영설 공주가 보기에 두변은 줄곧 좋은 아이였다.
잘생긴 데다 재능이 넘치며, 장난기 많은 착한 아이.
영설은 그를 몹시 친근하게 생각했고 동생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황제가 영설을 두변에게 시집보내기로 결정했을 때, 황후는 그녀가 억울해할까봐 일부러 그녀를 다독이려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녀는 정말로 억울하지 않았다. 아주 조금 두근거리기도 하고 흥분하기도 했고, 동경하는 마음도 가지게 되었다.
게다가 그녀는 그 결정을 알게 된 후, 가장 먼저 영종오 대종사를 찾아가서 두변이 정말로 정상적인 남자로 회복될 수 있을지 물었다.
긍정적인 답변을 얻은 뒤, 영설 공주는 본능적으로 두변과의 첫날밤에 대한 환상을 품기 시작했다.
매번 그런 장면을 상상할 때면 흥분하면서도 아주 조금은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줄곧 동생처럼 여기던 두변과 그런 친밀한 행위를 한다는 것이, 아주 조금 죄를 짓는 것 같았던 것이다.
영설 공주는 정의롭고 의협심이 강했지만 또 순진하기도 했다. 그녀는 지금까지 무엇이 사랑인지 느껴본 적이 없었다.
“설마 내가 그런 불길한 여자인 건가?”
영설 공주는 절망했다.
그녀가 좀더 어렸을 때, 제국에 절대적인 천재 청년 이영도가 나타났다. 부황은 그녀를 이영도에게 짝지어 주려고 했고, 제국의 모든 사람이 그 둘을 하늘이 내린 한 쌍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황제는 이영도가 전투에서 돌아오면 그와 영설 공주에게 혼사를 내리겠다고 했었다.
그때 영설 공주는 아직 어려서 천진하면서도 사리에 어두웠다. 그녀는 많은 이와 함께 대군이 출정하는 걸 배웅하면서 이영도를 수줍으면서도 막연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결국 이영도는 돌아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더니, 그 후에는 그가 배반해서 여진 제국의 부마가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런데 이번에 황제가 그녀를 두변에게 시집보내서 혼례를 올렸더니, 그가 동방에서 죽을 줄이야.
‘설마 나 영설은 그런 불길한 사람인 건가?’
영설은 벌거벗은 채 두변을 끌어안고 끊임없이 울었다.
이어서 한참 뒤에야 그녀는 술에 독이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데 생각이 미쳤다.
두변이 합환주를 마시고 난 뒤 선혈을 토했으니까.
이윽고 영설 공주는 두변의 잔을 들어서는 술을 따른 뒤에 한 잔을 마셨다.
분명 독을 검증할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본능적으로 독주일지도 모르는 이 술을 마시면 더 빨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녀는 정말 이게 독주라면 자신도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거의 잊다시피 했다. 사실 개의치 않았다. 심지어 이것이 독주라면 자신도 함께 죽어도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못다 이룬 사랑 때문에 따라 죽겠다는 마음은 없었지만 적어도 이 순간, 그녀는 정말로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그녀는 한 잔을 마시고도 무탈하자 몇 잔을 더 따라 마셨다. 그렇지만 여전히 무탈했다.
그렇게 연거푸 술을 마신 끝에 그녀는 다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순식간에 그림자 하나가 빠르게 달려왔다.
밖에서 이연정이 물었다.
“공주 전하, 왜 그러십니까? 설마 두변에게 부적절한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영설 공주가 울면서 말했다.
“빨리 들어와 봐요. 두변이…… 큰일 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