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414화 (414/648)

414장: 황제의 성지

며칠 뒤.

백색성에 있는 두변은 밀서 한 통을 받았다.

밀서를 쓴 사람은 두변이 한 번도 왕래를 한 적이 없는 태자였다.

밀서에서 태자는 몹시도 객관적으로 방계의 조건을 설명했다. 여담을 체포해서 경성에 와서 그를 능지처참하면 수로와 해상 운송이 즉시 원활해져서 경성의 백만 백성들을 즉시 살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부세 2,500만 냥도 즉시 운반되어 국고로 운반된다는 내용이었다.

그 말은 여담이 죽지 않으면 방계는 운송 기능을 회복시키지 않아서 경성의 백만 백성들이 굶어 죽을 거라는 뜻이었다.

그와 같은 시각.

여담의 방에는 비밀리에 손님이 찾아왔다.

예전에 여담의 사형이었던 사람으로, 그 비밀스러운 손님이 말했다.

“사제, 너에게 큰 화가 닥칠 것이다. 두변은 관작이 오르기 위해 너를 동창 사람들에게 넘길 것이다. 곧 경성으로 압송되어서 능지처참을 당해 죽는단 말이다. 내가 구사일생의 위험을 무릅쓰고 사제에게 알리러 온 것이다. 사제, 절대로 속수무책으로 기다리고만 있으면 안 된다. 두변은 이미 너를 배신할 생각이라고!”

여담은 그 말을 듣더니 안색이 확 변해서는, 그 신비한 손님을 힘껏 베어버렸다.

여담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

“여봐라. 이자를 묶어서 주군께 심문하시라고 보내라. 나는 주군께 한마음으로 충성을 바치며 절개를 지킨다. 주군은 내 생명의 은인인데 어찌 너 같은 날뛰는 어릿광대가 이간질할 기회가 있더나? 대단히 가소롭구나.”

그와 같은 시각.

황제의 심복 환관 운봉이 성지 세 개를 가지고 또다시 두변 앞에 나타났다.

그가 첫 번째 성지를 읽었다.

“황제가 명하노라, 문산성을 진서성으로 이름을 바꾸고 진서 변진(邊鎭: 변경을 지키는 군영)을 새로 짓는다. 두변을 진서 제독에 책봉하여 독사(督師)로서 운남, 귀주 두 성의 군무를 통솔하며, 사천, 호남, 광서 세 성의 군무를 통제 관할하게 하노라!”

운봉이 말했다.

“두 번째는 밀지(密旨)라서 두변 대인 혼자서만 보셔야 합니다.”

두변은 두 번째 밀지를 읽는 순간, 너무 의외인 내용에 당황해버렸다.

황제의 첫 번째 성지는 몹시 대단했다.

또 다른 지구 역사의 명왕조에도 9대(大) 변진(邊鎭)이 있었으나 이 세계 대녕 제국에는 변진 다섯 개에 불과했다.

선성후 육전은 7만 대군을 보유했음에도 단독으로 변진을 형성할 수 없었다. 대동(大同), 선부(宣府), 태원(太遠)이라는 세 대군에 20만에 가까운 군대가 더해져서 그제야 산서진(山西鎮)을 만들어서 북달을 막을 수 있었다.

육전은 후작인데도 산서진의 독사가 아니라, 고작 부독사에 불과했다.

진남 공작 송결은 염주진(廉州鎮)의 총독을 맡은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막씨 토사가 서남 토사 연맹을 거느리고 모반을 꾀하는 바람에, 조정에서 염주 변진을 세워서 광서, 운남, 귀주 세 성의 군무를 통제 관할했다. 나중에 막씨가 멸망 당한 뒤로, 서남 토사 연맹이 허튼 생각을 하는 걸 막기 위해 염주 변진을 없애버렸다.

아무리 진남공 송결이 여전히 서남 군사를 통솔하는 통수권자라도 하더라도 변진의 독사라는 직위를 맡은 적이 없었다. 그는 줄곧 병부상서와 태자의 태보(太保)라는 직함을 내걸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진서진을 새로 짓는다는 건 두변이 서남 여러 성에서 최고의 군벌이 된다는 의미였다. 사천의 검각후뿐 아니라 광서의 원천조도 형식적으로는 두변의 통제 관할을 받아야 했다.

두변이 단숨에 대녕 제국 6대 군부의 거물 중 한 명이 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첫 번째 성지는 한 가지 비정상적인 부분이 있었다. 바로 두변을 총독이 아니라 진서진 제독으로 책봉한 것.

게다가 두변의 작위가 더 이상 오르지 않았다.

황제는 절대로 인색한 사람이 아니었다. 사실 황제는 줄곧 두변의 책봉을 놀라울 정도로 대범하게 해왔다.

지난 10년간 황제가 책봉한 작위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오직 두변만 1년도 안 되는 시간에 남작에서 백작으로 작위가 올랐고, 고작 대리 천호에서 총병으로 승관했다.

지금 두변이 불세출의 공을 세웠으니 후작에 책봉되어야 마땅할 뿐 아니라, 진서진의 총독에 책봉되는 게 마땅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검각후를 제압할 수 있을까? 원천조라는 광서 제독을 어떻게 제압할 수 있을까?

이번에 두변이 크나큰 공을 세웠는데 이렇게 인색할 리가 있겠는가?

그러니 황제에게 분명히 아주 특별한 계획이 있을 것이다. 두변이 놀라서 펄쩍 뛰게 할 만한 계획 말이다.

이어서 두 번째 밀지를 읽은 두변은 더할 나위 없이 당황하면서 황제에게 특별한 계획이 있음을 더욱더 확신했다.

두 번째 밀지는 황제가 직접 쓴 것이라서 황제를 제외하면 아무도 본 적이 없었다.

‘두변, 서남의 일이 끝나면 꼭 경성에 한 번 와라.’

그 밀지는 그렇게 간단한 내용이었지만, 몹시 신비한 기운이 드러났다.

성지에 쓰지 못할 일이 뭐가 있을까? 그것도 아니면 심복을 보내서 얘기하면 될 텐데, 반드시 두변과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걸까?

대체 무슨 일이 그토록 중요하고, 신비로워야 할까?

이어서 운봉이 세 번째 성지를 꺼내서 읽었다.

“이 성지는 여담에게 내리는 것이니, 두변 대인이 직접 여담에게 읽어주시지요.”

“알겠습니다.”

한 사람이 두변 앞에 무릎 꿇고 있었다. 그 사람은 예전에 여담의 사형이자, 몰락한 권세가의 자제였다.

여담은 그의 선동에 넘어가지 않았다. 도리어 사람을 시켜 자발적으로 이자를 두변 앞으로 끌고 감으로써 자신의 떳떳함과 변치 않는 충절을 드러냈다.

두변이 말했다.

“가서 여담을 불러오너라.”

잠시 후, 여담이 두변 앞에 무릎 꿇었다.

두변이 성지를 들고 읽었다.

“황제가 명하노라, 여씨 가문의 세습 후작 작위를 박탈하고, 여씨 가문의 세습 문산성 위문사의 직위를 박탈하며, 여담을 홍하 참장에 책봉한다. 여담은 진서 변진 제독 두변 밑에서 목숨을 바치고, 공을 세워 속죄하라.”

일전에 황제는 여담을 문산 참장으로 말했다가, 나중에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에 홍하 참장으로 바꿨다. 왜냐하면 문산성이 진서성으로 바뀌었고, 두변이 진서 변진의 제독이 되었으니, 여담이 문산 참장을 하는 게 부적절했기 때문이다.

여담은 흠칫 놀라더니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신, 주군의 융숭한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두변이 말했다.

“방계는 여전히 수로와 해상 운송을 봉쇄하여 수많은 식량과 조정의 부세를 운반 못 하도록 압류했습니다. 게다가 황제 폐하께서 당신을 체포해서 경성에서 능지처참시키기만 하면 그들이 즉시 봉쇄를 풀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며칠 전에 이미 경성에서 밀서를 받았었죠. 여담, 당신의 수급이 제법 값이 많이 나갑니다.”

여담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신의 수급이 값나가는 게 아니라 주군 수중의 권세가 값이 나가는 것입니다. 방계의 그 행동은 폐하와 주군을 이간질시키기 위한 일에 불과합니다.”

“현재, 방계는 매일 경성으로 식량을 아주 조금씩만 운반할 뿐, 시종일관 봉쇄를 풀지 않으려 합니다. 한데 또 경성의 백성들이 굶어 죽게 만들지는 않고 있고요. 당신은 그걸 어떻게 봅니까?”

“경성의 백만 백성들은 방계로서는 가장 중요한 인질입니다. 인질이 죽으면 더 이상 가치가 없겠지요.”

“하지만 방계가 시종일관 수로와 해상 운송을 봉쇄하고 있고, 그건 줄곧 크나큰 골칫거립니다. 그걸 피해 갈 방법이 있겠습니까?”

두변의 물음에 여담이 답했다.

“몹시 간단합니다. 주군께서 천하에 폐하를 위해 식량을 조달하고 있다고 선포한 뒤, 서남에서 경성으로 향하는 양도(糧道: 군량을 운반하는 길)를 뚫어버리면 그만입니다. 그런 뒤, 폐하를 위해 식량을 조달한다는 명분으로 호남, 호북에 군대를 출동시키면 방계는 즉시 봉쇄를 해제할 겁니다.”

현재 경성에는 백만 인구가 있으니 육로로 식량을 운반해서 경성에 제공하는 건 웬만해서는 불가능했다. 할 수 없다는 게 아니라 그러려면 수로와 해상 운송에 비해 말도 안 될 정도로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었다.

황제를 위해 식량을 조달하기 위해서 서남에서 경성으로 향하는 양도를 뚫는다는 건 두변이 군대를 출동시키는 구실에 불과했다.

방계는 두변이 지반을 확장시키는 걸 저지하기 위해 얌전히 봉쇄를 해제할 수밖에 없게 된다.

여담은 그 관계를 몹시 투철하게 이해했고, 황제 역시 잘 알고 있기에 시종일관 방계와 담판을 성사시키지 않았다.

방계가 여담의 수급과 바꿔서 수로, 해상 운송을 회복하겠다고 제안한 것도 최후의 전략적인 위협에 불과했다. 물론 각박하고 우둔한 황제였다면 바로 그들의 수에 넘어갔을 것이다.

방계는 식량들을 아주 조금씩 가져다주어서 경성에 있는 백성들의 목숨을 연장시키는 한편, 황제를 위협하려고 시도했으니, 바지 벗고 방귀 뀌는 셈이었다.

그런데 태자가 밀서를 보낸 건 대체 무슨 뜻이란 말인가?

방계가 여담을 죽이라는 전략적인 위협을 황제가 간파한 만큼, 태자처럼 총명한 사람은 더더욱 잘 간파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태자는 그 밀서를 써서 보내야 했을까?

검각후 장문소는 요즘 몹시 복잡한 심경일 뿐 아니라,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두변, 그 젖비린내 나는 소환관이 뜻밖에 이겼을 줄이야.

대체 어떻게 이긴 걸까?

여여해가 돼지처럼 멍청해서였을까.

물론 여여해는 돼지처럼 멍청하지 않으니, 그건 두변이 특별히 대단하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었다.

이치대로라면 검각후 장문소는 기뻐해야 마땅했다. 여여해가 멸망했으니, 여씨가 출병해서 사천성을 공격할 리도 없고 말이다. 두변이 아무리 대단해도 황제에게 충성을 바치니, 아무 연유 없이 사천에 출병할 리가 없었다. 그건 모반에 해당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소환관이 불세출의 공을 세운 데다가, 서남의 패주까지 됐으니 검각후는 극도로 언짢았다.

“원천조, 여여해, 당신들은 다 돼지처럼 멍청한가? 소환관 놈 하나 죽이지 못해?”

최근에 검각후 장문소가 자주 하는 말이었다.

그의 첩실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노야, 얼마 전에 두변 대인이 선물로 황금 1만 냥을 보내왔지 않습니까? 이번에 그가 대승을 거둔 데다 얼마 뒤면 그의 스물 생일이니, 차라리 우리가 생일 선물로 황금 1만 냥을 보내서 양쪽의 관계를 완화하는 게 어떻습니까?”

검각후 장문소가 노성을 질렀다.

“꿈 깨라, 꿈 깨라고 해라! 두변이 아무니 대단해도 내 것에 관여하지 못한다. 내가 제국에서 종횡무진할 때, 두변은 아직 그 아비 불알 속에 있었다! 그것도 없는 녀석에게 내가 비위를 맞춰야 하느냐? 그런 꿈은 깨라고 해라!”

“우리가 이미 밀서를 받았지 않습니까? 황제가 진서 변진을 새로 만드시고, 두변이 세 성의 독사이자, 다섯 성을 통제 관할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는 사천성의 군무에 손을 쓸 권한이 있게 됩니다.”

첩실의 말에 장문소가 노성을 질렀다.

“그놈이 감히? 지금 누가 황제의 성지를 아랑곳이나 하느냐? 다들 그 성지를 휴지로 쓰는 것조차 싫어할 정도다. 사천은 이 몸의 지반이니, 누가 감히 이곳에 손을 뻗으면 내 그 손을 다져버리겠다. 그게 여여해의 손이든, 두변의 손이든 말이다. 그놈은 불알도 없는데 손까지 없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첩실은 미간을 찌푸렸다.

‘눈앞의 이 남자는 뭐가 이리 완고해? 맹목적으로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나?

두변은 여씨의 수십만 대군을 대패시켰는데 하물며 당신의 고작 8만 대군을 대패시키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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