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402화 (402/648)

402장: 너무 불공평하다!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는 여여해는 끊임없이 피어나는 지옥불을 바라보면서 혼돈에 빠졌고, 온몸이 완전히 얼어붙었다.

그와 그의 가문이 오늘을 위해 얼마나 오래, 얼마나 많은 대가를 지불했던가.

300년이었다.

그렇다. 300년이 넘었다. 여씨 토사가 이미 300년이 되었으니, 대녕 제국이 성립된 시간보다 길었다.

황금 제국 시기에 그의 가문은 황금 가문에 가장 충성을 바치는 주구였을 뿐 아니라, 성을 몽씨로 바꾸기까지 했다.

그 시기에 여씨 가문의 영토는 부(府) 세 개가 넘는 규모인 데가 여씨가 성의 총독까지 맡았었다.

대녕 태조 황제가 병력을 일으켜서 황금 제국에 반란을 일으키자, 그의 가문은 두 세력으로 나뉘었다. 일부는 여전히 황금 제국에 충성을 바쳤고, 일부는 대녕 태조에게 의탁했다.

최후에 대녕 태조가 대승을 거두며 대녕 제국을 세웠다. 그때 그의 가문에 죽은 사람이 8할이요, 영토의 8할이 줄어들고 보잘것없는 토사가 되어버렸다. 그의 강여(岡厲) 가문의 일부 세력이 대녕 태조 편에 섰건만, 대녕 태조는 대단한 지략을 지닌 인물이라 그의 이런 행태를 좋게 보지 않았다. 강여 가문이 성을 한(漢)씨로 바꾸려 했지만 태조는 그 제안도 거절했다.

다시 백여 년 동안 가문을 이끌면서 얼마나 치욕을 당했고, 얼마나 피눈물을 흘렸던가.

결국 그는 인척과 맹우 막씨 토사를 배신하고 대녕 제국과 연합해서 막씨를 섬멸시켰다. 이에 그의 영토가 두 배나 확장되었다.

이어서 납포, 정염(井鹽), 비금 무역으로 번영을 누리면서 강해졌다. 서역 성화교를 배후로 둔 덕에 끊임없이 병력과 갑옷, 무도 고수들을 얻을 수 있었다.

꼬박 300년의 시간이었다.

마침내 그의 가문은 노비에서 주인이 되어 대염 왕국을 건국했다.

병력을 일으킨 지 반년도 안 돼서 군대는 7만에서 50여만이 되었다.

영토는 10만 제곱킬로미터도 안 되던 크기에서 70만 제곱킬로미터로 확장되었고, 인구는 2, 3천만으로 크게 확장되었다.

여여해 개인으로서도 최고로 휘황찬란한 순간이었다.

여여해는 절세 고수의 무도 수준을 넘어서서 천하 최강의 고수가 되었다.

그리고 곧 사천성을 병합해서 거대한 제국을 세울 수 있었다.

왕이라고 칭하는 건 고작 시작에 불과했고, 그는 천자가 되고 싶었다.

그의 휘황찬란한 순간은 고작 시작일 뿐, 미래에는 염태조 황제로 불릴 것이다.

이번에 그가 어째서 30만 대군을 거느리고 두변을 토벌하러 왔을까? 바로 천하에, 선조들께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바로 30만 대군의 하늘과 땅을 파괴시킬 만한 힘을 누리기 위해서였다.

30만 대군 아닌가? 표면적으로는 고작 반년 만에 얻은 대군이지만 실제로는 그의 가문이 300년간 분투한 성과였다.

그런데 고작 잠깐만에 그 대군이 완전히 사라져 버리다니.

이 세상은 너무나 불공평하다, 너무 불공평하구나!

여여해가 순간 짐승처럼 포효했다.

그 순간 사방 몇 리 안의 공기가 전율하고, 두변은 고막이 터질 것만 같았다.

마치 선사시대의 거대한 괴수가 미친 듯이 포효해서 사람을 벌벌 떨게 만드는 것 같았다.

경성.

아무리 절약한다고 해도 식량이 끊기다시피 하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끊기다시피 했다고 말한 이유는 아직 군대에 제공할 극소량의 식량은 남았기 때문이었다.

식량 창고가 불탄 지 석 달가량이 지났다.

본래 한 달여를 더 먹을 수 있었던 식량으로 무참히 석 달을 버텨야 해서 사람들은 매일 죽을 마셨다.

황궁 광장으로 나서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졌다.

그들은 소란을 벌이려는 게 아니라 먹을 걸 가져다 놓기 위해서였다.

나무뿌리를 캐오거나 야생 과일 등을 따와서 전부 황궁 대문 입구에 쌓아두었다.

그 뜻은 몹시 분명했다.

황제더러 반드시 버티라는 의미였다.

황제의 군대가 연달아 선전한 끝에, 경성의 백성들은 지금 제국 서남부에 충신 두변이 반란군과 혈전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대전에서 승리한다면 경성의 봉쇄는 종결되면서 식량이 곧 운반될 것이다.

물론 일반 백성들은 그 속에 담긴 논리 관계를 명확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거듭된 선전으로 모든 이가 그 점을 굳게 믿게 되었다.

사람은 절망적인 순간일수록 희망을 품는 게 중요하다. 아무리 지푸라기 한 줌이라도 손에 꽉 잡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애초에 살아갈 수가 없다.

지금 방계의 세력은 완전히 경성에서 물러나서 모든 여론은 황제가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니 두변은 보잘것없는 환관에서 제국의 당당한 영웅이자, 제국의 충신으로 변했다.

지금 두변은 부주성에서는 악명이 자자해져서, 악마와 같은 백정으로 거듭나서 아이들은 그의 이름만 들어도 울음을 그쳐 버렸다.

그에 비해 이곳 경성에서는 쌀 한 톨도 가져다주지 않았건만 도리어 백만 백성의 영웅이자, 구세주가 되어버렸다.

황궁 안.

황제는 앞에 미음 한 그릇을 놓은 채, 정말 배고픔을 참을 수 없을 때가 되어서야 한 모금만 마셨다.

그런 뒤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움직이지 않았다. 최대한 열량 소비를 감소시켜야 했다.

지금 황제는 피골이 상접할 정도였으며, 태자도 굶어서 뺨이 푹 들어갔다.

최근 서남에서 나쁜 소식들만 전해져왔다.

검각후는 공공연히 두변에게 욕을 퍼붓고는 두변의 사자를 쫓아냈다. 공공연히 황제를 무시하며 성도로 병력을 물렸다.

선성후 육전은 완전히 방계와 결탁해서 백색성을 공격하러 가버렸다.

이런 상황은 어떻게 봐도 반드시 죽을 국면이었다.

하지만 황제는 두변을 믿고 경성의 백만 백성을 이끌고 지금까지 버티고 있었다.

태자는 이미 희망을 품지 않았다. 그는 불합리해 보이는 기적 같은 걸 믿기 어려웠다.

심지어 그는 지금 두변이 이미 전멸했을뿐더러, 백색성은 이미 함락당한 게 아닌가 우려했다.

그런데 황제는 그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앉아서 움직이지 않았다. 한 시진마다 미음을 한 모금 마시면서 모든 생기를 써가며 두변의 소식만 기다렸다.

30분 뒤.

두변은 파멸의 화살 100대를 모두 쏘았다.

그는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제 일곱 대밖에 안 남았구나!

이게 사신의 무기인 건 맞지만 아쉽게도 일회용이었다.

다시 대룡보 앞의 거대한 공터를 보니, 수 리에 달하는 땅 위가 텅 비어 있었다.

시체마저 남지 않고 전부 잿더미로 변했고, 땅 위의 잡초까지 전부 사라졌다. 지면이 몇 촌이나 깎이면서 바닥이 몹시 특수한 상태로 변했다. 회백색 암석으로 변한 것이다.

그래서 지면 위는 몹시 평평하고도 매우 매끄러워 보였다.

여씨의 대군은 모두 다 죽지 않고 아직도 몇만 명은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 완전히 쓸모가 없어졌다. 그 수만 명은 전부 바닥에 무릎을 꿇고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지금 그들이 무릎 꿇는 대상은 여여해가 아니라 두변이었다.

이 순간 그들의 마음속에 두변은 거의 신이 되어 있었다.

방금 전의 그 장면이 그들에게는 실로 대단한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두변은 정말로 사신이 강림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의 화살이 가리키는 곳마다 지옥의 꽃이 피어났고, 그쪽에 있던 수천 명은 즉시 인간계에서 증발해서 흔적 없이 사라졌다.

처음에는 필사적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나중에는 도망쳐봤자 소용없다는 걸 깨달았다. 도망칠 만한 곳이 없었다.

이윽고 그들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필사적으로 하늘에 보우해달라고 기도했다. 두변이 그들을 용서해달라고 기도했고, 지옥의 꽃이 자신들의 머리 위에서 피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이윽고 수만 명이 정말로 백 번이나 지옥의 꽃을 피해서 마침내 살아남았다.

그건 당연히 우연한 확률이었다. 그쪽에 우연하게도 사람이 비교적 드문드문 모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변은 파멸의 화살을 쏠 때마다 가장 큰 파괴력을 발휘하기 위해 밀집한 곳을 선택해 화살을 쏘았던 것이다.

덕분에 이 수만 명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 이유 때문이라고 죽어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늘이 자기를 지켜주셨고, 사신 두변이 자신을 용서해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이 순간 그들은 더할 나위 없이 경건하고, 질서정연하게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여여해가 수십 미터 높이의 단 위에 서서 그 장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의 대군이 전멸했다!

무려 30만 대군이 전멸하다시피 했다!

나머지 몇만 명은 무릎 꿇고 있는 방향이 자신 여여해 쪽이 아니라 두변 쪽이었다!

온 가문이 300년간 분투해왔던 것이 전부 무로 돌아갔다.

그의 무시무시한 포효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뚝 그치고는, 푸악, 새빨간 피를 확 뿜어냈다.

여여해는 매와 같은 눈빛으로 두변을 쏘아봤다. 엄청난 살기가 충만한 눈빛이었다.

“두변, 이 환관 놈아. 네가 오늘 내 가문의 300년간의 심혈을 없애버렸으니, 내 반드시 너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겠다!”

이윽고 여여해가 갑자기 검을 쥐고 십여 미터 단 위에서 뛰어내렸다. 온몸이 검은 그림자가 되어 두변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에는 파멸의 힘으로 가득 차 있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그의 속도는 한계치에 달할 정도로 빨라서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절세 지하성의 무사 수천 명, 성화교의 고수 수백 명이 일제히 도검을 뽑아들고서 두변을 겹겹이 에워쌌다.

두변은 모든 정신력을 빠르게 달려드는 여여해에게 고정시켰다.

파멸의 화살에 지옥불을 붙이고, 그 색이 붉은색에서 다시 하얀색으로 변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런 뒤 여여해가 오는 방향을 계산해서 그쪽으로 화살을 쏘았다.

슉.

파멸의 화살이 몹시 정확하게 여여해의 바로 앞에 떨어졌다.

콰광!

역시나 무시무시한 지옥 화염이 터지고 직경 100미터 안의 모든 것이 전부 사라져 버렸다.

불빛이 흩어진 뒤 두변은 긴장한 채 그쪽 공터를 바라봤다. 하지만 여여해는 무사할뿐더러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

지옥불이 그를 태워 죽이지 못한 게 아니라 여여해의 무공이 너무 대단하고 움직이는 속도가 너무 빨랐기 때문이었다.

파멸의 화살이 아직 떨어지기 전, 지옥불이 아직 폭발하기 전, 여여해는 가장 빠른 속도로 100미터 밖으로 피해서 지옥불의 파멸 범위에서 멀어졌다.

검은색 번개가 번쩍하고 움직이듯이 여여해가 여전히 두변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두변은 극도로 침착하게 마음을 가다듬은 후 머릿속으로 재빨리 그의 이동 궤적을 계산했다.

그런 뒤 파멸의 화살 다섯 자루에 한꺼번에 지옥불을 붙였다.

슉, 슉, 슉, 슉, 슉.

화살 다섯 자루가 쏜살같이 날아갔고, 매섭게 땅에 떨어졌다.

지옥의 불길 다섯 개가 여여해를 모두 포위했고, 주위 4만 제곱미터 안이 전부 죽음의 지대이자 파멸의 지대가 되어버렸다.

아무리 절정의 무공을 가진 여여해라도 지옥불의 파멸 범위를 벗어날 수 없었다.

잠시 후, 지옥의 불길이 옅어지는 순간, 절정의 무공을 가진 여여해도 사라졌다.

그걸 본 순간, 두변은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

두변을 엄호하던 성화교의 고수들과 절세 지하성의 고수들도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두변은 시종일관 불안한 느낌이었다.

여여해처럼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강한 사람이 설마 이렇게 쉽게 죽을까?

역시나 그 생각대로였다.

바로 그때 쾅 하고 큰소리가 울리더니, 두변의 전방 10여 미터 지면에 갑자기 거대한 균열이 생기면서 여여해가 뛰쳐나왔다.

방금 전 지옥불이 터져나올 때, 그는 뜻밖에 가장 빠른 속도로 땅속으로 파고든 다음에 다시 두변 앞으로 뛰쳐나온 것이다.

그의 무공이란 이렇게 너무나 대단했다.

“주군을 보호하라!”

“대성주를 보호하라!”

성화교의 고수 수백 명이 가장 열광적으로 검을 휘두르며 여여해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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