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377화 (377/648)

377장: 방법이 바뀌었다.

여완완의 매혹적인 붉은 입술이 다가와 두변의 얼굴에 입을 맞췄다. 심지어 혀를 내밀어 얼굴을 핥더니, 마지막에는 두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여완완은 흐느끼는 말투였지만 눈빛만은 냉랭했다.

“잘생긴 동생, 나는 정말로 너를 죽이고 싶지 않아. 하지만 이 누나도 방법이 없다고. 두변, 너는 가장 확실하고, 가장 잔인한 죽음을 맞도록 해!”

이윽고 여완완은 장갑을 착용한 채 두변을 들고 바깥으로 나갔다.

문밖은 천연적인 동굴인 동시에, 대염 왕국 성화교의 비밀 제단이었다.

그 아래에 성화교군 수천 명이 빼곡하게 서 있었다.

여완완의 휘하에는 본래 성화교군 2만 명, 성화 친위군 2천 명이 있었다. 그들은 더할 나위 없이 강한 군대로, 신앙으로 이루어진 군대라서 열광적이며 강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기가 떨어진 상태에서 여완완이 쓰러지는 것까지 목격했다. 거기에 퇴각하면서 여여룡의 패잔군에 흐트러지는 바람에 두변에게 대규모로 당해서 지금은 수천 명밖에 남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 이 성화교군 수천 명의 눈은 전처럼 열광적이며 확신에 차 있지 않았다. 그보다 의심이 가득했고 사기도 많이 떨어졌다.

그들이 두변을 바라보는 시선이 몹시 복잡할 수밖에 없는데 심지어 경외감이 스치기도 했다.

여완완이 두변을 밀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형제들, 나는 너희들 가운데 많은 이가 내심 동요했다는 걸 안다. 바로 눈앞의 두변 때문이지. 너희 중 많은 이가 직접 그가 검에 몇 번이나 찔려도 죽지 않는 걸 보았다. 그의 온몸이 불붙은 것처럼 새빨개지는 것도 보았지. 그러니 그의 몸에 화신이 붙었다고 의심해서 차마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성화교군 수천 명이 본능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완완이 말했다.

“그 모든 건 사기극이다. 몰염치한 엄당 두변의 사기극이지. 몸에 검이 몇 번이나 찔려도 죽지 않고, 온몸이 불처럼 타오르는 것은, 모두 이자가 다른 이와 모의하고 벌인 연극에 불과하다. 바로 너희의 신앙을 기만하기 위해서지.”

다들 여전히 의심에 찬 눈빛이었다. 아무 근거 없는 말뿐이지 않은가.

여완완이 말했다.

“이제 나는 화신이 붙었다는 두변의 거짓을 밝혀내겠다. 우리 성화교가 숭배하는 것은 무엇이지? 너희가 믿고 숭배하는 건 무엇이냐?”

“화신입니다!”

성화교군 수천 명이 큰소리로 외쳤다.

“그럼 화신의 무기가 뭐냐?”

“지옥 성화입니다!”

“그렇다, 지옥 성화! 모든 걸 불태워버리고, 영원히 꺼지지 않고, 모든 걸 정화하는 지옥 성화지.

진정한 화신의 사자라면 불태워도 죽지 않을 것이다. 만약 두변이 지옥 성화에 타 죽어서 잿더미가 된다면 그건 무엇을 의미할까? 그건 그가 철두철미한 사기꾼이라는 걸 의미한다. 그가 불사의 몸이라는 것도 화신이 붙었다는 것 모두 거짓이라는 걸 의미하지!”

여완완은 큰소리로 외친 뒤 두변에게 다가가서 귓속말을 했다.

“이 세계에는 애초에 화신 같은 건 없지. 지옥 성화는 단지 이세계의 화염일 뿐이야. 하지만 모든 걸 불태우고, 모든 걸 정화할 수 있다는 말은 진짜야. 세상의 그 누구라도 지옥 성화에 불타면 즉시 연기로 사라지고 혼비백산해서 완전히 죽어버린다고. 부스러기 하나 남지 않고 말이야.”

이어서 여완완이 큰소리로 외쳤다.

“지옥 성화단을 열어서 두변을 지옥 성화에 던져서 무참히 불태워 버려라. 이 가짜 신을 철저히 불태워서 그의 정체를 폭로해라!”

쿠구궁.

성화교 대전의 중앙에 있는 문 네 개가 천천히 열리더니, 그 안의 불길이 드러났다. 장장 십여 미터 높이의 지옥불이었다.

하얀색 지옥불은 크기만 커졌을 뿐, 얼마 전에 두변을 집어삼켰던 것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두변은 성화교의 각각의 제단은 반드시 지옥의 성화 위에 지어져야 함을 깨달았다.

“앞으로 이어질 장면이 두변이 가짜 신이라는 것을 완전히 증명할 것이다. 그의 몰염치한 거짓말을 깨부술 것이다!

여봐라, 두변을 성화에 던져라!”

명령이 떨어지자 성화 친위병 여러 명이 다가와서 두변의 사지를 붙들고 거대한 지옥 성화를 향해 힘껏 던졌다.

여완완이 서늘한 눈빛을 하고 말했다.

“두변, 죽거라. 연기로 사라지고, 혼백까지 흩어져 버려라!”

황제는 방탁, 두회와의 결전에서 대승을 거뒀다. 수많은 대신들이 일제히 배신했을 뿐 아니라, 수보 방탁, 내각 대신 두회, 또 방계의 모든 군대가 경성에서 물러났다.

그 당시 제국의 권세가들은 대단히 충격을 받았을뿐더러, 어째서 방계가 그렇게 움직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방계가 그토록 강한데 어째서 황제에게 물러날까?

하지만 그렇게 되니, 제국의 거물들도 더 이상 황제의 칼날에 맞설 수 없었다. 선성후도 고분고분하게 군대를 거느리고 남하해서 두변과 호응해서 여여해를 공격할 준비를 했다.

찰나 간에 황권이 다시 일어선 것처럼 보였다.

경성에 있는 대신들은 저마다 황제 만세를 외쳤다.

오직 황제만 조금도 낙관하지 않으면서, 경성을 전쟁 준비 태세에 돌입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또 냉혹한 수단을 사용해서 곡물 상인의 손에 있는 식량을 모두 강매했다.

뿐만 아니라, 황제는 영설 공주에게 군대를 거느리고 식량을 징발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황제는 이성적일 뿐 아니라, 심지어 지혜로운 편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방계가 곧 보복할 방법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역시나 불과 며칠 뒤, 수로 운송과 해상 운송이 단절되었다.

방계의 보복 수단은 경성에 식량을 끊어지게 만들어서 철저히 봉쇄하는 것이었다.

대녕 제국의 경성에는 백만 인구가 있으니, 매일 천문학적인 식량을 소모한다. 게다가 모든 식량은 스스로 생산하는 게 아니라 전부 바깥에서 운송되어 왔다.

수로 운송과 해상 운송이 경성에서 식량을 마련하는 주요 원천이었다.

지금 하북, 산동, 하남 등 여러 성은 최근 2년간 가뭄과 메뚜기떼로 큰 피해를 입었다. 두변이 그 지역들을 지나쳤을 때, 수많은 굶주린 백성이 식량을 기다리며 집을 잃고 떠도는 모습을 보았던 것처럼.

대녕 제국의 주요 식량 생산 지역은 강남이었고, 북쪽으로는 최대 호북까지 식량이 생산되고, 더 북쪽으로는 죄다 식량 부족 지역이었다.

특히 경성에서 소비하는 식량은 강남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다. ‘소주부와 호주부에 풍년이 들면 천하를 부양할 만하다(蘇湖熟天下足)’는 옛말은 단지 속담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일이었다.

방계의 보복 방법은 악랄하면서도 효과가 있었다.

그들이 모시는 소군 전하는 직접적으로 모반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 대녕 제국이라는 귀중한 껍데기를 깨부수고 싶지 않은 나머지, 이렇게 악랄한 계책을 떠올렸다.

그들은 경성의 백만 인구를 인질로 삼아 황제를 압박했다. 전쟁의 방법이 바뀌었지만 더욱더 악랄했다.

그러니 이 소군이 방탁에게 병을 이유로 사직하고, 두회에게는 내각 대신 자리에서 물러나 절직 총독에 부임하라고 명령을 내린 것이다. 또 그런 이유로 자신의 군대를 경성에서 완전히 물린 것이고.

어쨌든 방계의 목표는 단 하나, 황제가 퇴위하도록 압박하는 것이었다.

자신들이 더 쉽게 통제할 수 있는 황제로 바꾼 뒤, 다시 까치집을 빼앗는 과정을 거치려는 것이다.

다행히도 황제가 미리 대비를 했다. 방계가 아직 경성을 철저히 봉쇄하지 않았을 때 군대를 동원해서 식량 상인들에게서 모든 식량을 강제로 구매했다. 경성의 곡물 상인뿐 아니라 주변의 모든 주와 현에 있는 상인들에게서도 전부 강매해버렸다.

그 며칠 동안, 모든 양곡상들이 매일 황제를 저주했다.

뿐만 아니라, 영설 공주가 군대를 거느리고 지주 가문에서도 대부분의 비축된 양식을 강매해왔다.

그 양식들을 철저히 모아놓은 뒤, 다시 균등하게 분배했다.

관직 여부와는 상관없이, 성년 남자는 모두 매일 양식을 반 근씩 받았고, 여자와 아이들은 매일 양식을 석 냥씩, 군대는 매일 여덟 냥씩 양식을 받았다.

황제는 매일 넉 냥, 황후는 석 냥, 태자는 매일 다섯 냥의 양식을 받았다.

이렇게 균등하게 분배하면 경성에 보존된 식량으로 반년은 버틸 수 있었다.

그러니 방계의 계책이 악랄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경성에 큰 난리가 나거나 굶어 죽은 사람은 없었다.

꼬박 한 달이 지난 뒤.

황제는 매일 양식을 넉 냥만 먹을 뿐 반 냥도 더 먹지 않았다. 그러니 밤에는 항상 죽을 마셔야 했다.

태자도 죽을 마시며 말했다.

“부황, 저희가 가진 식량으로 반년은 버틸 수 있지만, 그 이후가 되면 어떻게 합니까?”

“우리와 방계의 전투는 장기적인 싸움이다. 식량이 적은 것을 근심하지 말고 고르게 분배하지 못할 것을 걱정하거라. 군대가 배불리 먹을 수만 있고, 백성들이 가까스로 배를 채울 수 있으면 경성은 어지러워지지 않을 것이다. 경성이 언제 봉쇄를 풀고 안정을 찾을지는 두변에 달려있다. 그가 여여해를 토벌할 때, 경성의 봉쇄는 자연히 풀린다.”

“두변이 패배하면 어떻게 합니까?”

태자의 물음에 황제가 잠시 멈칫하더니 입을 열었다.

“두변이 패배하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겠지. 제국의 서남부가 함락되고, 황제는 죄기소를 쓰고 퇴위하고.”

지금 황제의 말투는 몹시나 평온했다.

황제가 말을 이었다.

“인과 관계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가 세를 조성하고, 황권이 부상했다는 표상을 만든 이유는 군부의 우두머리들을 위협하기 위해서고, 선성후와 검각후의 두 대군이 두변과 호응해서 여여해를 협공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지금 제법 효과를 거둬서, 선성후는 이미 남하해서 곧 광서 경내에 진입할 테고, 검각후의 대군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미 여여해와 소규모 전투를 벌이며 충돌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콰과광!

갑자기 황궁 서쪽에서 큰소리가 들리더니 불길이 하늘로 치솟으면서 날카롭게 ‘돌격하라!’는 소리가 들렸다.

불과 잠시 후, 황궁의 북쪽에서도 큰소리가 들리더니, 이어서 불길이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았다.

그런 뒤 남쪽에서도 같은 상황이 이어졌다.

황제는 몸을 흠칫 떨면서 안색이 창백해졌다.

태자가 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경성 전체가 떨리고 있었고, 돌격하라는 소리는 점점 더 커지며 고조되고 있었다.

곡물 창고에 사고가 생긴 것이다. 3대 곡물 창고에 모두 일이 터졌다.

지금 경성에는 황제에 충성하는 병력이 6만이 넘었다. 그중 곡물 창고를 지키는 병사의 수가 3만이 넘으니 웬만해서는 함락시킬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황제는 황궁 가장 높은 곳에 서서 3대 곡물 창고의 불길이 점점 더 높게 치솟는 걸 지켜봤다.

겨우 반 시진 뒤에야 서로 싸우고 죽이는 소리가 끝이 났다.

수많은 사람이 불을 끄고 있었다. 군대뿐 아니라 많은 백성까지 달려와서 물을 뿌리며 불을 껐다.

몇 시진 뒤.

영설 공주가 벌겋게 달아오른 눈으로 황제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옷은 온통 불에 그을린 자국으로 가득했다.

영설 공주가 쉰 목소리로 아뢰었다.

“적이 3천 명이나 잠입했습니다. 어쩌면 본래 경성에 잠복해 있던 사람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려 3천 명의 결사대가 전혀 알 수 없는 무기를 동원해서, 거의 순식간에 창고의 높은 벽을 깨부순 다음 필사적으로 방화했습니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그 불들은 전혀 꺼지지 않았습니다. 물을 뿌려도 소용없어서 흙으로 파묻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떤 불길은 심지어 흙으로 묻어도 소용이 없어서 모든 이가 필사적으로 불을 끄고 있습니다.”

영설 공주는 꺼지지 않는 불길이 황린(黃燐)으로 만든 불이며, 또 수많은 화유(火油)에 불을 붙였다는 걸 당연히 알지 못했다.

영설 공주는 거의 말을 잇지 못하다가, 깊이 숨을 한 번 들이키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적의 결사대 3천 명은 모조리 죽여버렸습니다. 우리 군대는 불을 끄기 위해서 천 명에 달하는 사상자가 나왔고, 무고한 백성 가운데 사상자는 만 명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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