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376화 (376/648)

376장: 그냥 던져놓고는 가버려?

지옥불 속에서 두변의 몸은 아주 조금씩 변해갔다.

황금빛을 뿜어내기 시작하는데, 색은 점점 더 짙어졌다. 마지막에는 불길 전체가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예상은 숨을 죽이고 그 모든 걸 바라봤다.

지옥불이 계속 불타는 와중에도 두변의 신체도 계속 변했다.

황금빛에서 점점 암흑의 색으로 변하면서 계속 어두워졌다.

결국 두변의 모습은 또다시 사라지고, 인체의 윤곽만 지닌 검은 그림자만 남았다.

이윽고 놀랍게도 지옥불이 점점 더 작아지고 있었다. 결국 지옥불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두변은 여전히 그곳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지만 여전히 무탈했다. 다만 온몸을 발가벗고 있어서 늘씬한 긴 몸이 조금 수척해 보였지만 얼핏 보면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 같았다.

아무리 남녀가 유별하다고 해도 예상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녀가 조심스레 다가갔지만, 두변은 혼절한 상태에서 아직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몸에 신비한 기운이 생겨서 미친 듯이 그의 단전과 근맥을 개조하고 있었다.

심지어 예상이 접근하는데 자신의 기운이 그를 교란시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녀는 지옥불이 방금 전에 사라진 이유가 두변이 그걸 체내로 집어삼켰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

지금 그의 단전과 신체가 지옥불의 기운을 용해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지옥불의 기운이 그의 신체를 개조하는 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북명 선조의 예언에서 숙명의 주인은 반드시 이 세계의 무도를 초탈해야만 대겁난이 일어나는 걸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지금 그녀는 두변을 건드리거나 움직이지 않으려고 했다. 그를 이동시킨다고 무슨 일이 나지는 않겠지만 예상은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았다.

이윽고 예상 선자는 옆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두변을 지켰다.

시간이 하루하루 지났지만 두변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의 단전과 근맥이 여전히 지옥불의 기운을 끊임없이 용해하고 있었다.

사흘, 닷새, 열흘, 열닷새, 열아흐레가 지났다.

예상은 애간장이 타기 시작했다.

두변의 몸을 걱정하는 건 아니었다. 두변의 몸은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고, 상황이 너무나 좋았을뿐더러, 아주 조금이라도 주화입마 할 위험성이 없어 보였다.

그녀가 애간장이 타는 이유는 북명검파에서 1년에 한 번 열리는 대회의가 곧 있기 때문이었다.

여심의 여지 없이 이번 대회의에서 반드시 누군가가 두변을 처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될 것이다. 그들의 눈에는 북명검파가 하늘이자, 그들 권력의 근원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두변이 만약 예언 속의 그 사람이 맞다면 그에게는 북명 종결자라는 또 하나의 신분이 생기는 셈이다.

예상은 북명검파가 어떤 사명을 위해 설립되었다고 생각했다.

그 사명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며, 북명검파 자체는 그 다음일 뿐이다. 북명은 어떤 이들이 막강한 권력을 누리기 위한 도구가 아니니까.

그녀는 반드시 북명검파에 돌아가서 장로회의 모든 이를 막아야 했다. 그들이 자신의 권세를 유지하기 위해서 온갖 계략을 써가며 두변을 죽이지 않도록, 반드시 그 모든 일이 일어나지 않게 막아야 했다.

그녀는 반드시 대회에서 자신의 제의를 발의해야 할 뿐 아니라, 사부 영도현을 설득해야 했다.

“두변, 1년에 한 번 열리는 북명 대회가 곧 시작될 거예요. 나는 반드시 돌아가서 장로회가 당신에게 주살령을 내리는 걸 막아야만 해요. 당신은 깨어나면 혼자 백색성으로 돌아가세요.

또 봐요. 두변, 당신이 가능한 빨리 북명검파에 오길 바라요.”

예상 선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발을 바닥을 한 번 딛고는 그대로 사라졌다. 공기 중에는 매혹적인 향기만 남았을 뿐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두변의 단전이 지옥불의 기운을 말끔히 용해했다. 그는 정말로 지옥불을 삼켜버린 것이다.

지옥불에 들어가는 순간, 그의 단전 안의 구양진경이 빠르게 회전하면서 지옥불의 기운을 아주 조금씩 집어삼켰다.

그렇게 해서 지옥불이 아주 조금씩 두변의 단전 안으로 들어왔다.

지금 두변의 단전 안에는 하얀 화염 하나가 끊임없이 타오르고 있었다.

두변이 물었다.

‘시스템, 이 지옥불은 무슨 용도가 있습니까?’

꿈속 시스템이 대답했다.

‘내가 말을 바꿔서 얘기하지. 교룡의 혈맥, 신성한 우물물, 우라늄 등이 너의 신체와 근맥을 철저히 개조한 건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지 않았습니까? 근맥이 개조된 뒤에는 오히려 크나큰 이득을 얻었는데요.’

‘그런 건 부수적으로 얻은 이익에 불과하다. 교룡의 혈맥이 네게 엄청난 기운을 가져다주긴 했지만 네 신체를 개조한 건 따지고 보면 네 신체를 강대한 에너지의 용기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지옥불은 그중 한 가지에 불과하고.’

이어서 꿈속 시스템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생각이나 해봤는가. 네가 힘껏 일장을 내리쳤는데 지옥의 불덩이가 천 미터나 멀리 날아가서 목표물을 맞히는 게 상상이나 되나?’

두변은 그런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전율이 일었다.

꿈속 시스템이 말을 이었다.

‘물론 아직은 몹시 요원한 일이다. 네 무도 수준도 대단히 높아야 하고. 지금 너의 현기 수준으로는 그렇게 큰 화염을 방출할 수도 없고, 화염을 그렇게 멀리 쏠 수도 없으니까.’

‘하지만 제 무도 수준이 그 정도 등급에 도달하면, 그 지옥의 불덩이 같은 공격은 육맥신검보다 훨씬 강한 것 아닙니까?’

‘그건 차원이 완전히 다른 공격이 될 것이다. 육맥신검은 전설적인 무도 비급이지만 여전히 무도의 범위에 속해 있지. 그에 비해 지옥의 불덩이 같은 공격은 전적으로 에너지 공격에 속한다. 또 온 세계에서 너 혼자서만 그런 공격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 장면을 상상해보았다. 일장을 내려치면 지옥의 불덩이가 날아가서 천 미터 밖의 목표물을 적중시킨다?

완전히 파멸적인 공격이 아닌가.

꿈속 시스템이 말을 이었다.

‘지옥불은 완전히 이세계의 에너지에 속한다. 정확히 말하면 이세계의 이세계에 속하지. 나중에 너도 알게 될 것이다.

너의 사명은 더할 나위 없이 위대하다. 이 세계의 무도를 초월해야만 그 사명이 성공할 가망이 있다. 네가 지금 비록 지옥불 공격을 시전할 수는 없겠지만 지옥불의 또 다른 대단한 효과를 곧 보게 될 것이다. 그건 전세를 완전히 변화시킬 것이다.’

두변은 기대감에 가득 부풀었다.

‘됐다. 너는 곧 눈을 뜰 수 있다. 하지만 먼저 알려줄 것이 있다.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을 것이다. 눈을 뜬 뒤에 또 다른 놀라운 기쁨이 너를 맞이할 테니까.’

시스템의 목소리가 조금은 이상하고 사악하게 들리기도 했다.

두변은 마음의 준비를 끝낸 뒤, 점점 의식을 되찾으면서 자신의 몸으로 돌아왔다.

눈을 뜬 순간, 두변은 욕설을 퍼부었다.

“이런 젠장!”

‘빌어먹을 시스템 같으니라고. 이게 어디를 봐서 기쁨이냐고!’

왜냐하면 그는 더 이상 지옥불이 있는 지하 동굴에 있는 게 아니라 기괴하고도 화려한 어떤 방 안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앞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모두를 쓰러지게 만들 정도로 경국지색의 미녀.

그와 피맺힌 원한이 있어서 두변의 살가죽을 벗기고, 힘줄을 다 뽑아버리지 못하는 게 한이라던 여완완!

여완완의 뒤에는 성화 친위병 백 명이 서 있었다. 무려 백여 명이 발가벗고 있는 두변을 둘러싸고 구경하고 있었다.

여완완이 웃으며 말했다.

“찾으려고 할 때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더니, 의식을 안 하니 도리어 찾아버렸군. 우리는 막 이곳에 성화교 비밀 제단을 지어놓았다. 내 성화 친위대가 지하 동굴을 탐색하다가 뜻밖에 거기서 발가벗은 남자가 서 있는 걸 발견했다더군. 그 남자는 내가 꿈에서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두변이었지. 그래서 그들이 너를 잡아왔다.”

두변은 한순간 할 말이 없었다.

‘예상, 당신 머리에 문제가 있는 거 아냐? 당신 혼자 북명검파 대회에 참가하러 갔으면 적어도 나를 백색성에 돌려놓든가 해야지. 나를 산속 동굴 깊은 곳에 그냥 던져놓고는 가버려?’

사실 이건 정말로 예상 선자를 탓할 수만은 없는 문제였다. 예상은 두변이 지옥불 기운을 용해하고 집어삼키는 동안 절대로 방해해서는 안 될뿐더러, 그를 이동시키는 건 더더욱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곳에 귀신 하나 없는데 하물며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이나 했을까.

하지만 일은 이렇게 공교로웠다. 요녀 여완완이 백 리 밖에서 성화교 비밀 제단을 지었고, 그녀 휘하의 성화 친위대가 사방 백여 리를 탐색했다. 그러다 동굴 속에서 마침 발가벗고 있는 두변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건, 진짜로 운이 없었다고 말할 수밖에. 물론 그들은 지옥불 같은 건 발견하지 못했다. 화염은 이미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에.

중요한 건 두변이 백여 리를 들려간 뒤 성화교 제단의 침상 위에 놓이기까지 했는데도 그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줄곧 그 동굴에 있는 줄로만 알았다.

여완완이 비길 데 없이 아름다운 얼굴을 들이밀면서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두변, 그 지하 동굴에서 뭘 하고 있었던 거지? 온몸을 발가벗고 말이야. 혼자 일부러 사람 하나 없는 지하 동굴까지 뛰어가서 남에게 말 못 할 일을 하고 있었던 건가? 한데 너는 환관이라서 혼자 그 짓도 못하잖아. 설마 무슨 환양대법(還陽大法)이라도 연습하고 있었던 거야?”

여완완이 두변의 아래를 힐끗 보더니 속삭이듯 말했다.

“이제 보니 성공한 것 같지는 않네. 작은 새가 축 처져서 고개도 들지 못하잖아. 아, 미안. 누나가 잘못 말했네. 큰 새네. 밑천은 작지 않은데 아쉽게 됐어!”

두변이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요녀, 하고 싶은 말이나 해. 나를 거열형에 처하고 싶은 거야, 아니면 능지처참하겠다는 거야?”

여완완이 소리쳤다.

“모두들 나가라!”

순식간에 모든 친위대가 깨끗이 물러났다.

여완완이 비수 하나를 뽑아서 두변의 가슴에 칼을 그었다. 순간 상처가 생기면서 새빨간 피가 흘러내렸다.

그런데 잠시 후, 두변 가슴의 길다란 상처 부위의 피부가 점점 엉기면서 멀쩡하게 되돌아왔다.

여완완이 더할 나위 없이 질투하는 눈으로 그 장면을 바라봤다.

“어쩐지, 그래서 내 성화교군이 너를 화신의 분신처럼 여겼군. 정말로 불사의 몸을 가진 것처럼 보여.”

여완완이 다가오더니 혀로 두변 가슴에 묻은 핏자국을 핥았다.

푹.

갑자기 그녀의 비수가 두변의 가슴을 찔렀다. 심장과 폐를 피해서 찔렀지만 두변의 몸이 관통될 정도의 깊이였다.

극심한 통증에 두변은 눈앞이 새까매졌다.

‘이 빌어먹을 요녀, 이 못된 것 같으니!’

비수를 뽑은 여완완은 놀랍게도 아무리 깊게 찔려도 두변의 상처가 점점 완쾌되는 걸 발견했다.

여완완이 냉랭한 말투로 말했다.

“이런 체질이라니, 너무 질투 나는데? 네가 그 불사자라고 일컬어진 탓에 내 성화교군의 사기가 크게 떨어졌고, 신령이 네 몸에 붙었다고 생각해서 내가 대패했거든. 그뿐 아니라, 심지어 지금 살아남은 성화교군 수천 명은 아직까지도 사기가 시들어버렸어. 나라는 성화 마녀가 그들 앞에서 쓰러졌기 때문이야. 그들은 나라는 성녀가 죽었다가 살아난 것도 가짜라고 의심하기 시작했어. 그렇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쓰러졌겠어? 그들은 네가 불사의 몸을 가졌다는 걸 믿고, 화신이 네 몸에 붙었다고 믿고 있어.”

요염한 말투였지만 그 안에는 냉랭한 살기가 가득했다.

“사기를 만회하려면, 다시 성화교군 수천 명의 절대적인 신임과 숭배를 받으려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너라는 가짜 신을 쓰러뜨린 뒤, 다시 불사의 기적을 펼쳐야겠지? 그렇다면 내가 어떻게 너라는 가짜 신을 쓰러뜨릴까? 당연히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너를 죽여서 네가 불사한다는 거짓말을 깨부숴야겠지.”

어쩐지 두변을 잡은 뒤에 여완완이 그를 바로 죽이지 않은 건 이런 식으로 써먹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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