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375화 (375/648)

375장: 지옥불

두변은 무탈하게 그곳에 서 있는 반면, 북명검파의 두 대종사는 보이지 않았다. 눈을 감고 냄새를 가볍게 맡자, 두 사람의 죽음의 기운만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두 대종사가 죽었다고?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지?’

이어서 예상 선자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기음음에게로 향했다. 기음음의 몸에 잔류한 특수한 기운을 느끼는 순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기음음이 우리 북명검파의 두 대종사를 죽인 건가요?”

두변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다시 무고한 어린아이로 변했습니다.”

예상 선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기음음을 힐끗 보며 말했다.

“기음음에 관한 일은 종주와 부인께서만 관여할 권한이 있어요. 한데 두변, 나는 반드시 당신을 데리고 북명검파로 돌아가야겠어요.”

두변이 말했다.

“지금 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에게 약속할게요. 내가 반드시 북명검파에 갈게요. 여씨를 완전히 섬멸한 뒤, 흡성대법 두루마리를 가지고 반드시 북명검파로 가겠습니다.”

예상이 냉랭한 말투로 말했다.

“전에도 말했듯이 세속의 일은 나와 무관해요. 게다가 당신에게 알려줄 게 있어요. 이도진이 당신을 위해서 은포 판결자 한 명을 죽여버렸어요. 그건 가장 큰 배신이라서 북명검파는 곧 전역에 지명수배를 내릴 거예요. 이도진이 비록 대종사를 돌파했지만, 당신은 그녀가 북명검파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두변을 그 말을 듣고 당황했다.

이도진이 나를 위해서 은포 판결자를 죽여버렸다고? 그건 언제 일어난 일이야?

한순간 그는 내심 감동스럽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했다.

예상이 말을 이었다.

“두변, 지금 북명 장로회에 있는 엄청난 세력이 당신을 죽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어요. 분명히 당신은 천형을 겪고도 죽지 않았건만 그들은 여전히 당신을 처결하려고 해요. 물론 난 그 원인을 전혀 모르겠어요. 그나마 내게 잡혀서 북명검파로 돌아가야만 당신이 조금이라도 살길을 찾을 수 있어요.”

예상 선자가 두변의 팔을 잡고 소리쳤다.

“두변, 정식으로 북명검파를 대표해서 당신을 체포합니다!”

이때 예상 선자가 손에 특수한 장갑을 착용하면서 두 사람의 피부는 완전히 차단된 상태였다. 그러니 피부 접촉을 통해 흡성대법을 시도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녀는 더이상 말없이 두변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이런 시기에 이곳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자신이 떠나면 백색성에 수장이 없게 된다. 이런 상황에 여여해가 수십만 대군을 거느리고 공격한다면 그대로 멸망의 재앙을 맞을 것이다.

더할 나위 없이 초조해진 두변이 갑자기 포효했다.

그런데 그 소리는 뜻밖에도 용의 소리였다. 이어서 두변의 온몸에 황금빛 교룡의 비늘이 솟아났다. 눈동자도 완전히 변해서 황금빛 동공으로 변했다.

한순간 예상 선자는 놀라서 넋이 나갔다.

그녀는 두변을 한참이나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북, 북명 장로회에서 어째서 계속 당신을 죽이려고 하는지 알겠어요.

최근에 당신 몸에 괴상한 일이 일어난 거죠? 몹시 경악할 만한 일이었는데 그걸 남들이 보게 된 거죠?”

“검 다섯 자루에 찔리고도 죽지 않았고, 몸에 솟아오른 황금빛 비늘이 드러났죠.”

예상 선자의 눈매가 가늘어지더니, 호흡이 다급하게 변했다.

“용의 비늘, 불사에 가까운 몸, 역시 그랬군요!”

이어서 그녀는 두변을 이끌고 밖으로 질주하면서 말했다.

“가요, 나와 어떤 곳에 가야 해요.”

“지금 절대로 백색성에서 떠날 수 없어요. 예상, 당신이 날 지켜보면 되잖아요. 반드시 북명검파에 갈게요. 하지만 여씨를 완전히 없애버린 뒤에나 가능해요.”

“당신을 북명검파에 데려가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당신을 다른 곳에 데리고 가려는 거예요. 만약, 만약 당신이 그 사람인 게 증명이 되면 나는 당신을 놔줄 거예요. 또…… 온갖 방법을 다해서라도 당신을 보호해줄 거예요.”

두변은 의아해져서 예상 선자를 쳐다봤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줄곧 예상 선자는 필사적으로 그를 체포하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 그녀가 자신을 백색성에 돌아가도록 놔주고 보호해주기까지 한다고?

“내가 누구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고요?”

“도착하면 당신도 알게 돼요!”

이어서 그녀가 말했다.

“이제, 난 당신을 혼절하게 할 거예요. 물론 절대 당신을 다치지 않게 할게요.”

그녀가 손바닥을 두변의 머리 위에 올리더니 몹시 특별한 기운을 뿜어냈다.

꿈속 시스템이 말했다.

‘저항하지 말로 그대로 혼절해라.’

두변은 놀랐지만 그 말대로 했다.

한순간 눈앞이 새까맣게 되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다시 깨어났을 때는 이미 깊은 지하 동굴 속이었다. 주변은 어두웠으나 앞쪽에 활활 타오르는 화염이 보였다. 하지만 그 화염은 붉은색이 아닌 흰색인 데다, 아무런 온기가 없었다. 얼핏 보면 인간계의 화염 같지 같고 지옥 속 화염 같다고나 할까.

예상 선자가 말했다.

“두변, 북명 장로회가 온 세상의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당신을 죽이려고 하는 건 아마도…… 당신이 북명 선조가 예언한 그 사람일지도 모르기 때문이에요. 그 숙명의 주인 말이에요. 당신 몸이 다섯 자루의 검에 찔려도 죽지 않았을뿐더러, 몸에 황금빛 비늘이 솟아났다는 게 남들에게 알려져서예요.”

“숙명의 주인이란 무슨 뜻입니까?”

“몹시 복잡하기도 하고, 지금 당신에게 알려줄 권한이 나한테는 없어요.

자 이제, 저 지옥불 속으로 들어가요. 만약 당신이 그 사람이라면 북명 선조께서 예언하셨던 것처럼 이 지옥불을 집어삼키고 정복할 거예요. 당신이 그 사람이 아니라면 당신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어서 혼비백산해 버리겠죠.

두변, 당신이 북명 선조께서 예언한 그 숙명의 주인이라는 게 증명된다면, 그럼…… 나는 온갖 방법을 다 써가며 당신을 보호할 거예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당신을 보호하겠어요.”

“당신은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나요? 당신의 사부도 어쩌면 그 일을 알고 있는데, 북명 장로회가 나를 죽이려고 하는 걸 묵인하는 건 아닌지 말이에요.”

북명 선조가 한 예언에 대해서는 북명 종주뿐 아니라, 천기도주 강노귀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강노귀는 일부러 그 예언이 일어나도록 촉진시켰다. 적어도 두변 몸 안의 교룡의 피는 그가 준 것이었다.

예상 선자가 말했다.

“당신을 체포하되 죽여서는 안 된다는 최후의 명령은 바로 내 사존이 내리신 거예요.

난 다른 사람이 어떻게 되든 상관 안 해요. 당신이 그 숙명의 주인이기만 하면 반드시 전력을 다해 당신을 보호할 거예요!”

“하여튼 당분간 당신을 따라 북명검파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나는 백색성에 돌아가야 합니다.”

두변의 말에 예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가능해요!”

“북명 선조가 예언한 그 사람이 몹시 중요한 겁니까?”

예상 선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몹시 중요한 데다, 몹시…… 두렵기도 해요. 심지어 그 사람은…….”

그녀는 말을 제대로 끝맺지 못했다.

“이제 가세요. 지옥불로 걸어가요. 당신이 저걸 정복할 수 있다면 당신은 북명 선조가 예언한 그 사람인 거예요. 당신이 그 사람이 아니라면 당신은 연기로 사라져서 혼비백산하겠죠.”

두변이 숨을 깊이 들이마신 뒤, 그 하얀색 지옥불을 향해 걸어갔다.

꿈속 시스템이 갑자기 말했다.

‘지옥불 정복 임무 개시, 임무 포상은 견줄 수 없을 정도이다!’

지옥불이 드문 것은 아니었다. 이 세계에는 대지의 균열 깊숙한 곳에 어렵지 않게 지옥불의 종적을 볼 수 있었다.

대녕 제국의 서남부는 대지의 균열이 가장 빈번하게 있는 곳이라서 예상도 어렵지 않게 지옥불이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지옥불이란 대체 무엇일까?

그 원리는 설명하기 몹시 어렵지만, 어쨌든 그건 가장 강력한 화염이었다. 그것은 이세계에서 온 에너지이며 모든 것을 불태울 수 있었다.

게다가 지옥불이 불태운 물건은 아무런 잔해를 남기지 않고 곧바로 연기로 사라진다. 그러니 지옥불에 타죽은 사람은 시체도 남기지 않고 혼백도 남지 않았다.

그러니 가장 두렵고도, 가장 사악하며, 가장 강력한 화염이지 않은가.

대녕 제국의 성화교가 무엇을 숭배할까?

바로 이 지옥불이었다. 모든 걸 불태워버리며, 정화해버리는 지옥불!

성화교의 전설 속에서 지옥의 성스러운 불은 화신(火神)의 무기였다.

두변은 눈앞에 있는 거대한 지옥불을 바라봤다. 4, 5미터 높이의 지옥불은 그렇게 허공에서 까닭 없이 불타고 있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창백한 빛깔의 화염이었다.

게다가 가까이 다가가도 아무런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두변은 그 지옥불에 점점 더 가까워졌다.

예상 선자는 숨을 멈춘 채 두변을 바라봤다.

북명 선조의 예언 속에서 그 사람은 숙명의 주인일 뿐 아니라, 북명검파를 종결시키는 사람이었다. 그것이 바로 북명검파의 장로회가 온갖 비난을 감수할 뿐 아니라, 북명검파의 규칙을 위반하면서까지 두변을 죽이기 위해 대종사급 고수 두 명을 보내는 이유였다.

천기도주는 두변의 미래를 보았고, 영도현도 두변의 미래를 보았다.

천기도주는 심지어 두변의 미래를 촉진시키려 했다. 영도현은 본래 그를 죽이려 했지만 종국에는 포기해버렸다.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로 현재의 사람을 벌주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그에 비해 북명검파 장로회의 다른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들은 두변을 치명적인 위협으로 간주해서 사람을 보내서 죽이려고 했다. 기음음이 구해주지 않았다면 예상이 필사적으로 달려왔다 해도 때는 늦었을 것이다.

하지만 예상 선자는 두변이 그 사람이기를 더할 나위 없이 갈망했다. 두변이 북명 선조가 예언한 그 숙명의 주인이기를 원했다.

어떤 사명은, 어떤 숙명은 끝내 누군가가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코앞이 지옥불이었지만, 여전히 화염에서는 아무런 온기도 느낄 수 없었다.

후우.

두변은 길게 마지막 숨을 내쉬고는, 거대한 지옥불 속으로 들어갔다.

화르륵.

순식간에 두변이 입은 옷과 몸에 지닌 모든 것이 전부 연기로 사라졌다. 이어서 그의 의식도 고작 몇 초 뒤에 사그라들었다.

애초에 타거나 눌어붙는 과정도 없었고, 몸에 비늘이 돋아나는 것도 없었고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그렇게 곧바로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한순간 예상 선자는 가슴속이 냉랭해지면서, 마음이 끝없이 아래로 가라앉았다.

‘두변은 북명 선조께서 말씀하신 그 사람이 아닌 건가?

하지만 그날이 곧 다가온다고 하지 않았나? 그 사람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는데 예정된 재난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걸까?’

예상 선자는 두변에게 호감을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 진심으로 두변이 그 사람이기를 바랐다.

그는 예언 속의 말과 너무나 꼭 닮았다.

황금빛 교룡의 비늘, 진정한 용의 목소리, 도검으로 찔려도 죽지 않는 것 등 말이다.

하지만 두변은 지옥불로 걸어들어간 다음에 곧바로 사라졌다.

잠시 후에 예상 선자는 보검을 짚고 주저앉고 말았다. 그녀는 낙심했다.

북명검파는 더 이상 순수하지 않았다. 동아(東亞) 무도를 제패한 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절대적인 권력이 절대다수의 부패를 초래했다. 많은 이가 북명검파를 창립한 선조의 초심을 잊어버렸다.

하지만 예상은 초심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초심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누구든 죽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또 누구에게든 노여움을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낙심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두변의 모습이 불길 속에 다시 나타났다.

정확히 말하면 그의 신체가 아주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방금 전에는 사라진 게 아니라, 화염에 불타면서 그의 온몸이 화염과 같은 색깔로 변해서 지옥불의 일부가 된 것으로 보였다. 그러니 얼핏 봤을 때, 곧바로 연기처럼 사라진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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