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356화 (356/648)

356장: 백색대전(百色大戰) 四

“안 돼!”

계표표가 이성을 잃을 것처럼 비명을 질렀다.

준종사급 고수 다섯 명이 검을 뽑으며 두변의 몸에 난 구멍 다섯 개를 바라봤다.

그들은 두변이 의심할 여지 없이 죽을 것이라 믿었다.

계표표와 기세 소성주는 적들에게 완전히 매여 있던 터라 준종사 다섯 명은 전투가 끝났다고 생각한 나머지 잠시 방심하고는 곧바로 얼굴에 착용한 특수한 가면을 벗었다.

이 가면은 정신력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그들의 정신력까지 차단해 버리기도 한다. 그런 상태에서는 눈과 귀가 단단히 가려진 것처럼 몹시 괴로울뿐더러 위험하기도 했다. 게다가 장기간 이 가면을 쓰고 있으면 정신과 뇌 영역에 적지 않은 피해를 입게 된다.

성화교 고수들이 이런 가면을 쓴 이유는 두변이 정신력 공격을 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들은 그 점에 대해 콧방귀를 뀌었다. 정신력 공격이 얼마나 심오한 무공인데 두변 같은 중원 왕조의 보잘것없는 환관이 그걸 할 줄 안단 말인가?

역시나 이렇게 쉽게 두변을 해치우지 않았나. 어디 정신력 공격이랄 게 있기나 했나?

다섯 명은 검으로 두변의 몸을 꿰뚫고는 바로 방심해 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

두변이 갑자기 눈을 뜨더니 다섯 손가락을 힘차게 튕겼다. 다만 이번에 발사한 건 육맥신검이 아니라 단혼영 공격이었다.

성화교의 고수 다섯 명은 본능적으로 공격을 막았다. 두변이 죽지 않았다는 점이 경악스럽기는 했지만 육맥신검 정도야 싶어서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곧 이런 종류의 공격은 전혀 막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다섯 명의 뇌 속으로 귀신 같은 기운이 파고들더니 매섭게 폭발하는구나, 느끼는 순간, 그들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대단히 짧은 시간 내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필경 이 성화교 고수 다섯 명은 정신력도 막강하리라. 아무리 그들이 경계심을 풀고 방비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길어야 0.5초면 바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0.5초만으로도 충분했다.

두변은 손에 쥔 도룡검을 힘차게 그었다.

솩.

순식간에 성화교의 준종사급 고수 다섯 명은 몸이 반 동강 나면서, 온몸이 허리에서 절단되었다.

“으악!”

처참한 비명소리와 함께 다섯 명이 동시에 죽었다.

나머지 종사급 고수 다섯 명은 두변이 살아난 모습에 충격을 받고 말았다.

성화교에는 가장 중요한 항목이 하나 있는데, 화신(火神)을 믿는 자는 결코 죽지 않으며 설령 몸이 죽더라도 극락천국에 간다는 믿음이었다. 게다가 진정한 화신의 대변자는 불사의 육체를 갖는다는 것이다.

두변이 검 다섯 자루에 관통 당했음에도 죽지 않고 다시 살아났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두변도 화신의 대변자라는 말일까?

이런저런 생각에도 불구하고 이 다섯 명이 가장 먼저 보인 반응은 즉시 달려가서 성화 총본부에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때, 계표표의 사형 네 명이 전부 달려왔다.

사형 네 명 중 세 명이 종사급 고수였다. 그들은 각자 중요한 전투 임무를 맡고 있었다. 여완완의 성화교군 2만 명 중에는 무도 고수가 많기 때문에 성벽 위에 일정 거리마다 반드시 무도 고수가 한 명씩 배정되었다. 그렇지 않고 적의 무도 고수가 어느 쪽 성벽을 돌파하기라도 하면 감당할 수 없는 결말을 맞게 되니까.

계표표의 네 사형뿐 아니라 절세 지하성의 고수들도 성벽 위 일정 거리마다 배치되었었다.

그러다 각각의 자리에서 두변이 공격을 받는 상황을 보고는 즉시 달려왔다.

하지만 모든 일이 너무 빠르게 일어났다. 두변의 몸이 검에 꿰뚫리는 걸 보고는 순식간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두변은 이 군대의 절대적인 수장으로, 그가 죽으면 심지어 이번 전투는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고 더 이상 싸우지 않아도 그대로 패배하게 된다.

하지만 조금 전에 일어난 그 장면은 그들을 정말 놀라게 했다.

두변이 독검 다섯 자루에 몸이 관통되고서도 죽지도 않았을뿐더러,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반격해서 성화교 고수 다섯 명을 전부 죽여버려?

계표표의 사형 네 명이 힘을 더하니, 계표표와 기세 소성주가 받고 있던 압박감도 조금은 완화되었다.

잠시 후에 다시 절세 지하성의 고수 몇 명이 달려오자, 성화교 종사 다섯 명은 완전히 열세에 처하고 말았다.

갑자기 그들이 두변이 알아듣지 못할 말을 내뱉었다.

그러더니 성화교 고수 한 명이 갑자기 독환을 냅다 내리쳤다.

성화교 고수들은 바로 이렇게 몸에 각종 독과 비장의 무기를 가지고 다녔다.

독환을 던지는 순간, 그들 다섯 명은 즉시 줄행랑을 칠 것이니, 이곳에 남은 계표표 등 고수들이 다 위험한 지경에 처할 것이다.

다만 이런 독환이 성화교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진귀한 물건이라서 중요한 순간이 아니면 절대로 쓰지 않았다. 지금 이 독환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네들이 궁지에 몰렸다는 의미였다.

그렇지만 그들이 독환을 막 던지자마자 두변이 한 손으로 받아버렸다.

시스템이 일깨워준 덕에 그는 0.5초 앞서 움직여서 터지려고 하는 독환을 손에 받아들더니, 그대로 입안에 넣었다.

독환이 매섭게 폭발하는데, 두변의 입 쪽이 환하게 밝아지고 온몸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변했다.

하지만 벽사단이 작용한 덕에 두변 몸의 불꽃색은 점차 사그라들더니 잠시 후 마침내 완전히 사라졌다.

성화교 고수 다섯 명은 본래 독환을 터뜨린 뒤에 넷은 도망치고, 한 사람이 그 자리에 남아 최대한 많은 이를 죽이려고 했다.

그런데 그 독환을 두변이 손으로 받아서 입안에 넣었는데도 저렇게 여전히 무탈할 줄이야.

한순간 난감한 정적에 휩싸여 버렸다.

솩, 솩, 솩.

무공이 가장 고강한 기세 소성주가 그 틈에 나서서 순식간에 성화교의 종사급 고수 한 명을 죽여버렸다.

이어서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고수를 죽였다.

계표표와 기세 소성주, 다른 고수 십여 명이 일제히 두변을 둘러싸고 그의 부상 정도를 살폈다.

그들은 두변의 몸에 적의 검 다섯 자루가 꿰뚫리는 걸 분명하게 본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지금 그 상처 다섯 개가 저절로 치유되고 있었다. 육안으로 볼 수 있을 속도로 상처가 낫고 있었다.

잠시 후, 꿰뚫린 상처는 완전히 사라지고 처음처럼 회복되었다.

계표표, 기세 소성주, 모든 절세 지하성의 고수가 지금 느끼는 심정을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을가.

몸이 검에 찔렸는데도 순식간에 상처가 나을 수 있나?

독환이 폭발했는데도 무탈할 수 있는 건가?

자신들의 수장은 죽여도 죽지 않는 사람인 건가?

이건 무엇일까?

이건 애초에 사람이 아니라, 신이 인간계로 내려온 게 아닌가?

기세 소성주는 내심 더할 나위 없이 충격을 받으며 감격했다. 이제 보니 자신들의 대성주가 뜻밖에도 신인(神人)일 줄이야!

“대성주, 만세, 만세, 만만세!”

기세 소성주는 그곳이 전장이라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갑자기 한쪽 무릎을 꿇더니 큰소리로 외쳤다.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절세 지하성 고수 십여 명도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두변이 불사의 기적을 펼쳐 보였으니, 숭배의 마음과 충성도가 폭등할 수밖에.

그에 비해 성화교군은 화신에 대한 신앙심이 가장 깊고 경건한 자들이었다.

많은 이가 세상에 신이 없다고 믿지만, 그들은 절대적으로 신을 믿었다. 게다가 그들은 이미 자신의 일생을 화신에게 바쳤다.

그런데 화신을 믿는 자들에게 신의 기적이란 바로 죽어서 다시 살아나는 것, 불사의 몸을 갖는 것이었다.

여완완이 어떻게 성화교의 화마(火魔) 성녀가 될 수 있었나? 그녀가 부활의 연극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이 성화교군은 여완완의 가장 직계 군대가 되어서 여완완에게 무한한 충성을 보이며 열광적으로 그녀를 따랐다.

하지만 여완완이 부활했다는 이야기를 그들이 직접 목격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소문으로 들었을 뿐.

그에 비해 두변이 불사의 몸을 가진 건 그들이 직접 목격한 것이다.

성화교는 어떠한 적도 두려워하지 않지만, 오직 화신의 뜻을 두려워했다.

두변이 불사의 몸을 가졌다는 건 어떻게 보면 신의 뜻을 나타내는 게 아닐까?

그러니 그 장면을 본 성화교군은 순식간에 사기가 떨어지면서, 자신의 주인 여완완뿐 아니라, 자신의 사명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상대방의 주인 두변은 불사자이니, 그건 신의 뜻을 나타내는 게 아닐까?’

‘그런데 나는 불사자의 군대와 적이 되었으니, 그건 신의 뜻을 거스르는 게 아닐까?’

그러니 영문도 모르게 그 구역에 있는 성화교군의 전투력이 급속도로 사그라졌다.

그에 비해 절세 지하성의 무사들은 사기가 급등했을 뿐 아니라, 전투력까지 폭등했다. 그들은 성화교군과 반대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관건은 설령 전장에 있을지라도 이런 종류의 소문은 쏜살같이 퍼진다는 것이다.

절세 지하성의 무사들이 미친 듯이 신의 기적을 전파했다.

“우리 대성주께서는 불사의 몸을 가지셨다. 수많은 사람이 직접 본 것이야! 그분은 신룡의 뜻을 대변하고 계시다.”

“우리 대성주께서는 검 다섯 자루에 몸이 관통되고도 무탈하시다고. 게다가 빠른 속도로 완쾌됐어. 그건 신룡이 몸에 붙은 거지.”

성화교군도 똑같이 어떤 말을 전파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은 고통과 스스로를 의심하는 마음이 뒤섞여 있었다.

“우리 성녀는 화신의 보살핌을 받아서 죽었다가 되살아났어. 한데 적의 주군인 두변은 뜻밖에 진정한 불사의 몸을 지녔어. 수많은 사람이 다 직접 목격했다고. 그자는 검 다섯 자루에 몸이 꿰뚫렸지만 몹시 빠른 속도로 상처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고.”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어떻게 그런 거야?”

“화신의 대변자만이 불사의 몸을 가진다고. 어째서 적의 주군도 불사의 몸을 가지고 있지? 설마 그도…… 화신의 대변자인가?”

“게다가 방금 전에 많은 이가 똑똑히 보았어. 적의 주군 두변은 몸이 갑자기 새빨개져서 완전히 화염과 같아졌어. 그건 어쩌면 화신이 그의 몸에 붙은 걸지도 몰라.”

“맞아. 나도 똑똑히 봤어. 두변의 온몸이 화염이 불타는 것 같았다가, 곧 빠른 속도로 그런 모습이 사그라들었어.”

신비로우면서도 강한 성화교군의 시선은 더 이상 확고하면서도 열광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회의감에 빠져 있었다.

한쪽은 사기가 폭등한 반면, 한쪽은 사기가 저조해지고 말았다.

두변이 지키던 남쪽 성벽의 전세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본래 열세에 처한 두변 대군이 이제 완전히 우위를 점한 것이다. 절세 지하성의 무사 수천 명이 역전을 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성벽 위에서 화염과도 같은 불꽃색 갑옷을 입은 성화교군이 점점 더 줄어들었다.

여완완은 그 장면을 보고 완전히 경악했다.

바로 반 시진 전만 해도 그녀의 성화교군이 파죽지세로 공세를 펼치며 우위를 점했다.

이번 전투에서 사륭석 부대가 패배하는 건 별일 아니었고, 심지어 여여룡 부대가 패배해도 상관없었다. 성화교군이 대승을 거두어서 두변의 주력 대군을 전부 섬멸하기만 하면 승리는 떼놓은 당상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국면은 가장 뛰어난 성화교군이 뜻밖에 패배하기 직전이었다.

전장에서의 형세는 완만하게 전개되는 게 아니다.

특히 한쪽에 패배하려는 기세가 나타날 때, 그 상황을 기적적으로 역전시키지 않으면 완만하게 패배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갑자기 붕괴하게 된다.

이른바 산이 무너지듯 걷잡을 수 없이 패배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런데 지금 그런 국면이 곧 나타나려고 했다.

두변이 불사의 기적으로 병사들을 전율시킨 건 이런 상황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에 불과했다.

또 다른 원인은 사륭석 부대가 거의 전멸한 후 무사 이천 명이 남아서 서쪽 성벽을 지키고, 부홍빙이 남은 무사 4천여 명을 이끌고 두변의 남쪽 성벽으로 돌진하는 와중이었다.

그와 동시에, 남쪽 하늘가에서 이릉이 거느린 수천 대군이 맹렬한 기세로 달려왔다.

여씨가 걷잡을 수 없이 패배하는 순간이 본격적으로 도래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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