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352화 (352/648)

352장: 전투의 전주(前奏)

백색성.

쿠구궁.

여씨의 10만 대군이 새까맣게 펼쳐져서 끊임없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백색성, 지하실 안.

“으아아악!”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고, 벽에 머리를 박는 소리도 들렸다.

“사공엽, 이 멍청아, 이 멍청아. 너는 어째서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거냐?

이미 두 달이 지났는데도 너는 어째서 여전히 이 상태인 거야?

네가 그러고도 자칭 천재라고 해? 뻔뻔하다. 극도로 뻔뻔해!”

그를 욕하는 다른 사람은 없었고, 난쟁이 선지자 사공엽이 스스로를 욕하며 필사적으로 머리를 벽에 부딪치고 있었다.

전투가 곧 터질 텐데 그는 아직도 비밀 대규모 살상 무기를 성공시키지 못했다. 이미 수백 번이나 실험했는데도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의 앞에는 연금술에 쓰이는 기구가 가득 쌓여 있었다.

그 안에는 각양각색의 액체가 들어있었는데 이 액체의 핵심은 절세 지하성의 오염된 신성한 우물물이었다.

그는 이 오염된 우물물을 이용해서 놀라운 대량 살상 무기를 만들어내려고 했다.

아주 자그마한 영감과 단서가 떠올랐었다. 하지만 그 영감이 뭉텅이처럼 뒤엉켜 있어서 실마리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수백 번의 실험이 전부 실패로 끝났다.

사공엽은 자신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었다.

자신이 천재라는 건 어쩌면 거짓이 아닐까?

“으아아악!”

사공엽은 비수를 꺼내서 자신의 팔을 한 줄씩 그었다. 팔에서 피가 줄줄 흘렀다.

두 달 동안 이번이 다섯 번째 자해였다.

매번 크나큰 희망을 품었지만 크게 실망하는 결과가 나올 때마다 그는 참지 못하고 자해했다. 그래야만 마음속에 있는 고통이 희석될 것만 같았다.

덕분에 지금 그의 두 팔은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렸다.

두변이 재빨리 달려와서 사공엽의 비수를 빼앗더니 힘껏 부러뜨렸다.

“대성주, 대성주. 내 생각에 난 애초에 무슨 연금술의 천재가 아닌 것 같습니다. 나는 쓰레기예요. 폐물이라고요…….

당신이 분명 나를 잘못 본 겁니다. 그렇게 큰 대가를 들여서 나를 끌어들였는데 사실, 나는 폐물이었어요!”

사공엽이 바닥에 앉아서 큰소리로 울부짖었다.

“적은 이미 성 밑에 도달했는데 난 아직 비밀 무기를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아주 조그마한 실마리도 찾지 못했어요! 난 폐물이에요. 나 같은 추악한 난쟁이는 애초에 이 세상을 살아갈 자격이 없어요!”

이윽고 그는 또 자신의 머리를 땅에 찧기 시작했다.

두변이 다가가서 그의 머리를 단단히 붙잡고 분명히 말했다.

“사공엽, 당신은 천재예요. 당신은 천재인 겁니다. 알겠어요?”

“정말입니까?”

사공엽이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두변을 바라봤다.

“당신은 절대적인 천재예요. 당신은 본능적으로 오염된 신성한 우물물 안에 더할 나위 없이 강대한 두 가지 기운이 담겨 있는 걸 알아차렸잖습니까. 게다가 그건 상호 배척하는 기운이에요. 그 두 가지 기운이 충돌하도록 활성화시키기만 하면 거대한 파괴력이 폭발해 나올 겁니다. 그 점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당신은 천재가 맞아요.”

“하지만 난 그 두 가지 기운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겠습니다. 이미 수백 번이나 실험했건만, 두 달이 지났는데 조그마한 진전도 없습니다.”

“조급해하지 말아요! 어쩌면 어느 날, 당신의 머릿속에서 구천(九天) 밖에서 온 것 같은 영감이 떠올라서 모든 게 쉽게 풀릴 수 있어요.”

두변이 말한 것도 사실이었다. 역사상 위대한 과학자들이 크나큰 성과를 발견한 건 그들이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데다 나태해지지 않고 험난하게 투쟁한 결과이리라. 하지만 구천 밖에서 온 것 같은 운과 영감 역시 재능 및 노력과 마찬가지로 중요할 뿐 아니라, 어쩌면 가장 중요한 요소들일지도 모른다.

사공엽이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전투가 곧 발발할 테고, 적의 10만 대군이 이미 도착했잖습니까.”

쿠구궁.

지하실에서조차 10만 대군이 성벽에 가까워지는 소리를 뚜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건 거대한 괴수가 끊임없이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대지 전체가 흔들리고 실험실 안에 있는 모든 기구가 흔들렸다.

두변이 말했다.

“괜찮아요. 이번 전투에서 우리는 그 비밀 무기를 내보이지 않아도 돼요. 이번 전투에서는 우리 수중에 있는 힘만으로도 이길 수 있어요.”

“정말입니까? 적은 10만입니다. 무려 우리보다 세 배나 많아요!”

“정말이죠. 나는 우리가 이길 거라고 보증할 수 있어요. 이길 뿐 아니라 최소한의 사상자를 내면서 최대의 승리를 얻을 수 있어요. 내가 보증해요. 그러니 당신은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천천히 해요.”

“알겠습니다. 나는 급하지 않습니다, 급하지 않아요…….”

난쟁이 선지자 사공엽은 필사적으로 심호흡을 하면서 자신을 진정시켰다.

“대성주, 나가주십시오. 실험을 계속해야겠습니다.”

두변은 본래 그에게 며칠 밤낮을 자지 않았으니 좀 쉬라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극도로 흥분한 사공엽을 보자, 이럴 때 그에게 잠을 자라고 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사공엽은 반드시 자신의 정력을 다 쏟아버리고 난 뒤에야 잠시 잠을 청할 것이다.

“네, 그럼 일을 보세요. 하지만 급하지는 않다는 것 잊지 말아요.”

두변은 사공엽의 어깨를 힘을 주어 잡아준 뒤, 지하실을 나왔다.

성벽 위에 도착해서 성 밖을 본 두변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가 생전 10만 대군을 본 적이 있을까.

마침내 그 장관을 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애초에 영화의 장면과도 견줄 수 없는 장관이었다.

병사가 1만이 넘어도 끝도 없이 펼쳐져 보이는데, 병사가 10만을 넘으니 완전히 하늘에까지 닿는 것처럼 보였다.

성 밖 들판이 전부 새까매서 땅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저 새까만 파도가 곧바로 두변의 백색성을 철저히 침몰시킬 것만 같았다.

2천 미터를 사이에 두고 불꽃색 마차 한 대가 달려오는데, 그 모습이 마치 움직이는 소형 궁전 같다고나 할까.

대염 왕국의 성화교 성녀 여완완이 그 이동하는 궁전 안에 서 있었는데 선녀처럼 아름다우면서도 마귀처럼 요염했다.

그녀 주변은 온통 불꽃처럼 붉은데, 성화교 군대 2만 명은 10만 대군 중에서도 가장 열광적일 뿐 아니라 가장 뛰어난 군대였다.

여여룡은 좌측에서 여씨의 정예 군대 3만을 통솔하고 있었다. 갑옷을 입은 그들의 모습은 은빛 군진(軍陣)이었다.

산처럼 웅장한 모습의 사륭석은 우측에서 5만 대군을 통솔했다. 4만은 투항한 사람들, 1만은 그의 사륭 부족의 만군(蠻軍)이었다. 코끼리 수십 마리가 하늘을 가를 듯 포효했다.

여완완이 명령을 내렸다.

“마셔라!”

명령이 떨어지자 전군이 술 주머니를 빼서 몇 모금 들이켰다.

다른 이의 술 주머니 속에 있는 건 진짜 술이었지만 사륭석의 5만 대군이 마신 술에는 성화교의 마약이 섞여 있었다.

술을 마신 뒤, 5만 대군의 눈이 점점 붉게 변하더니 온몸의 피부가 새빨갛게 변했다. 정신은 완전히 고조되어서 하늘을 날아오를 것만 같고, 온몸에 강한 힘이 솟구쳤다. 모든 두려움이 사라지고, 무한한 초조함, 흥분과 살육의 충동만이 가득했다.

‘전투다 전투야! 나는 전투를 원해! 나는 무적이야. 나는 두려울 게 없다고!’

사륭석의 만군은 본래도 두려움이 없었건만, 지금은 더욱 힘이 세지고 스스로가 야수처럼 느껴졌다.

투항해서 편성된 비정규군은 순식간에 두려움이 없는 전장의 망나니로 변하고 말았다. 모든 두려움이 사라지고, 무한한 전투욕만 가득했다.

“후우, 후우, 후우, 후우…….”

장사(壯士) 수천 명이 대형 투석기 수레 백여 대를 밀면서 끊임없이 다가왔다.

이런 대형 투석기는 지난번에 동창과 여경사가 전투를 할 때 사용했던 투석기보다 커서, 무게가 수천 근이 넘고 바위 정도를 4백 미터 이상 투척할 수 있었다.

백색성을 함락시키기 위해 여씨가 대형 투석기를 백여 대나 동원한 것이다.

장사 수천 명이 필사적으로 앞으로 투석기를 밀고 그들 뒤를 대군이 끊임없이 따라붙었다. 그들을 근접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장장 반 시진이 넘어서야 장사 수천 명은 마침내 투석기 백여 대를 백색성 성벽으로부터 4백 미터 떨어진 곳까지 민 다음에 그것들을 고정시켰다.

여씨 대군은 투석기 진지의 후방 30미터, 백색성 성벽과 430미터 정도의 거리에 자리를 잡았다.

430미터는 이 세계에서 절대적인 안전거리에 속했다. 대형 투석기로도 이렇게 멀리까지 투척하는 건 불가능했다.

펼쳐라! 펼쳐!

장사 수천 명이 구호를 외치며 투석기를 힘껏 벌렸다.

몇 분 뒤, 투석기 백여 대가 전부 펴졌다. 그런 뒤 투척구에 거대한 석환(石丸)을 올려두었다. 모든 석환이 백 근 가까이 무게가 나갔다.

두변 쪽도 투석기가 있기는 했다. 여씨 것보다 좀더 작고 기능이 좀더 발전된 것이지만 수량이 50대뿐이었다.

왜냐하면 두변이 중시하는 무기는 투석기가 아니라 절세 지하성에서 가져온 초대형 강노 천여 대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두변의 투석기 50대도 대단한 파괴력을 가졌기 때문에 그걸 쓰면 적을 대단히 놀라게 만들 수 있었다.

“펼쳐라, 펼쳐!”

성벽 안에서도 병사들이 구호를 외치며 힘껏 투석기를 펼쳤다.

이 투석기는 바깥에 있는 적군 것보다 3분의 1 이상 크기가 작았지만 위력은 더 뛰어날 것이다. 게다가 괴수의 힘줄을 사용했기 때문에 바위 정도라도 놀랍게도 460미터 밖으로 발사할 수 있었다. 즉 적이 생각하는 안전거리를 넘어설 수 있었다.

여완완은 움직이는 궁전 안에 서서, 아름다운 눈으로 성벽 위에 있는 두변을 바라봤다. 그녀는 아무런 호언장담도 없이 곧바로 냉랭한 말투로 명령을 내렸다.

“공격하라!”

“공격하라! 공격!”

그녀 휘하의 성화교 군대 수천 명이 일제히 큰소리로 외쳤다.

쿵, 쿵, 쿵, 쿵, 쿵.

하늘을 찢을 듯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던져라, 던져!”

장사 백여 명이 손에 든 무게추를 힘껏 던졌다.

휙, 휙, 휙, 휙, 휙.

투석기 백여 대에서 힘차게 석환이 쏘아지고, 공중에서 휙휙 소리를 내며 백색성을 향해 매섭게 날아갔다.

그와 같은 시각.

두변이 큰소리로 외쳤다.

“던져라!”

성안에서 투석기 50대가 발사되었다.

휙, 휙, 휙, 휙.

마찬가지로 백여 근의 석환이 휙휙 소리를 내며 성 밖에 있는 여씨의 대군을 향해 미친 듯이 날아갔다.

콰과과광.

큰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졌다.

석환 백여 개가 공중에서 포물선을 연달아 그리며 날아오더니, 매섭게 성벽에 내리꽂히며 크나큰 굉음을 냈다.

콰과광!

두변 쪽 투석기에서 발사된 석환은 더 긴 포물선을 그리더니, 450미터 너머의 여씨 대군이 밀집한 군진 속으로 떨어졌다.

놀라운 거리였다. 이 세계에 있는 기존 최강의 투석기의 발사 거리를 뛰어넘었을 뿐 아니라, 여씨가 인지하고 있는 가장 먼 안전거리를 뛰어넘었다.

콰과광!

순식간에 여씨 군단의 수많은 병사의 피와 살이 찢기면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석환이 한 번 내리꽂힐 때마다 십여 명이 한꺼번에 죽으면서 굴러가는데, 쟁기질이라도 한 것처럼 바닥에 핏줄이 길게 그어졌다. 석환이 내리꽂히는 곳마다 여씨 병사들은 전부 근골이 부러지거나 깔리며 짓이겨져서 처참한 모습으로 죽었다.

쾅.

석환 하나가 매서운 소리를 내면서 머리 위로 떨어지는데, 사륭석은 가소롭다는 눈빛으로 그 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다음 순간, 사륭석이 손에 든 새까만 지팡이를 힘차게 내리쳤다.

펑!

큰 소리가 울리더니, 백여 근이나 되는 석환이 무참히 그의 머리 위에서 힘차게 터지면서 가루가 되어 버렸다.

그와 동시에 사륭석이 입고 있는 갑옷이 터지고, 그의 온몸에 가득한 문신이 드러났다. 갑옷을 벗었는데도 그의 근육은 쇳조각과도 같았다.

이 사람은 대단한 맹장이라 할 만했다.

하지만 그 혼자서 용맹해봤자 소용없었다. 두변 쪽 투석기의 사정거리는 여씨가 인지하는 안전거리를 훨씬 넘어섰다. 게다가 여씨 대군은 인원수가 너무 많은 데다 진형이 밀집되어 있으니, 매번 석환이 떨어질 때마다 사상자가 클 수밖에 없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사륭 쪽 5만 대군은 전부 성화교 마약을 복용해서 애초에 두려움을 몰랐다. 심지어 자폭하려는 충동에 사로잡힌 나머지, 석환에 맞아서 온몸이 가루가 되어버린 동료들을 봐도 두렵지 않을뿐더러, 그쪽으로 뛰어들어서 자신도 가루가 되어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콰과광.

양쪽의 투석기가 미친 듯이 대치했다.

이건 이 시대에 전쟁을 시작할 때 반드시 울려 퍼지는 전주(前奏)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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