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346화 (346/648)

346장: 청군입옹

두변은 여언의 대군을 격파해서 그 짐승을 죽이고 난 뒤, 가장 먼저 상대방이 자신을 암살할 것임을 떠올렸다.

여여해의 대염 왕국은 서역 성화교를 배후에 두고 있어서, 고수라고 할 만한 자가 수도 없이 많았다. 때문에, 가장 직접적인 방법을 사용해서 두변을 없애려들 것이다. 바로 암살 말이다.

오랫동안 도적질을 할 수는 있어도 오랫동안 도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했다. 암살을 피하기 위해서 1분 1초 대군 속에 숨어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에 두변은 자발적으로 나서서 청군입옹(請君入甕: 당신이 항아리 안으로 들어가시오, 라는 뜻으로, 자기가 정한 규칙 따위에 자신이 당하게 되는 경우를 비유) 계책을 떠올렸다.

이 치명적인 독무를 만들어낸 건 천재 연금술사인 난쟁이 선지자 사공엽이었다. 초록색 부식액에, 오염된 신성한 우물물을 재료로 사용했다.

그는 신성한 우물물에 대한 연구를 막 시작한 참이었다. 그러다가 이미 우물물의 첫 번째 작용을 발견했는데, 그건 바로 이 우물물이 현기 내력에 무조건적으로 침투한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독무가 폭발할 때 성화교의 고수들이 내력파를 사용해도 독무를 튕겨낼 수 없었던 것이다.

이 모든 계획에 꿈속 시스템은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까지 계획은 몹시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관건은 여완완이었다.

두변의 주변 10미터 안이 전부 녹색의 독무에 뒤덮여 있었다. 두변이야 독무에 절대적인 면역이 있는 데다, 계표표는 수십 미터 밖에 있으니 당분간 독무가 그곳까지 미칠 리 없었다.

몇 초 후 독무가 전부 내려앉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여완완이 바로 두변의 코앞에 있었다.

그녀는 아름다운 눈동자에 기이한 녹색 빛을 띤 채 두변을 향해 사악하게 웃고 있었다.

그 순간 두변은 모골이 송연해졌다.

이 독무가 이렇게 강한데 여완완은 어째서 죽지도 않고 부식되지도 않을까.

두변이 부식되지 않은 이유는 그에게 벽사단이 있는 데다 그의 혈맥이 이미 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완완은 어째서 아무 탈이 나지 않았을까?

여완완이 교성을 지으며 웃었다.

“두변 아우, 참으로 악랄한 계책이야. 청군입옹이라? 단숨에 고수 열아홉 명을 모조리 죽여버리다니. 대단한 방법이야.”

여완완이 가볍게 박수를 치면서 대단히 요염한 얼굴에 매혹적인 미소를 드러냈다. 하지만 눈은 확실히 얼음장처럼 냉랭했다.

그녀의 동공은 여전히 사악한 녹색이었다.

그녀는 맨발로 녹색 독무를 밟았는데도 완전히 무탈했다.

여완완이 요염하게 교태를 부리며 말했다.

“이 독무가 이렇게 대단한데 어째서 나는 무탈한지 몹시 궁금하겠지?”

이윽고 그녀의 얼굴이 냉랭하게 변하더니 소리를 질렀다.

“내가 어렸을 때 무엇을 겪었는지, 다섯 살부터 무엇을 겪었는지 너는 모르겠지. 너는 성화교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겠지!”

여완완이 아름다운 눈동자에 냉랭한 기색이 드러나며 말을 이었다.

“네가 정말로 대단하다는 걸 인정하지. 계략을 써서 내 고수 열아홉 명을 죽였으니까. 하지만 널 죽이는 데는 나 한 사람으로도 충분해!”

두변의 등 뒤 솜털이 송두리째 곤두섰다.

정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이 독무로 죽이지 못할 사람이 없을 텐데, 여완완이 뜻밖에 무사하다니. 이렇게 되면 대단히 골치 아파진다.

이 여인이 전력을 다해 자신을 죽이려고 하면 무슨 결과를 맞게 될까?

“죽어라!”

여완완이 일갈을 뱉는 동시에, 그녀의 눈동자에서 녹색 빛이 터져 나왔다.

스윽!

더할 나위 없이 강한 일검이었다.

두변을 열 번을 죽이고도 남을 일검이었다.

강력하고 기이한 검기가 두변과 고작 2척 떨어진 거리에서 힘차게 발사되었다.

두변은 본능적으로 손에 쥔 도룡검을 휘둘렀다. 여완완의 놀라운 검기가 두변의 도룡검 위에 닿는 순간.

펑!

두변은 곧바로 종이연처럼 수십 미터 멀리 날아갔다.

여완완은 자신의 일검으로 두변을 열 번은 죽이고도 남는다고 확신했다. 그럼에도 그녀가 신속하게 달려가는 이유는 두변의 목을 베어서 부왕 여여해에게 가져가기 위함일 뿐이었다.

하지만 1초 뒤.

그녀는 두변이 무탈하게 서 있는 걸 발견했다. 피 한 모금도 토하지 않았다.

이어서 난쟁이 노인이 왼쪽으로 한 걸음 옮겨서 두변의 뒤에서 나타났다.

그 노인을 본 여완완은 눈을 크게 뜨더니 놀라고 말았다.

“마안(魔眼) 사공령…….”

1초 뒤, 그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두변, 네가 감히 우리 성화교의 적 사공령을 거두어들였더냐?

두변, 너는 우리 대염 왕국의 10만 대군이 백색성을 평지로 밀어버리고, 3만 군대를 모조리 죽여버리러 오기만을 기다려라!”

여완완의 목소리가 청룡회의 상공에 울려 퍼졌지만 그림자는 진작 사라진 후였다.

두변의 뒤에서 나타난 건 당연히 사공령이 아니라 그의 쌍둥이 동생, 절세 지하성의 난쟁이 선지자 사공엽이었다.

사공령은 바로 흡성대법 두루마리를 직접 두변에게 건네준 자였다. 그런데 여완완이 단순히 사공령을 보았다고 해서 두변을 죽이지도 않고 곧바로 도주하며 사라질 줄이야.

세상에서 사공령을 아는 사람은 극도로 적었지만 성화교는 예외였다.

사공령은 흡성대법을 수련하지 않았을뿐더러, 북명검파의 북종 전수자도 아니었다. 사공멸이야말로 북종의 전수자였다.

하지만 사공령의 무공은 사공멸을 넘어섰다.

게다가 그는 처음부터 흡성대법을 배우는 걸 거절했다. 흡성대법의 수련자는 천하무적이 되기도 전에 전부 급사해버렸기 때문이다. 사공멸이 무사할 수 있었던 건 사공령이 감독하고 도와준 덕분이었다.

절세 지하성의 유성 일족은 전부 수명이 몹시 길었다. 일찍이 무도에서 몹시 놀라운 조예를 보였으나 제자리걸음만 하면서 우물 안 개구리로 있던 탓에 나중에는 수백 년 동안 대종사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절세 지하성에서 도망쳐 나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몹시 강했다.

기음음은 그 당시에 거의 천하를 손에 쥘 뻔했다. 기염염과 기천구는 한 명은 북명검파의 대장로, 한 명은 세속에서 최고의 강자였다.

본래 사공령의 무공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20여 년 전에 사공멸이 성화교에 잡혀간 일이 있었다.

그때 혀 없는 난쟁이 하나가 바라 제국 북방의 성화교에 침입해서 대종사 두 명, 종사 열 명을 죽이고 사공멸을 구출했다.

그때부터 사공령은 성화교의 가장 위험한 인물 명단 안에 들었다.

사공령을 주살하기 위해서 서역 성화교 총본부는 고수 세 무리를 파견해서 대녕 제국과 안남 왕국에 보내기도 했다.

여완완은 성화교 명단에 오른 모든 위험 인물의 얼굴과 모습을 기억해두었다.

때문에 이 난쟁이가 두변의 뒤에서 나타난 순간, 온몸이 얼음장처럼 변해서는 모든 수단을 다해서 순식간에 흔적 없이 도망친 것이다.

여완완도 자신의 무공이 뛰어나다고 자부하지만, 마안 사공령은 대종사 두 명과 종사 열 명을 죽인 절대 강자였다.

요녀 여완완이 떠나고 시간이 꽤 지난 뒤.

“컥!”

두변은 새빨간 피를 토하면서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난쟁이 선지자 사공엽도 바닥에 앉아버렸다.

사공엽이 말했다.

“빌어먹을, 저 여자가 너무 강합니다.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요. 죽이지 못하는 사람이 없는 독무가 저 여자에게는 조금도 작용하지 않는다니. 저 여인은 뜻밖에 당신과 같습니다.”

두변이 입가의 피를 닦으며 말했다.

“당신이 형제 사공령 선배의 명성을 빌려 쓰지 않았다면 우리 두 사람 다 큰일 날 뻔했습니다.”

난쟁이 선지자 사공엽이 말했다.

“당신이 미리 예측해서 후속 대책까지 준비해둔 게 다행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위험할 뻔했습니다. 저 요녀는 너무 강합니다.”

하지만 요녀 여완완의 놀라운 검기는 두변에게 피를 한 모금 흘리게 했을뿐더러, 내상을 아주 조금 입게 만드는 데에 불과했다.

두변이 대단한 게 아니라 그의 손에 쥔 도룡검이 대단하다 할밖에. 그저 대단하다는 말로 표현하기에도 부족할 정도였다.

왜냐하면 도룡검이 여완완의 대단한 검기를 전부 집어삼켰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 도룡검은 적의 내력 현기를 집어삼킬 수 있었다.

여완완 요녀가 얼마나 강한가? 그녀의 일격은 대단히 놀라웠는데 도룡검은 뜻밖에 그 힘을 집어삼켜 버렸다.

두변이 시스템에게 물었다.

‘시스템! 이 도룡검은 적의 현기를 집어삼켜서 공격할 수 있습니까?’

‘그렇다, 대단하지?’

“아주, 대단하구나!”

바로 그때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중년 사내 하나가 박수를 치면서 천천히 걸어왔다.

그는 몹시 평범한 얼굴이라서 군중 속에 있다면 전혀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몸매 자체가 가느다랗고 길쭉한 것이, 온몸에서 강한 힘과 민첩성이 느껴졌다. 사내는 흑의를 입고 손에 세검(細劍)을 쥐고 있었다.

그는 자객이었다.

또 다른 자객이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여씨가 보낸 사람은 아니었다.

“두변 대인, 정말로 감탄을 금치 못하겠군. 방금 그 장면에 오줌을 쌀 뻔했거든. 내가 먼저 나서지 않은 게 다행이었지. 그렇지 않으면 나도 이미 부식해서 해골이 되었을 텐데.”

중년 자객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여완완 공주의 무공도 대단한데 두변 대인의 계책은 더 대단하단 말이지. 뜻밖에 마안 사공령과 똑같이 생긴 난쟁이를 사용해서 여완완 공주를 놀라 도망치게 하다니. 허허!

그나마 내가 남아서 이 대목을 듣게 돼서 다행이군. 그렇지 않았으면 나도 놀라 도망쳤을 테니까!”

중년 자객이 끊임없이 다가오더니 10미터 거리 정도에서 멈춰 섰다.

중년 자객이 말했다.

“이제 보니 마안 사공령이 아니라 그의 쌍둥이 형제군. 게다가 무공은 몹시 평범한데? 두변 대인, 당신 꽤나 장난꾸러기 같군.

참, 이런 말이 있지 않나?

사마귀가 매미를 잡는데 참새가 뒤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내가 그 참새 같지 않나?”

두변이 그 중년 자객을 바라보며 냉랭하게 물었다.

“당신은 누가 보낸 사람이지? 광서 순무 두강? 아니면 광서 제독 원천조? 그것도 아니면 양광 총독 고정?”

중년 자객이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두변 대인, 그게 중요한가? 중요한 건 내가 당신을 죽인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아?”

두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확실히 그런 건 중요하지 않지. 어쨌든 방계 집단이 날 죽이러 당신을 보낸 것일 테니.”

중년 자객이 천천히 세검을 뽑으며 말했다.

“여씨는 일을 할 때 너무 격식을 따지는 것 같단 말이지. 고작 두변, 당신을 죽이는 데에 고수 스무 명을 동원해서 열아홉이나 죽게 만들다니 말이야. 너무 과장이 심해. 전혀 그럴 필요가 없지 않나? 당신을 죽이는 데에는 종사급 자객 한 명만 필요하지 않나?”

그 말은 확실히 맞다고 할 만했다.

중년 자객이 물었다.

“듣자니 당신이 몹시 대단하다던데? 여언의 검이 당신 심장에 들어가지도 못했다고?”

이자가 어떻게 알았을까? 이도전이 말한 걸까?

중년 자객이 말했다.

“그럼 이번에 나는 반드시 몹시 진지하게 당신 목을 베야겠어. 그걸로 내 주인께 은자 1만 냥을 바꿀 수 있으니까.”

“그럼 내가 당신에게 2만 냥을 주면 어떨까?”

“안 되지. 왜냐하면 내 생사와 앞날이 모두 주인 손에 달려있거든. 방계 집단의 강대함은 당신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야. 당신이 무지해서 두려움을 모르고, 감히 방계 집단과 적이 된 것이고. 난 그럴 용기가 없어.”

중년 자객이 냉랭하게 말을 이었다.

“자, 이렇게 오래 얘기했으니 이제 나도 일을 처리해야겠지. 이제 내가 당신을 죽일 거야. 안심해. 아주 시원하게 곧바로 목을 베어줄 테니!”

순간 자객이 특수한 가면을 얼굴에 썼다.

휙.

그 중년 자객이 순식간에 검은 그림자로 변해서 두변 앞까지 달려왔다.

“단혼영 공격!”

두변이 정신력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뜻밖에 자객의 그 특수한 가면이 공격을 막는 모양이었다.

무슨 가면일까? 정신 공격을 막을 수 있는 가면?

“죽어라!”

중년 자객이 외치면서 세검으로 두변의 목으로 찔러넣었다.

하지만 두변이 도룡검을 휙 베는 순간, 용의 신음, 호랑이의 포효와도 같은 소리가 울리면서 중년 자객의 몸이 공중에서 두 동강이 나버렸다.

“빌어먹을, 이게 어떻게 가능해? 이 무슨 귀신이 곡할 노릇이야?”

너무 충격을 받은 중년 자객은 눈을 편히 감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것에서 끝난 게 아니었다.

자객의 두 동강 난 몸이 공중에서 터지면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두변은 멍하니 손에 든 도룡검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여완완의 내력 현기가 정말로 대단하구나! 저 고수의 몸을 두 동강 낸 뒤 몸을 터지게 만들 정도라니!

도룡검은 더욱더 대단했다.

적의 현기 공격을 집어삼킬 수 있을 뿐 아니라, 그걸 곧 내뿜어서 적을 공격할 수 있다니?

정말 하늘을 거스를 정도의 능력 아닌가!

방계 집단, 두강, 원천조!

너희가 이렇게 빨리 튀어나올 줄 몰랐구나. 뜻밖에 이중으로 안전장치를 만들어놔?

여씨가 나를 암살하려 하는데 너희도 나를 암살하려고 들어?

두고 봐라. 이번에 여씨와 대전이 끝난 뒤에 곧 너희를 찾아갈 테니까.

두변은 가볍게 계표표를 안아 들었다. 그녀의 온몸이 새파랗게 변한 걸 보니 맹독에 당한 듯했다.

여완완 그 요녀가 내리치는 일장에 맹독이 들어있었다. 두변은 벽사단을 꺼내서 계표표의 입속에 넣었다.

잠시 후, 새파랗게 질려 있던 그녀의 몸이 곧 온기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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