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335화 (335/648)

335장: 인간들을 모조리 죽여라.

부홍빙이 말을 이었다.

“백여 년 전, 우리는 연합해서 사공 일족을 멸망시켰어요. 한데 지금 내 아버지께서는 또 당신의 일족을 피의 제사에 희생시키려고 시도했어요. 당신이 절세 지하성의 운명을 구해줬고, 그분의 목숨을 구해줬는데도 말이에요.

당신 곁에 있는 그 사람은 기음음이죠? 예전에 천하를 호령했던 천마 교주요.”

두변으로서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이 여인이 그건 또 어떻게 알았을까.

부홍빙이 말했다.

“그때 기씨 삼남매가 절세 지하성의 위선과 폐쇄성을 견디지 못하고 이곳을 떠났었어요. 나도 한동안 이곳을 떠나 있었죠. 결국 다시 돌아왔지만.”

“어째서 돌아왔죠?”

“외부 세계는 폐쇄적이지는 않았지만 몹시 냉랭하고 더 외롭더군요. 물론 나는 천하를 떠돌아다녔어요. 특히 북명검파에서 3년간 배웠는데 누군가에게 노여움을 사서 쫓겨 나왔죠.

하지만 나는 바깥 세계를 보고 온 자로서, 절세 지하성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더는 제자리걸음 하지 않고, 폐쇄된 세계에서 우쭐대며 득의만만할 수 없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당신은 실패했군요.”

“그래요. 옛것을 지키려는 힘이 너무 크더군요. 당신도 보았겠죠. 우리 5대 부족 사람들의 천부적인 혈맥이 어떻던가요?”

“당신들은 절대적인 힘이 충만할뿐더러 모두가 최고의 전사죠. 당신들의 군대는 심지어 괴수 수백 마리를 죽일 수 있으니 전율할 정도로 강하다고 할 수 있죠.”

“그래요. 한데 우스운 건 우리 절세 지하성에서 오랫동안 대종사가 나온 적이 없다는 거예요. 내 아버지, 5대 성주, 대장로 여덟 분 모두 종사의 절정 수준에만 머물 뿐, 아무도 대종사를 돌파하지 못했어요.”

두변도 그 점이 몹시 이상하긴 했었다. 그가 막 절세 지하성에 들어왔을 때 너무 큰 충격을 받았었다. 천 살이나 되는 교룡이 문지기를 하다니, 이 얼마나 대단한가. 이 지하성 안은 무도 수준이 바깥보다 훨씬 높은 게 아닐까.

결과적으로 절세 지하성의 평균 무도 수준은 바깥보다 훨씬 높았다.

하지만 고수라고 할 수 있는 고위층의 무도 수준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뜻밖에 대종사급의 강자는 한 명도 볼 수 없었다.

부홍빙이 말했다.

“어떤 대종사든 수없이 갈고 닦은 후 하늘이 좋은 시기를 내려야만 수준을 돌파할 수 있어요. 우물 안에서 하늘만 본다고 대종사가 나올 리 없죠. 그래서 절세 지하성은 500년 동안 대종사가 나온 적이 없어요.”

콰과과광.

바로 그때, 수많은 괴수가 쏟아져 나오면서 두변 천갱 성의 방어선 밖에 나타났다.

뿌우우우.

호각이 일제히 울려 퍼지고.

방어선에 자리한 5만 대군이 힘차게 움직이더니 일제히 무기를 꺼내들었다.

그에 비해 두변의 낡은 천갱 성 안에 모여 있는 십여만 백성들은 세상 최후의 날이 온 것처럼 두려움에 떨었다. 그들 절대다수가 무공을 할 줄 모르는 농민일 뿐이었다.

갑자기 낮은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오늘, 우리는 5천 명을 먹어야 한다. 5천 명을 내놓으면 오늘 전투를 치르지 않겠다.”

이건 인간 형태를 한 괴수가 한 말로, 괴수들의 우두머리 중 하나인 모양이었다.

그때 최고 의사결정 계층인 소성주 다섯 명이 튀어나와서 방어선 밖에 빼곡하게 들어찬 괴수들을 바라봤다.

부천애의 아들, 부홍석의 시선이 즉시 두변에게로 향했다.

“그럼 간단하군. 두변의 외부 일족 4, 5천 명을 묶은 뒤에 괴수들에게 먹으라고 보내면 되겠어.”

기세 소성주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그 의견에 찬성할 수 없었다. 그가 두변에게 깊은 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게 명예롭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최근에 그는 몹시 의기소침한 상태였다. 부천애와 자신의 아버지 기천은이 두변 일족을 피의 제사에 희생시키려 함을 알게 되면서, 그의 마음속 우상들이 무너지고 말았다.

“부홍석, 그렇게 하면 영예롭지 않아.”

기세 소성주가 끝내 참지 못하고 말하자, 부홍석이 냉랭하게 답했다.

“기세, 나는 십여만 일족들을 위해서, 절세 지하성의 5대 부족을 위해서 이러는 거다. 고작 외부 사람 4, 5천 명을 희생하는 게 뭐가 잘못이지? 그들은 본래부터 비천한 사람들일 뿐이야. 애초에 절세 지하성에 들어올 자격이 없지. 그들을 괴수들에게 먹으라고 보내면 절세 지하성의 혈맥을 정화할 수 있어.”

“그럼 내일은, 아니면 모레는? 또 어떻게 할래?”

“내일 일은 내일 다시 생각하자.”

이어서 부홍석이 명령을 내렸다.

“여봐라, 두변의 일족 4천여 명을 포위해서 괴수들에게 먹이로 주어라.”

말을 끝낸 뒤, 그는 검을 뽑아 들었다. 제가 직접 두변을 찔러서 그의 팔다리를 잘라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두변의 단혼영이 부홍석을 힘차게 폭격했다.

“으악!”

순식간에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리고, 부홍석이 돌연 뒤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는 두변보다 무공 수준이 높았지만 정신력 수준은 그만큼 고강하지 못해서 두변의 정신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그의 머릿속이 그대로 텅 비어버렸다.

솩, 솩, 솩.

이어서 두변이 맹렬히 검을 뽑아서 부홍석의 손발을 전부 잘라서 그를 폐인으로 만들었다.

그 순간 부홍석 휘하의 무사들과 나머지 소성주 셋이 전부 검을 뽑아서 순식간에 두변을 포위했다.

하지만 부천애의 딸 부홍빙이 검을 뽑아서 두변의 앞을 막아섰다.

부홍빙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장수 하나가 무능하면 천군만마를 말려들게 만들어 죽게 만들지. 멍청한 놈들, 타협을 하면 사기가 붕괴되고, 철저히 궤멸될 뿐이다. 너희 대가리는 저 미개인만도 못하는 거냐.”

소성주들과 부족의 무사들은 부홍빙을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부홍빙이 냉랭하게 말했다.

“왜, 내 말을 안 들을 테냐?”

결국 소성주들은 뒤로 물러났다.

부홍빙은 그들의 무도 스승이었다. 더군다나 그들의 소년 시절 꿈속의 연인이기도 했다.

부홍빙은 절세 지하성의 최고의 미녀일 뿐 아니라 순결하면서도 무르익은 과부이기도 했다.

그 신분은 소년들을 치명적으로 매료시켰었다.

두변이 큰소리로 외쳤다.

“부홍빙 소저, 소성주 여러분, 내가 부천애 대성주가 직접 봉한 6대 성주이자 대장로의 구성원이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내 성주 지위는 장로회 전체를 통과한 것 아닌가요?”

모든 이가 침묵했다.

두변이 말을 이었다

“내가 당신들 모든 이를 구해줬을 뿐 아니라, 부천애 대성주의 목숨을 구해줬고, 절세보를 파멸에서 구해줬습니다. 한데 당신들은 내게 무슨 보답을 했죠? 음모로 보답했죠. 내 일족을 멸족시키려는 음모로 보답했습니다. 우리를 괴수들의 입속으로 넣으려고 했죠.

이게 바로 당신들이 말하는 자부심인가요?

지금 5대 성주와 대장로 여덟 명 모두 죽어서 내가 유일한 성주이자 유일한 대장로회의 구성원이 되었습니다. 당신들은 그걸 인정하겠습니까?”

여전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모든 이가 내심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게 분명해 보였다.

두변은 바깥에 빼곡하게 모인 괴수들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당신들은 저 괴수들을 막을 수 있습니까? 이번 전투의 결과는 어떨까요?”

여전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아무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다들 내심 잘 알고 있었다. 이번 전쟁의 최종 결과는 자신들의 파멸일 것이라는 것을.

5대 부족의 십여만 명이 모조리 학살되리라.

“내가 다시 한번 당신들을 구해주겠습니다. 당신들을 마지막으로 구해주겠습니다. 구해주고 난 뒤에도 당신들에게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아요. 단지 당신들이 자신의 자부심에 미안해할 일을 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부홍빙이 물었다.

“눈앞의 국면을 만회할 수 있겠어요?”

“모르겠습니다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홍빙이 뒤를 바라봤다. 제 뒤의 십여만 일족은 병사가 아니라 거의 모두 농민이거나 수공업자였다. 그들은 몹시 약한 게 분명하지만, 절세 지하성의 가장 귀중한 노동력이었다.

만약 저들이 다 죽는다면 절세 지하성의 5대 부족도 멸망할 것이다.

부홍빙이 날카로운 검으로 손바닥을 그은 뒤, 말했다.

“나 부홍빙, 맹세하겠습니다. 두변 성주가 이번 겁난을 만회한다면 나 부홍빙은 두변 성주에게 충성을 바치며, 두변을 절세 지하성의 대성주로 받들겠습니다.”

기세 소성주가 자신의 딸, 어머니, 자신의 아내를 바라봤다.

그도 검으로 손바닥을 그어서 피를 자신의 얼굴에 묻힌 뒤 말했다.

“나 기세, 맹세하겠습니다. 두변 성주가 이번 겁난을 만회할 수 있다면 나는 두변 귀하를 절세 지하성의 대성주로 받들겠습니다.”

서족의 소성주는 아직 많이 어린지라, 수많은 괴수 떼를 마주하고는 몹시 두려워 하고 있었다. 잠시 망설인 뒤, 그도 검을 뽑아 손바닥을 그어서 피를 자신의 얼굴에 묻힌 뒤 맹세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전투 개시다. 인간들을 모조리 죽여버리자!”

인간의 형태를 닮은 괴수가 명령을 내리자, 수많은 괴수가 달려들기 시작했다.

최후의 결전이 시작되었다.

부홍빙이 두변을 향해 말했다.

“두변, 우리는 당신을 위해 세 시진은 버틸 수 있어요. 세 시진 후에는 사방에 깔린 시체만 볼 수 있을 거예요.”

5대 부족의 시체뿐 아니라 두변 일족의 시체도 가득 쌓일 것이다.

말을 끝낸 뒤 그녀는 검을 휘두르며 전장으로 달려갔다.

기세 소성주가 말했다.

“두변, 당신은 우리를 두 번이나 구했습니다. 이번에도 힘을 다해주십시오. 우리는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

이윽고 그도 검을 뽑고 전장으로 달려 나갔다.

괴수들이 미친 듯이 공격을 하는 통에 선혈이 사방으로 마구 튀면서 5대 부족의 대군에도 순식간에 두려울 정도로 사상자가 나기 시작했다.

두변은 능파미보를 펼쳐서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갔다.

시스템이 말했다.

‘피의 제사에서 구세주가 되는 임무, 정식으로 시작!’

‘임무 목표: 유명대요를 죽이고, 수많은 괴수를 격퇴시켜서 절세 지하성을 치명적인 재난에서 구하고, 십여만 명의 목숨을 구하라!’

‘임무 포상: 대성주로 승진해서 몇만 대군의 충성을 얻는다!’

‘임무 시간, 여섯 시간.’

‘카운트다운, 정식으로 시작. 5시간 59분!’

두성에는 대형 출입구가 총 십여 개가 있는데 병사 몇만 명이 대형 출입구 십여 개를 중심으로 치밀하게 방어선을 구축했다.

수많은 괴수들이 지칠 줄도 모르는지 미친 듯이 사람들에게 달려들어 물어뜯었다.

병사들은 열 명이 한 조를 짜서 공격과 수비를 겸비하여 분투하고 있었다.

그들을 지탱하는 건 절대적인 자부심이었다.

다른 군대였다면 이런 괴수들을 상대하면서 진작에 사기가 무너졌을 테지만 그들은 죽을 때까지 싸울지언정 물러서지 않았다.

솩, 솩, 솩.

그들은 미친 듯이 적들을 참살했다.

그렇지만 이 괴수들은 인간보다 훨씬 강한 체력을 타고난 데다가, 수가 너무나 많았다.

때문에, 이 뛰어나면서도 용감한 대군은 쏜살같이 인원이 줄어들고 있었다. 애초에 부상자는 없었다. 곧바로 전사하거나, 아니면 시신조차 남지 않던가 둘 중 하나였다.

두변은 재빨리 움직여야 했다. 이 십여 개 출입구 가운데 하나만 함락되어도 괴수들이 미친 듯이 쏟아질 것이다. 그런 뒤 천갱 안의 평범한 십여만 명을 모조리 죽여버릴 것이다. 두변의 일족과 가족들을 포함해서 말이다.

두변이 쏜살같이 질주해서 한 출입구로 달려갔다. 병사들의 외침을 뒤로 하고, 그는 갑자기 괴수들 틈으로 뛰어들었다.

그 순간, 전투를 치르던 병사들은 놀라서 얼이 빠질 지경이었다.

무공도 높지 않으면서 괴수들 틈에 뛰어든다고? 시신도 남지 않을 텐데?

그렇지만 그들이 더 경악한 건, 괴수들 틈에 뛰어든 두변이 여전히 무탈하다는 점이었다. 모든 흉악한 괴수들이 두변을 본체만체 무시했다.

괴수들이 두변을 동류로 여겼기 때문이었다. 물론 두변이 공격 행위를 보인다면 괴수들이 곧장 달려들어서 미친 듯이 물어뜯으며 갈기갈기 찢어버릴 테지만 말이다.

두변은 지혈 통로를 따라서 미친 듯이 달려드는 수많은 괴수 떼와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카운트다운이 계속 가동되고 있었다.

5시간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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