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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관무제-326화 (326/648)

326장: 태변이자 진화

30분 뒤, 두변은 저수지 기슭으로 올라와서 대성주 부천애 등과 족히 수십 미터 떨어진 거리에 자리를 잡았다.

두변이 큰소리로 외쳤다.

“대성주, 다들 보십시오!”

두변이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자, 초록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

“빨리 닫게, 닫아!”

대성주 부천애가 큰소리로 외쳤다.

아무리 수십 미터 거리를 두고 있어도 그들은 무섭고 사악한 기운, 모든 생기를 집어삼킬 수 있는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일의 진상이 명백히 밝혀졌다.

저 무서운 녹색 발광석이 바로 절세 지하성에 위기를 초래한 근원이구나!

두변의 말이 틀림이 없었다. 만약 이대로 몰랐다면 지하성의 20여만 명이 매일 이 저수지의 물을 마셨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20년 뒤, 절세 지하성에 있는 20여만 명은 모조리 죽고, 5대 부족도 멸족되었을 것이다.

절세 지하성의 성주들이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대성주 부천애가 말했다.

“두변, 너는 우리 모두를 구했다. 우리는 너의 일족 수천 명이 절세 지하성에 들어와 거주하는 데에 동의한다. 또 너희에게 천갱 하나를 나눠줘서 너희들이 편히 정착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두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첫 번째 단계가 마침내 성공을 거둔 셈이었다.

이어서 대성주 부천애가 냉랭한 말투로 말했다.

“사공엽을 잡아라. 최고 등급의 심판을 진행하겠다.”

이윽고 4대 성주와 대장로 여덟 명이 사공엽을 에워쌌다.

난쟁이 선지자 사공엽이 큰소리로 웃었다.

“하하! 너희 5대 부족이 예전에 우리 사공 일족을 모조리 몰살시켰으니 얼마나 악랄한 것이냐? 나도 받은 대로 돌려줬을 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너희 5대 부족을 전부 죽여버리지 못했구나.

두변, 이 환관 놈아. 너는 어째서 내 좋은 일을 망친 것이냐.

죽자! 모조리 죽어버리자! 모두 동귀어진하자!”

난쟁이 선지자가 미친 듯이 소리쳤다.

두변은 순간 큰 위험에 빠졌다는 것을 직감하고는 손에 든 고농도 우라늄 광석 상자를 휙 던졌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쾅!

고순도 우라늄 광석이 든 정석 상자가 갑자기 터지면서 폭발했다.

이윽고 고농도 우라늄 광석, 치명적인 방사능이 가득한 우라늄 광석이 완전히 터져버리면서, 가는 가루로 변해 사방으로 튀었다.

능파미보!

두변은 경공을 한계치까지 시전하며 재빨리 물러났다.

우라늄 광석이 몸에 아주 조금이라도 닿게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되면 벽사단이 있어도 소용없었다.

하지만 녹색 우라늄 가루가 기괴한 빛을 발산하며 왈칵 뿌려져 그의 온몸을 완전히 뒤덮어버렸다.

순식간에 한도 끝도 없는 방사능이 두변의 몸속으로 힘차게 파고들었다.

“악!”

두변이 미친 듯이 소리쳤다.

그는 머릿속에서도 미친 듯이 소리 지르고 있었다.

‘시스템, 어째서 미리 귀띔해주지 않았죠?’

이윽고 무궁무진한 방사능이 그의 몸속을 파고들더니 그의 뇌 영역에 기괴한 빛의 그림자가 일렁였다.

그의 눈앞이 갑자기 새하얗게 변하기 시작해서 극도로 밝아지더니, 갑자기 빛이 모두 사라지고 어둠만 남았다.

두변은 완전히 혼절해서 인사불성이 되었다.

그러자 두변의 몸이 놀랍게도 발광체로 변하더니, 이상하고 무서운 녹색 형광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두변이 변종(變種)이라도 한 것일까.

기이한 불빛이 말했다.

‘악의 파멸 계획, 본격적으로 시작!’

워낙 멀리 떨어져 있던 데다, 성주들과 대장로들의 무공 수준이 워낙 높았기에 고순도 우라늄 광석이 폭발하는 순간에도 이들은 성공적으로 물러날 수 있었다.

물론 그들도 적지 않은 방사능에 피폭되었으나 노출 시간이 길지 않으니 적어도 목숨에 지장은 없었다.

난쟁이 선지자는 가장 먼저 도망치려 했지만 여전히 그곳에서 도망칠 수는 없었다. 대성주 부천애가 그를 재빨리 잡은 뒤 입에서 벽사단을 빼냈다.

다들 수백 내지는 수천 미터 거리에서 저쪽 지면을 바라봤다.

장장 100제곱미터나 되는 땅이 지금 전부 녹색 형광을 뿜고 있는데 참으로 괴상하면서도 아름다워 보였다.

두변은 몸 전체가 투명해진 듯 초록색 빛을 뿜어내면서 바닥에 누워서 미동도 하지 않아 그의 생사를 가늠할 수 없었다.

“대성주, 어떻게 합니까?”

누군가가 묻자 대성주 부천애가 말했다.

“저수지에 있는 물은 쓸 수 없게 됐다. 다른 수로를 통해서 완전히 물을 뺀 뒤에 저수지 밑바닥을 깨끗이 치우고 다시 새로 물을 모아야겠다. 그러려면 몇 개월이 필요하겠지. 그 몇 달간 다들 최대한 우물을 파서 우물물을 마시거나 빗물을 모아야 한다. 이 구역의 오염된 지면도 완전히 파낸 뒤에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깊숙한 곳에 쌓아두어야 하고.”

누군가가 물었다.

“그, 그럼 이 두변은 어찌합니까? 그는 이미 위험의 근원이 되어버렸습니다. 지금 그와 수백 미터 이상의 거리에 있는데도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서운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성주 부천애가 말했다.

“그가 우리 절세 지하성을 위해 희생했으니 그를 묻어줘야겠지. 다만 아주 멀고 깊숙한 곳에. 이후에 아무도 그곳에 가까이 가서는 안 된다.”

“금지(禁地) 말씀이십니까? 그를 심연의 금지에 매장하면 됩니다. 그곳은 본래 모든 이가 접근할 수 없는 구역입니다.”

대성주 부천애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되겠군. 그럼 그를 심연의 금지에 매장한다.”

그 순간 또 누군가가 물었다.

“그, 그럼 누가 그 일을 합니까?”

그렇다. 누가 두변의 시체를 심연의 금지까지 데려가 매장할까?

지금 모든 이의 눈에 두변은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지금 두변의 몸은 너무나 위험해서 아무리 수백 미터를 떨어져 있어도 생명에 위협이 될 정도로 두변의 몸 자체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대성주가 독주 한 주전자를 받아서 벽사단을 거듭 씻은 뒤에 입속에 넣으며 말했다.

“전신을 감싸는 갑옷을 가져와라. 내가 두변을 심연의 금지에 데려가서 매장시키마.”

“역시 대성주께서 영명하십니다.”

다들 한시름을 놓으며 허리를 굽혀 말했지만 기천은 성주만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대성주, 역시 제가 하는 게 좋겠습니다. 당신은 대성주라서 어떠한 사고도 생겨서는 안 됩니다.”

대성주 부천애가 말했다.

“대성주는 이런 시기에 모범을 보여야 하오. 그럼 그렇게 정한 것으로 하겠소.”

바로 그때, 대장로 하나가 물었다.

“두변은 이미 죽었는데 그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하겠습니까?”

순간, 사람들은 기괴한 정적에 잠기고 말았다.

그래. 두변은 이미 죽었는데 그에게 약속한 일을 여전히 이행해야 할까.

이곳은 하늘이 내린 보배로운 땅이었다. 이제 치명적인 위기가 해결되었으니, 다들 다시 젊은 모습으로 장수를 누리면서 아름다운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

약속에 따라 두변의 일족 수천 명이 단번에 밀려 들어오면 이 보배로운 땅의 자원을 그들과 나눠야 한다.

두변이 이미 죽은 이상, 약속을 이행할 필요가 없으니, 그냥 놔두면 그들은 바깥에서 알아서 자멸하게 되지 않겠나.

대성주 부천애의 낯빛이 확 변하더니 냉랭하게 말했다.

“우리 부족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형편없게 변한 것이오. 수백 년 전에 한 진실한 약속은 어디로 간 것이오? 두변이 모두의 운명을 구하기 위해서 이런 참변을 당한 것을 잊은 게요? 그가 아니었다면 20년 뒤에 5대 부족은 전부 죽어버렸을 것이오. 여기 있는 사람을 모두 포함해서 말이오. 지금 그의 시신이 식지도 않았거늘, 당신들은 약속을 파기해서 그의 일족 수천 명을 비명에 죽게 하려는 것이오?”

기성의 주인 기천은이 말했다.

“다들 방금 전의 일을 잊지 말길 바랍니다. 방금 전에 두변은 그 사악한 덩어리가 폭발한다는 걸 깨닫고는 뒤돌아서 우리를 등지고 그걸 내던졌습니다. 가장 위험한 순간까지 그는 본능적으로 그 사악한 덩어리를 우리에게서 멀어지게 했습니다. 나 기천은은 냉혹한 사람일지언정 무엇이 옳음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대성주 부천애가 말했다.

“그럼 그렇게 결정하겠소. 사공엽을 사형수를 가두는 감옥에 가둔 뒤, 가능한 빨리 심판해서 처형합시다. 기천은, 절세 지하성의 대문은 본래 당신들 기족이 지키고 있으니, 당신이 문을 열어서 두변의 일족 수천 명을 들이시오. 그런 뒤, 사람을 시켜 내게 도구와 온몸을 감쌀 수 있는 갑옷을 보내주고.”

기천은 성주가 말했다.

“대성주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이윽고 기천은 성주는 대장로 두 명을 이끌고, 일장에 사공엽을 내리쳐서 혼절시킨 후 끌고 돌아갔다.

시간은 벌써 하루가 지났다.

두변의 일족 4천여 명은 이미 곡기가 끊긴 지 하루가 지난 상태였고, 앞에 있는 수십 미터 높이의 거대한 석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다.

버티지 못하고 혼절해버린 노인이 나왔고, 연이어 혼절하면서 사상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남은 아주 약간의 식량은 전부 아이들에게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천여 명은 몹시 조용했다. 누구 하나 시끄럽게 굴거나 싸우는 이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두변에게 절대적인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쿠구궁.

큰 소리가 울리면서 대지가 흔들리고, 수십 미터 높이의 거대한 석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기천농과 기 소성주가 대문 앞에 나타나서 말했다.

“당신들이 절세 지하성에 들어오는 걸 환영합니다. 오늘부터 당신들은 이 성에서 살 수 있습니다.”

먼저 정적이 흐르고, 이윽고 더할 나위 없이 흥분과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마침내 정처 없이 떠도는 생활을 끝내고 정착할 수 있게 되었다!

백색성에서처럼 하루 종일 불안에 떨지 않아도 되는구나!

“두변 대인, 만세.”

“두변 대인, 만세, 만세!”

환호를 하는 동시에, 두변의 일족 4천여 명은 나란히 줄을 지어 서더니 질서정연하게 절세 지하성으로 들어갔다.

병사들이 대열을 지어 앞에 섰고, 노약자 가솔은 중간에, 청룡회 제자들은 대열의 맨 뒤에 섰다.

두변의 머릿속 깊은 곳.

‘시스템, 이게 뭡니까?’

두변은 격렬하지는 않지만 몹시 냉랭한 말투로 물었다. 말투에는 진노가 가득했다.

시스템이 한참이나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숙주, 또 다른 세계에 있는 우리의 거점이 함락되었고, 우리를 지키던 최후의 수천 명이 모조리 죽었다.’

기이한 불빛의 목소리에는 더할 나위 없는 슬픔이 묻어났다.

기이한 불빛의 목소리는 줄곧 냉랭해서 아무런 감정이 없는 것 같더니, 지금은 목소리에 슬픔이 가득했다.

두변이 냉랭하게 말했다.

‘그럼 또 어쩌라고요? 그렇다고 나를 이렇게 사지로 모는 겁니까?’

‘시간이 없었다.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형세가 더 긴박해졌어. 그러니 그런 상황에 떠밀려 우리도 모험을 해야 한다.’

두변은 침묵했다.

기이한 불빛이 말을 이었다.

‘숙주, 너는 감정과 인성을 중시하지. 그래서 많은 계획을 실행할 때나 많은 이의 운명에 대해서 우리는 너의 명령을 따랐다.

너의 의지는 너의 몫이지만 너 자신의 목숨은 우리에게 맡기면 어떤가?’

기가 막힌 말이었지만 두변은 화를 내지 않았다.

‘우리는 심지어 너보다 더 너의 목숨을 신경 쓴다. 네가 죽으면 우리의 모든 희망이 다 끊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대단히 긴박해서 우리는 반드시 위험을 무릅써야만 한다.

솔직하게 말하겠다. 우리는 정말로 너의 목숨을 가지고 모험을 하는 것이다. 게다가 네가 죽으면 우리도 완전히 끝나고, 모든 것이 완전히 끝장난다.’

‘그럼 당신들은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할 계획입니까? 당신들이 우라늄 가루를 내 온몸에 잔뜩 묻혀서 난 지금 완전히 방사능에 피폭되었어요. 지금 나는 유사 이래 가장 큰 방사능 생명체가 되었다고요!’

‘우리는 너를 태변(蛻變: 허물을 벗다. 탈바꿈하다)시킬 작정이다. 의지나 사상의 태변이 아니라, 신체, 혈맥, 심지어…… 더 깊숙한 태변이자 진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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