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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관무제-318화 (318/648)

그녀는 여왕 역할에 주화입마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318장: 다른 계획

그녀는 여전히 청아하며 대단히 수려한 외모를 가진 데다 막추와 몹시 닮았다. 단순히 미모만 보면 계표표보다 뛰어났으며, 여완완, 그 요녀에도 밀리지 않았다.

게다가 그렇게 쌀쌀해 보이는 모습은 좀 모자란 소용녀(신조협려의 여주인공) 같기도 했다.

바닥에 웅크리고 앉았기 때문인지 허리 아래의 매혹적인 엉덩이가 특히 더 둥글게 보였다.

두변이 들어오는 걸 본 그녀는 고개 들어 한 번 보고 말 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자신의 일을 했다.

두변은 곧바로 성지를 낭독하지 않고, 함께 바닥에 앉아서 그녀가 용의를 조각하는 걸 바라봤다.

그녀는 확실히 천부적인 예술가적 소질이 있는 듯했다. 그녀가 조각한 용은 생동감이 넘치고 패기만만한 기운이 가득했고, 심지어 눈동자까지 움직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무슨 일이야?”

막한이 묻자 두변이 답했다.

“황제 폐하께서 당신에게 성지 두 개를 주었는데 보겠습니까?”

막한이 깜짝 놀라며 눈빛을 반짝였다.

“설마, 나를 백색 여왕에 책봉해주신다는 건가?”

두변은 할 말이 없었다.

‘지능이 딸리면 어쩔 수 없구나. 황제 폐하께서는 나라를 잃을지언정 왕 작위를 내리지 않으려 하는데, 어떻게 너처럼 모자란 여인에게 백색 여왕이란 자리를 내리겠냐. 네 아버지가 십여만 병력을 일으킬 때도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는데, 날마다 집에서 놀기만 하는 네가 그걸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두변은 곧바로 첫 번째 성지를 낭독했다.

“황제가 명하노라, 막한은 규방에 머물며 혼례를 치르기를 기다려라. 두변과 하늘이 내린 한 쌍이자 부녀로서의 미덕을 갖췄으니, 특별히 너에게 백색 지부, 백색 참장, 백색 자작 두변의 부인 자리를 하사하겠다.”

막한의 아름다운 입이 놀라서 헤, 하고 벌어졌다. 그녀는 자신이 들은 내용을 차마 믿을 수가 없었다.

만 리 밖에 있는 황제가 망국의 위기에서 막씨 토사 후예의 혼인에 관심을 쏟는 건가?

이어서 두변이 두 번째 성지를 읽었다.

“황제가 명하노라. 두변의 처 막한을 세습 백색 선위사와 제국의 무서후에 책봉한다.”

선위사는 바로 토사라는 의미였다.

문득 막한은 이 성지의 뜻을 깨달았다.

황제는 조건을 단 것이다. 그녀가 두변과 혼인하는 걸 승낙하고 깊은 산속에 흩어져 있는 막씨 토사의 구세력이 두변에게 충성을 바치면, 그녀 막한은 백색 토사로 책봉되어서 조상의 작위를 회복하게 된다는 것을.

이것은 그녀가 꿈에서도 바라던 일이었다.

매일 밤 꿈을 꿀 때마다 그녀는 조상의 영광과 작위, 막씨 토사를 회복하기를 바랐다. 더 멀리 생각하면 백색 여왕이 되고, 조금 더 멀리 생각하면 수백 년 전 막씨의 안남 국왕의 자리를 회복하기를 바랐다.

물론 그녀도 그건 꿈에만 국한된 일이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대낮에도, 밤에도 그 꿈을 꾸며 날마다 여왕 역할 놀이에 빠져들었다.

분투해서 이상을 현실로 만들기는 좀 귀찮았다.

그런데 지금 떡 하나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닌가.

그녀는 황제가 깊은 산속과 향촌에 흩어져 있는 막씨의 구세력을 이용하려는 것임을 알았다. 그들은 지금 대다수가 토비가 되어있어서 그녀도 사람을 보내 그들에게 연락하는 일이 드물었다. 하지만 막야는 종종 사자를 보내서 막씨의 구세력과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융통하고는 했다.

그녀는 막씨의 구세력이 이용당하는 건 개의치 않았고, 백색 토사와 백색 여왕이라는 자리에만 신경이 쓰였다.

막한이 말했다.

“두변, 나는 너와 황제가 산속에 흩어진 막씨 잔여 세력을 이용할 생각인 걸 알아. 하지만 난 개의치 않아. 내가 신경 쓰는 건 백색 토사와 백색 여왕이라는 자리뿐이야.”

두변은 아무 말 없이 막한이라는 절세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녀가 계속 말하기를 기다렸다.

막한이 말을 이었다.

“한데 나는 너와 혼례를 올리는 걸 승낙할 수 없어. 너와 황제는 내게서 무엇을 얻을 거라는 기대는 말아.”

막한은 거절했지만 두변은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가 이유를 말하기를 기다렸다.

막한이 말했다.

“나도 곧 백색부를 떠날 거다. 광서와 대녕 제국을 떠날 거야. 왜냐하면 누군가가 내게 여왕의 자리, 진정한 왕좌를 준다고 말했거든.”

“그 일은 지난번의 소목지와 관련이 있습니까?”

“그건 내가 너에게 알려줄 필요가 없지.”

두변은 이 모자란 막한을 뚫어져라 쳐다본 뒤에 말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두변은 그대로 백색 여왕부를 떠났다. 한마디 간청도 하지 않고.

막한이라는 길과 막씨 구세력을 수중에 넣는 길이 끊어졌다. 황제의 고심이 헛수고가 된 셈이었다.

하지만 두변은 그 결과에 대해 의외라고 생각하지 않았을뿐더러, 심지어 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한 사람도 없는 텅 빈 거리를 거닐었다.

거리 양쪽의 집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고 점포는 어느 곳도 문을 열지 않으니, 당연히 살 수 있는 식량도 없었다.

두변이 물어본 결과, 그들이 가진 식량 재고로는 열이레를 버틸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 이미 정확한 수를 계산할 수 있을 정도로 식량이 줄어 있었다.

‘시스템, 내 십만 대군은요?’

꿈속 시스템이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 노선은 이미 너로 인해 파괴된 노선이다.’

‘그럼 막한의 노선은? 당신이 계표표보다 그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었잖아요.’

‘그렇다. 그녀는 계표표보다 훨씬 중요하지. 그녀의 노선은 현재까지 모든 게 정상이다.’

두변은 깜짝 놀랐다.

막한의 노선이 뜻밖에 모든 게 정상이라고? 지금 이런 상황까지 됐는데도 모든 게 정상이라니?

꿈속 시스템이 말했다.

‘숙주, 지금은 모든 노선이 단절된 것 같고, 완전히 희망이 없어진 것처럼 보이겠지.’

‘그래요, 모든 길이 다 막혔고, 갈 수 있는 길이 없는 것 같네요.’

‘예전의 너 같았으면 진작 나에게 어떻게 가야 하냐, 어떻게 하냐고 물어봤을 것이다.’

‘그렇겠네요.’

‘그런데 아직까지 나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지 않았어.’

‘그럼 당신은 계획이 있나요? 방법이 있어요?’

‘물론 계획이 있지. 그런데 너는 어째서 묻지 않은 거지?’

‘최근 난 당신들의 모습에 조금 실망했거든요. 게다가 어렴풋이 그 노선을 알겠어요. 대략 반년 이상이 걸려야 효과를 봐서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겠죠.’

꿈속 시스템이 놀라며 물었다.

‘맞다. 네가 세운 다른 계획이라도 있나?’

두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꿈속 시스템이 두변의 대뇌를 탐지하더니 경악했다.

‘설마 지하 세계에 관한 계획인가? 이세계의 에너지를 주입해서 지하 세계를 육성하는 것?’

‘그래요, 이건 극비에 속하지만 견사 대사의 기억에서 읽은 적이 있어요.’

꿈속 시스템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안 된다. 숙주, 절대로 안 돼. 위험이 너무 커.’

‘하지만 훨씬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죠. 당신이 생각한 노선보다 훨씬 더 크고, 빠른 효과를 거둘 수 있어요. 단시간에 상황을 역전시키고, 패색이 짙은 국면을 만회할 수 있어요.

황제 폐하께서는 시시각각 제국의 남부를 전부 함락시킨다는 위협을 당하고 계세요. 설령 그분이 퇴위하지 않기로 하고 죽기 살기로 버틴다고 하더라도 난 그분의 목숨이 몇 달 못 버틸까 봐 걱정이 돼요. 그러니 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노선을 걷는 쪽에 모험을 할 수밖에요.’

‘확실한 길을 가야 한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린들 무슨 상관이냐? 황제의 생사가 너와 무슨 상관이야?’

‘시스템, 그게 바로 내가 당신에게 실망하는 부분이에요. 물론 당신을 탓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그건 당신의 태생적인 속성일 테니까요. 또 억지로 바뀌라고 하지도 않아요.

하지만 당신은 이렇게 말했죠. 앞으로의 사명과 계획은 내가 주관하게 내버려둔다고요. 구체적으로 어떤 노선을 갈지는 내 말대로 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꿈속 시스템이 오랜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숙주, 너도 성숙해졌군.’

‘이해해 줘서 고마워요. 당신의 세계가 바뀌지 않듯이 나의 세계도 바뀌지 않아요. 당신과 내가 서로를 도와야 끝까지 갈 수 있고, 최종 사명을 완수할 수 있어요. 천명이 나 두변에게 있고, 나는 대운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믿어요.’

꿈속 시스템이 또 한참을 침묵했다가 입을 열었다.

‘좋다. 숙주, 나는 네가 지하 세계 계획을 완성하도록 전심전력을 다해 돕겠다.’

‘고마워요.’

바로 그때 두변은 자신이 더할 나위 없이 엄청난 기운에 휩싸여 있음을 느꼈다.

고개를 들어보니, 익숙하면서도 낯선 형체가 보였다.

영도현이 정혼을 얘기했던 여인!

눈앞 가까이 있으면서도 또 항상 하늘가의 선녀 같은 자태. 두 눈만 내놓고 있어도 여마두 막추보다 더 아름다운 여인. 북명종주의 의녀, 북명의 제일 미녀,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원수인 예상 선자였다.

예상 선자가 말했다.

“두변, 나는 당신에게 대단히 큰 적의 같은 건 없어요. 단지 당신을 데리고 북명검파에 한번 다녀오려고 해요.

입수한 최신 증거에서 당신이 뜻밖에 전설 비급인 육맥신검을 배웠다고 적혀 있었어요. 허니 당신은 반드시 북명검파에 돌아가서 이 일을 명백히 고하고, 필요하다면 육맥신검 공법을 내놓아야 해요. 왜냐하면 육맥신검 고보(古譜)는 최초에 우리 북명검파에서 나왔기 때문이에요.”

두변이 놀란 투로 물었다.

“내놓으라고 했습니까?”

“정신술을 사용해서 당신이 그 공법에 대해 완전히 잊어버리게 만들 거예요. 안심해요. 목숨을 해치지 않고, 뇌 영역에 조금 손상이 있을 뿐이에요.”

두변이 냉소하며 말했다.

“정말로 가소롭군요. 계청주가 육맥신검 검보(劍譜)를 가진 지 수십 년인데 그때는 상관도 하지 않더니 지금 도리어 날 찾아와요?”

“왜냐하면 예전에는 그걸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죠. 한데 지금 당신이 배웠으니 문제는 몹시 심각해요. 나와 북명검파로 돌아가서 그걸 망각하는 술수를 진행해요.”

이윽고 그녀가 영패 하나를 꺼내며 말을 이었다.

“두변, 나는 천도맹과 북명검파의 이름으로 정식으로 당신을 북명검파로 데려갑니다.”

그녀는 언제나 그렇듯 정의롭고 당당한 모습이었다.

두변이 말했다.

“예상, 나는 지금 이곳을 떠날 수 없어요. 내 군대는 나를 필요로 하고, 백색부, 제국, 또 황제 폐하께서도 나를 필요로 하시죠. 내가 이곳을 떠나면 국면이 완전히 붕괴하고, 제국의 서남부는 완전히 함락돼요.”

예상이 냉랭하게 말했다.

“세속 세계의 일은 나와 상관없고, 북명검파와도 상관 없어요.”

이윽고 그녀의 선녀와도 같은 아름다운 그림자가 갑자기 번쩍이더니 순식간에 두변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곧바로 두변을 붙잡고 곧바로 날아갈 자세였다.

예전에 계청주를 잡아가더니, 이제는 또 말도 안 되게 두변을 잡아가려고 했다.

천도맹과 북명검파는 이렇게 제멋대로 횡포를 부린단 말인가?

두변은 그곳에 갈 수도 없고, 이곳을 떠날 수도 없었다. 그는 전력을 다해 현 상황을 만회해야 할뿐더러, 제국 서남부가 함락되는 걸 만회하며, 지하 세계 계획을 집행해야 했다.

두변은 갑자기 손바닥을 예상 선자의 등에 냅다 눌렀다.

“흡성대법 가동! 집어삼키고, 집어삼켜라!”

‘흡성대법을 사용해라!’

이번에도 시스템이 오히려 늦어버렸다. 시스템이 머릿속에서 소리를 내기도 전에 두변은 이미 흡성대법을 시전했다.

흡성대법을 가장 합리적으로 사용해서 집어삼키는 방법은 저번에 마련교 단주 임묘선의 경우처럼 온몸의 혈도를 중첩해서 집어삼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내력 현기가 모든 혈도에서 솟구쳐 나온다.

지금 두변은 고작 두 손을 예상 선자의 등에 붙였으니 단위 면적이 너무 작았다. 그러니 동시에 솟구쳐 나오는 현기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두변이 미친 듯이 집어삼키는 현기가 그때 임묘선보다 훨씬 많았다.

예상 선자의 경지가 임묘선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고작 두 손바닥의 면적에서 쏟아져 나오는 현기인데도 임묘선의 온몸에서 쏟아져 나온 현기보다 훨씬 월등했다.

더군다나 더할 나위 없이 순수해서 정제할 필요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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