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장: 늑대의 야심
그가 막천남의 보물 창고에서 얻은 황금 사십만 냥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고?
물론 황금은 잃어버려도 그만이었다.
중요한 건 계왕부, 진남 공작부, 광서 동창에서 집결한 정예 병사 오천 명이 모조리 죽어버렸다는 점이었다.
어쩐지 얼마 전에 오정도와 두우가 말끝마다 엄당이 완전 끝장났다고 했구나!
계왕비가 말했다.
“그 외에 자네에게 세상에 공표되지 않은 소식을 알려주겠네. 사흘 전에 순무 장양명 대인이 돌아가셨네. 조사해보니 사인은 과로사라고 하더군. 한데 자네는 그 말을 믿겠나?”
두변은 온몸이 갑자기 휘청여서 제대로 서 있지 못할 정도였다.
계왕비가 말했다.
“또 한 가지, 광서 동창의 진무사 이옥당도 죽었어. 여여해의 아들 여언 손에 죽었지.”
두변은 눈을 감고 의자에 주저앉아버렸다.
하늘이 무너졌다.
광서의 하늘이 전부 변했다.
물론 상황이 몹시 악화되었을 가능성을 예상해봤지만, 이 지경까지 철저히 악화됐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천지가 무너지고, 세상에 최후의 날이 온 듯한 격변의 상황이 일어났다.
한참이 지나서야 두변이 물었다.
“방씨 계파의 해외 제국이 출병했습니까?”
계왕비가 의외라는 듯이 두변을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정예 오만 명이 양광에 상륙해서 양광의 병력 부족분을 채웠네. 어쩌면 양광에 본래 있던 쓸모없는 군대를 교체해버렸다고 말해야 하겠지.”
두변은 그제야 깨달았다.
이 뒈질 두강! 이 뒈질 양광 총독 고정! 이 뒈질 방씨 놈들!
예전에 염효가 두변의 천호소를 없애버리려고 했을 때, 계왕이 순무 장양명, 포정사 두강과 함께 백색부를 방문했었다.
그 당시 두강이 얼마나 말 잘 듣는 모습을 보여줬던가?
더군다나 두강이 막 광서성으로 왔을 때, 그들은 곧바로 순무 장양명과 담판을 지었다. 방씨 계파는 엄당과 광서에 협력해서 여씨 토사를 철저히 탄압하겠다는 뜻을 보여줬다.
그 몇 달은 확실히 엄당과 방씨 계파의 밀월 기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계왕이 백색부에 시찰하러 갈 때, 포정사 두강도 그를 따라서 백색부로 향했을 것이고.
그 몇 달 동안 엄당과 방계 집단이 연합한 덕에 확실히 여씨의 무역에 철저하게 타격을 줄 수 있었다. 여씨 토사는 철과 소금을 들여오거나 바다 밖으로 운송하기가 몹시 힘겨워졌다.
그런데 이제 보니 그 모든 게 다 음모, 그것도 크나큰 음모였다.
우선 양광 총독 고정은 이문회의 손을 이용해서 광서에서 여씨에게 포섭된 관원들을 말끔하게 죽였다.
덕분에 광서성은 엄당과 방씨 계파의 천하가 되어버렸다. 엄당은 관원을 얼마 내놓지 못하니, 순무 장양명 한 명만 내놓을 수 있었다. 그에 비해 방씨 계파는 광서성 상당수의 문관 직위를 틀어쥐었다.
그런 뒤, 그들은 다시 엄당과 연합해서 여여해를 맹렬하게 공격했다.
여여해의 손실이 최대치에 달할 때까지 기다린 뒤, 방씨 계파는 곧바로 엄당을 배신하고 여씨와 담판을 지어서 어마어마한 협력 관계가 되었다.
여씨는 모든 비금, 철광, 소금 무역을 전부 방씨 계파에게 맡겼고, 여씨의 모든 식량은 방계 집단이 제공하도록 하였다.
계왕비가 말했다.
“현재 광동성은 이미 방씨 계파의 독립 왕국이 되었네. 광서성도 둘로 갈라졌어. 동쪽의 여섯 부는 방씨 계파에게, 서쪽의 여섯 부는 여씨에게 귀속되었지.”
두변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방계 집단과 여씨의 담판 내용은 절대 기밀일 텐데, 어째서 왕비께서는 알고 계십니까?”
계왕비가 말했다.
“나뿐 아니라 많은 관원이 다 알고, 황제 폐하께서도 아시고 계시네. 서쪽 여섯 부의 관원들이 이미 동쪽으로 철수하기 시작했어.”
두변은 온몸을 떨면서 전율했다.
고작 몇 달밖에 지나지 않았건만 광서 국면에 이렇게 천지가 뒤집히는 듯한 변화가 생기다니!
두변이 물었다.
“황제 폐하께서 방계 집단과의 관계를 바로 결별하신 겁니까?”
계왕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폐하께서는 조회에 들지 않으시네.”
해외 제국이라는 방계 집단의 송곳니가 드디어 드러났구나. 마침내 대녕 제국을 향한 늑대의 야심이 드러났구나!
계왕은 폐인이 되었다.
순무 장양명은 죽었다.
동창의 진무사 이옥당도 죽었다.
진남공 세자는 생사를 알 수 없었다.
광서 전체가 분할되어서 서쪽 절반은 여씨에게, 동쪽 절반은 방계 집단에게 돌아갔다.
전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광서는 이미 할거되었다.
계왕비가 말했다.
“두변, 너는 이제 광서에 있는 대녕 제국의 최고 관원이 되었네. 너는 광서에서 유일하게 폐하께 충성을 바치는 5품 관원이야. 나머지는 전부 죽었어.
예전에 너의 의부 이문회가 상대방을 모조리 죽였듯이, 지금 상대방이 우리를 모조리 죽여버렸어. 다만 손을 쓴 건 여씨가 아니라 방계 집단일 뿐.
내 남편인 계왕은 웅대한 포부를 품은 사람이라서 제국을 위한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들려고 했지. 한데 그 일을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폐인이 되어버렸구나.”
계왕비가 눈물을 흘리면서 말을 이었다.
“두변, 너는 서남 지역에서 유일한 제국의 기둥이다. 네가 겨우 몇 살이지? 네가 겨우 몇 품 관직에 올랐지? 너에게 병사가 얼마나 있지? 그런 네가 서남의 유일한 대들보가 되다니, 이 제국은 정말로 멸망하려나 보구나. 멸망하려나 보다.”
두변은 혼수상태로 깨어나지 못하는 계왕을 바라보며 눈물을 비 오듯 쏟았다.
그는 두변이 가장 존경하는 어른 중 한 명이었다.
나라를 위해 사력을 다해 일하기도 전에 누군가에게 목숨을 잃게 되었다. 상대방은 일개 번왕이 병권을 장악하는 걸 용납하지 못했다. 황제가 용납한 일인데도 방계 집단은 그걸 용납하지 않았다.
이제 보니 그들은 진작 광서성을 눈독 들이고 있었기에, 누군가 자신의 것을 건드리는 걸 용납하지 못한 것이로구나.
두변은 손을 뻗어서 계왕의 이마를 만져 보았다. 두변의 온몸이 떨리고, 눈물이 멈출 줄을 몰랐다.
계왕은 아직 만질 수라도 있지만 장양명 순무는 어떻게 되었나. 그는 이미 죽어서 닿을 수도 없는 사람이 되었다.
의부의 의형인 이옥당은?
그도 마찬가지였다.
방계 집단은 애초에 한 사람도 살아남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두변이 아직까지 살아있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광서가 아닌 북명검파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얘야, 제국은 멸망하려고 한다. 누구도 구할 수 없어. 그러니 가거라, 멀리 가거라.”
계왕비가 다정하게 말했다.
그런가?
제국이 멸망하려고 한다고?
적어도 서남에서 보면 그렇게 보였다.
두변은 고작 동창의 대리 천호이자 5품 관원에 불과했다.
정말 제국이 멸망하려고 하는 건가.
아니, 아니야!
나 두변은 하늘이 택한 사람이야. 나 두변은 천명을 받았어. 나 두변은 대운을 받았다고!
바로 그때, 밖에서 말발굽 소리가 어지러이 들렸다.
“오주 지부, 계왕을 보길 청합니다. 죄를 지은 두변은 무고하고 선량한 백성을 살해한 극악한 죄를 지었으므로, 본관이 특별히 잡아가겠습니다!.”
“여경사 천호, 계왕을 보길 청합니다. 죄를 지은 두변은 무고하고 선량한 백성들 살해한 극악한 죄를 지었으므로, 본관이 특별히 잡아가겠습니다!”
“광서 오주 동창 천호, 계왕을 보길 청합니다. 죄를 지은 두변은 무고하고 선량한 백성들 살해한 극악한 죄를 지었으므로, 본관이 특별히 잡아가겠습니다!”
저번에 황금을 호송할 때 오주부의 동창은 거의 다 전멸했다. 지금의 동창은 더 이상 예전의 동창이 아니라, 엄당과 적대하는 세력의 동창이 되어버렸다.
장장 이천 명이나 되는 병력이 계왕부를 포위했다.
언제부터 지방의 군대가 감히 번왕의 저택을 포위할 수 있었던가?
하늘이 변했다! 광서의 하늘이 무너졌다!
“계왕부는 즉시 두변을 내놓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누구라도 가차 없이 격살하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두변의 머릿속에서 기이한 불빛이 한 번도 보인 적 없는 흥분한 말투로 말했다.
‘숙주, 이 순간이 드디어 왔다! 마침내 오고 말았어! 하늘이 무너진 상황을 네가 큰 힘을 들여 만회할 기회가 드디어 왔다! 수천 리의 영지를 점령할 기회가 드디어 왔다! 네가 천만이나 되는 백성과 수십만 대군을 가질 기회가 드디어 왔어!
우리가 마침내 이 순간을 맞았구나. 드디어 이 순간을 맞고 말았어. 제국의 제후가 되는 이 순간을 말이야!’
시스템이 흥분해서 거의 떨고 있었다.
‘그 입 닥쳐요!’
두변이 소리를 질렀다.
밖에서 이천이나 되는 병력이 계왕부를 포위하고는 큰소리로 외쳤다.
“두변을 내놓지 않으면 누구든지 가차 없이 격살하겠다!”
두변이 힘차게 보검을 뽑으며 냉랭하게 말했다.
“나를 따라 돌격하라!
제국은 멸망하지 않는다!
충신이 있는 한, 대녕 제국은 멸망하지 않는다!
가자, 돌격하라!
배짱 있는 놈은 나를 따라 돌격하라. 하늘에 구멍이 다 날 정도로 적들을 쑤셔버리자!”
가슴 속에 뜨거운 피가 들끓는 두변은 호위병 열 명과 계표표를 거느리고 보검을 휘두르며 그대로 돌격해 나갔다.
“멍청한 놈! 두변을 갈기갈기 찢어라!”
가장 선두가 있는 젊은 장수 하나가 두변을 하찮은 듯이 쳐다보며 힘차게 명령을 내렸다.
기병 수백 명과 병사 이천 명이 두변 쪽 십여 명을 깔아뭉개려는 듯 다가왔다.
대녕 제국 천윤 23년 3월 9일.
만주 여진 제국의 십오만 대군이 조선 왕국을 쳐들어갔다.
대녕 제국이 흔들리고, 제국의 북방 전체가 두려움에 떨었다.
하지만 대녕 제국은 정말이지 병사 한 명도 보낼 수가 없었다.
그 소식을 들은 천윤제는 몹시 침착했다. 토혈을 하지도, 충격을 받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의 머리는 텅 비어버렸다.
산서(山西) 전선의 군대는 북쪽 황금 제국의 잔당을 막고 있었고, 요동의 군대는 만주 여진 제국의 주력 군대를 방어했다. 서남의 주력 군대는 진남공이 안남 왕국으로 데려가서 반란을 평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같은 날, 여여해가 서남 토사 연맹이 정식으로 통일되었다고 천하에 선포했다.
사륭석을 수령으로 하는 사륭 토사의 토사 수십 명이 일제히 머리를 조아리면서 여여해에게 왕이 되어달라고 청했다.
하지만 여여해가 거듭 거절했다나?
수많은 토사가 일제히 피가 날 때까지 머리를 땅에 찧었고, 손가락을 자르고 손목을 그었다.
모든 토사가 새빨간 피로 상주서를 써서 여여해가 제국의 서남을 지키는 노고와 공이 크니, 황제가 그를 염왕(炎王)으로 책봉해달라고 청했다.
여여해를 염왕으로 책봉할 것을 청하는 상주서가 천윤제의 책상 위에 올려졌지만, 그는 여전히 몹시 평온한 모습으로 쳐다도 보지 않았다.
사실, 이건 내각이 그를 골탕 먹이려는 것이었다.
그래도 예전에는 내각이 황제의 실권을 빼앗았음에도 여전히 겉으로는 인자한 군주를 공경하는 신하의 모습을 보여야 했다.
하지만 황제가 이문회를 처형하는 걸 거절했을 때부터, 황제가 저번에 중병에 걸려도 죽지 않고 두변이 그를 구해줬을 때부터, 또 황제가 다수의 의견을 배척하고 두변을 제국의 남작에 책봉한 뒤로, 내각은 황제와 완전히 반목하게 되었다.
황제는 조회에 들지 않았고, 내각은 보고를 올리지 않았다.
황제를 엿 먹이는 상주서만 책상 앞에 올라왔다. 예를 들면 서남 토사가 여여해를 왕으로 책봉해달라고 청하는 것 같은.
혹은 원천조가 광서 제독을 맡는 걸 동의해 달하고 압박하는 상주서나, 또는 황제에게 전 오주 지부를 광서 안찰사로 승급시켜달라고 압박하는 내용 말이다. 지금 내각에는 또 한 부 상주서가 황제가 인장을 찍길 기다리며 가장 앞에 높여 있었다.